패션 디자이너 문광자 씨
언제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는지 40대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흰머리가 나던 그 당시에도 염색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염색을 생각하지 않나. 나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것을 예쁘다고 말하는데, 어릴 때부터 평범한 것을 싫어하고 개성 있는 것을 좋아했다. 언젠가는 흰머리가 예뻐 보여,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이러니 염색을 떠올리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염색한 머리가 더 잘 어울리고 예뻐 보일 수 있다. 그것은 각자의 관점이며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런데 나의 단골 헤어 숍에서도 염색하지 말라고 하더라. 지금 이 상태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흰머리를 고수하는 이유가 있다면 워낙 내추럴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데, 내가 만드는 무명옷 때문인 것도 같다. 사실 내가 만드는 옷도 메이크업처럼 무언가 만들어낸 것 없이 내추럴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흰머리의 장단점을 이야기한다면 흰머리는 잘 만지지 않으면 고급스러움을 잃어버린다. 커트도 좀 더 신경 쓰고, 트리트먼트 관리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리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에서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흰머리를 길게 기르는 것도 적당치 않다. 지금처럼 단정하고 깔끔하게 짧은 머리로 연출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부담스럽지 않게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앞으로도 흰머리를 유지할 생각인지 패션 전시를 위해 프랑스에 갔을 때 어떤 분이 다양한 컬러로 머리를 염색한 것을 보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그분은 그 스타일이 본인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믿을 것이다. 나는 내가 디자인하는 옷처럼 내가 좋아하는 내추럴한 멋을 살리는 게 좋다. 그리고 흰머리를 위해 머릿결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부터 신경 쓰려고 한다. 머리가 나이 드는 것처럼, ‘머리만큼 철도 들어야지’라는 생각도 해보면서 말이다.
블랙 컬러의 원피스와 액세서리는 모두 본인 소장품.
포토그래퍼 김재혁 실장
언제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는지 어머니 말씀으로는 내 나이 일곱 살 때부터. 태어날 때는 지나치게 검은 머리였는데 일곱 살 때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단다. 덕분에 초등학생 때 별명이 ‘할아버지’, 심하게 말하면 ‘노인네’ 였다. 유전적 영향이 있을까 6남매 중 막내인데 나만 이런 유전적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 영향인 것 같다. 흰머리를 고수하는 이유가 있다면 사실 어린 시절에는 흰머리가 콤플렉스였다. 매번 별명이 따라다니곤 했으니까. 세월이 지나고 헤어 컬러, 염색이 유행하면서 대중화되고 나니 그제야 헤어 컬러가 독특하다며 장점이 되더라. 게다가 사진가라는 직업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나를 각인시키는 데 유리했고, 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헤어 컬러 덕분인지 스타일리시하다는 소리도 종종 들었다. 앞으로도 흰머리를 유지할 생각인지 물론. 사실 흰머리를 고수하는 데에는 개인적으로 그레이 컬러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옛날 헤어 염색이 유행하던 시절에는 나도 휩쓸려 심지어 마젠타 컬러로 염색을 해보기도 했지만, 흰머리는 멜라닌 색소가 없어서 그런지 일반 염색약으로는 쉽게 색이 먹지 않더라. 샴푸하면 금세 흰색으로 다시 돌아올 정도. 지금은 좀 더 하얘졌으면 한다. 커트나 파마로도 충분히 또 다른 스타일을 만들 수 있으니까. 욕심 같아서는 리처드 기어의 헤어 컬러와 비슷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레이 니트는 제냐 스포츠, 브라운 펠트 재킷은 시스템 옴므, 그레이 타이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오렌지색 타이는 에르메스 제품.
영상 제작자 김승민 감독
언제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는지 20대 후반부터 나기 시작했다. 당시는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촬영하던 중이라 일과 관련해 무척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아마 그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신기하게도 마치 부분 부분 블리치를 한 것처럼 한 부분씩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주변에서 “블리치 멋있게 됐네”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염색을 할까 생각해봤는지 칭찬 아닌 칭찬을 들었을 때는 속 모르고 그런 소리를 한다 싶어 차라리 염색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헤어 숍에 갔더니 원장님 왈, “왜 이런 백만 불짜리 머리를 염색하려고 하느냐”면서 염색하지 말고 그 헤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분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 후 염색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흰머리의 장단점을 이야기한다면 아직은 40대 초반인데 사람들이 처음에는 50대쯤 되는 것으로 본다. 3년 전 아내가 임신했을 때 함께 산부인과에 가면 시선이 나에게 쏠려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나이 들어 아이를 가진 줄 알고 유심히 바라본 것. 그래서 잠시 모자를 쓰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는 돈 하나 들이지 않고 멋지게 블리치를 했다는 칭찬도 들었고, 일할때는 내 인상을 확실하게 남길 수 있다.어떤 면에서는 중압감을 준다는 인상을 남길 수도 있지만 관록이나 경력, 신뢰도를 높이 평가받는 편이니 직업 면에서 나쁜 점은 없는 것 같다.
브라운 터틀넥은 유니클로, 베이지 재킷은 로로 피아나, 오렌지색 스카프는 에르메스 제품.
강옥경 씨
언제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는지 40대 중반쯤이었던 것 같다. 일 때문에 한창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시기라 아마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염색을 할까 생각해봤는지 아무래도 젊은 나이였기 때문에 헤어 숍에 갈 때마다 염색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헤어 컬러보다는 머릿결 자체의 건강을 중시했다. 계속 염색해 머릿결을 손상시키면서까지 헤어 컬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얼굴에는 주름이 있는데 머리만 새까맣다면 그게 조화롭겠는가. 얼굴이 늙어가듯 머리도 함께 늙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흰머리를 고수하는 이유가 있다면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물론 너무 멋지다는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염색하면 좀 더 젊어 보일 테니 한번 해보라는 권유다. 그래서 그냥 멋지다는 반응에만 신경 쓰기로 했다. 차라리 지금처럼 어중간한 은발보다 좀 더 하얗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굳이 염색하지 않아도 되니 경제적・시간적으로 절약된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사실 타고나기를 건강한 머릿결로 타고나, 숱도 많고 모발이 단단하며 탄력도 있다. 이런 머릿결에 굳이 손상을 입히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머릿결을 위해 샴푸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트리트먼트에 신경 쓰겠다.
블랙 패턴이 가미된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르베이지 제품.
광고 편집 디자이너 이중배 대표
언제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는지 4~5년 전에는 아내가 새치를 뽑아줄 정도로 심하지 않아서 그냥 재미 삼아 아내의 용돈벌이로 이용되곤 했다. 그러다 일 때문에 갑작스레 신경을 많이 쓴 탓인지 흰머리가 급격하게 늘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성이 아닐까 싶은데… 염색을 할까 생각해봤는지 사실 내 나이쯤 되면 주변에 흰머리가 많이 난 친구들이 많을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염색하는 친구도 많은 데다 헤어 숍에서도 염색하면 좀 더 젊어 보인다는 말로 매번 현혹하곤 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자연색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다. ‘머리에도 세월의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얼굴이나 행동, 심지어 말투도 나이 들어가는데 머리색만 검게 염색한다고 해서 그것이 아름다울까? 자연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처럼 우리도 세월에 따라 얼굴과 몸 그리고 마음이 함께 가야 한다고 믿는다. 흰머리의 장단점을 이야기한다면 물론 염색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30대 젊을 때에는 브라운 톤으로 염색도 해보고 블리치도 넣어봤으니까. 직업이 디자이너이다 보니까 머리 길이나 색감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옷은 트렌드에 맞게 입도록 노력하지만 헤어 컬러까지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의도적인 변화보다는 자연스러운 멋을 살리고 싶은 것이 흰머리를 고수하는 이유다.
블랙 셔츠는 시스템 옴므, 네이비 니트는 해지스, 오렌지 스카프는 에르메스 제품.
흰머리, 건강해야 멋진 헤어스타일이 완성된다
멋진 헤어스타일은 검은 머리일 때만 가능할까? 오히려 흰머리로 연출하는 것이 더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을 완성할 수도 있다.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도 은발로 변신한 후 좀 더 지적이면서도 품격 있게 보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만큼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헤어 컬러이며, 그것이 흰머리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흰머리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흰머리가 생겨나는 과정부터 관리법까지 하나하나 짚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모발 색은 멜라닌의 양・분포와 관련이 있다. 모발의 뿌리 부분에 자리한 멜라닌 세포에서 멜라닌이 생성되면서 모발을 검은색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흰머리가 되는 것은 멜라닌 세포 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나이와도 관련이 있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기능이 떨어지는 것. 그 결과 모발 색이 엷어지고 전체적으로 색이 없는 흰머리가 생긴다. 물론 흰머리라고 해도, 검은 머리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듯이 흰 정도와 음영도 달라진다.
노화 현상 외에도 흰머리가 생기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조기 폐경이나 갑상선 질환 그리고 비타민 B12의 결핍과 빈혈, 지나친 다이어트에 흡연도 흰머리가 더 빨리 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또 외부의 충격이나 심리적 스트레스도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심리적 스트레스와 멜라닌 세포 수의 감소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단지 스트레스가 노화에 영향을 주고 노화가 멜라닌 세포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터.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노력하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명상이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궁극적인 케어법이라고 할 수 있다.
흰머리의 생성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관리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주 1회 정도는 두피 마사지를 해 두피의 혈액순환과 영양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 피지와 땀 분비가 많은 저녁 시간에 샴푸한 후 차가운 바람으로 두피까지 완전히 건조시킨 뒤 잠자리에 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혹시 갑자기 가려움증이 생겼다면 흰머리가 갑자기 늘어나는 게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흰머리 생성 초기 단계에는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가려움증으로 증상이 나타날 때가 있다. 단순히 모발이 건조해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 가려운 부위는 무작정 긁지 말고 면봉으로 가볍게 문질러줘 염증을 막는다. 또 정기적인 트리트먼트와 에센스 사용으로 모발에 영양을 공급해주고, 파마를 할 경우 흰머리의 모공 주변이 자극받아 예민한 상태일 수 있으니 두피 보호 앰풀을 함께 사용해 두피를 보호하는 것이 좋다. 사실 흰머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이 잦은 염색으로 인한 머리 손상. 만약 염색을 고집한다면 조금이라도 손상도가 적은 제품을 사용해 염색하고, 트리트먼트도 병행해 머릿결과 두피를 한 번 더 보호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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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흰머리를 돋보이게 하는 옷 컬러가 따로 있다 “비비드한 원색 의상을 입으면 흰머리가 돋보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흰머리를 너무 강조하는 것도 전반적인 스타일링을 부자연스럽게 만듭니다. 흰머리를 자연스럽게 강조하는 색은 도리어 무채색이거나 톤다운된 브라운, 베이지, 네이비, 캐멀 컬러같이 따뜻해 보이는 색입니다. 머리색과 같은 실버나 쿨 그레이 컬러도 피하는 것이 좋아요, 이런 컬러의 의상을 선택하면 전체적으로 심심하고 힘이 없어 보이는 스타일링이 됩니다. 나이 든 분들이 회색 컬러를 잘못 입으면 칙칙해 보이는 것과 같죠. 너무 원색적이거나 헤어 컬러와 비슷한 흰색과 회색 컬러는 자제하는 것이 흰머리를 자연스럽게 돋보이도록 만들어줍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한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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