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는 17세기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햇빛 차단을 위해 술 장식이 달린 어깨걸이를 사용한 것이 시초로 전해진다. 여성의 가녀린 목을 감싸며 우아한 여성미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패션 소품으로 자리 잡은 스카프는 시간이 지나도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 스테디 아이템이다. 잘 고른 스카프는 딸에게까지 물려줄 수 있는 훌륭한 소장품이 될 수 있으므로 스카프를 고를 때는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자. 평소 자신이 즐겨 하는 스타일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떤 룩에 어떻게 연출할지 머릿속에 그려보고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과 잘 어울리는지 따져본다. 특히 패턴과 컬러는 자신의 피부 톤, 헤어 컬러와 어울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동덕여자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이미정 교수
1 스카프는 스타일링의 마무리다
지금처럼 다양한 스카프가 나오지 않던 외국 유학 시절, 한국에서 기저귀 감을 사다가 하늘색으로 염색해 매고 다녔을 정도로 나는 스카프 마니아이다. 스카프는 의상에 따라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어디에 두르고 어떻게 매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연출해내는 그 재미에 빠져 스카프 스타일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스카프의 진정한 멋은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나타난다. 지나치게 연출한 듯 인위적인 스카프 스타일링을 한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스카프를 고를 때는 소재와 패턴, 컬러와 디자인, 폭과 길이, 끝 마무리와 봉제 라인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부드러운 감촉의 실크 스카프는 언제나 나의 위시 리스트. 비비드한 색감에 그래픽적인 프린트가 시선을 사로잡는 스카프를 이번 봄 쇼핑 리스트에 올려두었다. 블랙이나 그레이 등 무채색 의상에 포인트로 사용해도 좋지만 보색을 이루는 화려한 색상의 의상에 매치하면 개성 있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홍보팀 이효민 씨
2 스카프는 패션 주얼리다
스카프 하나면 값비싼 목걸이가 부럽지 않다.
목에 두른 패셔너블한 스카프는 화려한 목걸이를 능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고 심플한 블랙 슈트라도 스카프 하나를 더하면 스타일에 생기가 돈다. 남자들이 슈트에 행커치프로 젠틀한 매력을 더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포멀한 룩이 좀 과하다 싶은 날에는 면티와 청바지에 클러치백을 들고 목에프티 스카프를 둘러보자. 약간의 격식을 더한 개성 있는 캐주얼 룩이 완성된다. 스카프를 손목에 리본으로 묶어 팔찌 대신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 팔찌나 시계를 매치하는 것보다 스타일에 재미를 더하며 눈에 띄는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스카프를 고를 때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이 있다. 반드시 직접 둘러보고 구입해야 한다는 것. 특히 패턴은 활짝 폈을 때와 둘렀을 때가 다르다. 이번 시즌에는 스카프 하면 떠오르는 실크 스카프에서 벗어나 독특한 소재의 스카프를 구입하고 싶다. 저지 소재라면 좀 더 캐주얼하고 편안하게 어느 의상에나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일모직 마케팅팀 구호 브랜드 담당 최근희 씨
3 스카프는 페미닌의 정점이다
6년 전 처음 홍보 일을 시작했을 때 해외 지사의 한 홍보 담당자가 스카프를 홀터 톱으로 연출하여 훌륭한 파티 의상으로 소화한 것을 보았다. 그 신선한 충격이란. 그때부터 스카프를 활용한 개성 있는 스타일링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롱 시폰 스카프의 양 끝을 연결해 네크리스처럼 늘어뜨려 모던 아방가르드 룩을 연출하거나, 스카프를 홀터넥 이너웨어로 두르고 그 위에 베스트를 입어 데이 웨어 혹은 오피스 룩으로 시도하기도 한다. 또는 핸드백에 프티 스카프를 여러 개 매달아 참 charm처럼 활용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연출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룩에 생기를 불어넣어 여성의 우아함을 배가시켜야한다는 것이다. 스카프는 여성성을 대표하는 아이템이다. 일례로 남성이 의상에 스카프를 매치하면 좀 더 부드러운 이미지가 연출된다. 이번 봄에는 어떠한 룩에도 페미닌 무드를 더해주는 사랑스러운 플라워 프린트의 스카프를 구입할 계획이다.
리빙 스타일리스트 홍희수 씨
4 스카프는 스타일의 만능 열쇠다
스카프는 휴대가 간편하여 가지고 다니다가 패션 응급 상황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직업상 갑자기 미팅이 생기는 일이 많은데 의상 분위기를 급전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카프는 베스트 아이템이다. 예를 들면 캐주얼하게 입고 나왔는데 드레시하게 차려입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화려한 스카프를 이용해 스타일에 에지를 더하는 것이다. 나에게 스카프는 어떤 의상의 문제점도 해결해주는 만능 열쇠와도 같다. 가방이나 자동차 안에 항상 스카프를 가지고 다니는데 특히 일교차가 심한 봄가을에는 보온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대체로 목이나 어깨에 두르지만 가끔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땐 벨트 대신 스카프를 둘러 스타일에 재미를 더한다. 빈티지 제품을 좋아해서 출장 시 빈티지 숍에서 주로 구입하는데 유행을 타지 않아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레트로 무드의 패턴이 눈에 띄는 스카프를 모던한 프레피 룩이나 페미닌한 원피스 등과 함께 연출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일상에서 즐기는 명화
이번 시즌 스카프의 패턴과 컬러는 흥미진진하다. 실크, 면, 리넨 등 다양한 소재로 선보이는 스카프는 브랜드 로고나 레트로 무드의 지오매트릭 패턴, 팝적인 요소의 그래픽 패턴까지 화려하다. 액자에 넣어 벽에 걸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
1 블랙과 블루 컬러의 대조, 커다란 꽃과 나뭇잎 프린트가 인상적인 스카프는 페라가모.
2 화이트 컬러 바탕에 각기 다른 형태의 나비 모티프 프린트로 우아한 느낌을 주는 실크 스카프는 불가리.
3 블랙, 베이지, 화이트 컬러의 조합으로 다양한 스타일에 손쉽게 매치할 수 있는 페이즐리 문양의 스카프는 닥스.
4 오렌지 바탕에 화이트 컬러의 H로고가 눈에 띄는 스카프는 에르메스.
- 나의 퍼스털 쇼퍼 스타일변신의 귀재, 스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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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흰 셔츠에 프티 스카프를 매치한 룩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스타일의 대명사가 되었다. 반면 이사도라 던컨의 스카프는 비운의 삶을 대변한다. 마치 한 폭의 명화를 보는 듯한 스카프의 정교한 패턴과 화려한 컬러는 그 어떤 액세서리보다도 강한 기운을 더한다. 스카프의 매력에 빠진 4인이 들려주는 스카프 이야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