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뛰놀다 생긴 생채기에는 빨간 머큐로크롬 하나면 충분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새살이 돋았던 기억이 이젠 희미하다. 성장기를 지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작은 상처도 예전처럼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걸 보면 한숨만 나온다. 30대 이후에는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이에 따른 세포의 재생 작용 또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부족으로 인한 피부 탄력의 저하, 수분 부족으로 메마르고 주름진 피부…. 늘 먹는 세 끼 식사에 신경 쓰고 부지런히 모이스처라이저를 발라줘도 별반 달라지는 게 없어 보인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영양 성분을 첨가한 화장품 사용과 영양 보조제의 섭취를 병행하는 일. 제약회사들은 코엔자임 Q10, 콜라겐 등 미용 성분으로 알려진 것을 마시거나 알약으로 섭취할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했으며, 화장품 기업들은 몸속에서부터 출발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너뷰티inner beauty’를 외치며 건강 보조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태평양에서 만든 뷰티 푸드인 V=B 프로그램이나 건강기능식품 회사인 허벌라이프의 제품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성분이 최근 주목받고 있을까? 지난 한 해 건강식품 보조제 중 큰 화제가 된 것이 바로 글루코사민. 연말연시 부모님 선물로 각광을 받은 제품이기도 하다. 글루코사민은 노화로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인 관절통에 효과적인 성분으로 연골의 재생과 관절의 유연성에 도움을 준다. 어패류와 갑각류의 뼈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분말로 만들어 식용에 적합하도록 만든 것이 대다수. 건강 보조제로 섭취했을 때는 관절염의 통증을 완화하며 뼈의 퇴화를 막고, 화장품 성분으로 이용될 때는 세포 재생 기능을 도와 피부를 맑고 투명하게 만든다.
‘제2의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코엔자임 Q10은 피부에 탄력을 주는 효소. 우리 몸속의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 관여하는 보조 효소로, 항산화 작용을 통한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소망화장품에서 출시된 꽃을 든 남자의 코엔자임 Q10 TV 광고에서처럼 여자 모델의 볼을 손가락을 여러 번 눌러보아도 탱탱한 풍선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떠올려 그 핵심 효능을 파악할 수 있다. 코엔자임 Q10은 20세 전후에 서서히 감소하고 40세 이후에는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 해도 급격히 손실되는 것을 느낀다.
수년간 주름 개선 성분으로 1위 자리를 지켜온 레티놀을 물리치고 왕좌에 오른 것은 바로 아미노산을 구성하는 펩티드 성분 때문. 펩티드는 단백질 분자인 아미노산의 결합체로 콜라겐 합성을 촉진시켜 주름 개선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부작용이 없으며 특히 검은콩 안에 들어 있는 펩티드 성분은 체중 감량에도 효과적이라고 하니 기억해두자.
피부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콜라겐은 먹는 제품을 선택해야 체내에 바로 흡수된다고 하여 많은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먹는 콜라겐은 피부에 직접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화장품이 주는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없다는 학계의 반응에 그 열기가 어느 정도 감소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마시는 음료수는 탱탱한 피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그야말로 ‘보조제’로서 인기를 얻고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은 비타민이다. 특히 피부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비타민 C는 유해 환경에 대한 피부 저항력 강화 이외에도 미백 효과와 콜라겐 증가에 관여해 만병통치약 같은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피붓결을 부드럽게 정리해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탄력과 피부 톤 개선에 효과적인 비타민 C는 쉽게 파괴되는 게 특징이다. 그동안 비타민 함유 화장품이 갈색 병이나 스포이트 타입의 병에 담겨 있던 걸 떠올려보면 비타민 C가 열과 빛에 얼마나 약한지 알 수 있다. 최근 안정화된 제품도 많이 나와 있지만 무엇보다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된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꾸준히 먹는 식이요법이 병행되어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베타카로틴, 효모, 레시틴 등의 성분이 젊은 피부를 위한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당근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시력과 성장에 관여하는 성분으로 섭취하면 체내에서 비타민 A로 변환하여 유해 산소의 생성을 예방한다. 이런 항산화 작용을 통해 피부를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발효시킨 미생물로 만든 효모는 보습, 진정, 영양 공급 효과를 고루 갖춰 각광을 받고 있다. 피부 성분 구조와 가장 흡사하다는 효모는 미백과 주름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II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피테라는 천연 효모가 발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성분으로 ‘맑고 투명한’ 피부를 가꾸는 일등 공신. 레시틴 역시 노화 방지에 필요한 성분으로 콩, 두부, 달걀 등에 들어 있는데 산소와 영양분을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것은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줄이며 세포를 재생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기형아 출산을 예방하기 위해 임신부들이 섭취하는 엽산 또한 최근 고령자의 면역계 강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엽산은 녹색 채소, 간, 맥주 효모 등에 많이 들어 있으나 빛과 고온에서 파괴되는 성질이 있어 영양 보조제로 섭취하는 편이 좋다. 최근 주름 개선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른 아데노신은 세포 내에서 쉽게 흡수되어 콜라겐 분해 요소를 억제시키며, 생체 내에서 합성해 각종 대사를 조절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이러한 성분들은 몸 안에 흡수되면 세포 재생을 원활하게 하고 피부 탄력을 높여주는 공통점이 있다.
얼마 전 한 영화배우가 촬영 장소마다 가지고 다니는 필박스가 TV에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피부를 맑게 한다는 비타민부터 노화 방지용 영양 보조제까지 박스 가득한 알약들은 언제 어떻게 다 복용해야 하는지가 의문이었다. 과연 이 많은 영양 보조제가 개개인의 몸에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킬까? 게와 새우 껍질에서 추출한 글루코사민은 당뇨병과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으며, 비타민 C는 너무 많이 섭취하면 설사와 복통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관리팀의 주광수 팀장은 “피부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은 적절하게 복용해야 도움이 됩니다”라며 적당한 사용량을 권했다. 또한 건강보조 식품을 판매하는 약사와닷컴의 김승수 씨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몸에 좋다는 약이면 자신의 체질에 상관없이 주문부터 하는 경우가 많은데, 되도록이면 전문 의료기관에서 피부와 몸의 상태를 진단받은 후 부족한 영양소를 체크한 다음에 건강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부족한 영양 성분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로 가는 방법임을 잊지 말자.
지금까지 살펴본 성분들을 먹거나 발랐을 때 어떤 것이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까? 입으로 섭취하는 것은 대부분 신체 내부에서 효능을 발휘하고 남은 성분이 피부에 전달된다고 보면 무방하다. 예를 들어 피부 미백을 위해선 매일 엄청난 양의 비타민 C를 먹어야 하지만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비타민 C를 무턱대고 얼굴에 듬뿍 바르면 피부에 큰 자극을 주어 가만히 놔두는 것만 못하다. 비타민 C 제품을 바르고 적당한 식품 보조제를 섭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다른 성분들도 마찬가지다. 피부로 흡수되는 것은 적당량을 사용하고 피부에 직접 효과를 낼 수 없는 성분은 영양 보조제의 섭취를 통해 피부에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어떤 것이든 넘치지 않게 적당한 것이 좋다는 진리를 잊지 말자! 내 몸 안에 부족한 영양소를 먼저 체크하고 운동, 금주 및 올바른 식습관과 함께 먹고 바르는 미용법을 병행하는 것이 남들보다 젊어지는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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