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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슈퍼스타, 체크 영원한 슈퍼스타, 체크
데이비드 린치의 말처럼 패션을 영화라고 생각하면 체크무늬는 가장 많은 작품에 출연한 슈퍼스타라고 할 수 있다. 연기파 배우처럼 다양한 이미지로 모든 세대의 기억에 남아 있는 체크무늬는 불멸의 유행 아이템이다.
영화 ‘엘리펀트 맨’의 감독인 데이비드 린치는 패션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다른 세계, 꿈의 세계 같은 곳으로 달려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체크무늬는 그 길의 곳곳에 서 있는 이정표, 또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한 슈퍼스타 정도가 될 것이다. 버버리가 최고의 명품이던 시절 체크무늬는 곧 신사의 나라 영국을 상징했다. 아직도 왕자와 여왕이 있고 전통을 지키는 나라, 백파이프를 부는 앤소니와 테리우스의 나라, 일 년 내내 비가 내린다는 신비로운 나라. 체크무늬 안감을 덧댄 버버리 코트를 입는 것은 그 품위와 세련됨을 입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전통과 품위를 상징하던 체크무늬는 1970년대의 앙팡 테리블 비비안 웨스트우드에 의해 전혀 다른 상징을 갖게 되었다. 히피의 무기력함을 지적하며 펑크의 시대를 외쳤던 그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영국의 전통적인 테일러링 기법과 체크 소재를 디자인에 적극 활용한다. 그의 태생적인 펑크 성향에 의해 전통적인 타탄, 글렌, 깅엄, 아가일, 하운즈투스 같은 체크무늬는 아방가르드하고 전위적인 아이템으로 변신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몸에 꼭 맞는 빨간색 타탄체크 바지(펑크록 뮤지션들의 유니폼!), 유니온 잭 그래피티 티셔츠와 체크무늬 스커트를 보면 전통과 관습을 조롱하던 황홀한 청춘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위시한 영국 디자이너들이 불온한 체크무늬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전까지만 해도 체크무늬는 전혀 다른 로망의 대상이었다. 바로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의 교복! 체크무늬 주름치마에 블라우스, 카디건, 재킷까지 갖춰 입고 통학 버스에 올라타는 친구들은 꼭 바비 인형 같았다. 물론 이 엘리트적인 유니폼에 대한 로망은 고등학교 3년 내내 엉덩이 부분이 반질반질해지도록 입은 체크무늬 교복 치마에서 끝이 났다. 그래도 체크무늬의 프레피 룩은 멋쟁이들 사이에서 언제나 흥행 성공이다.

(왼쪽) 오버사이즈의 깅엄체크 재킷과 시스루 소재의 롱 체크 드레스는 모두 랄프로렌 컬렉션 제품, 라이딩 부츠와 옐로 니트 머플러는 모두 에르메스 제품, 가죽 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작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장 폴 고티에는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더를 주제로 했다. 쇼 오프닝에서 붉은 타탄체크 코트를 입은 모델이 백파이프 소리에 맞춰 스코틀랜드 전통 춤(공중으로 펄쩍펄쩍 뛰면서 발을 앞뒤로 교차시키는 것이 마치 힘찬 수사슴 같았다)을 추며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 야생의 기운에 열광했다. 대자연과 모험을 꿈꾸는 이들에게 체크무늬는 은밀한 초대장이다. 디스퀘어드2 역시 체크무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로 유명한데, 그들에게 체크무늬는 고향 나라 캐나다의 겨울 숲과 사냥에 대한 추억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체크무늬에 대한 기억이 여러 세대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찰스 브론슨을 좋아하는 일흔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웨스턴 스타일의 체크무늬 셔츠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30~40대들은 김민기와 사이먼&가펑클을 흉내 내느라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통기타를 메고 다니던 시절을 기억한다. 손담비와 이효리의 체크무늬 셔츠를 구하려고 안달인 요즘 청춘들이 들으면 기겁하겠지만, 옛날에도 아이돌들은 체크무늬를 입었나 보다.

* 가문을 상징하는 체크
아브라함의 자손처럼 종류가 많기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체크무늬의 역사는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에서 시작되었다. 스코틀랜드 각 씨족의 용사들이 자신들의 혈통을 표시하기 위해 특정 체크무늬를 짜 넣은 모포를 둘렀던 것에서 유래한 것. 여러 색의 줄무늬가 서로 겹쳐지면서 만들어내는 타탄체크의 변화무쌍함은 종족과 계급을 표시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격자 문양은 점차 복잡한 배색과 구성으로 바뀌었고 그 가운데 특히 아름다운 1백70여 가지는 클래식한 패턴으로 지금껏 내려오고 있다.

* 브리티시 체크의 시대
체크 셔츠는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잘 어울리는 아이템. 유행에 팔랑거리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레깅스 대신 잘 재단된 팬츠를 고르는 것이 좋다. 이것이 훨씬 개성 있고 우아해 보인다. 헐렁한 배기팬츠라면 몸에 잘 맞고 가벼운 질감의 셔츠를 고른다. 셔츠를 팬츠 안에 넣어 입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길이가 긴 셔츠(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는 스타일보다는 일자로 떨어지는 것이 좋다)에 옷장에서 찾은 오래된 시가렛 팬츠를 입는다. 레이스업 발목 부츠를 신는 것이 프로포션도 정리되고 자신감도 상승시킨다.


(왼쪽) 블랙 니트 터틀넥은 이브생로랑 제품, 오버체크 프린트의 반소매 롱 드레스는 오은환 컬렉션 제품,
울 소재의 레이스 머플러와 장갑 세트는 캐롤리나 아마토 제품으로 각각 10만 원대. 캔버스 소재의 베이지 컬러 빅 백은 에르메스 제품.

(오른쪽) 체크무늬 코트는 메이즈 메이 제품, 타탄체크 프린트의 블라우스와 멀티컬러의 아이보리 원피스는 모두 오은환 컬렉션 제품, 꽈배기 문양의 오픈 핑거 장갑은 폴로진 제품으로 4만 8천 원, 브라운 가죽 부츠와 베이지 빅 백은 모두 에르메스 제품, 타탄체크 베레는 헬렌 카민스키 제품으로 24만 원.


British Check
블랙 니트 터틀넥은 제인 바이 제인송 제품으로 10만 원대, 숄 칼라 장식의 블랙 니트 카디건은 죠셉 바이 한 스타일 제품, 허리에 묶은 집업 카디건과 모자는 모두 폴로진 제품으로 각각 16만 8천 원, 5만 8천 원. 시스루 소재의 타탄체크 드레스와 블록체크 드레스는 모두 오은환 컬렉션 제품, 블루 포인트의 레이스 장갑은 캐롤리나 아마토 제품으로 10만 원대, 두건으로 연출한 멀티컬러 실크 스카프는 돌체앤가바나 제품.

촬영 장소인 현명농장은 배는 조금만 세게 만져도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첫 수확을 하루 앞두고 촬영 팀을 맞는 현명농장의 이윤현 대표와 그의 아내 이명자 소장의 얼굴에는 웃음만이 가득하다. 농장을 찾아 우리 농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자신들이 자식처럼 키운 배를 맛있게 먹어주는 이들이 있어 행복하단다. 3대째 가업으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이들 부부는 2002년부터 매해 4월에는 배꽃 축제를, 10월에는 음악회와 함께 배 따기 축제를 연다. 가족과 함께 색다른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또 시원하고 달콤한 배 맛을 느끼고 싶다면 현명농장을 직접 방문해보자. (본지 174쪽 기사 참조)


(왼쪽) 스트라이프 니트 터틀넥은 폴로진 제품으로 12만 8천 원, 깅엄체크의 배기 팬츠는 김동순 울티모 제품, 레드 포인트 레이스 장갑은 캐롤리나 아마토 제품으로 10만 원대, 핑크색 스티치 장식의 그린 숄더백은 란셀 제품, 브라운 가죽 모자와 네이비 컬러 장화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른쪽) 안에 입은 핑크 포인트 글렌체크 코트와 프린지 장식의 코트는 모두 닥스 숙녀 제품, 퍼플 컬러 가죽 장갑은 신장경 트랜스 모드 제품, 저지 소재의 그레이 팬츠는 오은환 제품, 플라워 프린트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왼쪽) 아이보리 컬러의 티베트 양털 소재 부츠는 샤넬 제품,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폼폼 장식 끈은 에르메스 제품, 화이트와 레드 컬러의 타탄체크 담요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른쪽) 블랙 니트 터틀넥은 이브생로랑 제품, 윈도페인 체크 프린트의 시스루 블라우스는 오은환 컬렉션 제품, 울 소재의 민소매 원피스와 아이보리 코트, 퍼 트리밍의 가죽 장갑과 담요는 모두 에르메스 제품,
크로셰 장식 모자는 캐롤리나 아마토 제품으로 10만 원대.

닮은 듯 서로 다른 체크의 종류
가로와 세로가 교차하며 만들어지는 체크 패턴은 종류가 다양하다. 스코틀랜드 민속의상에서 시작한 여러 색의 줄무늬가 직각으로 교차하는 타탄체크, 마름모에 타탄체크를 더한 아가일 체크, 개의 이빨 모양과 비슷한 하운즈투스 체크, 흰색과 한두 가지의 색만을 이용한 정사각형 패턴의 깅엄체크, 유리창 모양과 닮은 윈도페인 체크 등 그 종류만 수십 가지에 이르는 것.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체크로 올가을 풍요로운 브리티시 룩을 즐겨보자.


(왼쪽) 두건으로 연출한 근위병 재킷 프린트의 스카프는 에르메스 제품, 보라색 가죽 장갑은 신장경 트랜스 모드 제품, 블랙 스키니 팬츠는 김동순 울티모 제품, 다양한 소재가 믹스된 오버사이즈 체크 원피스 드레스는 오은환 컬렉션 제품.

(오른쪽) 플라워 장식의 멀티컬러 니트 카디건은 메이즈 메이 제품, 윈도페인 체크의 오픈 롱 스커트와 블랙 스키니 팬츠는 모두 김동순 울티모 제품, 레드 포인트의 레이스 장갑은 캐롤리나 아마토 제품으로 10만 원대, 울 소재의 스트라이프 머플러는 폴로진 제품으로 6만 8천 원, 타탄체크 베레는 헬렌 카민스키 제품으로 24만 원, 네이비 컬러 장화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번 시즌 체크는 복잡할수록 좋습니다. 체크무늬 팬츠에 체크 코트를 걸치고 스트라이프 머플러를 매치하는 식으로요. 체크 아이템으로 캐주얼한 베스트나 원피스를 선택한다면 올가을 스타일리시한 멋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패션 디자이너 오은환

(왼쪽) 벨벳 소재 원피스와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와인 컬러 카디건, 스웨이드 소재의 반소매 코트, 멀티컬러 스카프와 브라운 라이딩 부츠, 퍼 트리밍 장갑은 모두 에르메스 제품. 블랙 스키니 팬츠는 김동순 울티모 제품.

(오른쪽) 블랙 니트 터틀넥은 제인 바이 제인송 제품으로 10만 원, 골드 단추가 포인트인 네이비 재킷은 폴로진 제품으로 21만 8천 원, 오버사이즈의 깅엄체크 머플러는 닥스 숙녀 제품, 블랙 스키니 팬츠는 랄프로렌 컬렉션 제품, 브라운 컬러의 라이딩 부츠는 에르메스 제품, 레드 포인트의 레이스 장갑은 캐롤리나 아마토 제품으로 10만 원대, 두건으로 연출한 플라워 프린트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황진선(패션 칼럼니스트), 김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