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리포트 뷰티 크로스오버 시대 황우석 교수의 인간 줄기세포 이야기가 뉴스와 신문에서 사라진 요즈음,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에서 줄기세포, 성장 호르몬과 같은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새롭게 론칭하는 화장품의 소개 자료를 보고 있노라면 의과 대학생들이나 볼 법한 논문처럼 수많은 의학 용어가 나열되어 있다. 요사이 화장품깨나 안다 하는 여자들끼리 모여 있을 때 여전히 레티놀, 보톡스, AHA를 들먹이며 아는 척을 했다간 올드 패션으로 여겨지기 쉽다. 이제 화장품 트렌드는 코슈메디컬을 넘어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이르렀으니까. 2000년 의학 분업이 합법화되면서 피부과 의사들이 만든 화장품이 출시되었을 때도 ‘우와~’ 하는 탄성을 자아냈는데, 이젠 화장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생명공학 박사들이다. 젊어지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자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화장품 회사들의 노력이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여자들의 요구 속에 뷰티 환경은 숨가쁘게 변화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연주의 콘셉트의 진보, 의학과 미용학이 과감히 접목되는 뷰티 크로스오버이다. 유기농, 천연 원료로 대변되었던 자연주의가 2008년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여기저기 유기농 제품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가운데 ‘유기농’에 대해 일방적인 신뢰를 보내던 소비자들이 유기농의 기능과 효과에 대하여 냉철한 판단을 하기 시작함에 따라 ‘유기농’ 이라는 안전한 성분에 ‘기능’을 더하게 되었다.
이러한 컨버전스 트렌드는 디지털 분야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가 2050년 세계 2위의 부국에 올라선다는 골드만 삭스의 예측에 핵심적인 장점으로 반영된 분야이기도 하다. 이미 휴대폰 안에 보이스 리코더, 카메라, MP3, TV, 화상전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시도되고 있는 힘을 인정한 것. 화장품 분야도 이 같은 컨버전스 기술 도입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지난 달 일본 화장품 브랜드 미키모토가 선보인 ‘DD 서포트’ 역시 화장품과 영양학의 결합인 뷰티 컨버전스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특허 성분인 진주의 핵심 단백질 ‘펄 콘키올린’을 함유한 기능성 화장품으로 얼굴에 바르는 것이 아닌 먹는 화장품이다. DD 서포트 세트는 키위, 복숭아, 사과, 고구마, 대두 등 60여 가지의 과일?야채?해조류 농축액을 함유한 디톡스 식품과 다이어트로 깨지기 쉬운 신체 균형을 잡아주는 아시안 허브와 L-카르니틴 함유 식품의 두 가지 세트로 구성되었다. 두 개의 제품을 30일간 매일 복용하면서 식사량을 정상보다 약간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체내 독소가 제거됨은 물론 신진대사가 회복되어 몸이 가벼워지며 컨디션이 개선된다는 것. 이 두 가지 상품에 모두 펄 단백질과 펄 칼슘, 피부에 유익한 허브 추출액 등의 미용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올해 국내 화장품계에서 가장 큰 이슈라면 크리스찬 디올이 내놓은 이른바 ‘줄기세포 화장품’이라는 ‘캡춰 R60/80 XP’이다. 특히 줄기세포는 몇 해 전 황우석 박사 파동으로 사회적인 이슈를 불러일으켜 우리나라 웬만한 국민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이 제품이 론칭되자마자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크리스찬 디올은 화장품과 식물학의 결합을 성공시켰다. 피부 재생 과정에서 줄기세포의 역할을 입증하는 데에서 아주 중요한 발견을 이뤄냈다. 바로 피부에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놀라운 자가 치유 능력이 있다는 사실! 그 결과 디올 이노베이션 센터는 화장품에서의 혁명적인 접근을 시도한 링클 케어 라인을 개발해냈는데 이것이 바로 줄기세포를 활성화한 링클 케어 라인이다. 특히 크리스찬 디올의 남경희 과장은 “줄기세포는 생명의 근원이자 모든 세포의 기원입니다. 피부에서 성체 줄기세포 혹은 모세포는 피부 개선과 재생이라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디올 이노베이션 센터에서는 표피 기저의 피부 구조를 형성하는 세포의 수분 저장 능력을 입증했으며 이것이 부족할 경우 주름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라며 피부의 가장 소중한 세포는 줄기세포라고 밝혔다.
아이오페 역시 식물 수백 종의 줄기세포를 연구한 결과, 피부 줄기세포의 활성화에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내는 두 가지 성분인 아주가 렙탄스와 크리스트 마린을 발견, 아이오페 플랜트 스템셀 라인을 탄생시키게 되었다. 이는 피부 줄기세포의 성장과 재생을 활성화시켜 노화 방지에 강력한 효과를 준다는 것. 아이오페의 특허 식물인 아주가 렙탄스는 유라시아 지역에서 자라는 꿀풀과 식물로 성장 에너지와 영양이 풍부하며 이것의 줄기세포인 ‘스템폴리오TM’은 피부 내 영양 성분의 원활한 이동을 돕고 생기를 부여하며 전체적인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금껏 기능성 화장품에서 식물 성분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각 브랜드에서는 세계 구석구석의 희귀한 성분을 찾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잎이나 줄기 등 원료 자체에서 성분을 추출해내는 방법으로 일차원적인 방법이었다. 식물의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성분을 피부의 줄기세포에 침투시켜 세포 자체를 재생시켜주는 기술은 일차원적인 단계를 벗어난 혁신적인 신기술임에 틀림없다.
프랑스의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딸리까는 식물의 유효 성분을 담은 에센스가 피부 속 진피층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기구 화장품을 개발했다. 이번엔 디지털과 뷰티의 결합이다.
이러한 수많은 솔루션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고객들은 결국 그만큼 젊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밤낮으로 에센스와 영양크림을 두껍게 바르고 피부가 좋아지길 바랐던 우리에게 에센스 한 병을 담았다는 마스크 한 장의 효과는 얼마나 신선했었나. 게다가 물로 닦아내지 않고 붙였다 떼어내기만 하면 되니 그 간편함에 감탄하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이 되버렸다. 아는 만큼 예뻐지는 시대, 이제 신문을 읽듯 새로나온 화장품을 꼼꼼히 살펴볼지어다. 그렇다면 이다음의 뷰티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여자들의 요구 속에 뷰티 환경은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연주의. 콘셉트의 진보, 식물학과 미용학이 과감히 접목되는 뷰티 크로스오버이다.”
- 성분, 기술력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다 아는 만큼 예뻐지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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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학이 요리와 만나 분자 요리가 탄생하고, 러닝슈즈에 아이팟이 내장되는 패션과 디지털의 만남. 바야흐로 컨버전스의 시대이다. 우리의 아름다움과 젊음을 위한 화장품도 예외일 수 없다. 노화를 미루기 위해 식물의 줄기세포 연구가 도입되었고, 피부 정화를 위해 발효 과학이 접목되고 있다. 아는 만큼 더 예뻐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