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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 오션뷰 패밀리룸! 일상을 휴가처럼
가족과 펜션에 놀러 갔을 때 동생과 서로 다락방을 차지하려고 심술부렸던 기억,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천장이 낮아 더욱 아늑한 다락방은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비밀 통나무집처럼 느껴지고, 창밖으로 마주 보이는 숲이나 바다 풍경은 유난히도 어린 마음을 사로잡았다. 휴가지에서의 이런 특별한 추억이 일상이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해운대 마린시티에 이어 새롭게 뜨고 있는 명지 국제 신도시의 아파트 꼭대기 층으로 이사한 성영주ㆍ이윤경 부부와 지호ㆍ우빈 남매는 독특한 다락방을 그들만의 아지트로 꾸몄다.

면과 면이 비스듬하게 만나는 다면각의 천장에 블루와 민트 컬러로 포인트를 준 다락방 겸 패밀리룸. 윤경 씨와 남매가 모여 있는 오른쪽 공간은 소파와 TV를 놓아 거실 역할을 한다. 

열 살 지호와 네 살 우빈이가 집에 오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공간은 2층 다락방이다. 창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고 책과 장난감, TV 등 남매가 좋아하는 것들로 빼곡히 채웠기 때문이다. 날마다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을 만큼 아이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는 다락방은 어린 시절에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부부의 선물이었다.



따로 또 함께하는 패밀리룸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이 테이블 위를 화사하게 비추도록 창가에 다이닝룸을 꾸몄다. 
“전에는 사하구의 신축 아파트에 살았어요. 이사할 집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한 블로그에서 아파트 꼭대기 층을 촬영한 동영상을 봤는데 일반 아파트치곤 다락방이 넓고 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알고 보니 명지 신도시에 새로 지은 아파트더군요. 학교와 상가, 아파트를 동시에 짓는 단계라 불편한 점도 있지만 아이들을 위해 이사하기로 결심했어요. 호기심 많은 지호와 한창 뛰놀 나이인 우빈이가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다락방이야 부산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이 집의 다락방은 유독 가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계단을 따라 빙글빙글 올라가면 독특한 형태의 다락방이 한눈에 펼쳐진다. 가로로 길게 낸 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고, 반대편에 마주 보는 창이 있어 개방감을 강조한 앞쪽 공간은 거실 겸 다이닝룸으로, 창을 하나만 내 강렬한 햇빛을 차단한 뒤쪽 공간은 놀이방으로 꾸몄다.

아이들이 앉아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정리 정돈할 수 있도록 일렬로 나란히 배치한 수납장. 
패밀리룸은 아이들뿐 아니라 부부에게도 애착이 가는 공간 1순위. 아이들이 한바탕 왁자지껄 놀고 난 뒤 조용해진 다락방은 그때부터 남편 영주 씨의 서재이자 아내 윤경 씨의 라운지가 된다. 주말이면 다 함께 모여 여가를 보내니 그야말로 패밀리룸! 홈 드레싱을 담당한 로로홈 유내숙 대표는 온 가족이 따로 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나의 공간에 다양한 기능을 부여했다. “일반적으로 인테리어할 때 집주인의 요구 사항이 많아요. 그것을 최우선으로 배려해야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콘셉트가 흐려지지요. 윤경 씨는 특히 다락방에 관한 한 저에게 전적으로 맡겨주었어요. 공간은 의도적으로 나눈 겁니다.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집중하는 공간과 자연스럽게 활동하는 공간으로 분리했지요.”

천장의 경사면은 채도를 달리한 블루&민트 컬러 페인트를 칠해 빛과 그림자로 꾸민 공간처럼 연출했다. 부산에서는 요즘 들어 벽지 위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 유행인데, 바다와 맞닿아 있는 지역 특성상 습도가 높아 기존 페인트는 벽에 칠하면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갈라졌기 때문이다. 흡착력이 뛰어난 수입 페인트가 유통되면서 이제야 유행이 되었다.


부산 홈 드레싱의 치트 키, 패브릭과 벽지

1 패밀리룸을 꾸민 대신 1층 거실은 온전히 부부를 위한, 부부의 취향으로 꾸몄다. 원목을 전면에 내세운 수납장과 커피 테이블은 기존 가구의 톤에 맞춰 새롭게 장만했다. 2 가벽을 활용해 공부방과 침실을 동시에 꾸민 지호 방. 침실은 피치 톤으로 꾸민 반면, 공부방 쪽은 그레이 컬러를 활용해 중성적 무드를 더했다. 3 상대적으로 시선이 분산되는 주방&다이닝룸에는 직접 제작한 조명등을 설치해 포인트를 주었다. 4 부부 침실은 원목 가구와 쿨 그레이 계열의 커튼, 침구, 벽지로 내추럴하게 완성했다. 
건축이나 인테리어를 면밀히 살펴보면 그 지역의 특수성을 발견하게 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항구가 있는 부산은 예로부터 앤티크 가구와 빈티지 가구, 원목 가구가 활발히 거래된 반면, 데커레이션은 취약한 편이다. 무엇보다 소품을 구입할 만한 곳도 마땅히 없다. 대신 부산에서는 대부분 벽지나 커튼으로 집을 꾸미는 편인데 윤경 씨의 집도 마찬가지다(생각해보면 천혜의 매력을 갖춘 바다가 창 너머로 펼쳐지는데 이를 잘 살리는 것이 최고의 인테리어가 아닐까 싶다). 집주인이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를 가져오면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더 많은 법. 유 대표는 부부가 예전에 사용하던 가구와 무드를 통일하기 위해 우드코의 내추럴한 원목 가구를 골라 새 가구와 기존 가구를 조화롭게 배치하는 데 공을 들였다. 벽지와 패브릭은 블루에 가까운 쿨 그레이 톤을 선택해 창 너머의 바다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했다. 쿨 그레이 톤은 콘셉트가 다른 공간을 하나로 묶어주는 요소이자 데코 장치. 특히 벽지는 멀리서 보면 똑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패턴과 색감이 미묘하게 달라지며 공간을 풍성하게 꾸며줌을 알 수 있다.

1 우빈이의 침대는 헤드보드 대신 집 모양으로 그래픽적 효과를 내고 여우 헌팅 트로피를 걸었다. 2 가구가 없던 우빈이를 위해 가구와 수납공간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평상형 침대를 제작하고, 벽에는 파이프에 지지해 원목 선반을 설치했다. 
“집에서 벽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손님은 쓱 한번 보고 지나칠 뿐이지만 집주인은 이곳에서 몇 년이고 살아야 하니까요. 벽을 통해 단순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고 싶었죠. 그래서 벽지 하나, 페인트 컬러 하나 고를 때도 시간이 남들보다 배가 걸려요. 특히 벽지는 매직아이 하듯 바짝 들여다봐서 업체 사장님께 혼난 적도 있어요. 별거 아닌데 유난 떤다고요. 상업 공간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소릴 자주 듣지만, 상업 공간이 아닌 주거 공간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거예요.” 식탁 위 조명등과 서울에서 공수한 데커레이션 소품은 원목 가구와 잘 어울리면서도 휴양지에 온 듯한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부 침실이나 거실, 아이 방, 다락방까지 집 안 어디에 있어도 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집.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는 물음에 윤경 씨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야기를 꺼냈다. “하나를 콕 집어 말하기는 정말 어렵네요. 아이들이 다락방에서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해요. 하지만 그 이상의 감동적인 순간도 많아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해가 바다 위를 아름답게 비출 때, 늦은 밤 창 너머로 근사한 야경이 보일 때 등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집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게 느껴질 때 가장 흐뭇합니다.”



디자인 및 시공 로로홈(www.loroh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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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새미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