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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타운걸 강희재 대표 #유쾌한 #희재씨의 #집들이 Home, Sweet Home
옷만 잘 아는 게 아니라 공간으로 자신의 취향을 확장한 크리에이터. 온라인 쇼핑몰 업타운걸 강희재 대표는 인스타그램에서 ‘heejaeholic’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며 약 13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다. 매일 사진이 피드될 때마다 궁금하던 그곳, #희재의스위트홈을 찾았다. 네모 프레임 밖의 리얼 라이프는 기대 이상으로 생생하고 아름다웠다.

강희재 대표가 9년간 살던 한남동 빌라를 레노베이션했다. 현관에서 집으로 들어서는 정면 동선을 막아 작은 방으로 진입로를 내 꾸민 로비 공간이 이 집의 백미! 로비는 SNS에 올리는 ‘oodt’ 옷차림 사진을 찍는 공간으로, 신발장을 거울로 마감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볼 체어에 앉아 책 읽기 좋은 테라스는 격자 프레임 창을 시공하고 단열 필름을 붙여 추위와 더위에 대비했다.

로비에서 바라본 현관과 거실 복도. 베어브릭과 네온사인 설치 작품이 어우러져 위트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고백하건대, 잡지를 만들면서 ‘리얼리티’를 담는 일은 쉽지 않다. 아직 새순이 돋은 정도인데 완연한 봄을 맞은 듯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고, 인위적으로 꾸미거나 만든 비주얼은 상투적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진은 현실을 쉽게 왜곡할 수 있는 도구. 앵글과 프레임에 따라 얼마든지 의도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 간혹 잡지에 나온 공간을 실제로 가봤는데 실망했다는 얘기를 듣고 뜨끔할 때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현상이 부쩍 줄었다. 앵글 안에 들어오는 모든 물건의 자리를 손보고 쓸고 닦지 않더라도, 프레임 밖의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충분히 스타일리시한 공간이 많다. 아니, 오히려 사진으로 취향의 감도를 다 담아낼 수 없을 정도다. 진정성 있는 리빙 콘텐츠를 지닌 사람이 많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돈 많이 들여서 고급스러운 집 말고 취향대로 천천히 완성한 집. 업타운걸 강희재 대표 집도 그러했다.

업타운걸은 2004년 오픈한 온라인 쇼핑몰이다. 이른바 온라인 패션 쇼핑몰 1세대라 불리며 날개 돋친 듯 옷을 팔았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릴 때마다 “그 옷 어디서 샀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다가 ‘내가 팔아볼까’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패션 피플, 트렌드세터라는 수식어가 자동으로 따라왔다. 그는 SNS 스타이기도 하다. 싸이월드 시절부터 10년 넘은 SNS의 화석 같은 존재라 고정 팔로어가 많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heejaeholic)을 들여다보면 소위 말하는 ‘ootd(outfit of the day, 오늘의 착장)’ 외에도 요리, 꽃꽂이, 인테리어에 대한 안목까지 다양한 정보를 망라한다. 인테리어 기자도 지나칠 수 없는 매력적 피드에는 하나같이 ‘Home, Sweet Home’이라는 장소 태그가 걸려 있다. 그의 ‘행복이 가득한 집’이 궁금했다.

‘홈 스위트 홈’, 행복이 가득한 집이네요. 그럼 집 얘기부터 해볼까요? 이사한 줄 알았는데, 살던 집을 레노베이션했다면서요?
이 집이 살아보니까 참 좋아요. 햇볕도 잘 들고, 양쪽에 테라스가 있어 바람도 잘 통하고요. 다만, 10년 가까이 살다 보니 인테리어에 변화가 필요했어요. 처음 이사 올 때는 북유럽 스타일로 꾸몄거든요. 박공지붕에 에그 체어, 에로 아르니오의 볼 체어, 판텔라 조명등, 장 프루베 체어 등 아이코닉한 디자인 가구를 매치했죠. 생각해보면 너무 완벽한 정답이었던 것 같아요. 다시 레노베이션을 하면 어떤 한 가지 스타일로 국한하지 말고 의외의 재미를 주고 싶었죠. 살고 있던 집이니까 장점이 뭐고 단점이 뭔지 제가 가장 잘 알잖아요. 인테리어도 직접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패했어요.(웃음) 인테리어를 직접 하면 비용과 시간이 두 배 더 든다는 말이 딱 맞더라고요. 9개월이나 걸려서 이삿짐 센터에 보관한 가구도 손상됐고요.

집을 짓는 것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직접 인테리어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나만 아는 디테일을 작업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요! 페인트를 무려 일곱 번 칠하고 욕실 타일도 세 번이나 뜯었어요.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집은 전체적으로 갤러리 콘셉트로 거실은 리빙 디바니의 모듈 소파와 작품이 어우러져 편안한 라운지 무드를 완성했다. 정면 작품은 스페인 작가 미겔 앙헬의 ‘EI Parque’. 왼쪽은 최근 지갤러리g.gallery에서 개인전을 연 마이클 스코긴스의 작품이다.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는 라페트.

거실에서 복도를 지나 왼편으로 침실과 드레스룸이 자리한다. 레노베이션한 후 작품 위치를 바꿔 달았다. 정면 작품은 박미나 작가의 ‘Various Drawings’.

조리하는 주방이 보이지 않도록 다용도실을 주방으로 바꾸고 원래 주방이던 공간엔 아일랜드를 세로로 배치했다. 오렌지색 주방 가구가 화이트 일색 공간에 포인트가 된다. 주방 가구는 한샘 키친바흐.

볕 좋고 바람 잘 통하는 집! 거실에서 주방까지 일자로 연결되는 오픈 구조로 이광호 작가의 스툴과 오렌지색 주방 가구, 이진한 작가의 페인팅 작품이 상큼한 포인트가 된다. 보통 아파트나 빌라는 천장이 높지 않기 때문에 큰 작품을 걸기 조금 부담스러운데, 이 집은 꼭대기 층이라 천장을 지붕 라인까지 확장할 수 있어 큰 작품을 걸어도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반무광 페인트로 도장한 벽은 빛을 반사해 공간이 환해지고, 무광으로 도장한 천장은 빛을 흡수해 공간에 안정감과 깊이를 더한다. 커튼은 유앤어스 제작.

어떤 인테리어를 원했는데요?
집을 고칠 때 취향이 변할 것까지 고려하는 편이에요. 마치 엄마가 아기 옷을 살 때 조금 큰 것을 사는 것처럼요. 디자인보다 소재를 먼저 따지는데, 이왕이면 시간이 흘렀을 때 멋스러운 걸 선호하죠. 좋은 가죽으로 만든 소파, 옹이가 있는 나무 바닥재처럼요. 식탁은 천연 대리석에 코팅도 하지 않은 제품이라 물이 다 스며들어요. 처음에는 수건 들고 다니며 닦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제는 스크래치가 생기면 생기는 대로, 물이 들면 드는 대로 그냥 두려고요.

아이보리색 가죽 소파를 선택하다니 용기가 대단해요! 테이블은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한 무드를 자아내고요.
9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레노베이션을 하면서도 중요한 건 다양한 미술 작품이 어울리는 공간이었어요. 미술품의 조형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가구에서 완급 조절이 필요했죠. 리빙 디바니의 가죽 소파와 디에디트에서 구입한 데이비드 치퍼필드 테이블 모두 튀지 않으면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제품이에요. 미술 작품과 달리 가구는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에요. 가구의 효용 가치가 떨어지면 그 가구가 놓인 공간까지 쓸모없어지니까요.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지 못하면 제작할 때도 있어요. 번거롭긴 해도 필요에 딱 맞는 구성과 사이즈를 얻을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높지요.

욕실 수납장은 정말 탐나는 아이템이에요.
인테리어를 마무리하신 추실장님이 제작해주셨어요. 집에서 뷰티 촬영을 많이 하니까 욕실 수납장은 예뻤으면 했는데, 거울과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어떤 각도로 찍어도 아름다워요. 또 레고 좋아하는 걸 알고 욕실 천장을 아예 레고 판으로 마감했어요. 비전문가다 보니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로 표현하기 힘들잖아요. 벽은 하얗지만 갤러리처럼 차갑지는 않고, 또 밋밋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고 무려 네 가지 화이트 페인트로 도장하셨죠.

빛에 따라 공간이 한결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벽은 달걀 껍질정도의 광이 나는 페인트를 선택했어요. 바닥 몰딩과 문짝 등은 손이 많이 닿는 곳이니 오염이 덜한 유광으로 고르고, 천장은 무광 페인트로 칠했죠. 페인트칠하는 분들은 다 똑같은 색인데, 왜 이렇게 나눠 칠하느냐고 불평도 많았죠(페인트가 다르면 칠할 때마다 보강 작업을 해야한다). 하지만 분명 그 미세한 차이 때문에 공간의 감도가 달라져요. 디테일의 끝판왕은 욕실 타일이에요! 타일의 3분의 1 지점씩 맞물리게 붙여 한결 입체적으로 느껴지거든요. 레고 천장은 캔버스라고 보면 돼요.

한번 인테리어를 하면 변화를 주기 쉽지 않은데, 이런 캔버스가 있으니 기분 전환하기 좋겠네요.
집 전체가 캔버스라고 할 수 있죠! 현관부터 복도, 침실, 거실 등 온통 화이트라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 그림을 걸 수 있어요. 그림에 방해되지 않도록 매립형 조명등을 설치했고요.

슬라이딩으로 열리는 욕실 수납장과 세면대는 맞춤 제작했다. 날렵한 에지가 살아 있는 세면 볼은 스틸 소재 제품으로 홍콩에서 공수해 직접 들고 온 것. 맞춤 제작하니 일반적이지 않은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어 좋다.

무어만 침대와 책장 사이에 USM 수납장으로 침대 헤드보드 겸 파티션을 만들었다. 침대 뒤편을 간이 서재로 활용한다. 무어만은 인엔, USM은 스페이스 로직에서 구입.

레고 판으로 천장을 마감하고 바닥에 타일로 캐릭터를 형상화한 욕실. 타일을 3분의 1 지점씩 맞물리게 붙여 한결 입체적이다.

레노베이션 후에는 더더욱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강희재 대표. 공간에 대한 이해는 물론 가구 셀렉션, 작품 매치까지 집 안 곳곳에서 잘 다져진 그의 안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자는 더맨션에서 구입. 헤어&메이크업은 우현증 메르시(02-546-7740).

집을 찬찬히 둘러보면 곳곳에 걸린 다양한 그림에 놀라게 된다. 유명 작가의 작품도 상당하지만 가능성 있는 신진 작가의 작품도 여러 점이다. 이진한 작가를 비롯해 장형선, 박미나 등 한국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도 눈에 띈다. 회화, 판화, 설치미술, 일러스트레이션 등 장르와 스타일을 불문하고 그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한가지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야 한다는 것. 침실에 걸려 있는, 마치 아이가 낙서한 것 같은 작품은 베네수엘라 작가 스타르스키 브리네스의 ‘I am Possed by Art’로 매일 아침 마주해도 질리지 않는다. 현관 앞 로비처럼 꾸민 화이트 큐브 공간에는 영국 작가 제임스 라일리의 ‘Hungry Ghost with Blue Shoes’를 걸었다(‘ootd’ 사진 속 강희재 대표 뒤에 유령처럼 등장하는 그 그림!). 깜박깜박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네온사인 작품과 어우러져 위트 있는 공간을 완성한다.

침실로 들어서는 복도에는 박미나 작가의 ‘Various Drawings’를, 거실로 들어서는 복도에는 이진한 작가의 ‘식물들의 사생활’이 걸려 있다. 백미는 가장 최근 컬렉팅한 마이클 스코긴스의 작품이다. 마치 어린아이 일기장이나 누군가의 고민이 담긴 낙서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낙서, 메모, 고민 등 일상의 얘기를 메모지 형태로 제작한 특수 종이에 드로잉한 작품으로, 보는 순간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강 대표가 선택한 메시지는 “Trust me. I know who my REAL friends are”. 요즘 그가 고민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겼단다. 그림을 볼 때마다 “스스로를 믿어” 라고 속삭이는 듯 위로가 되니 그게 바로 예술의 진정한 힘이 아닐는지.


패션을 넘어 인테리어, 가구, 작품까지…. 인테리어의 화룡점정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나요?
네! 아무리 인테리어를 잘한 집이라도 작품이 없으면 그야말로 살풍경이에요. 꼭 비싼 작품을 걸 필요는 없어요. 저도 그림 살 돈이 없었을 때는 마리메코 원단을 액자에 끼워 건 적도 있어요. 사무실에는 샤넬 리틀 블랙 재킷 화보집 이미지를 벽면 전체에 걸었는데, 공간이 한층 재밌어졌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하루에도 몇 개의 피드가 올라와 바쁜 행사 스케줄을 짐작할 수 있어요. SNS를 이용한 홍보 부탁도 많을 텐데, 거절하는 기술도 필요하겠군요.
물론 저는 SNS로 덕을 본 케이스지만, 진정성 문제에서 고민되는 부분도 많아요. 얼굴이 하나인데, 이 쿠션도 좋고 저 쿠션도 좋다고 할 수도 없고, 일상적 피드를 상업적으로 여기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또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냥 노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일 일 때가 많아요. 마치 일과 생활, 놀이와 일이 구분되지 않고 스물네 시간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지금은 좋은 친구가 된(!) 정신과 의사가 ‘일’과 ‘일상’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늘 조언해주었어요. SNS는 오프라인에서는 불가능하던 인간관계를 맺어주고,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죠.

하지만 한편으론 1만 명의 열 배가 넘는 사람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피드 하나를 올리는 데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맞아요. 지금 내가 올리는 피드를 보고 누군가는 대리 만족으로 즐거워하고, 누군가는 정보를 얻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뿌듯하지만 부담이 될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 프리츠 한센의 이케바나 꽃병은 조형미가 아름다워서 구입했는데, 초보자가 꽃을 쉽게 꽂기에는 이딸라 화병이 더 편한 게 사실이에요. 저를 믿고 구입했는데, 의견이 다를 수 있잖아요. 주방의 오렌지색 시스템 장과 아일랜드는 한샘 키친 바흐에서 주문 제작했는데, 저희 집에 시공한 뒤 이 제품이 생각보다 인기가 높아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거실에서 보면 오렌지색이 상큼한 포인트가 되죠.

창업한 지 13년이 됐지만, 지금도 직접 바잉을 하고, 의상 사진을 찍는 것까지 꼼꼼하게 체크한다면서요?
카피해서 똑같이 만드는 시기는 지났고, 또 큐레이션 잘하는 사람도 워낙 많아요. 비슷한 옷이 많은데, 왜 이 사이트에서 그 옷을 살까 생각하면 오너의 호감도가 중요한 역할을 해요. 그러니 제가 다 해야 직성이 풀리죠.(웃음) 저희 옷 입고 행사 다니고, 인스타그램 하는 것까지 제 일이에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드레스룸! 천장고를 높이고 다락방을 구성해 나선형 계단을 설치했다. 천장에 경사가 있어 기성 제품 대신 이케아 유닛에 맞춰 스탠드 봉을 제작하고, 이케아 선반과 서랍장을 구성했다. 원목 수납장은 비튼 디자인.

양쪽에 테라스가 있어 바람이 잘 통한다. 거실 옆 테라스에는 관수 시스템을 설치해 키친 가든으로 꾸밀 예정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추광후 씨(lacrima@me.com)는 직접 시공에 난항을 겪은 강희재 대표를 도와 마지막 디테일을 챙겼다.

천장 구석을 장식한 요르크 오베르그펠의 입체 작품도 눈에 띈다.

셀렉션을 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직접 디자인해볼까 싶은 욕구도 생길 것 같아요.
사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입시 미술이 맞지 않았어요. 일본으로 패션 유학을 가기 위해 일문과를 선택했고,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했죠. 요즘도 주얼리 작업을 놓지 않고 있지만 한편으론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가장 잘하는 건 결국 유통과 홍보니까요. 홍보력은 부족한데, 옷은 잘 만드는 신진 디자이너가 있다면 협업해서 컬렉션을 만들고, 적절한 비율로 수익을 나눠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제품이든, 인간 관계든 결국 진정성이 중요하잖아요. 집도 마찬가지예요. 이번 레노베이션을 하면서는 집을 멋지게 꾸미겠다는 일차원적 목적보다 성숙해지는 것, 깊어지는 것, 진짜가 되는 것을 생각해보게 됐달까요?

어떤 여행을 가도 하루만 지나면 집이 그립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늘 사진을 많이 찍히는데, 사실 사진에 보이는 화려함 이면의 공허감도 크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집의 피난처로서 기능이 더 중요했을 것 같고요.
진짜 그래요. 어떤 좋은 호텔에 가도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전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에요. 미팅도 집에서 하고, 친구들도 집으로 부르고, 포틀럭으로 음식을 준비해 나눠 먹으며 실컷 수다 떨다 파자마 차림으로 같이 드라마도 보고요. 침실에는 빔 프로젝터를 설치해 암막 커튼을 치면 그야말로 시네마 천국이 돼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영화를 보는데, 그 시간만큼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아요. 물론 주말에는 SNS도 휴업입니다!

예전에는 디자인이 예쁜 의자를 찾는 게 즐거웠다면, 요즘에는 그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바람을 느끼고 햇살을 맞는 순간이 더 즐겁다는 강희재 대표. 거실과 현관 양쪽으로 테라스가 있어 문을 조금 열어두면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는데, 그 산뜻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단다. 도시 한복판인데도 아침이면 시끄러울 정도로 새소리가 들리는데 그 또한 싫지 않다. 느지막이 잠자리에서 깬 주말, 이불 속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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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