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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원북> 저자 윤소연 인생을 바꾼 셀프 인테리어
윤소연 씨는 단지 소유가 아닌 ‘내 손’으로 직접 꾸민 ‘내 집’을 장만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조그마한 단칸방에서 33평 아파트를 얻기까지 걸린 시간은 12년. 결혼해 집을 구입하고 준비 기간 1백 일과 공사 기간 14일을 거쳐 비로소 그의 꿈이 이루어졌다. 그의 셀프 인테리어 도전기 <인테리어원북>에는 12년간의 고군분투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윤소연 씨가 직접 디자인을 결정하고 철거, 목공사, 도장과 마루, 타일 시공 등 일일이 전문가를 섭외해 완성한 집. 그는 셀프 인테리어를 할 때 가장 필요한 건 도전 정신과 집중력이라고 한다. 
<행복> 주거문화팀 기자인 나는 8년째 살고 있는 집을 직접 뜯어고치기로 결정했다. 벽지와 바닥재를 바꾸고 가구나 소품도 취향대로 골라 집을 완전히 새로 꾸며볼 생각이었다. 멋진 집을 취재하고 예쁜 화보를 만들어내는 게 직업인데, 막상 내 집을 내 손으로 꾸미려 하니 노를 잃은 사공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만 해도 수많은 셀프 인테리어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필요한 것만 쏙 뽑아주는 족집게 선생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던 차 정말 우연 아닌 필연처럼 <인테리어원북>을 만났다.

집이 달라지자 삶도 변했다는 윤소연・손창우 부부. 
저자 윤소연 씨의 직업은 방송국 PD, 부업은 명실상부한 셀프 인테리어 전문가다. 책을 출간하기 전까지 인테리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그는 책 표지에 쓰인 대로 학구파 블로거다. 시청률을 분석해야 하는 편성 PD이기에 무엇이든 파고들어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습관이라고 말했지만, 그와 마주 앉아 대화를 하다 보니 그저 공부로만 이뤄낸 결과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작은 방 하나도 예쁘게 꾸미려 했다는 그는 어쩌면 본래 타고난 탐미주의자였으며, 자신도 모르던 감각을 이제야 개발할 기회를 얻은 게 아니었을까.

베란다에 메인 다이닝 룸을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고른 헤이의 루프 스탠드 테이블. 
고시원에 가까운 하숙집에서 작은 싱글 침대 하나 놓고 생활하던 그는 언젠가 내 집을 사서 예쁘게 꾸미고 살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결혼 후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막상 집을 리모델링하려니 인테리어 비용이 어마어마했고 자신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도 막연했다. 그러던 중 남편과 떠난 코펜하겐의 어느 가정집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얻은 그 집은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생기 있는 컬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한국 아파트를 북유럽 가정집처럼 만들 수 있을까?’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셀프 인테리어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책이며 잡지며 여러 자료를 뒤져 꼼꼼히 스크랩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집을 고치는 과정을 기록해 나 같은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겠다!” 하고 시작한 것이 블로그다. 그래서 회사 다니느라 한동안 손 놓고 있던 ‘칼슘가득 소이밀크’ 블로그를 다시 열었고, 이후 블로그에 포스팅한 셀프 인테리어 과정을 알짜배기만 모아 펴낸 것이 <인테리어원북>이다.

서재는 1백만 원 예산으로 알차게 꾸몄다. 두닷에서 고른 예비크 시리즈 책상. 그 옆에는 인테리어 효과는 물론 수납도 가능한 타공판을 설치했다. 
<인테리어원북>은 셀프 인테리어를 준비하는 사람은 물론, 전문 업체에 인테리어를 맡기려고 생각한 사람의 마음까지 돌리게 할 만한 책이다. 2002년 대구에서 올라와 서울에 처음으로 독립해 살게 된 하숙집 방 이야기부터 지금의 집이 완성되어가는 14일간의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요즘 인기라는 북유럽 스타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다 똑같은 우리나라 아파트를 그렇게 만들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바꿔야 하는지 등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이상적인 사진 몇 장으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가구와 소품을 한 푼이라도 아껴서 구입하는 요령부터 실제로 함께 작업한 목수와 타일 시공자 인터뷰, 스케줄과 예산 배분까지 낱낱이 공개했다.

비슬리 서랍장과 노만 코펜하겐의 포켓 오거나이저 등 곳곳에 놓은 수납 가구와 소품이 눈에 띈다. 
이 책만 있으면 나도 33평 아파트를 코펜하겐의 어느 가정집처럼 꾸밀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직접 집을 고치고 책을 쓴 윤소연 씨는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견적이 7천만 원 나온 공사를 가구까지 포함해 3천만 원에 해결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인테리어업체에서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요구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인테리어 시공을 결코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는 뜻이다. 들이는 시간도 만만치 않고 작업하는 중간중간 조율하는 일도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준다. 게다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치밀하게 계획하고 그만큼 발품을 팔아야 비로소 꿈에 그리던 집을 얻을 수 있다.

예산에 맞춰 맞춤 제작 가구를 활용했다. 목공사를 할 때 만든 침실의 벽면형 선반. 
지난 4월에 첫 출간한 <인테리어원북>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 20위에 올라 얼마 전에는 5쇄를 출간했다. 셀프 인테리어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만큼 대단하고, 이 책이 그런 사람들에게 정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터뷰 내내 생글생글 웃으며 “타고난 센스가 없어 공부했을 뿐”이라 말하는 그는 책 출간 이후 셀프 인테리어 강의와 인터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 그동안 1백여 명이 다녀갔다는 그의 집은 ‘상암살롱’이란 명칭을 얻었다.

코펜하겐에서 본 심플한 침실을 갖고 싶다는 바람에서 헤드보드가 없는 침대를 선택했다. 국내에는 헤드보드가 없는 침대를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어 어렵게 인터넷으로 찾은 매트리스 지지대에 매트리스를 올렸다. 
기자로 일하며 사실 수많은 집을 취재했지만 사진으로 본 것과 달라 실망한 집도 많았기에 기대감을 조금 접고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그런데 실망감은커녕 윤소연 씨와 남편 손창우 씨의 생활 흔적이 감각적으로 묻어난 자연스러움에 더 좋은 인상이 남았다. 우리가 사는 집은 화보처럼 잘 세팅된 공간이 아니 걸 새삼 깨달으며 그녀가 쓴 책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집을 고치니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는 윤소연 씨. 그래서인지 <인테리어원북>을 그냥 셀프 인테리어 실용서라 정의하기엔 많이 아쉬운 느낌이다. 그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긴 문장 하나하나에서 뭔가 희망적인 메시지가 전해진다. 12년 만에 ‘내 집’을 ‘내 손’으로 만든 나처럼 당신도 할 수 있다는 희망.


이런 실수 하지 마세요
꼼꼼히 따지고 신중히 결정해 완성했지만, 그 또한 셀프 인테리어는 처음이기에 아쉬운 점이 있다.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하는 이에게 남기는 세 가지 조언.

1 인테리어 필름지 시공은 가까운 동네 업체에
몇 푼 아끼려다 낭패를 볼 수 있다. 생활하다 보면 필름지가 벗겨지는 일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A/S를 요구하려면, 10만~20만 원 정도 더 주더라도 가까운 곳에 맡기는 게 마음 편하다.
2 할 걸 그랬어, 걸레받이!
한국 아파트 환경에서 못난이 삼 형제 중 하나로 꼽은 걸레받이.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없애라고 한 걸레받이가 내심 아쉽다. 타일 바닥에 걸레받이는 어려울 줄 알아 제외했는데, 걸레받이가 있을 때 디테일이 더 살아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3 콘센트 위치를 파악하라
집을 완성하고 뒤늦게 거실 콘센트 위치가 소파보다 위쪽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게 두고 생활했는데, 계속 눈에 거슬려서 결국 혼자 끙끙거리며 소파 위치를 바꾸었다. 큰 공사가 필요한 일은 아니었지만 혹시 모르니 미리 콘센트 위치를 확인하고 가구를 배치하자.

상암살롱을 특별하게 만든 키 포인트 6
1 신의 한 수, 현관 중문
문짝이 두 개인 투 도어 디자인에 철조망 무늬의 망입 유리를 사용하고, 바닥 타일보다 묵직한 컬러 톤으로 칠했다. 중문 하나로 집이 감각적으로 변신한다.
2 북유럽 국민 선반, 스트링
식상하다고 생각해 위시 리스트에서 제외했지만 결국 이만한 수납 선반이 없다며 구입한 스트링 포켓. 크리미한 색상은 이 집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3 노출 천장과 간접조명등
형광등을 없앤 건 윤소연 씨가 가장 뿌듯해하는 것 중 하나다. 대신 노출 천장에 ‘시사시’라는 천장 구조물을 만들어 간접조명등을 설치했다. 아늑하면서 공간이 훨씬 넓어 보인다. 서브 조명으로 구비 플로어 조명등을 놓았다.
4 카페 같은 분위기, 폴딩 도어
베란다와 거실 사이에 있는 ‘날개벽’은 철거가 불가능해 아예 폴딩 도어를 설치했다. 일반 새시보다 디자인이 세련될뿐더러 겨울에는 문을 닫아 공간을 분리하고 봄과 여름에는 문을 열어 베란다를 거실처럼 사용한다.
5 맞춤 제작한 바 형태
식탁 주방 공간은 넓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해 바 형태의 2인용 주방 식탁을 만들었다. 칸막이에 크림색 타일을 붙이고 을지로 가구 거리에서 월넛과 스틸로 테이블을 제작했다. 칸막이 건너편에는 같은 소재로 맞춤 장을 짜 넣어 전자레인지와 각종 주방 도구를 보관한다.
6 북유럽 무드, 빈티지 데니시 AV장
거실 인테리어를 좌우하는 AV장은 북유럽 스타일의 원목 가구를 구입하려 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 그러던 차에 까사미아에서 발견한 80만 원대 AV장 ‘헬싱키’. 블로그에 올리고 문의를 가장 많이 받은 가구다.

셀프 인테리어 Q&A
셀프 인테리어에 관한 궁금증은 대부분 책 안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다. 3백6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내용을 요약해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북유럽 스타일은 정확히 무엇이었나?
그 전에는 알록달록하고 눈에 띄는 일러스트를 사용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북유럽 가정집에 가보니 절제된 컬러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진짜 그들의 인테리어였다. 그
래서 우리 집도 그레이를 기본으로 최대한 모노톤만 사용해 집에 들어왔을 때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
예쁜 게 너무 많았고 머릿 속에 모든 게 섞여 있어 문제였다. 파란색이 좋다가 오렌지색이 좋아지고, 어떤 때는 무인양품, 어떤 때는 이케아…. 가장 먼저 내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예쁘다고 생각한 집들을 쭉 모아 나름대로 분석해보았더니, 대부분 그레이 컬러를 베이스로 한 집이더라. 노출 천장이나 페인트칠도 그런 느낌을 어떻게 만들까 분석해 나름의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일과 인테리어 시공 관리를 병행하기 힘들었을 텐데.
아침 7시에 공사를 시작해서 출근 전에 점검하고 내가 출근하면 엄마가 오셔서 ‘작업 반장’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책에도 쓰여 있지만 공사하는 동안 목수 팀장님을 매우 귀찮게 했다. 밤늦게 메시지도 보내고 이것저것 계속 물어봤다.
시장 조사를 많이 했던데, 몇 곳 추천한다면?
주말마다 가구 매장이나 편집숍을 돌아다니는 게 취미였다. 그중에서 이노메싸, 두닷 블라스코, 카레 클린트 등을 추천한다. 소파, 의자, 테이블은 이노메싸에서 모두 구입했다. 웬만하면 큰 가구는 같은 브랜드나 매장에서 구입하는 게 좋다. 이것저것 섞으면 스타일이나 톤을 맞추기 어렵다. 전문가가 하기도 어려운 걸 아마추어가 어떻게 하겠는가.
가구나 소품을 구입할 때 구체적으로 팁을 준다면?
시간이 더 있었으면 을지로 가구 거리에 자주 갔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거기선 원하는 디자인의 가구를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다. 직구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센터(www.
scandinaviandesigncenter.com)를 이용했는데, 펌 리빙 쿠션, 무토 양념통, 디자인 레터스 컵 등을 구입했다. 배송이 조금 오래 걸리지만 결제한 후 잊고 있으면 언젠가 도착한다.(웃음) 가구도 직구를 알아봤는데 배송비와 관세를 따지면 국내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소품은 직구가 괜찮지만 가구는 조립해야 하니 매장에서 사는 게 훨씬 낫다.
공사를 하지 않고 인테리어 효과를 줄 방법이 있다면?
한두 개 바꿔서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렵지만, 그래도 가격 대비 변화를 많이 줄 수 있는 건 패브릭이다.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바꿀 수 있어 옷을 사는 것처럼 많이 시도했다.
집을 완성하고 가장 만족하는 점은?
페인트와 타일은 매우 잘한 거 같다. 또 형광등을 없애고 LED 조명등과 간접조명등을 단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 이런 요소는 걱정한 것보다 불편하지 않아 만족하며 살고 있다.

서점에 널리고 널린 게 셀프 인테리어 책이라 해도 이만큼 내용이 알찬 실용서는 찾기 어렵다. 물론 인터넷에 검색하면 해결되겠지만, 일일이 찾아서 즐겨찾기에 저장하고 다시 꺼내보는 게 생각보다 귀찮은 일. <인테리어원북>은 철거, 목공사, 도장, 마루 등 기초 공사부터 가구 구입까지 필요한 정보가 모두 들어 있다. 인테리어 기자가 봐도 놀랄 만한 저자의 집요함과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실제로 셀프 인테리어를 하려는 지인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책. 디자인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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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서 기자 | 사진 이우경,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