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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리유니온 하우스 가족이 다시 만나는 집
가령 서울에 집이 두 채 있다고 해서 두 번째 집을 세컨드 하우스라 부르지 않는 것은 세컨드 하우스가 단순한 주말 주택을 넘어 ‘삶의 질’과 관련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컨드 하우스에 꾸준히 관심을 두는 덕에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축가 임형남ㆍ노은주 부부가 설계한 여주 주택은 세컨드 하우스에 ‘가족애(愛)’를 보태어 3대가 만나는 ‘리유니온 하우스’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더라.

대청 앞으로 낸 마루에 앉아도 비바람이나 햇볕에 노출되지 않도록 차양 형태의 처마를 지었다. 처마 모양은 창덕궁에 있는 연경당 선향재의 것을 차용했다.   

이 집을 어떻게 지었느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마음이 일치해서 지었다”고 대답한 건축주 송현송, 하승ㆍ하진 가족이 건축가 임형남ㆍ노은주 부부를 처음 만난 건 책 <작은 집 큰 생각>을 통해서였다. 작은 집을 소재로 한 이야기와 부부가 설계한 금산 주택을 보며, 으리으리하지는 않아도 자연 속에 집을 짓고 사는 소박한 삶을 꿈꾼것이다.

“부모님은 전주에, 저와 동생네 가족은 서울 근교에 흩어져 살다 보니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남양주에 아파트 한 채를 얻어 세 가족이 모이곤 했는데, 아파트라는 공간적인 제약 때문인지 별장이나 휴식 개념과는 느낌이 달랐어요. 그러다 남한강이 바라다보이는 이곳 부지를 접했고, 건축가와 마음을 모아 소박하지만 가족이 둘러앉을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을 실현하게 되었지요.”

세 가족의 집을 한 채에

집을 지은 땅은 보전관리지역이기 때문에 대지가 264㎡(80평)이지만 건폐율이 20%로 한 층을 52㎡(16평) 이상 지을 수 없는 법적 제약이 있다. 물론 여러 층을 올려 면적을 넓게 확보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건축주는 필요 이상의 공간을 만드는 대신 작지만 알찬 집을 원했다. 공간이 좁으면 동선이 짧아야 한다고 말하는 임형남 소장은 “이 집의 모티프가 된 것은 병산서원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금산 주택입니다. 금산 주택처럼 기본 구조를 ‘ㅡ’자 형태로 짓되,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과 집의 목적에 맞게 공간을 분할했지요. 간결하면서도 자연과 잘 어울리는 주택이라는 점에서 두 집은 많이 닮았지만 집을 구성하는 요소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라며 이 집의 기본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1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왼편에 있는 작은 방. 마루와 통하는 넓은 창을 내 바람과 햇살이 집 안 깊숙이 잘 들도록 했다. 
2 긴 일자 형태의 1층 양 끝에는 작은 방과 함께 화장실, 부엌을 배치했다. 좁은 공간이지만 수납장과 조리대, 작업대까지 갖추었다.  

임형남ㆍ노은주 소장은 설계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 집이 세 가족이 모이는 ‘리유니온reunion 하우스’라는 점에 집중했다. 세컨드 하우스의 일종인 리유니온 하우스는 명절이나 휴가 때 가족이 모이는 공간을 일컫는 말. 일반 주택에 비해 집을 비우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지어야 하며, 가구를 최소화하고 수납공간을 대폭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평소에는 한 가족이 살 수 있는 한 채의 집이면서, 온 가족이 모일 때에는 세 채로 분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형태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3 집 안에서 바라본 대청마루. 왼쪽 방에 놓인 병풍은 아버지가 45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친 해에 동료에게 받은 선물로, 노년의 아름다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4 수납공간이 부족하지 않도록 대청마루 아래에 비밀 공간을 만들었다. 

임 소장은 기본 모듈을 3.3m로 한정하고 가운데 대청을 중심으로 양옆에 각각 방, 부엌, 화장실을 하나씩 두었다. 왼편에는 6평 정도 되는 방을 2 층으로 올리고, 반대편에는 건축법상 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다락방을 만들었다. 또 가운데 대청은 넓게 마루를 냈는데, 비와 햇빛을 막을 수 있도록 처마를 지어 올렸다. 특히 처마는 창덕궁 후원, 단청을 하지 않은 건물로 유명한 연경단의 서재인 선향재에 달린 도르래식 차양 형태를 차용했다. 그리고 목수가 꿈이던 건축주가 집을 지으려고 10년 전에 사둔 15년 된 느티나무 목재로 대청마루를 깔았다. 여기에 아버지가 손수 은행나무, 느티나무 밑동을 잘라 만든 스툴을 배치했더니 자연의 멋을 담은 멋스러운 집이 완성되었다. 

건축주와 건축가 모두 만족한 집
1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오른편에 있는 작은 방으로, 계단을 오르면 창고로 사용하는 다락방에 다다른다. 
2 야외에 마련한 샤워실은 하승・하진이의 올여름 단골 장소. 
3 2층과 이어지는 베란다. 
4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벽 한 면을 선반으로 제작해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임 소장은 저서에서 건축주와 건축가가 마음을 합하여 집 짓는 일은 ‘행복한 만남’이라 표현했다. 집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니 행복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집을 만나 행복한 것은 어른뿐만이 아니다. 한창 뛰어놀 열두 살과 열 살 하승ㆍ하진 형제도 이 집에만 오면 신이 난다고 했다. 뒷마당 덱에서 아무리 공차기를 해도 아랫집에서 찾아와 항의할 일이 없는 데다 그토록 원하던 풍산개 하랑이도 키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휴일이면 친척들과 모여 두런두런 얘기하며 겨울에는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고, 여름에는 대청마루에 앉아 수박을 먹다가 야외 샤워장에서 시원하게 씻을 수도 있다. 아이들만큼이나 부모님의 만족도도 높다.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적적해하던 부모님은 마당과 텃밭이 있는 이 집을 짓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나무도 심고 채소도 가꾸느라 여념이 없다. 

5 건축주가 바라는 대로 멀리서 보면 2층에 정자를 올린 듯한 형상이다. 
6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에도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한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7 부모님과 아이들이 가꾸는 텃밭. 꽃과 나무마다 날짜와 이름, 함께 심은 손주 이름을 새겨 놓았다.

“바로 집 앞에 남한강이 있어 마음이 탁 트여요. 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 타러 가기에도 좋지요. 가끔 이곳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날이면 새벽녘 물안개를 뚫는 느낌, 새벽 3시쯤이면 2층 창문으로 쏟아져 내리는 달빛과 별빛이 너무 좋아 세컨드 하우스로만 남겨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해요.” 집만 바라보면 마음이 든든하다는 건축주는 은퇴한 후에는 이 집에서 자연을 벗 삼아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서울과 여주가 별로 멀지 않은 탓에 요즘은 연습 삼아 아예 내려와서 지내기도 한다. 온몸으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주변 환경과 가족이 모여 앉아 편안함과 위안을 얻는 곳. 힐링 하우스란 이런 집을 이르는 말이다. 

건축가 임형남ㆍ노은주 부부는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부터 가온건축(02-512-6313)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1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간디자인 대상을, 2012년에는 한국건축가협회에서 아천상을 받았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작은 집 큰 생각><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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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지연 기자 | 사진 이우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