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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취향이 살아 있는 머물 곳
제주에 가면 어디에 머물까? 항공권을 구매하기 전부터 골몰하는 이유는 머무는 곳에 따라 여행의 즐거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한 사람들의 남다른 취향이 묻어난 숙소를 소개한다. 다정한 사람, 이야기, 쉼이 있는 일곱 개 공간.

비우고 채우는 마음
제주 스테이 비우다



제주의 감귤 창고에서 모티프를 얻은 박공 지붕과 따뜻한 기운의 호두나무로 꾸민 객실이 인상적이다. 숙면을 위해 모든 객실에 템퍼 침구와 광목 시트를 두었다.


제주 스테이 비우다의 가장 특별한 공간인 야외 욕조. 제주의 별빛과 달빛을 즐기는 남다른 방법이다.


정면에서 바라본 제주 스테이 비우다의 전경. 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는 열 개의 객실은 2천2백여 평의 귤밭에 둘러싸여 있다.

작은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는 구불구불한 돌담 길은 어느 집도 보이지 않고 한적하다. 오가는 사람들의 소리보다 하늘을 가르는 새의 울음소리가 훨씬 크게 들리고, 건물 앞에 펼쳐진 자연 정원에서는 다듬지 않은 제주의 민낯과 마주하는 곳. ‘제주스테이 비우다’는 비우고 채우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권지민 대표의 바람을 담은 곳이다. “도시에서의 일상은 대부분 자연이 부재한 부조리한 삶입니다. 제주에 있는 시간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짜 비우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데, 그럴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지형을 최대한 살려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한국 전통음악을 전공하고 공연 예술 기획을 해온 그는 해외에서 손님이 왔을 때 그들이 제대로 머물 곳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고, 그 마음이 건물을 짓는 데까지 이어진 것.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과 아카시아 우수 건축상 금상을 수상한 건축가 방철린이 설계를 맡았다. 권지민 대표는 그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무위자연의 철학을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열 개의 객실 중 어느 하나 동일한 디자인이 없다. 제각각 조금씩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 닮은 듯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가장 독특한 공간은 노천 욕실이다. 제주의 별빛과 달빛 아래서 욕조에 몸을 담그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또한 이곳은 다양한 문화 예술가가 참여해 꾸몄다. ‘우리, 품은, 끝없이, 자유로운, 빛, 비인, 늘, 새로운, 지금, 여기’라고 지은 객실 이름을 적은 문패는 캘리그래퍼 김종건의 작품. 호두나무의 따뜻한 질감을 살려 만든 가구로 공간을 꾸민 가구 디자이너 송재형, 편안한 숙면과 휴식을 위해 템퍼Tempur 침구와 천연 염색한 광목 시트로 꾸민 패브릭 디자이너 원소저 등이 참여했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는 이기숙 궁중 음식 전수자가 만든 소박한 한국 가정식을 맛볼 수 있다. 또한 레스토랑은 특별한 문화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작년 10월에는 서예가 김세호, 북 디자이너 정병규, 서예박물관 큐레이터 이동국, ㈜필묵 대표 김종건 등의 문화 예술가와 일반 관람객이 모여 한글을 이야기하는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바닥 난방 시스템을 갖춰 그저 빙 둘러앉으면 근사한 문화 공간이 된다. 5월에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1인 연극 <콘트라베이스>가 열린다. 어느 호텔에서도 만날 수 없는 문화와 진정한 쉼이 있는 제주의 특별한 공간이다.
주소 서귀포시 색달중앙로 121번길 45
문의 064-739-5004(13세 이상부터 숙박 가능)

주인의 취향이 살아 있는 집
마음오름



두 개의 공간이 교차하는 구조의 마음오름 외관.


집주인이 여행을 다니며 모은 이국적 소품으로 꾸민 정갈한 공용 공간.


복층으로 이뤄진 스위트룸의 침실. 침대 너머 작은 창으로 한라산이 보인다.

애월읍 고성리에 있는 ‘마음오름’은 구석구석 주인의 취향이 잘 드러난 B&B다. 1층은 식당이자 공방이며 2층은 두 개의 공간이 교차하는 구조. 반대편 양쪽으로 두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독립적인 느낌이다. 아치형 구조 복도와 카우보이 문, 조 명등은 그가 발품을 팔며 손수 구입한 것들. 이국적 소품과 어울려 토속적인 느낌 보다는 유럽의 소박한 가정집을 떠올리게 한다. 방은 거실과 다락방 콘셉트의 침실이 복층 구조로 되어 있다. 제주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도록 침실에 작은 천창이 난 것도 인상적이다. 특히 스위트룸은 널찍한 개별 테라스가 딸려 있다. 주변 찻길보다 대지가 높아 시야 확보가 좋고, 테라스에 서면 한라산의 동남쪽이 보일 정 도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것도 장점이다. 주인인 이혜필은 <행복>과도 인연이 깊다. 1987년 <행복>의 창간 멤버로 오랫동안 잡지를 만든 것. 이후 편집 회사를 차리고 대기업 사외보와 문화 잡지를 만들던 그는 제주 에세이집 <제주에서 행복해졌다>를 책임편집하면서 제주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평생을 치열하게 살았으니 이제 휴식할 시간이죠. 제주가 갑자기 다르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2011년 우연하게 감귤밭이던 이 땅을 발견했어요. 지난해 3월에 서울 생활을 모 두 정리하고, 준비기간을 거쳐 6월에 제주에 내려왔습니다. 이제 이곳이 우리 집이에요.” 마음오름에 머물면 꼭 경험해야 할 것이 아침 식사다.
첫째 날 아침에는 과일과 각종 채소구이, 구운 빵을 다양한 잼과 함께 풍성하게 내오고, 둘째 날에는 연잎밥으로 든든한 한상 차림을 제공한다. 주인의 다정한 마음과 건강한 제주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식탁이 있는 곳, 마음오름은 옛 친구와 함께 머물며 밤새 소소한 수다를 떨고 싶은 따뜻한 집이다.
주소 제주시 애월읍 고성서5길 38
문의 010-2845-0863

신혼집을 빌려드립니다
제쥬엔


아내 조은지의 취향이 잘 드러난 별채 부엌. 에스프레소 머신과 전기밥솥, 드럼 세탁기 등을 갖췄다.


전통 가옥의 서까래와 미닫이문 등이 인상적인 침실 내부.


널찍한 마당에서 바라본 제쥬엔 외관.

제주 농가가 모인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붉은색 지붕의 작은 집. 원래 이 집은 1960년대에 지은 가옥이었다. “서까래와 고재, 일부 창문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는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신문 기자이던 아내 조은지와 요리사인 남편 지석원은 결혼을 약속하면서 제주행을 결심했다. 당시 20대 후반 젊은 나이였지만, 삶을 더 즐기며 살 수 있는 제주에 머물고 싶었다고. “집으로 들어오려면 안덕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그 길이 참 아름다워요. 돌담이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길이 외갓집처럼 다정한 온기가 느껴졌어요. 아, 여기가 우리 집이구나 생각했죠.” ‘제쥬엔’은 애초에 그들의 신혼집이었다. 그래서 제쥬엔은 다른 독채 펜션보다 훨씬 집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부부가 사용할 생각으로 물건 하나하나 신 중하게 골랐기 때문이다. 방 두 개와 거실, 화장실 두 개가 있으며 부엌은 신축 별채에 따로 떨어져 있다. 북유럽 스타일의 식기와 6인용 테이블,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민 부엌은 주인의 감각이 잘 드러난다.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소기왓로 41-14
문의 010-7353-5525

온 가족을 위한 제주 하우스
토리코티지 × 카레클린트



가구 디자인 그룹 카레클린트의 수제 원목 가구로 꾸민 안채 거실.


약 2백 년 된 제주 전통 돌집을 개조해 만든 토리코티지× 카레클린트 외관.


정갈한 화이트 시트로 꾸민 침실.

‘토리코티지×카레클린트’는 원래 10년 동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은 폐가였다. 약 2백 년 된 제주 전통 돌집을 탈바꿈시킨 건 기업 컨설턴트인 이창길 대표. 그는 7년 전 부모님이 제주 위미리에 귀촌한 것을 계기로 1년의 반은 서울에서, 나머지 반은 제주에서 보냈다. 갈수록 숙박 업소가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제주의 전통 감성이 상실되는 것이 안타까웠던 그는 전통을 지키면서 서비스와 편의성을 강조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2백50평 규모의 독채 펜션으로 세 채를 한 팀이 모두 쓴다. 안채(어멍네)와 바깥채(똘네) 그리고 가축을 기르던 축사(송애기) 총 세 채가 ‘ㅁ’ 자 형태로 빙 둘러 있는데, 배치는 옛 모습 그대로다. “제가 생각하는 모든 기준은 사람이에요. 머무는 사람을 위해 층고를 높였고, 공간을 분리해 함께 있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사용하도록 했으며, 이웃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도드라지지 않게 노력했어요.” 서로 마주 보는 구조의 안채와 바깥채에는 작은 툇마루가 딸려 있는데, 그곳에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었으면하는 그의 바람을 담았다. 축사는 부엌으로 개조했다. 부엌에 딸린 덱에 앉으면 수영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각지대가 없도록 디자인했는데, 이 또한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을 위한 배려다. 집주인이 또 하나 선택한 것이 가구 디자인 그룹 카레클린트와 협업한 것이다. 토리코티지의 모든 가구는 카레클린트가 만든 100% 수제 원목 가구다. 겉에서 보면 제주 전통의 향기가 나지만, 내부는 정갈한 현대 감성이 느껴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면 좋겠다는 이창길 대표는 토리코티지×카레클린트가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길 바란다. 앞으로 지역 주민을 위한 마을 잔치나 리마인드 결혼식 공간으로도 제공할 계획이다.
주소 제주시 애월읍 고내로7길 10-2
문의 010-2695-2369

제주에 있는 나만의 별장
낭뜨레



2층 바닥 일부가 뚫린 구조로 시원한 개방감이 특징인 낭뜨레 내부.


제주 고유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담팔수와 애기 동백나무가 있는 낭뜨레의 넓은 정원.

산림청이 ‘2013년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한 팽나무 군락지 한가운데 있는 ‘낭뜨레’는 2층 독채 펜션이다.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할 때만 주인과 마주할 뿐 집 한 채를 통째로 빌리는 것. 2층 구조의 현대식 건물이라 마치 제주에 있는 별장 같다. 서울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2013년 7월 제주에 정착한 주인 김범석은 올해로 결혼 8년 차. “주어진 삶만 살다가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사는 기분입니다. 삶의 질을 높이고 느리게 향유하며 사는 법을 즐기는 중이에요. 아직 아이는 없지만, 아이가 아이답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제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 내려왔다는 그는 점점 증가하는 관광객을 보면서 오히려 제주가 훨씬 기회가 많은 곳이라고 믿는다. 1층은 거실과 부엌, 2층은 테라스와 침실 두 개가 있으며, 2층의 바닥 일부가 뚫린 구조로 개방감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간 구석구석에 있는 넓은 창을 통해 제주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소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 명월로4길 1
문의 010-7118-7880

금능 해안 마을의 아늑한 집
오시록헌



오시록헌은 제주 해안 마을의 건축법에 따라 삼각 지붕을 올린 미니멀한 디자인의 주택이다.


거실과 주방을 튼 넓은 실내는 벽 전체에 창을 내 푸른 정원이 한눈에 내다보인다.

제주 서쪽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능 바닷가 작은 마을. 뒷집 할머니는 고구마를 키우고 앞집 노부부는 채소 농사를 짓는 평화로운 마을에 너른 창이 있는 렌털 하우스 ‘오시록헌’이 자리한다. 제주 방언으로 ‘아늑하다’라는 뜻인 새하얀 외벽의 집은 너른 앞마당을 향해 거실 창을 내고, 주방과 거실은 길게 연결해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제주 햇살을 맞으며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중정을 사이에 두고 욕실을 갖춘 방 두개를 배치해 4인 가족이나 친구들이 따로 또 같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 금융 회사에서 30년간 지점장과 본부장을 하고 은퇴한 오시록헌의 주인은 앞으로 전개될 30년은 어떤 모습으로 살지 고민했다. 금융 회사에서 30년을 보냈으니 그다음은 30년은 좀 더 자유롭고 자연적이면 어떨까. 그래서 모든 걸 내려놓고 부부가 함께 제주의 프라이빗 타운으로 이사를 했다.
아름다운 자연과 먹거리를 만끽하며 수개월을 보낸 후, 부부는 각자 노년의 직업을 갖기로 했다. 그리하여 지은 집이 오시록헌이다. 집 짓는 과정부터 맛있고 멋있는 곳의 소식을 전하는 오시록헌의 블로그(blog.naver.com/osirokhern)는 제주 여행자들의 온라인 명소이기도 하다. 조용한 마을에서 좋은 이웃에 둘러싸여 있는 이 집은 창 너머로 마을버스가 지나는 정겨운 모습이 보이고, 골목 끝에는 해변이 펼쳐진다. 그래서 외국 교포 가족부터 친정 부모와 함께 출산 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도시인까지 평온하고 안락한 제주살이를 경험하고픈 사람들의 문의로 올가을 예약까지 벌써 채워지고 있다.
주소 제주시 한림읍 금능6길 8
문의 070-8885-7484 , 010-9168-4560

가장 프라이빗한 화이트 하우스
제주명월


침실은 여자들이 선호하는 화이트 빈티지 콘셉트로 꾸몄다.


골목길처럼 길게 이어진 앞마당을 지나면 제주명월과 만난다.


별채로 꾸민 부엌.


이명헌 대표의 취향이 돋보이는 위트 있는 소품.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구불구불 이어진 중산간 도로를 이동하면서 한 채의 집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로 위 작은 대문 하나 놓인 곳에 붙어 있는 이름, ‘제주명월’. 독채형 별장이자 렌털 하우스다. “사방이 과수원으로 둘러싸여 있어 가끔 나타나는 꿩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지요.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여럿이 파티를 해도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이명헌 대표는 결혼 후 첫 여행지로 선택한 제주에 매료되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부부가 함께 제주에 내려왔다. 아내 현수진의 의견을 따라 화이트 빈티지로 공간 전체 인테리어의 방향을 정하고,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직접 소가구를 만들어 내부를 꾸몄다. 좌식과 입식의 침실 두 개와 화장실 두 개, 간단한 술을 즐길 수 있는 미니 바와 거실을 갖춘 집은 다섯 명까지 머물 수 있다. 숙박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별채로 꾸민 부엌. 원목 테이블과 빈티지 의자, 조명 등, 스메그 냉장고와 에스프레소 머신 등 이명헌 대표의 남다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널찍한 마당과 이작은 텃밭, 방해받지 않는 지리적 조건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춘 곳이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상세한 주소는 문의)
문의 010-5229-9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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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