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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김태훈 좋으면 모으고 필요하면 만듭니다
프리랜서 포토그래퍼로 일하는 김태훈 씨. 그가 찍는 사진과 그가 사는 집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분 좋은 향이 나는 듯한 느낌이 감돈다는 것. 사실 김태훈 씨의 집은 실제로도 향기롭다. 거실 한쪽 면을 차지한 커다란 향수 전용 붙박이장을 살펴보고 싶어서 그의 집을 찾았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를 넘은 시대, 1집은 혼자살이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취향 공동체 ‘1집’을 인스타그램(@1hows)에서 만나보세요.


서재 공간에 놓은 책상은 상판을 따로 구매하고, 다리는 원하는 모양을 직접 그려 지인에게 제작을 맡겨 완성했다. 난 거치대로 쓰는 기왓장은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것. 원하는 분위기와 형태를 만들어내는 센스가 돋보인다.
김태훈 씨는 관심 분야가 생기면 파고들며 깊이 탐구하는 성격이다. 그의 취향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향 역시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처음 향의 세계로 인도한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집중적으로 모으며 애정을 키워나가고 있다.

“어느 날 친구 집에 다녀왔더니 몸에 좋은 향이 배어 있더라고요. 그 집 화장실에 러쉬Lush 제품이 있던 걸 기억하며 매장에서 제품 추천을 받았어요. 바로 맡았을 때는 그 느낌이 아니었는데, 다음 날 남은 잔향이 기억 속 그 향과 같았어요. 그렇게 러쉬라는 브랜드에 호기심이 생겼고, 다양한 향이 있는지도 알게 되었죠.”


향기 제품이 빼곡히 놓인 거실의 6단 향수장. 러쉬 제품이 대부분이고 일부 이솝 제품도 있다. 그가 직접 만든 가구가 브랜드의 느낌과 잘 어울려서 마치 매장에 온 듯, 시향 요청을 하고 싶어진다.
김태훈 씨는 공간을 구상하면서 필요한 가구가 기성품 중에 없으면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한다. 이 집의 하이라이트인 거실 향수장이 바로 그의 첫 번째 작품. 종류별로 모은 향 제품을 한곳에 진열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단한 나무를 주문해 빈티지 가구 느낌이 나는 향수장을 직접 만들었다. 향수장 외에도 서재의 책장, 욕실의 선반도 그의 머릿속 설계에서 탄생했다.

“저희 아버지가 손재주가 좋으세요. 목제품을 간단히 손보거나 만드는 일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혼자 하셨죠. 저도 어릴 때 아버지와 같이 가구를 만든 기억이 있어요.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게 남아 있는지 저 역시 원하는 크기나 느낌의 가구가 생기면 ‘내가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복층 형태의 집 중에서도 층고가 높아 개방감이 느껴지고, 키 큰 나무 화분을 키우기에도 좋다. 큰 창문으로는 아침부터 해 질 때까지 빛이 잘 들어와서 김태훈 씨는 소파에 누워 하늘을 보는 휴식 시간을 좋아한다.
각목과 합판으로 직접 만든 책장, 생김새가 독특해 공간에 포인트가 되면서 생기를 더해주는 식물.
직접 꾸민 열대어 어항. 나무 다리와 유리관을 별도로 구매해 조합하고, 그 안에 풀과 나무를 배치해 열대어를 위한 아늑한 집을 꾸며주었다.
포토그래퍼로서 김태훈 씨(@th_studio)는 음식·제품·사람을 최적의 위치에 배치하고, 여러 상황을 연출해 최고의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일을 한다. 그가 사진 찍을 때의 감각은 공간을 꾸밀 때도 자연스럽게 반영되었을 터. “직업의 특성상 멋진 공간을 자주 다니고, 아름다운 시각적 결과물을 늘 접하죠. 그 경험이 레퍼런스로 차곡차곡 쌓여서 제 공간을 꾸밀 때도 아이디어로 떠올라요. 저는 공간을 꾸미기 전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면서 이런저런 구상을 해요. 여러 시도를 해보는 만큼 실패도 많이 했고요. 머릿속으로는 괜찮을 거 같았는데 직접 살아보니 불편하던 때도 있고, 필요할 것 같아 샀는데 실제로는 별 쓸모가 없던 것도 많았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삶의 모습을 조금씩 다듬어가고 있죠.”


침대와 암체어를 배치한 2층 침실. 천장에 프로젝터를 달아 프라이빗한 영화관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욕실 나무 선반도 김태훈 씨가 직접 설치한 것. 평소 욕실을 건식으로 사용하는 편이고, 오일 처리한 티크 고재라 물이 튀어도 큰 문제가 없다.
지금 김태훈 씨는 서재로 쓰는 방과 거실의 용도를 바꿔보려 한다. 집에 사람들이 오면 큰 책상이 있는 서재에 둘러앉는데, 많은 인원을 초대하기에는 공간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 조만간 김태훈 씨 집 구조에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된다. 어쩌면 이번 연말에는 거실이 친구 여럿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을 수도!


이 집의 Wow Point!
혼자 살기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공간에 나만의 취향과 느낌을 오롯이 담을 수 있다는 것! 김태훈 씨의 유일무이 ‘1집’을 완성한 세 가지 요소를 찾았다.



숨은 자연 찾기 포인트
자연의 느낌에 끌린다는 김태훈 씨의 말을 듣고 보니, 헤이의 보울러Bowler 사이드 테이블의 대리석 문양 지지대와 화분을 올려둔 커다란 돌이 의외로 잘 어우러진다. 북유럽 디자인과 자연에서 온 진짜 돌덩이. 전혀 다른 느낌의 사물이지만, 그의 취향 속에서는 같은 결로 연결된다.



공간의 여백을 채우는 향기
김태훈 씨가 러쉬 향수 중 가장 좋아하고, 룸 스프레이처럼 쓰기도 하는 살라리움Salarium과 데빌스 나이트캡Devil’s Nightcap. 나무와 이끼 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연의 그윽함이 특징이다. 이솝의 황동 오일 버너는 이솝 매장에서 맡을 수 있는 향의 비결이 궁금해 직원에게 직접 문의해서 구매했다.



예술적 기운을 부여하는 수제 소품
고등학생 때 철사로 만든 카메라와 화단에서 주운 마른 나뭇가지를 돌멩이와 철사로 연결해 만든 조형물. 실용성과 예술성을 오가는 김태훈 씨의 메이킹 본능이 이 집 분위기에 정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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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근영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