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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아들린 마예Adeline Maillet 부부 부족할 것 없는 시골살이
“우리 시골에 집 짓고 살까?” 도시인은 은퇴할 나이가 되면 갈망하던 시골살이를 더듬어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프랑스 리옹 도심에 살던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아들린 마예 부부는 막내딸이 태어나기 전, 외곽 지역 땅을 구입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기로 했다. 반경 100km 내에서 구한 식재료와 중고 물건으로 채운 그들의 집에는 불필요한 낭비와 소비가 없는, 지혜로운 삶이 충만하다.

단순한 것이 모던해 보이는 법. 헛간 세 개를 포개놓은 듯한 길쭉한 집은 황량한 시골 풍경에 특색을 더한다. 건물 뒤쪽, 해가 뜨는 동쪽 방향에 위치한 야외 테라스는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곳이다. 테라스 지붕은 남편이 직접 만들었다. 아들린과 첫째 딸 멜빌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는 가축 농장과 밀밭이 한눈에 보인다.
시작은 가족 농장이었다. 2007년, 남편 플로랑Florent이 먼저 도심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땅을 구입해 농장을 만들고 주말마다 그곳에서 지내보자는 제안을 했다. 인테리어 업계에서 광고 스타일링을 담당하며 연일 야근에 시달리던 아들린은 ‘여백’을 만들기 위해, 농장에서 태어나고 자라 늘 농부가 되고 싶던 남편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각자 시골살이를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편리함을 포기한다는 건 적잖은 신념이 필요한 일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10년 이상 살며 도심 생활에 익숙하던 젊은 부부에게 시골살이는 도피와 변명을 위한 좋은
소재였을 뿐, 막상 현실로 옮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루라도 젊을 때, 생활을 청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편 제안대로 주말마다 시골살이 연습을 했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게 어울리는 집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었고, 시골살이에 대한 확신을 느꼈어요.”

야외 테라스와 유리 벽을 마주하고 있는 부엌 공간. 부엌 벽에 세워놓은 멋진 나무 도마 또한 남편이 직접 만든 것이다.

부부의 소박한 침실. 파스텔컬러 벽이 단조로운 분위기에 생기를 더한다. 고장 난 이케아 조명등에 나뭇조각을 더해 침실 조명등을 새롭게 만들었다.

평범한 시골집에서 벗어나기
그렇게 5년간 도시와 시골을 오간 끝에 그들의 본격적인 시골 생활은 출발선에 섰다. 첫 번째는 집 짓기. 그들은 ‘시골스러운’ 것은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는 집을 짓고 싶었다. 시골의 낭만과 취향은 완벽히 걷어낸, 농부의 소박한 집 말이다. “불필요하고 형식적인 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헛간처럼 단순한 집이면 충분했죠. 환경보호를 위해 주변에서 재료를 구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설계와 시공 또한 10분 거리에 살고 있는 건축가 스테파니Stéphanie와 다미앵 갈레Damien Gallet 부부에게 맡겼어요. 자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건물을 짓기로 했죠.” 거창한 돌담도, 육중한 대문도 없다. 신발이 놓여 있는 작은 미닫이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 긴 복도를 따라 밝은 빛이 모이는 거실과 부엌이 보인다. 집 안의 중심인 거실에 서 있으면 구조가 더 명확해지는데, 현관과 복도 쪽은 복층 구조다. 아래는 부부, 위는 두 딸의 방이 있다. 특히 2층, 지붕 꼭짓점을 기준으로 열세 살 소녀 멜빌Melville과 아홉 살 니농Ninon의 방으로 자연스럽게 나눠진 것이 재미있다. “이런 시골에서는 특별한 놀이 시설이 없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비밀스러운 다락방을 아이 방으로 꾸며 자신만의 놀이터를 만들 수 있도록 했어요.”

창문 높이를 다이닝 테이블과 맞췄다. 테이블에 앉으면 남편이 일하고 있는 농장과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천진한 막내딸 니농의 다락방. 하루 종일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아이를 위해 나무 책장을 만들어주었다.

부부 침실에서 바라본 풍경. 창문 옆에는 루이즈 부르주아 작품 포스터 ‘Be Calm’이 있고, 그린 컬러 캐비닛은 할머니가 물려준 유품이다.
부부는 건축가에게 가족을 위한 집을 지을 필요는 없다고 신신당부했다. 주인을 기준으로 삶의 편의와 취향을 위해 지은 집 말고 되려 자연을 위한 집을 짓고, 사람이 적응해서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 건축가는 나무를 기본으로 하는 패시브 하우스 건축법을 응용했다. 외부는 비바람에도 끄떡없도록 방수 처리한 검은 컬러 목재를, 내부는 손으로 만지고 싶을 만큼 부드럽게 손질한 목재를 이용했다. 삼중 유리 창호로 추위를 막고, 빠져나가는 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용이 좀 들더라도 천연 단열재를 사용했다. 또 최대한 많은 빛을 실내로 들이기 위해 보이는 곳곳마다 창을 냈다. 특히 야외 발코니로 이어지는 집 뒤편이 하이라이트. 지붕 끝까지 유리 창문으로 벽을 만든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다들 태양광 에너지 판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봐요. 저희는 자가발전을 하지 않아요. 소비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인위적인 기계를 사용해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답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밖에 없어요. 집에는 난방 기기, 선풍기, 에어컨이 없어요. 조명도 부엌과 욕실 일부 공간에만 있죠. 더운 여름에는 외부 발코니가 큰 도움이 됩니다. 나무를 심었는데, 몇 년 후 시원한 그늘이 에어컨 역할을 할 거예요.” 야외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넥타이를 풀고 농부가 된 남편을 볼 수도 있고, 밀밭 사이로 숨바꼭질하는 두 아이와 눈을 맞출 수도 있다. 집 안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놓으면 시원한 바람에 나무 향기가 실려온다.

이름을 미농Manon으로 지어준 두 살짜리 당나귀를 키 우는데, 종종 가족이 사는 집에 찾아오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이름을 지어준 닭, 돼지, 소 등이 있다.

산책하며 허브를 따는 시간을 즐기는 아들린.
포기 아닌 기회
여기까지는 친환경 건축 기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다. 진짜 이야기는 집을 짓고 2013년 이사한 후 벌어진다. 그들은 도시에서 익숙하던 가구와 물건을 버리고 빈손으로 시골에 왔다. 그리고 주변 재료로 집을 지은 것처럼 물건 또한 천천히 주변에서 구하기로 했다. “시골살이에서 가장 먼저 적응해야 하는 것은 ‘포기하는 일’이에요. 포기하는 삶에 익숙해지면 주어진 것에 감사하게 되고, 이를 최대한 이용하는 지혜를 배우죠. 눈에 보이는 것의 대부분이 이사 온 후 거리에 버려진 것을 가져와 새롭게 고친 업사이클링 물건이에요.” 그녀의 설명을 듣고 보니 집 안 물건 모두 짝이 맞는 것이 없다. 식탁 의자도 제각각, 바닥에 깔린 러그도 올이 삐쭉 서 있다. 밀을 담은 상자는 미니 테이블이 되고, 울타리 조각은 조명이 되었다. 그녀가 직접 만든 스툴은 선반이자 화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수납장도 남편이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만들었다(아직도 작업중인 수납장이 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아이디어를 쥐어짜서 물건을 만들다 보니 불편하다고 생각한 것이 오히려 편리한 것이 되고, ‘포기’라는 단어가 ‘기회’로 다가왔다. “전기, 물, 음식, 물건 모두 한정적이라 생각하니 더욱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쓰레기가 없죠. 운 좋으면 네 개 정도 얻을 수 있는 신선한 달걀로 만든 한정판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가족들이 가장 좋아해요.” 최소한의 물건 중에는 한평생 간직한 것도 있다.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다이닝 테이블과 일찍 세상을 떠난 부모님이 남겨준 부처 조각품. 캄보디아인으로 전쟁을 피해 프랑스로 온 가족 스토리가 녹아 있는 보물이다.

찰스 임스 암체어, 아르테미데 램프, 벨벳 체어 등은 아들린이 소유하고 있던 물건이다. 나무 캐비닛 주변에 놓인 화초 받침대와 러그는 직접 만들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물건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사는 삶의 지혜를 매일 배운다.

바닥부터 지붕까지 이어진 검은빛 목재 덕분에 거대한 나무처럼 보이는 집. 최근 외출이 힘들어지면서 부부는 집 주변을 가꾸는 일을 시작했다. 꽃과 식물을 심는 대신 자연적으로 자라나는 야생화와 들꽃을 관리한다. 여름날 그늘이 될 수 있도록 주변에 나무도 심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집 밖에 나갈 일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시골살이에 가속도가 붙었다. 올해는 농기구를 보관하는 창고이자 홈 오피스를 겸하는 별관을 짓기로 했다. 이번에는 건축가 도움 없이 두 사람이 직접 해볼 생각이다. “저희 부부가 좀 대책이 없어요.(웃음) 도시에 살 때는 효율과 정확성을 따지기 일쑤였는데, 시골에 오고 나서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다’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모험심도 늘었고요.” 최근에는 버릴 물건을 들고 찾아오는 동네 주민도 생겼다. 먹을거리도 서로 나누고 집 짓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도심에 살았다면 코로나19 때문에 타인을 마주하는 것도 두려웠을 터. 시골살이는 일상에 끼어드는 예측 불가능한 일 때문에 하루하루가 특별하다. “일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막히면 바로 농기구를 들고 텃밭에 가요. 여러 번 채소 재배에 실패했지만, 한 번 더 시도해보려고요.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나이 들어서 시골에 왔다면 후회할 뻔 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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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계안나 | 사진 비르이타 볼프강 비에른바드Birgitta Wolfgang Bjørnvad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