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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 김윤미 대표 언제나 '사람'이 있다
유행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스칸디나비안 라이프스타일. 그중에서도 알바 알토, 이딸라로 대표되는 핀란드 디자인은 제품의 본질과 기능에 충실하고, 자연 친화적 소재와 공정, 사용자 중심의 간결한 형태가 특징이다.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는 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가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라이프스타일 핀란드 전시를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사물이 지닌 고유한 정서와 스토리에 귀 기울이는 김윤미 대표가 직접 경험해보고 느낀 핀란드 라이프스타일의 진면목을 소개한다.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국내 작가의 가구, 패브릭, 소품이 조화를 이루는 김윤미 대표의 아트 하우스. 마리메꼬 패브릭을 작품처럼 걸고 장응복 작가의 달항아리 패턴 커튼을 함께 연출했다. 주방도 또 하나의 리빙룸이라는 콘셉트로 10년 전쯤 구입한 한국 브랜드 쿤Koon의 소파와 쿠션을 연출한 아이디어가 재밌다.
하얀 벽에 매치한 심플한 디자인 가구와 펜던트 조명등, 파스텔컬러와 자연 패턴으로 장식 효과를 더한 소품…. 우리가 북유럽 스타일을 정의할 때 떠오르는 공식 같은 장면이 있다. 하지만 사실 북유럽 디자인은 유행이 아닌 삶의 철학 그리고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여야 하며, 그 바탕에는 늘 사람이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핀란드 디자인의 양심으로 불리는 카이 프랑크Kaj Franck는 비싼 물건을 살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이딸라의 떼마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알바 알토는 가구의 용도는 최종 사용자가 정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A60 스툴을 디자인했다. 핀란드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을 돕고 핀란드 브랜드를 한국에 소개하는 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 김윤미 대표가 이야기하고 싶은 핀란드 디자인의 가치도 바로 이 점에 있다. “최근 북유럽 라이프스타일로 회자되는 휘게와 라곰 등의 개념이 개인의 행복에 주목한다면, 핀란드 라이프스타일은 ‘모두 함께’라는 철학을 지닌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죠. 잘 팔리는 제품을 신속하게 대량생산하는 것보다 일하는 사람의 복지를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지속 가능한 신소재를 끊임없이 개발하는 등 디자인을 통해 환경과 사람이 함께 오래도록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이를 증명해요. 2018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핀란드 파빌리온> 전시에서 선보인 핀란드 디자인을 통해 느리고 단순한 삶의 미학,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유리문으로 마감한 현관 오른쪽의 다용도실은 하나의 쇼룸 기능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는 가족 서재. 빨간 볼을 장식한 비앤리브Be&Liv 트리는 사계절 트리로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오브제다.

마리메꼬 원단을 감싼 아트 패널은 주방 조리대 아래쪽에 빌트인한 건조기를 가리는 용도로 요긴하다.

핀란드 아트 하우스의 특징적 요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거실.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몰딩, 갤러리 도어와 초이스의 컬러 가구, 함도하 작가의 아트 퍼니처가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을 준다. 초이스 가구는 형광 그린, 옐로, 블루 등 톡톡 튀는 컬러가 돋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 있다.
천천히 조금씩, 모두를 위해
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는 이름 그대로 핀란드 정부 산하기관이다. 정치외교학과 국제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석사 논문 주제로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 시스템을 다룬 것이 계기가 되어 20년 전 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에 입사한 김윤미 씨는 2년 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 대표직을 맡았다. 그러고 보니 국내에서 ‘핀란드 라이프스타일’에 대중적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시점도 바로 이즈음이다. “우리 기관은 일을 시키지도않고 또 말리지도 않아요.(웃음) 기본 업무는 근무시간의 30%만 채우면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머지 70%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환경이죠.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페어는 표면적으로는 국내에 생소한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발굴하고 국내 파트너사를 찾는 데 1차 목적이 있지만, 실무를 진행하다보니 브랜드에 내재한 지속 가능한 가치와 철학에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단순히 비즈니스로서 물건을 파는 일이었다면 재미없었겠죠. 직접 디자이너를 만나 인터뷰하고, 브랜드를 공부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 그간 진행한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페어가 바이어와 프레스를 대상으로 했다면,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는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핀란드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가 됐다. 총 일곱 개 브랜드 중 안노Anno는 나무와 리넨, 울과 코튼 등 자연 재료를 기반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름답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브랜드다. 마기소Magisso는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아름다운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해결한다는 모토로 손잡이가 달려 이동하기 편한 사이드 테이블, 요철이 있어 과일을 올려두어도 쉽게 변질되지 않는 트레이 등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자연을 모티프로 한 일러스트를 적용해 매일 사용해도 지루하지 않고 기분 좋은 영감을 선사하는 카우니스테Kauniste는 시즌과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지금 북유럽 스타일에 열광하지만, 사실 우리의 안목과 내재된 감성이 북유럽 사람 못지않게 높고 깊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핀란드 디자인을 비롯해 기술, 교육 분야 모두 한국 사람에게 밸류를 줄 수 있는 것은 상위 몇 퍼센트뿐이죠. 우리 눈을 즐겁게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 건강한 철학을 지닌 최고 정수만 소개하는 것이 바로 저희의 역할입니다.”

회화적 터치가 돋보이는 패브릭은 패더Feathr 제품으로 같은 패브릭으로 커버링한 의자를 매치했다.

요즘 부쩍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진 딸 진솔 양(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다). 집에 손님이 오거나 특별한 날은 성북동 스칸소에서 배운 꽃꽂이 솜씨를 여지없이 발휘한다. 이딸라 알바 알토와 카스텔미 화병은 어떤 꽃을 꽂아도 잘 어울려 즐겨 사용한다.

평범함이 최고의 가치
김윤미 대표는 SNS(@tonttu_and_lintu)를 통해서도 핀란드의 라이프스타일을 알리는 데 열심이다. 포스팅을 보다 보면 핀란드 가구와 소품, 패브릭으로 꾸민 이채로운 공간이 눈에 띄는데, 바로 그와 가족이 사는 ‘핀란드 하우스’다.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쉬운 평범한 일상을 최고로 즐기려 노력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핀란드 사람들처럼 집은 그와 가족에게 늘 최고의 장소다. 핀란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국내에 많지 않아 늘 아쉬웠다는 그는 지난해 연말 이사를 앞두고 주거와 쇼룸 기능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알아봤다. 정동길과 덕수궁의 고즈넉한 풍경을 품은 집은 사적인 공간과 리빙룸, 두 개의 조닝zoning으로 나뉜 것이 특징. 현관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길게 뻗은 구조로 왼쪽은 가족 공간으로, 오른쪽 서재와 주방, 거실은 쇼룸 기능을 하는 리빙룸으로 꾸몄다. “북유럽 모던 인테리어의 특징 중 하나가 비교적 자유로운 공간 배치잖아요. 거실의 경우 독특하게 삼면에 창이 있는 구조라 가구 배치가 난감하더라고요. 아예 거실이 세 개 있다고 생각하고 한쪽은 내추럴 다이닝룸으로, 한쪽은 테라스 티룸으로, 한쪽은 벤치를 둔 아트 라운지로 꾸몄죠. 가구로 공간의 역할을 분리한 셈이에요.” 옷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브랜드만 입으면 재미없는 것처럼 핀란드 가구 브랜드를 최대한 활용하되, 공예적 태도를 지닌 국내 작가의 가구를 믹스 매치한 것이 특징이다. 로비Lovi의 자작나무 오브제와 컨테이너5-1의 월넛 다이닝 테이블, 초이스Choice의 컬러가구와 함도하 작가의 유니크한 벤치를, 구슬 장식으로 위트를 더한 아리카Aarikka의 내추럴 오크 테이블에는 밴딩 기법이 돋보이는 양웅걸 작가의 라운지체어를 매치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다른 문화와 조화를 이룬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 작가의 테이블에 매치한 니카리의 줄라이July 스툴은 서너개를 같이 놓으면 웅장한 숲이 됩니다. 스툴로도 테이블로도 사용할 수 있고(핀란드 가구는 대부분 사용자가 목적을 정한다), 배치에 따라 다양한 무드를 완성하죠.”

핀란드 브랜드 중에서도 특별히 애착이 가는 브랜드는 니카리Nikari다. 니카리는 예술인 마을 피스카르스 빌리지에서 활동하는 마스터 캐비닛 메이커 카리 비르타넨Kari Virtanen이 만든 브랜드로, 피스카르스 숲에서 나무를 채취해 건조한 뒤 가구를 제작한다. 채취, 건조, 제작까지 모두 수작업해 해외의 주문을 다 소화해내기 어렵지만 그래도 고집스럽게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그래서 늘 물량의 한계에 부딪혀요. 천천히, 소량만 제작하는 구조라 국내 공급업체를 연결하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고 고를 수 있는 퀄리티를 보장하니 직구 방법을 안내하기도 해요.” 핀란드 라이프스타일에 건강한 식문화가 빠질 수 없다는 그는 호밀빵과 요구르트를 곁들인 브런치 테이블을 선보였다. 핀란드의 유명한 세라믹 아티스트가 만든 산 모양 오브제 안에 삶은 달걀을 숨겨 서브하고(용도는 사용자의 해석으로 결정된다!), 이딸라의 투명 유리잔에는 꿀을 담은 뒤 밤과 딸기를 얹어 디저트로 낸다. 마켓컬리에서 구입한 핀란드 탄산수 핀스프링에 장미 꽃잎 잼(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장미 꽃잎 1백 장을 으깨 만든 잼은 특유의 장미 향이 일품이다)을 넣어 물 한 잔을 마시더라도 향긋한 풍미를 즐기는 여유라니! “항상 시간과 일에 쫓겨 지내면 이 순간을 즐길 수 없고, 그사이에 중요한 많은 것을 놓치게 돼요. 핀란드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며 저 역시 집이라는 일상 공간을 어떻게 알뜰살뜰 즐겨야 하는지 깨달았어요. 저희 가족에게 핀란드 디자인은 취향이나 스타일이 아닌 생활 자체예요.”

출장이나 여행 갈 때 빈티지 마켓에서 하나둘 사 모은 빈티지 잔. 이딸라, 아라비아 핀란드 등 요즘 보기 드문 희소성 있는 디자인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윤미 대표가 촬영팀을 위해 준비한 브런치 테이블. 컨테이너 5-1의 다이닝 테이블에 이딸라의 컬러 유리그릇 카스텔미를 매치하니 신선한 음식과 어우러져 상큼한 테이블이 완성됐다.

2018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라이프스타일 핀란드 전시에서 만난 키텐 모듈 가구와 마기소의 엘리먼트 No.1 테이블. 엘리먼트 No. 1 테이블은 최근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제품으로, 여러 개를 쌓아 연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상판과 다리가 쉽게 분리돼 보관과 이동하기 간편하다.

회화 중심의 핀란드 예술 분야에서도 영감을 받는다는 김윤미 대표. 핀란드 회화 작품집과 하나둘 모으는 빈티지 유리잔, 패턴 자체로 데커레이션 효과를 발휘하는 접시, 조각 원단으로 만든 티 매트까지 일상을 환기해주는 아이템이 가득하다. 티 매트는 모노콜레션.

초이스의 하이 체어와 함도하 작가의 아트 퍼니처. 모두 공예적 태도를 지닌 제품이라 부딪침 없이 잘 어우러진다 .

덕수궁 주변 풍경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전망이 일품인 핀란드 아트 하우스. 초이스의 락소 다이닝 체어와 아리카의 원형 테이블, 이딸라의 화이트 글라스 랜턴을 매치했다.

다 같이 ‘행복’
“많은 사람이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디자인과 핀란드 디자인의 차이점을 궁금해하는데, 가장 극명하게 다른점은 바로 ‘모두에게 똑같다’예요. 네 나라 중 왕이 없던 나라는 핀란 드밖에 없어요. 다른 나라는 왕족이 있기 때문에 화려한 로열 문화를 꽃피웠지만, 핀란드는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하다 보니 기교를 부릴 필요가 없지요. 편하고 기능적인 것이 최고예요. 이 사람들이 얼마나 실용적이냐 하면, 10주년 결혼기념일에 톱을 선물할 정도예요.(웃음)” 교육도 마찬가지다. 한 명도 낙오되는 아이 없이 ‘모두 다 데려간다’가 모토다. 정치에서도 누군가 독주할 수 없도록 연합 정부 체제를 만든다. CEO와 일반 사원의 임금 차이도 크지 않다. 평등과 수평의 기업 문화는 김윤미 대표가 20년 이상 이 기관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핀란드 디자인을 언급할 때 늘 ‘지속 가능성’을 말하는데, 이는 단순히 환경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나 관계 맺는 방식이 다르지요. 핀란드 브랜드 역시 여느 글로벌 가구, 소품 브랜드처럼 대부분 외부 디자인에게 디자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데 유명하지 않은 디자이너라도 그의 이름을 같이 내세우며, 디자이너가 유명해지면 제품이 잘나가고, 제품이 잘나가면 디자이너가 유명해지는 선순환 시스템이 됩니다. 보이는 건 제품이지만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지요.” 김윤미 대표는 핀란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인터뷰한 에세이를 조만간 출간할 예정이다. 지난 몇 년간 출장 때마다 또 부러 휴가를 내서 인터뷰한 크리에이터 마흔네 명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일상 가치를 발견하며 행복 공식을 찾길 바란다. “한 세라믹 아티스트는 디자인 작업은 자기표현의 과정이라 말합니다. 보통의 직업은, 또 조직 문화는 자신을 억제하는 순간이 많잖아요.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조직에 있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면 분명 행운이죠.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던 제가 결국 라이프스타일 관련 콘텐츠 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것처럼요.”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누구에게나 삶의 본질은 ‘행복’으로 귀결된다. 인터뷰를 통해 핀란드에 대한 무조건적 환상을 심어주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부러워하는 행복 지수 역시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 개개인의 관계 맺음과 작은 실천으로 실현할 수 있는 행복, 집 안에서 가족이나 이웃과 나눌 수 있는 행복에 천천히 조금씩 다가가보자.

아직은 생소한 핀란드의 라이프스타일을 알리기 위해 2018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라이프스타일 핀란드 전시를 펼쳤다. 가구, 패브릭, 아이디어 생활용품 등 단순하고 소박하면서도 자연의 멋을 담은 핀란드 라이프스타일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었던 전시. 왼쪽부터 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 김윤미 대표와 가구 브랜드 키텐의 부사장 안티 티호넨Antti Tiihonen, 피사의 대표 겸 디자이너 사투 소메로Satu Somero, 비즈니스 핀란드(핀란드 무역대표부) 프로그램 매니저 사미 하이키오Sami Haikio와 인턴 카롤리나 테폴라Karoliina Teppola, 비즈니스 핀란드 크리에이티브 산업 국장 이르마 파탈라Irma Patala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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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