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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건축자재를 패치워크한 콜라주하우스
생김새가 제각각인 창문을 모아 외벽을 만들고, 돌무더기와 녹슨 패널, 파이프 등 철거한 건축자재로 패셔너블하게 연출한 이 집은 인도 나비뭄바이 남부 지역에 있는 ‘콜라주 하우스Collage House’다. 사방 천지가 개성으로 물든 이 집을 보고 있자면 ‘버려진다’는 것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집을 완성한 마감재들은 버려진 게 아니라 오히려 새 생명력을 얻는다.

인도 벨라푸르 언덕의 명소로 떠오른 콜라주 하우스. 거대한 노출 콘크리트 벽면으로 집을 감싸고, 폐건축자재를 모아 콜라주하니 갤러리처럼 근사한 집이 탄생했다.
2006년 이후 완공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린 집이 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집 한 채를 짓는 데 10년이 걸렸을까?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을 만한 초고층 빌딩이거나 해저에 짓는 게 아니라면 집을 짓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이유가 있을까? 아쉽게도 둘 다 아니다. 인도 나비뭄바이 남부 지역의 벨라푸르 언덕에 있는, 바르가바Bhargava 4대가 함께 사는 이 집은 폐자재를 이용한 리사이클링 프로젝트이자 수많은 이야기가 스며 있는 콜라주 아트워크다.

거실 한쪽에 벽면을 활용해 서재를 꾸몄다. 개방된 공간에서는 소재를 달리 사용하면 공간이 한층 독립적으로 보인다.
이토록 매력적인 리사이클링 홈
벨라푸르 언덕의 명소가 된 콜라주 하우스는 나비뭄바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S+PS 아키텍츠가 ‘리사이클링’을 테마로 디자인한 집이다. 이 도시의 비거주 지역에는 형상이 독특한 집이 많은데, 이 집이 단연 돋보인다. 가족의 독특한 취향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파사드는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창문과 문, 앤티크 가구의 문짝 30여개를 활용해 패치워크하듯 가로세로로 이어 붙였는데 창 너머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바르가바 부부의 침실. 원목 가구를 배치해 차분하게 연출했다. 
집 안에 들어서면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장면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진다. 수많은 창문과 문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며 거실에 수십 개의 그림자를 만든다. 여기에 다각면으로 디자인한 노출 콘크리트 천장과 상감기법을 응용해 황동을 기하학 패턴으로 새겨 넣은 대리석 타일이 어우러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볼 법한 호기로운 광경을 만들어낸다.

(왼쪽) 인도의 전통 민화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엘리베이터. (오른쪽) 노출 콘크리트 벽과 대나무처럼 장식한 파이프 월은 내・외벽을 겸한다.
“4대가 함께 지내면서도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할 수 있도록 집은 ㄷ자로 지었어요. 요즘은 이 구조를 활용해 안뜰에 정원을 꾸미는 것이 유행이지요.”

그의 말대로 콜라주 하우스는 중정이 있는 프라이빗한 호텔처럼 거실과 옥상, 이국적 풍경의 정원을 제외하고 각자의 방과 욕실은 독립적 동선을 이루며 곳곳에 분산돼 있다. 집의 내・외부를 구성하는 마감재는 실제 이 지역의 건물 철거 현장에서 나온 벽돌과 철망, 파이프, 철제 패널, 돌 등을 활용한 것으로, 각각의 소재는 물성의 대비를 이루며 공간에 풍부한 표정을 더한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거실 풍경. 문과 창문을 콜라주한 벽에 콘크리트 천장과 대리석 바닥을 매치해 물성의 대비를 더했다. 상감기법을 적용해 황동 장식을새겨 넣은 바닥은 흡사 카펫처럼 우아해 보인다.
날마다 예술과 위트를 마주하는 즐거움
콜라주 하우스에서는 소재를 재치 있게 활용한 아이디어를 곳곳에 서 볼 수 있다. 정원의 울창한 대나무 패널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남은 메탈 파이프를 모아 만든 것으로, 실제 대나무처럼 탁한 초록색 페인트를 칠하고 곳곳에 이음매 장식을 넣어 마디를 표현하는 디테일도 잊지 않았다. 하단에는 주전자 부리같이 생긴 비스듬한 파이프를 연결했는데, 무더운 여름날 실내의 열기를 빼거나 몬순기(인도의 우기)에 빗물을 내려보내기 위한 설비다.

유리 벽 너머로 중정을 감상할 수 있는 키친&다이닝룸.
그 옆에는 붉게 산화한 금속 패널을 스크랩해서 장식했고, 버려진 돌을 다듬어 쌓은 뒤 컬러풀한 타일을 붙여 화분으로 사용 중이다. 엘리베이터는 인도의 전통 민화에서 영감을 얻어 소와 나무 형상으로 철망을 꼬아 장식했는데, 마치 갤러리에 온 것처럼 집 안에서 예술성과 위트를 번갈아가며 마주할 수 있다.

바르가바 가족이 가장 사랑하는 루프톱.1백 년은 족히 넘은 기둥에 유리와 스틸 소재를 더해 믹스 매치 콘셉트로 완성했다. 
“집에서 가장 독특한 공간을 한 곳 꼽으라면 모두 루프톱을 이야기 할 거예요. 자갈 정원 위에 지은 모던&오리엔탈 루프톱이죠. 1백 년은 족히 넘은 고풍스러운 기둥으로 심플한 스틸 천장을 지지한 뒤, 외벽을 유리로 마감한 미니멀한 방을 꾸몄어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고 동서양의 만남을 담아 의도적으로 대비되게 연출했는데, 낮에 보아도 근사하지만 밤에 조명등을 켜면 더욱 진풍경이죠.”

(왼쪽) 정류장에서 볼 법한 1인 의자가 집 안에 위트를 더해준다. (오른쪽) 폭이 좁은 유리를 첩첩이 붙여서 만든 패널.유리가 지닌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오면 정류장에서 볼 법한 바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누군가 버린 물건을 가져와 제자리를 찾아준 것이다. 이쯤 되면 단순히 버려진 물건을 재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쓸 수 있도록 ‘수집’하고,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아닐지. 단순히 리사이클링을 했다고 하기에는 콜라주 하우스는 다양한 이야기와 수준 높은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사진 세바스티안 사카랴Sebastian Zachariah 디자인과 시공 S+PS rchitects(www.spsplusarchitec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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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새미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