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거 유독스토리 하유라 씨의 셀프 인테리어 즐거운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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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엔 아무것도 스스로 만들어본 적이 없던 평범한 주부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목공을 배워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지은 지 43년 된 낡은 집을 1년 만에 자신의 손으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생활 공간으로 만들어낸 블로거 유독스토리 하유라 씨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 하유라 씨가 직접 만든 아이 방 2층 침대. 아들 주호의 놀이 공간이다. 2 피스타치오를 이용해 시간을 표시한 벽시계.
구조가 독특한 집이었다. 보광동의 한 골목, 세탁소와 작은 슈퍼마켓이 있는 붉은 벽돌 건물 맨 위층에 셀프 인테리어 블로그 ‘유독스토리(blog.naver. com/anjeljj)’로 잘 알려진 하유라 씨의 집이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로로 긴 직사각 모양의 거실이 자리하고, 그 안으로 ㄱ자로 꺾인 아이 놀이 방과 세로로 긴 주방, 남편이 쓰는 작업실이 부부 침실을 가운데 두고 ㄷ자로 둘러싸고 있다. “독특한 구조와 널찍한 공간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옥상을 작업 공간으로 쓸 수 있다는 점도 이 집을 선택한 이유였지요.” 낡을 대로 낡은 집이었다. 지은 지 43년, 처음 이 벽돌 건물을 세운 건축주가 노인이 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누렇게 변한 벽지를 한 꺼풀 걷어내면 벽은 온통 곰팡이투성이에 균열이 나 있었지만, 1년 전 이 집을 보러 온 하유라 씨에겐 낡은 집의 상태는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얼마 전 방송을 통해 이 집이 소개되었을 때 면적에 비해 저렴한 전세가로 화제가 되었지만, 여기를 소개해준 부동산 중개소 사장님이 저 아니면 누가 여기 들어오겠냐고 했을 만큼 보기엔 엉망이었지요.(웃음)” 하유라 씨는 남편과 함께 소매를 걷어붙였다. 청소와 기본 공사만 두 달. 장판 공사 정도 외엔 필요한 걸 공부하고 배워가며 자신의 손으로 낡은 집을 뼈대만 남기고 다 뜯어낸 뒤 산뜻하게 꾸몄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셀프 인테리어. 입주한 후에도 끊임없이 집을 고치고 크고 작은 가구와 소품을 만들어 채워 넣길 1년여. “이제 거의 다 된 것 같아요.” 하유라 씨는 직접 만든 나무 의자에 앉아 천천히 집을 둘러보며 그렇게 말했다.
3 아기자기한 세부 묘사가 돋보이는 원목 주방 장난감. 4 하유라 씨는 타공 판을 즐겨 사용한다. 5 좁고 긴 공간에 맞춰 가구를 제작한 주방.
주부, 파워 블로거가 되다
하유라 씨는 목공과 인테리어를 배운 적이 없는 순수 아마추어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8개월 쯤 지난 때였어요. 아이가 잠시만 눈을 떼면 대리석 타일이 깔려 있는 현관 쪽으로 기어갔지요. 어느 날인가 현관에서 남편의 운동화를 입에 넣고 빨고 있던 아이와 눈이 딱 마주쳤어요.” 아이가 현관 쪽으로 가지 못하도록 막는 울타리를 구입하려 했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유라 씨는 대신 나무로 직접 가구를 만드는 블로그를 검색해 직접 울타리를 만들 결심을 했다. 불과 4년 전 일이었다. “목공은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어요. 다양한 방법을 익혀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직접 만드는 과정이 모두 좋지요.”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하유라 씨의 스승은 동료 블로거였다. “공방에서 정식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독박 육아’를 하느라 아이를 두고 나가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만들고 싶은 게 생기면 인터넷을 검색해 블로그를 꼼꼼히 읽고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웠어요.” 전에 살던 집에서 변변한 작업 공간이 없던 그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화장실에 목재와 도구를 가지고 들어가 직접 절단하고 다듬으며 가구를 만들었다. “작업 끝내고 청소하고 나오면 네 시간쯤 걸렸습니다. 땀투성이가 된 온몸에 나무 가루가 묻었지요. 다음 살 집엔 작업 공간을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옥상 딸린 이 집을 놓칠 수가 없었죠.”
침실은 하유라 씨 특유의 아기자기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특히 죽부인을 잘라 붙여 만든 조명등이 재미있다. “2주 정도 디자인을 구상한 후 목재를 주문하고, 가구를 만듭니다. 구상하는 과정이 힘들지 정작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요. 간단한 가구는 하루, 큰 가구라도 이틀이면 다 끝냅니다.” 하유라 씨의 블로그 ‘유독스토리’의 구독자 수는 4만 3천 명을 훌쩍 넘는다. “블로그는 집에서 홀로 아이 키우는 엄마였던 제가 외부와 소통하는 유일한 창이었어요. 남의 집을 구경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가 있었지요. 궁금한 부분이 있을 땐 동료 블로거에게 댓글이나 메일 등으로 물어보면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었어요. 제가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꼼꼼하게 작업 과정과 사진을 블로그에 기록합니다.”
매일매일 새로워지는 집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한 후 가장 많이 변한 점은 정리하는 습관이다. “목공을 시작하기 전엔 집이 엉망진창이었어요. 소파 위엔 벗어놓은 옷이 너저분하게 놓여 있기 일쑤였죠. 수납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욕실 옆에 욕실용품 수납장, 주방에 주방용품 수납장을 만드는 식으로 자투리 공간에 맞춰 가구를 만들다 보니 물건이 어디 있는지 바로 알 수 있고, 동선도 짧아지더군요.” 그렇게 지금 집에 있는 가구 중 침대, 옷장, 소파 등을 제외하면 모두 하유라 씨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것들이다. “침대도 직접 만들어보려 했지만 포기했어요. 번거로웠고, 안전 문제도 있어서 결국 큰 가구는 구입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그가 지금껏 직접 만든 가장 큰 가구는 아이 방 2층 침대다. 아래는 수납공간으로 쓰고, 위에는 아이 놀이 공간으로 쓰려고 2층 침대를 알아봤지만 2층 난간이 문제였다. 아이가 혼자 놀아도 안심할 수 있도록 난간이 충분히 높아야 하는데, 기성 가구 중엔 그런 제품이 없었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만족스러워요. 필요에 따라 원하는 대로 만들었고, 비용 역시 기성품의 3분의 1 정도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집을 둘러보고, 촬영을 위해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던 사진기자가 감탄한다. 가구 밑에 먼지가 하나도 없는 집은 처음이란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가구나 소품을 만들지 않을 땐 가구 배치라도 바꿔야 직성이 풀립니다.” 가족들은 매일매일 집이 새로워진다며 좋아한다고. “페인트칠이 가장 재미있어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거든요. 도배는 실패 확률이 높지만 페인트칠은 기본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얇게 여러 번 바르면 됩니다.” 촬영 탓에 잠깐 집을 비운 하유라 씨의 여섯 살배기 아들 주호가 아빠와 함께 들어왔다. 카메라에 잠시 관심을 보이던 주호는 이내 방 안 가득한 목재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하유라 씨는 1년간 이 집을 바꾼 과정을 기록한 책을 펴낼 예정이다. “전세로 세 들어 사는 집이지만, 후회는 전혀 없어요. 자기 집이 아니어도 바꾸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직접 만들어보세요. 이사할 때 가지고 나가면 되거든요. 직접 만드는 것만큼 좋은 경험이 없지요. 물론 식구들도 좋아하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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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