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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디렉터가 꾸민 작은 집 용산맨해튼
49m2의 작은 오피스텔을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레노베이션하고, 라이프스타일 디렉터가 꾸몄다. 1인용 취향 실험실 같은 집에서 삶과 일이 더욱 즐거워진다.

황은미 씨가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꼽는 거실 한쪽의 휴식 공간. 이곳에 앉아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차를 마시며 일상에 활력을 더한다.

오른쪽 현관과 주방 사이에 짜 넣은 수납장은 공간을 분리하는 역할뿐 아니라 그릇과 소형 가전을 보관해 주방을 더욱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돕는다.
취향으로 만난 두 사람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요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집’을 꿈꾸는 이 또한 늘고 있다. 30대 1인 가구 황은미 씨 역시 마찬가지다. 뉴욕에서 패션을 공부하며 20대를 보낸 그는 귀국 후 나만의 집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출장 다녀올 때는 두 팔 한가득 샘플 패브릭과 맘에 드는 리빙 제품을 짊어지고 오며, 평소에는 직접 장을 봐 요리하고 친구를 불러 모아 홈 파티 하는 걸 즐겨요. 패션을 전공했으니 옷을 무척 좋아해 방 한가득 옷이 있기도 하지요.” 황은미 씨는 대학 생활의 추억이 깃든 서울 용산구에서 자신의 생활에 꼭 맞는 집을 찾았다. 49m2(약 15평) 공간에 작은 방 하나가 딸린 오피스텔이었다. 결코 크지 않은 규모지만, 그로서는 새로운 환경과 삶에 적응할만한 베이스캠프로서 적절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은 지10년 된 오피스텔의 오래된 벽지, 부족한 수납공간 문제에 봉착. 황은미 씨는 몇 년 전 지인들과 루프톱 파티를 위해 대관한 ‘체크인플리즈스튜디오’를 떠올렸다. 김혜영 대표는 황은미 씨의 첫인상을 이렇게 기억했다. “2015년 즈음일 거예요. 어떤 분이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제 스튜디오의 옥상을 대관했어요. 그 모습부터가 범상치 않았어요. 집에서 세라믹 식기와 커틀러리, 요리 도구와 테이블을 장식할 재료를 모두 챙겨 오는 이를 처음 봤거든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궁금증이 부풀어올랐다. “은미 씨가 루프톱에 국자 하나를 두고 가는 바람에 우리는 다시 만났어요.”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알게 됐다. 당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와 그라니트 등에서 제품 기획과 리빙 MD를 담당한 황은미 씨와 김혜영 대표는 그 후 몇 년간 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갔고, 드디어 이번에 집을 함께 만들어보기로 했다.

황은미 씨만을 위한 스타일링 실험실로 기획한 거실. 소파 두 개와 커피 테이블은 모두 미국 유학 당시 쓰던 것.

주방을 향해 창문을 낸 침실의 반대편에는 커튼 레일을 설치해 작은 옷방을 만들어 수납력을 높였다.

용산맨해튼이란 이름에 걸맞은 무드를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침실로 향하는 양면형 문. 빈티지한 컬러의 손잡이로 바꿔 달아 디테일을 더했다.

살구색 대리석으로 샤워 부스와 세면대 앞에 작은 선반을 만들었다. 주로 화장실에서 메이크업을 하는 황은미 씨를 위해 평소에는 주광등을, 메이크업 시에는 백색등을 켤 수 있는 전선을 배치했다.
라이프스타일 기획자의 1인용 실험실
체크인플리즈스튜디오 김혜영 대표는 공사 전 오피스텔과 은미 씨가 당시 살던 집을 둘러보며 그의 취향과 생활 방식을 다시 파악했다. “쿠션도 그릇도 모두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많았어요. 미국에서 유학하며 쓰던 소파 두 개를 모두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올 만큼 물건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과 애착도 강했지요. 무엇이든 모으길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면도 있고요.”

아메리칸 캐주얼과 빈티지 클래식, 에스닉 무드를 좋아하는 그의 집은 당시 알록달록, 어딘가 정제되지 않으면서도 한데 놓으니 잘 어우러지는 분위기였다. 이런 취향의 은미씨를 위한 인테리어를 고민하던 김혜영 대표는 ‘집주인의 감성을 마음껏 녹일 수 있는 실험실’을 기획했다. 레노베이션 과정은 전체 매무새를 만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변화를 준 것은 구조. 옷과 패브릭, 식기와 크고 작은 가전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은미 씨가 편안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헀다. 텅 비어 있던 현관과 주방 사이 공간에 상·하부장을 설치해 오븐과 전자레인지·식기를 배치함으로써 주방과 거실, 현관을 분리했고, 주방에 바퀴 달린 작은 아일랜드장을 짜 요리할 때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거실 공간에도 천장까지 닿는 키 높은 수납장을 짜 넣어 출장지에서 사 온 패브릭은 물론 모아둔 생활용품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기존 미닫이문이 있던 자리의 벽은 조금 헐어내고 클래식한 무드의 더블 도어를 달아, 문을 모두 열면 더 개방감 있는 공간이된다. 침실의 한쪽 벽을 타공해 주방 쪽으로 창을 내어 전체적으로 침실과 주방 그리고 현관으로 이어지는 시선이 순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군더더기 없는 구조를 만든 다음에는 은미 씨만을 위한 실험실의 구체적 그림을 그려나갈 차례. 다른 집에 없는 특별한 지점은 벽난로의 존재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불을 피울 수도 없는데 벽난로를 만든다고?” 그러나 실용의 기준은 개인의 판단과 생활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벽난로 위에 겨우살이를 걸고 저만의 크리스마스 무드를 만들어 친구들과 아주 즐겁게 보냈어요. 때로 스타일링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벽난로를 기준으로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곤 하지요.”

거실에 깐 러그는 황은미 씨가 직접 기획한 제품이다.

벽면을 장식하고 수납력을 높이기 위해 침실의 한쪽 벽면에 벽걸이형 시스템장을 설치했다.
작은 집일수록 가치를 발휘하는 디테일
김혜영 대표는 작은 집을 레노베이션할 때 일의 재미가 더 느껴진다고 말한다. “작은 집일수록 그 안에 사는 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게 돼요. 손이 많이 가고, 소꿉놀이를 하는 것처럼 아기자기하게 디테일을 만지는 기분이 더욱 살아나죠. 넓은 공간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공간에 큰 변화를 주기도 하니까요.” 그의 말대로 작은 집에서의 디테일은 집을 하나의 세계로 만들기에 충분한 역할을 한다. 현관에 있는 제동기 위에 철제 자석 패널을 붙여 메모 보드를 만들고, 현관은 더욱 아늑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중문 역할을 할 게이트를 만든 후 패브릭을 걸었다. 현관 앞 화장실은 클래식한 무드의 도어에 잘 어울리는 빈티지 손잡이를 달고 주변을 문과 어울리는 몰딩으로 장식했다. 거실 조명등 주변 역시 손으로 직접 페인팅한 몰딩을 붙였다. 호텔처럼 깔끔한 욕실을 원하는 은미 씨를 위해 김혜영 대표는 화이트 컬러 타일로 벽면을 마감하고 살구색 대리석인 다이아나 로제로 작은 선 반을 만들어 타올과 핸드워시, 비누 등을 깨끗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작은 집 인테리어의 이모저모를 뜯어보는 일은 사뭇 즐겁다. 집 안의 구조부터 시작해 작은 디테일까지, 사는 이의 생활 방식을 반영하는 순간 집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작은 디테일마저 그곳에 사는 이에게 꼭 맞춰 짜여 있어 섣불리 예측할 수 없고,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구석구석 숨어 있어 여유로운 오후의 수다처럼 재미있는 집. 여기서 오늘도 황은미 씨만의 스타일링 실험은 계속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혜영은 케이디에이 그룹과 투래빗디자인에서 실무를 익힌 뒤, 경리단길에 미니 호텔 ‘체크인플리즈’ 와 ‘체크인플리즈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카페 ‘산수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타올가게 봄’, 뷰티 브랜드 닥터 자르트의 쇼룸 디자인으로 감성과 모던함 사이의 미묘한 미감을 선보였고, 거주자의 삶을 깊이 이해한 뒤 주거공간으로 풀어내고있다.

글 박민정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시공과 디자인 체크인플리즈스튜디오(010-5180-7257, www.checkinnplzstudio.com)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