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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희봉 부부의 놀 집 솔밭에 둘러싸인 감솔채
수려한 설악산을 감상하다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 감응하는 울림이 번져감을 느낀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의 어느 솔밭에 자리한 감솔채에 머무는 이는 천혜의 자연 속에서 활력을 얻는다.

강원도 고성군 푸르른 솔밭이 펼쳐진 자리에 배우 조희봉 씨가 여가 시간에 제대로 놀기 위해 본격적인 놀 집을 마련했다. 거실 중앙에는 일자형 아일랜드와 긴 테이블을 놓았고, 계단을 오르면 바깥 정원을 내다보며 휴식을 취하는 구들방이 나온다.
배우의 내밀한 놀이터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 삶은 일과 여가로 구성되었다. 어쩌면 현대인은 이 두 가지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사는 것이 아닐까. 여가 시간을 적극적으로 ‘노는 것’에 쓰고 싶던 건축주 부부에게는 남다른 아지트가 필요했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 잘 놀아야 활력을 얻고 일을 더 잘할 수 있더라고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하륜 역과 <녹두꽃>의 홍가 역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조희봉 씨의 첫마디다. 평소 서핑과 클라이밍, 트레킹 등을 즐기는 조희봉 배우는 이 취미를 살려 지내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인 강원도에 ‘놀 집’을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자고 씻을 곳만 있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원계연 소장님을 만나면서 일이 커지게 되었죠.” 그는 다양한 건축 사례를 찾아보다가 <행복> 2016년 11월호에 소개한 광주 단독주택 ‘부메랑’의 집 사진을 보고 마음속에 그리던 놀 집의 이미지와 가장 근접하다고 생각했고, 설계를 맡은 스튜디오더원 원계연 소장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토지 매매 계약을 했고, 두 번째 만난 날 이곳에서 캠핑을 하며 앞으로 지을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완공까지는 2년여의 길고 긴, 때로는 지난한 여정이 이어졌다.


본래 땅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를 한 그루도 베지 않고 터를 앉힌 집은 낮은 언덕 지형에 맞춰 구들을 계단식으로 쌓아 올렸다.

소박하고 겸손한 조희봉 배우의 품성과 어울리는 자연 재료로 지나치게 멋 부리지 않은 실내. 경량 목구조와 중목구조를 혼용한 내부는 기둥과 보 등 주요 구조를 한눈에 보이도록 노출했다.

건축설계를 맡은 스튜디오더원 식구들과 함께 있는 모습. 조희봉 씨는 가족과 친구를 초대해 다 같이 풍류를 즐기거나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보낸다.
자연과 땅에 순응하는 집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해안가 쪽에 위치한 영동 지방으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설악산 자락 아래 웅대한 돌산인 울산바위가 내다보이고, 소나무가 많아 ‘솔밭’이라 부르는 동네. 조희봉 배우는 비가 내린 다음 날 찾은 이 땅의 향긋한 솔 내음과 고요한 적막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이곳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는 베어내야 할 성가신 존재가 아니라 집을 포용하는 위대한 자연인 것이다. “원래 자리하던 솔밭과 바위, 낮은 구릉들을 그대로 존중하고자 했어요.” 남북으로 길게 뻗은 대지의 언덕을 그대로 살리고, 단 한 그루의 소나무에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집을 앉혔다. 구들이 높아진 이유도 구릉 지형을 살려 집을 짓기 위해 고안한 대책이었다. 말 그대로 땅과 자연에 철저히 순응하는 집이다.

감솔채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온전한 실내 공간이 아닌 반半외부적 공간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대청·쪽마루·처마 등은 실내 면적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집 내부와 외부를 연결해주며 활용도가 높은 공간이다. 감솔채의 경우 실내 공간 대비 지붕이 덮고 있는 면적이 50%에 달한다. “제가 강원도 원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라 시골에서 생활한 경험이 설계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비가 내리면 안쪽으로 들이치지 않도록 처마가 길게 내려와야 하고, 외부 일을 하고 돌아오면 옷을 털거나 잠시 걸터앉을 쪽마루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원계연 소장이 시골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삶의 지혜다.

두 번째로 건폐율(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과는 별개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마당 면적이 크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원 소장은 이를 ‘유효마당비율’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외부 공간인 마당도 집의 일부라 생각해요. 그 마당은 태양광이 직접 들고 바닥이 평평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지요.” 거실에서 폴딩 도어를 열면 소나무 다섯 그루를 품은 너른 마당이 눈 앞에 펼쳐지는 이유다.

마지막으로는 ‘홑켜’로 공간을 구성했다. 홑켜는 공간의 켜가 하나라는 뜻으로, 공간이 겹치지 않음을 말한다. 이는 안채, 사랑채, 바깥채 등 ‘채’로 공간을 나누는 한국 전통 건축의 주요 요소인데, ‘실’로 분할하는 현대건축과 달리 홑켜 공간은 어느 방에서도 외부와 직접 맞닿는다는 차이가 있다. “문을 연이어 열어서 들어가는 일본 다다미방과 달리 우리나라 한옥은 문을 열면 바로 마당이나 툇마루가 나오죠. 그래서 바람과 햇빛이 잘 들어 보다 쾌적해요.” 이러한 특징으로 감솔채는 한 방향으로 길고 얇은 형태를 띤다. 이 집의 폭은 불과 4200mm로 30~40평형대 아파트의 거실 폭 수준이다. 모든 공간이 가로세로로 바깥과 접해 있는 감솔채는 곧 자연과 맞닿아 있다.

거실에서 왼쪽 통로를 통해 계단을 오르면 아담한 침실이 나온다. 밝은 원목과 하얀 벽지와 어울리는 흰색 침구로 단출하게 꾸몄다.

외관은 비가 내려도 상하지 않도록 콘크리트와 적삼목을 사용했다. 단정한 흑색 지붕에 어울리는 돌무더기로 담을 쌓았다.

직접 장작을 패서 난로에 불을 피우는 조희봉 씨는 난로 위에 <녹두꽃> 촬영 당시 주워온 돌을 오브제처럼 올려놓았다.

침실에서 반 층 오르면 오두막집을 연상시키는 작은 다락방이 나온다. 홀로 사색에 잠기거나 독서를 하는 공간이다.

암벽등반과 노천탕을 즐기는 조희봉 씨를 위해 마련한 실내 클라이밍 벽과 노천탕. 조희봉 씨는 바람의 길목에 자리한 노천탕에 앉아 살랑이는 바람의 감촉을 피부로 느끼며 지친 심신을 치유한다.

최근 조희봉 씨가 빠진 책은 사바타 쇼의 장편 소설 <그래도 우리의 나날>이다.

드넓은 솔밭에 둘러싸인 감솔채 전경. 푸른 소나무 군락을 여러 겹의 산자락이 두르고 있는 형세다. 산 속에 있지만 가장 가까운 해변까지 차로 불과 10분 거리.
몸과 마음이 솔직해지는 감솔채
“풍랑을 헤쳐나가는 선장의 모습과도 같았어요.” 조희봉 배우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담담하게 설계와 감리를 진두지휘한 원 소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원 소장은 도리어 자신을 전적으로 신임해준 그에게 “인생에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이상적인 건축주”라 답했다. 하지만 서로 가장 믿음직스러운 파트너가 되어준 건축가와 건축주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본래 철근콘크리트와 경량 목구조로 설계를 진행하던 와중에 조희봉 배우가 어려운 부탁을 해왔다. 인생의 멘토이자 절친한 스님이 조그만 암자를 지으려고 보관 중이던 나무를 쓰게 해달라는 것. 그 나무를 쓰려면 전통적인 한식 중목구조를 적용해 설계를 다시 해야 했다. 문제는 막상 나무를 가져오기 위해 방문하자 암자를 지어주기로 했던 대목수님이 “자기 자식 같은 나무라 못 가져간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스님과 함께 다시 찾아가 거듭 설득한 끝에 목재를 가져와 한 번 더 가공한 후에야 어렵사리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중목은 집의 듬직한 기둥으로 자리한다. 한때 넘어야 할 높은 산이었지만, 지금은 건물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자 두 사람의 신의를 상징하는 증표가 된 셈이다. 한식 목구조에서처럼 나무의 접합을 겉으로 노출했는데, 이렇게 ‘솔직하게’ 부재를 드러냈다고 하여 ‘감솔채’라 이름 붙였다. 조희봉 배우는 촬영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할 때면 항상 감솔채에 머문다. 노천탕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부드럽게 스치는 바람이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만 같다. “햇볕, 바람, 냄새, 어둠까지 모든 말초적인 것이 저에게 힘을 줍니다.” 오늘도 장작을 패어 아궁이에 불을 때는 그는 감솔채에서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그대로 놓아두며 마음껏 ‘논다’!


원계연 소장은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강원도 토박이다. 강원대학교 건축학부를 졸업한 후 건축포럼과 스튜디오 어싸일럼에서 실무를 수련했다. 현재는 고향인 강원도 원주에서 스튜디오더원(www.thewon.kr)을 운영하며, 우리 삶에 켜켜이 쌓여가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글 이승민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설계 스튜디오더원(070-4416-1005, www.thewon.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