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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더원 김정석 대표 대대손손 이어갈 중식당
서울 청담동의 다이닝 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1999년 중식당 이닝의 성공 이후 JS 가든, 더라운드에 이어 새로 문을 연 더원의 김정석 대표를 만났다. 이제는 장성한 두 아들 김상훈, 김상민 씨가 합류해 그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레스토랑 더원의 정원을 배경으로 빼어난 패션 감각을 지닌 세 부자父子가 서 있다. 오른쪽부터 김정석 대표, 둘째 아들 김상민 이사, 첫째 아들 김상훈 이사.

일반 중식당에서 보기 드문 고급스러운 바 공간에는 프랑스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의 밀누이 샹들리에가 시선을 압도한다.
호텔 보이의 38년 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아홉 나이의 한 청년이 신라호텔에 취직했다. 웨이터 보조부터 시작해 르네상스 호텔로 옮겨 지배인 자리까지 올랐다. 1999년, 17년 동안 근면하게 해온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중식당 ‘이닝’(이닝은 2000년대 모던 차이니스 레스토랑의 전성기를 이끈 초석이었다)을 열었다. 호텔 보이로 시작한 청년은 38년 후 프리미엄 중식당 ‘더라운드’와 하이엔드 레스토랑 ‘더원’까지 외식업계의 새로운 판도를 만드는 걸출한 수장으로 거듭났다. “제가 21년 전 청담동에 처음 진출했는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레스토랑은 제가 알기로 고센 단 하나뿐이에요.” 그는 더라운드와 더불어 자신의 온전한 오너십 레스토랑으로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더원을 오픈했다. “21년간 식당을 운영해온 저라는 사람이 남아 있는 것이지, 사실 제가 만든 식당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더원은 오픈과 동시에 예약이 폭주했고, 이미 연초까지도 예약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체 어떤 특별함이 많은 이의 맘을 사로잡는 것일까? 그가 써 내려온 청담동 중식당의 역사에서 더원이라는 새 챕터를 펼쳐보았다.

아치형 창문과 대리석 질감을 표현한 벽지,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우아한 펜던트 조명등이 유럽 저택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접시는 물론 테이블, 조명등, 손잡이 모두 이헌정 도예가의 작품을 배치한 공간.

모두 독립된 공간으로 구성된 내부. 아치형 통로 너머로 바가 보인다.

여러 명이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내는 흑초소고기탕수육.

이헌정 작가의 기품 있는 사각 합에 담겨 나오는 전복찜.

비단가리비찜, 문어편육, 아보카도 무스를 곁들인 대게살, 채끝말이로 구성한 스타터.
예술적 영감이 깃든 중식당
더라운드 삼성점 2층으로 올라가 더원에 들어서면 바깥과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장중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바카라 샹들리에를 설치한 바 입구에는 김정석 대표의 피겨를 올린 케이크가 눈에 띈다. “20년 된 단골손님이 오픈 축하 기념으로 주신 선물이에요.” 이닝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고객은 3·4대 자손과 함께 김정석 대표의 식당을 찾는다. 마치 자식에게 귀중한 유산을 물려주듯이 대를 이어 방문하는 셈. 바를 지나면 독립된 룸과 정원으로 이어지는데, 총 열한 개 룸이 있는 내부는 인테리어부터 범상치 않다. 방은 전혀 다른 테마로 꾸몄다. 주요 콘셉트는 김 대표가 유럽과 일본 등 전 세계로 출장을 다니며 얻은 영감이 반영되었다. 검은 제주 화산석이 바닥에 깔린 고요한 정원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일본 나오시마섬의 빈집을 작품으로 승화한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정원이 티 테이블이나 그 어떤 가구 하나 없이 평화로이 비어 있는 이유다.

숲속에 들어온 듯 푸른 관엽식물과 새 모양 조명등으로 꾸민 방, 빛바랜 대리석처럼 연출한 벽지와 베르판 조명등으로 장식한 엘레강스한 분위기의 방 등 각각의 개성과 품위를 잃지 않은 방 중에서도 백미는 다름 아닌 일명 ‘이헌정 도예가의 방’이다. 더라운드 때부터 이헌정 작가의 식기를 일부 사용했는데, 더원은 모든 요리를 그의 작품에 담아낸다. 그리고 이헌정 도예가의 방은 식기는 물론, 문손잡이부터 지름 1.7m에 달하는 테이블, 조명, 타일, 화병, 옷걸이, 와인 쿨러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구와 기물을 이헌정 작가가 직접 제작했다. 김정석 대표가 보낸 작가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바탕으로 그의 영감을 마음껏 펼쳐 보인 공간인 것. 요구 사항은 “여기는 작가님이 알아서 해주십시오.” 말 한마디였다. 제품 가격을 합하면 이곳은 무려 약 2억 8천만 원에 달하는 호화로운 방이다.

어느 요소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방의 코너를 장식한 타일이 눈길을 붙잡는다. “이헌정 작가는 이곳이 중식당이니 중국과 관련한 상징이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17세기 포르투갈 사람이 자신의 시각에서 바라본 중국인 모습과 표정을 담은 화보집을 참고해 이헌정 작가가 직접 타일에 그려 넣었다(타일 중에는 김정석 대표의 모습을 그려 넣은 것도 있다!). 이처럼 이헌정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핀란드 출신 유리 공예작가 안나리사, 프랑스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 등 세계 유수 브랜드와 작가의 작품으로 꾸민 공간이 더없는 예술적 만족감을 선사한다. “레스토랑은 단지 좋은 음식을 먹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문화를 즐기는 공간이어야 해요.” 시각적 요소는 물론 촉각에도 신경을 썼는데 피부에 닿는 공기의 질까지 고민했다. 그리하여 더원의 모든 공간은 히터를 가동하지 않고 바닥에 자갈을 이용한 열선을 깔았다. 한겨울에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열기로 인해 피부가 땅기지 않고 실내 공기 역시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

체크무늬 정장을 입고 손님을 일일이 배웅하는 김정석 대표의 모습을 보니 스타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어릴때부터 색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지닌 김정석 대표는 호텔에서 근무할 당시 친구들과 작은 옷집을 차렸을 정도로 옷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고, 그의 패션 감각은 두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수되었다. “우리부터 옷을 잘 입어야 해요. 직원은 움직이는 인테리어와 같거든요.” 워낙 패션에 민감해 직원 유니폼은 고급 이탈리아 원단을 사용해 맞춤 제작할 정도. 레스토랑을 완성하는 최종 인테리어는 다름 아닌 손님이다. “식당의 격에 맞는 손님이 방문할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세심한 신경을 씁니다. 손님이 우리 레스토랑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죠.”

유리잔은 모두 핀란드 출신 유리 공예작가 안나리사 알라스탈로의 작품이다.

뜨거운 불에 녹아내린 유리 볼을 보는 것처럼 공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톰 딕슨 멜트 펜던트 조명등. 더원에는 각 방마다 바카라, 톰 딕슨 등 감도 높은 디자인 브랜드의 조명등을 설치했다.

김정석 대표가 두 아들에게 물려준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로다Roda의 아름다운 행커치프와 멋스러운 커프스를 보면 패션 감각도 유전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구멍이 송송 뚫린 화산석을 닮은 금빛 물체는 이헌정 작가가 만든 문손잡이다.

오묘한 색감의 모자걸이 역시 이헌정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주방에서 요리를 맡은 김상민 이사가 스타터 그릇 위에 채끝말이를 올리는 모습.

흙으로 빚은 도자 와인 쿨러가 공간의 품격을 높인다.

20년 된 단골손님이 더원 오픈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김정석 대표에게 그의 피겨로 꾸민 케이크를 선물다. 더라운드와 더원은 대를 이어 찾는 단골손님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경계 없는 제철 재료로 만들다
공간과 콘셉트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레스토랑의 기본은 음식이다. 더원은 더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좋은 원재료에 집중한다. 요리의 경쟁력은 원재료에 있다는 것이 김정석 대표의 올곧은 철학이다. “좋은 재료를 쓰면 굳이 불필요한 양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원은 다른 중식당에 비해 소스를 적게 사용한다. 천일염, 식초, 간장 등으로 간을 맞추는 정도. 공산품은 사용하지 않고, 굴 소스와 엑소소스 모두 직접 만들어 쓴다. 새로운 식재료를 발굴하기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해풍을 맞으면서 자란 목포의 방풍나물, 울릉도에서 난 부지깽이, 제주도 유채나물 등 계절별로 전국 각지에서 가장 맛 좋은 채소와 해산물을 공수한다. 호텔에 근무할 때 프렌치, 일식 등 다양한 요리를 배웠기에 재료를 쓰는 데 경계가 없다.

김정석 대표의 음식에 관한 자부심은 ‘만두 한 판도 서비스로 내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다. “술은 내가 만들지 않지만, 주방장이 뜨거운 불구덩이에서 만든 요리를 어떻게 서비스로 주겠어요?” 고급 레스토랑에서 보기 드물게 콜키지 프리 정책을 고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식당은 밥장사하는 곳이지, 술장사하는 곳이 아니에요.” 술은 음식을 위해 거드는 것뿐이라며 딱 잘라 말한다. 고객은 음식을 즐기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아야지, 콜키지나 주류 가격에 부담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저마다 입맛에 맞는 술을 가져와 저희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긴다면 그게 감사한 일이죠.” 그에게 음식이란 경이롭게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인 듯하다.


다음 세대를 위한 레스토랑
홀로 황무지 같은 중식업계를 착실히 일궈나가는 김정석 대표의 사업에 올 초부터 두 아들이 합류해 더원 오픈에 힘을 보탰다. 두 아들은 방학 때면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부터 홀 서버 등 밑바닥 일을 했는데, 이제 큰아들 김상훈 이사에게는 더라운드 본점을 총괄 관리하는 일을 맡겼다. 호텔 학교를 졸업한 그는 일주일에 3일은 회계사 사무실로 출근해 회계와 경영을 익히고, 퇴근하면 본점으로 복귀해 손님을 응대하며 직원을 돌본다. 요리를 전공한 둘째 아들 김상민 이사는 현재 더원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하지만, 다음 달부터 홀에 나가 손님을 맞을 예정이라고 한다.

김상훈 이사는 인테리어 도면을 작업하는 일 하나까지도 전수받았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가장 중요한 재산은 ‘성실함’이라 말한다. “늘 가게에 주인이 있어야 손님이 신뢰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을 하셨죠.” 몸소 보여주는 성실과 근면, 신의만큼 값진 가산이 어디 있으랴. “식당은 살아 있는 식물 같아서 꾸준히 살피고 돌보아야 시들지 않아요.” 김정석 대표의 말처럼 끊임없는 애정으로 가꾼 식당(식물)은 건강한 성장으로 정직하게 답한다. 현재 청담점과 삼성점 두 곳을 운영 중인 더라운드는 앞으로 지점을 네 곳 더 오픈할 예정이며, 젊은 세대가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더 면 바’도 준비 중이다. 손님, 직원, 그리고 오너가 함께 대를 이어 관계를 지속해 굳건하게 뿌리내린 터줏대감으로 오래 남기를 기대한다.


미식 경험
청담동 중식 신을 이끌어온 더원 김정석 대표가 직접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이헌정 작가의 방’에서 코스 메뉴를 즐기며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6만 6천 원 상당의 코스 메뉴와 와인을 식사로 제공합니다.

일시 2020년 1월 8일(수) 오전 11시 30분~오후 1시 30분
참가비 5만 5천 원
장소 더원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에 참가 이유를 적어 신청하세요.

글 이승민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