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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 메종 서울 청담동 거리에 생긴 보물 상자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이 서울에 들어선다는 소식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은 루이 비통 메종 서울. 내부 인테리어를 책임진 피터 마리노를 비롯해 전 세계 톱 디자이너들의 오브제로 가득한 이곳은 패션을 넘어 예술을 사랑하는 이라면 보고 또 보아도 볼거리가 풍성한 아트 박스 자체다.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외관은 동래학춤을 추는 무용수의 움직임에서 영감받아 설계했다는 프랭크 게리의 드로잉을 그대로 구현했다. ⓒStephane Muratet

프랭크 게리는 “이 건물이 거리를 아름답게 비추는 가로등이 되기를 바란다”며 미소 지었다.
루이 비통의 예술성과 한국의 전통을 응축한 외관
그동안 여러 차례 세계적 패션 하우스의 서울 부티크 오픈 소식이 큰 화제를 모으곤 했지만, 이번만큼 범아시아적 관심을 끈 적은 없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이 서울에 들어선다’는 사실 때문.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현대건축의 거장으로 꼽히는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은 그만큼 상징성과 가치가 높다. 그가 지은 건축이라고해서 전부 빌바오 효과(스페인의 쇠락한 철강 도시 빌바오에 그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선 이후, 연간 1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빌바오를 찾았고 이는 지역 경제 부흥으로 이어졌다)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사람들에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 그래서 상식을 뛰어넘는 건물은 언제나 실제로 어떻게 존재하는지 호기심을 자극하니까.

파사드가 베일을 벗을 10월 30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것도 그 때문이리라. 사전에 공개한 그의 설계 드로잉은 보는 순간 “이게 건축물이 된다고?”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 동래학춤에서 영감을 받아 움직일 때마다 옷자락이 펄럭이는 형상을 구현한 건축이라는 부연 설명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냥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해야만 오롯이 알 것 같은, 매우 낯선 건축물. 그만큼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은 외관부터 특별하다. 예상한 대로 부티크 앞은 이른 아침부터 중국, 홍콩 등 아시아와 프랑스 외신 기자들로 북적였다. 당일 새벽에 도착했다는 프랭크 게리와 대화하는 자리에는 소수의 선택받은 매체만 참여할 수 있었는데, <행복>도 그중 하나였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무려 90세 노장이 장거리 비행 뒤에 곧이어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게 무리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식상한 표현을 빌리자면, 역시 대가는 달랐다. 거침없는 입담에는 에너지가 가득했고, 어떠한 질문에도 풍부한 식견을 담은 답변을 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기분 좋게도 한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메인 홀은 여성 의상부터 가죽 제품, 액세서리 등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높은 천고에 페르난두&움베르투 캄파나 형제의 코쿤 체어를 설치해 시선을 끈다.

로우 에지스의 콘서티나 조명등은 종이 소재로 만든 갓이 빛을 은은하게 비춘다.

국내에서는 루이 비통 메종 서울에서만 판매하는 소프트 트렁크 백. 이 밖에도 스티머, 키폴 등의 백과 LV 트레이너 스니커즈 등 익스클루시브 아이템을 선보인다.

유리공예 장인의 수작업 블로잉 방식으로 만든 다이아몬드 화병은 마르셀 반데르스의 작품이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인연인가?
한국인 손녀가 둘 있는데, 큰아이는 네 살로 이름은 오펄Opal이고 작은아이는 한 살 반 된 데이지Daisy다. 둘 다 똘똘하고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 놀러 와 내 옆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메종 건물이 한국의 전통 춤인 동래학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을 때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느꼈다.
우리 가족 중 한국인이 있기도 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그리고 이번에 동행한 우리 사무소의 파트너인 데이비드 남도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지금까지 한국을 수차례 방문했고, 동래학춤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아 전통 의상에 대해 알아보았다. 특히 전통 춤을 출 때 입는 의상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다.

동래학춤은 이 건물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나?
내가 춤을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조각처럼 움직임이 표현되는 데 있다. 오늘날 주변의 차량, 비행기, 선박 모든 것이 다 움직인다. 그렇다면 우리를 둘러싼 이러한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 문화의 일부가 되겠구나 하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그래서 잠재의식 속에 외관에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고, 이를 건축에 적용한다는 점에 내 창의성이 있는 듯하다.

건축을 할 때 주변 환경을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경우는 어떠했나? 메종 주변은 청담동 럭셔리 거리로 유명하다.
알고 있다. 사실 주변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최대한 아름다운 건축물을 완성하자는 자세로 임했다. 재단 미술관에서 글라스 자재를 사용한 경험을 살려 진행했다.

서울 메종 건물은 파리의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건물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나?
물론이다. 파리에서 성공을 거둔 요소를 이곳에서도 계속 시도하고 싶었다. 서울 메종은 이러한 실험의 연장선이다. 앞으로 유리를 활용하는 다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유리라는 소재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유리의 잠재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나는 모든 자재에 관심이 많다. 심지어 벽돌까지. 유리가 특히 흥미로운 점은 고층 건물 관련한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유리 공장에 가서 자세히 살펴보고 이를 건축에 적용한다. 뉴욕의 한 건물에도 곡선 글라스 공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만큼 유리를 이용한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적기이다.

이 메종은 하나의 조각품 같다고 느꼈다.
실제로 기원전 500년에 그리스 델포이에 만든 마부 청동 조각상을 마음속에 두고 작업했다. 30대 때의 일인데, 당시 이 작품 앞에서 느낀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그토록 오래전 조각가가 작품에 불어넣은 감정이 오랜 시간 흐른 뒤에도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일은 바로 이 점, 그러니까 내면의 소재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아닐까? 이러한 생각이 출발점이 되었다.

당신이 설계하지 않은 건물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나의 인생 건축물은 롱샹 성당이다. 르코르뷔지에의 작품으로 움직임이 돋보이고 작지만, 르코르뷔지에의 초기 페인팅 작품에서 롱샹이 시작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옛 건축물 중 한국의 종묘를 좋아한다. 종묘를 처음 방문했을 때 눈물이 났다. 궁이 입구의 바닥에서부터 시작되고, 기둥 받침대가 그냥 지면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과 조화를 이루어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테라스 또는 플라자로 쭉 이어지는 모습이 전에 한국 전통의상과 제례 의식 사진을 보면서 상상한 그대로 무척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먼저 보고 무척 인상적이어서 종묘에 가고 싶었고 직접 방문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일정이 끝나면 또 가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간단하지만 답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질문일 것 같다. 메종 서울 프로젝트를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세 단어라… ‘Lovingly Conceived and Executed(아름답게 고안해 완성하다)’가 어떨까 싶다.

3층의 프라이빗 살롱 공간. 프랭크 게리의 인터뷰를 진행한 곳도 여기다. ⓒStephane Muratet

입구에 들어서면 캄파나 형제의 봄보카 소파가 손님을 맞이한다.

건축가가 동래학춤의 움직임을 표현한 유리창을 통해 실내에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쬔다. 앙증맞은 의자와 테이블, 코쿤 체어를 놓아 테라스를 완성했다. ⓒStephane Muratet

전 세계 예술가의 작품을 응집한 내부
내부 인테리어는 프랭크 게리만큼이나 건축계에 한 획을 긋고 있는 건축가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터 마리노가 맡았다. 그야말로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은 세기의 협업으로 완성한 작품인 셈. 내부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한국에서 처음 전개하는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일 터. 오브제 노마드는 루이 비통의 장인 정신과 가죽 공예 기술이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창의력과 조우해 탄생한 리빙 컬렉션으로, 2012년 첫 선을 보인 이래 꾸준히 확장되어 왔다. 설치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로우 에지스의 조명 등이 여성 컬렉션의 가죽 제품 위로 빛을 밝히고, 캄파나 형제의 코쿤 체어가 천장에 매달려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 방식은 제법 흥미롭다.

4층의 전시 공간에서는 예술계와 루이 비통의 오랜 협업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개관 프로그램으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루이 비통 메종 서울 오픈을 기념해 구글 렌즈와 협업해 특 별한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루이 비통 <트래블 북> ‘서울’ 편.
지하 1층부터 차례로 남성 컬렉션과 여성 컬렉션 공간이 이어지고, 3층은 예약제로 운영하는 프라이빗 살롱 공간으로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4층의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전시 공간!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소장품 중 특별히 선별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대표 조각 작품 여덟 점을 만날 수 있다. 그 밖에 각 층의 곳곳에는 브랜던 스미스, 마크 하겐 등 현대미술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모든 예술 작품과 가구를 직접 큐레이팅한 피터 마리노의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는 메시지를 그야말로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 또 이곳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아이템까지, 루이 비통 메종 서울에 가고 또 가고 싶은 유혹적 요소는 그야말로 차고 넘친다.

글 강옥진 기자 | 자료 제공 루이 비통(02-3432-1854)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