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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정익재 씨 부부의 샤토행당 봉주르, 샐리
어느 부모에게든 아이는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다. 따라서 아이가 태어나 처음 마주할 방을 가족의 역사와 취향이 깃든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당연할 터. 결혼 후 함께 꾸민 첫 공간에서 첫아이 ‘샐리’를 맞을 준비를 마친 김혜진·정익재 씨 부부의 샤토행당 이야기.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서재를 아이 방으로 꾸미고 <행복>을 초대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혜진 씨와 남편 정익재 씨(기사 마감 후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뒤 프랑스의 에콜 카몽도에서 실내 건축을 전공한 디자이너 김혜진 씨는 디자인 스튜디오 ‘Studio HJRK’(www.studiohjrk.com)를 운영하며 프랑스 인디아 마다비, 크리스티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아트&디자인을 인테리어에 풀어내는 작업을 펼친다. 거실에는 구자현 작가의 판화와 장미셸 오토니엘의 네크리스 작품을 설치했다.

김혜진 씨가 사무실을 오픈하기 전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던 방을 곧 태어날 샐리의 방으로 꾸몄다. 옐로&그린을 메인 컬러로, 파리의 공원을 표현한 포인트 벽지가 생동감을 자아낸다. 아이 침대는 포터 리반 제품, 양 오브제는 한스 피터 크라프트 제품으로 태교 여행을 떠난 프랑스에서 구입했다.

현관과 마스터 베드룸을 잇는 복도에서 바라본 거실 모습. 지난 5년간 샤토행당을 오간 지인들이 편안하게 음악을 듣고 와인을 즐기던 라운지로, 창가 쪽으로 다이닝 테이블을 두고 소파를 주방과 등지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요즘 집을 사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신혼부부가 거의 없잖아요. ‘독립’이 인생의 주요한 키워드이던 저희 부부 역시 전셋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면서 크게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았어요. 대신 벽지와 조명 등을 바꾸고 하나둘 고른 가구와 작품을 스타일링해서 소중한 첫 시작에 의미를 담았죠.”각각 대구와 울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미국에서 미술사와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공부한 김혜진·정익재 씨 부부는 오랜 유학 생활로 집이 주는 위안과 안식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결혼 후 실내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 유학을 떠나면서 남편과 2년 반 정도 떨어져 살았어요. 남편이 파리에 있는 인시아드INSEAD(유럽경영대학원)에서 MBA를 하면서 비로소 신혼 생활을 시작한 셈인데, 둘 다 학생 신분이던 터라 집을 꾸밀 여력은 없었죠. 미술관에 가고, 카페와 공원에서 여유 시간을 보내며 우리의 집을 상상하곤 했어요. 곧 태어날 아이 방에 시공한 벽지는 피에르 프레이의 ‘자르댕 파리지앵’이라는 제품인데, 저희가 자주 가던 뤽상부르 공원이 그려져 있어요. 벽지를 볼 때마다 공원을 산책하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처럼 공간에 우리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엄마와 아이 모두 행복한 공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욕심과 전셋집이라는 현실을 절충한 첫 신혼집은 ‘샤토행당’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친구들 사이에서 명소로 자리 잡았다(전세로 입주한 집을 살면서 매입한 사례. 지난 5년간 해마다 1백 명이 넘는 손님을 초대했을 정도다!). 30평형대 아파트의 기본 구조와 마감을 그대로 유지하되, 침실과 복도 그리고 거실의 벽지를 교체하고 매입 스폿등으로 조명등을 바꿨을 뿐인데 사는 이의 취향과 개성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먼저 거실과 침실은 환한 베이지 컬러로, 좁은 복도 라인은 어두운 그레이 컬러로 묵직하게 마감해 시각적으로 공간을 분할했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소파를 파티션처럼 등지게 배치하고, 다이닝 테이블을 거실 창가에 두니 LDK 구조에 다채로운 레이어가 만들어지며 공간이 한결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여자아이 방은 핑크로 당연히 귀엽게 꾸며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태명 ‘샐리’(라인프렌즈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옐로 컬러에 그린 컬러를 매치해 사랑스러우면서도 클래식한 무드를 살렸다. 초록 정원 패턴과 노란색 스트라이프 패턴 벽지를 매치한 뒤 침대와 서랍장, 수유 소파 등 기본 가구는 크림색으로 톤 앤 매너를 맞췄다. 머스터드 옐로 컬러 커튼은 친정에서 사용하던 커튼에 태슬을 달아 리폼한 것. 서랍장 손잡이도 영국에서 공수한 실버 제품으로 교체하고 태슬을 달아 포인트를 줬다. “저희 부부는 특히 집을 좋아해요.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손님을 초대해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죠.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생활을 아이 중심으로 하게 된 다고 하잖아요. 공간은 금방 엉망이 될 거고 부부의 시간은 없을 거라고 주변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세요. 물론 많이 바뀌고 힘들겠지만 지레 포기하거나 단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공간 곳곳에 놓인 작품도 아이가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한동안은 그냥 자연스럽게 둘 생각이에요.” 아이 방은 흔들 요람과 원형 매트, 침대까지 유독 눕는 자리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태어나서 얼마간은 아기 침대를 부부 침실에 두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아이 방에서 혼자 잘 수 있도록 분리하는 등 실생활의 보살핌에는 오랫동안 세심하게 시간을 들이되, 정신적인 면에서는 일찍 자립심을 키워주자는 생각을 담았다.

아이 임신 소식을 듣고 구입한 양혜규 작가의 ‘Edibles - Market Place, Genting Garden, Red & Green Oak Leaf, 150g’. 홍콩 아트 바젤에서 구입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찍은 사진,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 초대장 등 좋아하는 것과 기념하고픈 순간을 장식한 거실장.

침실에 로버트 인디애나의 팝아트 작품을 걸어 포인트를 줬다.

현관에서 침실로 향하는 복도 라인은 진한 회색 벽지로 마감해 묵직한 공간감이 느껴진다. 벽에 건 작품은 남춘모 작가의 ‘획(Stroke Line)’.

현관의 흑백사진은 핀란드 작가 펜티 삼팔라흐티Pentti Sammallahti의 ‘Moskow, Russia’. 한국의 공근혜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열렸을 때 구입했다.

그린 패턴 벽지와 머스터드 옐로 컬러의 커튼이 화사하게 어우러지는 아이 방.

노란색을 좋아하는 부부는 아이의 태명을 라인프렌즈의 캐릭터 ‘샐리’로 지었다. 남편 정익재 씨는 라인플러스의 중동사업부를 맡고 있다.

주방 날개벽에는 김재용 작가의 ‘Donuts’을 장식했다.
집, 가족 이야기를 담다
미술은 이 가족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부부가 처음 함께 구입한 게리 흄Gary Hume의 페인팅부터 아이 임신 소식을 듣고 장만한 양혜규 작가의 판화까지… 단순히 작품 이상의 가족 스토리가 담겨 있다. 가장 먼저 둥근 해처럼 거실을 환하게 밝혀주는 구자현 작가의 판화는 매일 집에 들어설 때마다 달뜬 기분을 느끼게 한다. 평소 팬이던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네크리스 설치 작품을 컬렉션한 뒤, 부부는 파리로 여행을 갔다 우연히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그의 다른 작품을 보기 위해 여행 일정을 추가하기도 했다. 작품으로 인해 또 다른 추억거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침실에 건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의 판화는 남편 정익재 씨가 다리를 수술하고 회복할 즈음에 구입한 것. ‘love’ ‘hope’가 더 유명하지만 왠지 ‘heal’이라는 단어가 위로가 됐다. 가장 최근에 컬렉션한 작품은 양혜규 작가의 유니크 판화다. “작품명이 ‘Edibles - Market Place, Genting Garden, Red & Green Oak Leaf, 150g’이에요. 어느 시장에서 구한 채소의 잎사귀 자체를 판화로 찍은 건데 여린 식물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온 선물 같았어요. 아이 방에 아주 잘 어울리죠?” 침실과 주방 한쪽 벽에 살포시 자리 잡은 김재용 작가의 도넛 설치 작품도 눈에 띈다. 골라서 조합할 수 있는 재미가 있는 이 작품은 아이가 자라면 함께 골라서 해마다 한 작품씩 추가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미술에 관심이 많지 않았어요. 아내의 전공 분야라 관심을 갖다 보니 어느 순간 저도 함께 즐기고 있더라고요. 제가 팀워크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축구 경기에서 모두 지쳤을 때, 옆에 있는 친구가 한 발짝 더 뛰면 나도 한 발짝 더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한두 발자국이 모여 게임이 되는 거죠. 함께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퇴근하고 함께 밥 먹고, 누군가가 설거지할 때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정리하고…. 굳이 정하지 않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팀워크, 프랑스로 태교 여행을 간 것도 우리 가족의 ‘팀워크’를 위해서죠.”부부는 지난 7월 말 프랑스로 태교 여행을 다녀왔다. 매일 산책한 공원, 아침마다 먹던 크루아상, 시장 풍경…. 엄마 아빠가 경험한 것을 아이가 함께 호흡하며 자연스레 느낄 수 있도록 추억을 찬찬히 복기했다. 알랭 드 보통은 공간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삶의 희망이 일치할 때 그곳을 집이라고 정의했다. 출근하기 전, 잠자기 전 괜히 ‘샐리의 방’을 한번 둘러보게 된다는 부부. 아이를 키운다는 건 부모가 함께 자라는 일이며, 삶의 협업을 이뤄가는 과정이 아닐까.

글 이지현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