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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터뷰 지금, 한국 여자
전 세계 화장품업계에서는 ‘한국 여자’가 트렌드 메이커로 통한다. 지금의 K-뷰티를 이끈 저력은 바로 ‘한국 소비자’에게 있을 터. 최전선에서 다양한 접점을 쌓아왔을 글로벌 뷰티 기업 CEO 6인에게 한국 여자를 규정하는 키워드를 물었다.

김진하 _ 록시땅L'OCCITANE 지사장
한국 여자는 공감력이 좋다


로레알 그룹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후, 록시땅에서는 12년째라는 김진하 지사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의 친환경 인식이 얼마나 성장해가는지 피부로 체감한다. “록시땅을 좋아하는 이유로 ‘리필 제품이 나와서, 죄책감을 덜 느끼게 해줘서’라고 말하는 고객이 많아요.” ‘이 제품이 좋다’고 홍보하는 노력 대신 ‘기업의 철학’을 실천하는 데 집중하면 소비자는 어떻게든 알고 선택한다는 걸 경험하고 있단다. 브랜드가 하는 일이 더 투명해져야 하기에 테라사이클과 계약해 공병을 재활용하고, 직원이 먼저 친환경 생활을 솔선수범하도록 사내 규칙도 만든 록시땅.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소비자의 참여도가 상당히 높아요. ‘이걸 하지 않으면 의식이 부족한 거다’는 지혜로운 인식이 있는 듯해요.”


이세미 _ 샹테카이Chantecaille 지사장
한국 여자는 가치를 소비한다


‘뷰티 위드 인텐션’이 모토인 샹테카이는 자연에서 영감받고 사회와 지구환경에 환원해야 한다는 의도로 설립한 기업. 20여 년간 뷰티업계에 몸담아온 이세미 지사장은 샹테카이는 광고를 많이 하지 않는데도 열렬한 단골 고객이 느는 특별한 브랜드라며, 고객한테 배울 때도 많다고 밝힌다. “멸종 위기 동물을 돕는 필란트로피 컬렉션을 단순히 좋아하는 것뿐 아니라, 재능 기부를 통해 이 캠페인을 더 알리고 싶다고 제안하지요. 언젠가는 코팅지 리플릿을 보고, 우리가 놓친 부분을 지적해준 분도 있고요.” 또 피부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많고, 아무리 고가여도 ‘베이식 스킨케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며, 자신에게 그만큼 투자를 한다는 게 다른 나라 여성과 다른 점 같다고 분석했다.


정샘물 _ 메이크업 아티스트 겸 JSM 뷰티 대표
한국 여자는 감각이 탁월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시작해 크리에이터이자 교육자, 여성가족부 멘토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그야말로 톱스타부터 절망에 빠진 여성까지 광범위한 접점을 쌓아온 정샘물. “한국 여자는 뷰티와 패션 정보를 빠르게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가 ‘Beauty Starts from You, Just Believe’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다. K-뷰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우리나라가 뷰티 산업 수출국 4위라는 거 아세요? 이런저런 사회문제 속에서도 K-뷰티의 위상은 이토록 높습니다. 타고난 감각도 감각인데, 사계절이 명확한 환경 덕분에 여러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거죠. 결국 결핍을 응용하는 게 경쟁력을 갖추는 노하우입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예요.”


백양희 _ 라엘Rael 대표
한국 여자는 얼리 어답터다

장소 협조 Pier59 Cafe
라엘은 유기농 생리대로 시작한 펨테크Femtech(여성 건강을 위한 기술) 카테고리 기업으로, 2년 전 아마존에서 론칭한 이후 4개월 만에 1등을 차지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미국에서 현재 ‘메이드 인 코리아’ K-뷰티는 정말 핫하죠. 한국 여자들은 ‘까다롭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안주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늘 더 좋은 제품을 찾는 성향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뷰티 산업이 발전한 것 아닐까요?” 백양희 대표의 분석. 유기농 생리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는 소비자 교육이 필요한 데 반해, 한국에서는 이미 대중화되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뷰티 트렌드가 매우 앞서 있다는 증거. 이러한 저력이 있는 한국 여자 셋이 창업한 기업답게 라엘은 곧 ‘호르몬 변화에 따른 피부 컨디션을 잡아주는 클린 뷰티’를 선보일 예정이란다. 새로운 걸 찾는 한국 여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남궁현 _ 베이직BEIGIC 대표
한국 여자는 변신의 귀재다

헤어ㆍ메이크업 탁연지
아직 론칭한 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비건 코즈메틱’으로 업계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베이직. 화장품 산업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서 커리어를 쌓은 남궁현 대표는 오랜 해외 생활에 비추어 ‘한국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한국만큼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데 빠른 나라도 없어요. 몇 달 만에 한국에 오면 메이크업 트렌드가 바뀌어 있고, 끊임없이 진화하죠.”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기존 유명 회사의 제품을 무작정 믿는 대신, 덜 알려진 브랜드일지라도 철학이 좋으면 지지한다는 것. 덕분에 베이직의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가치’를 알아주는 여성이 늘고 있단다. 하지만 의아하고 안타까운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여성은 60대에도 루부탱 힐을 신고 섹시한 여자의 눈빛을 지니고 있죠. 하지만 한국 여성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스타일이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우미령 _ 러쉬LUSH 코리아 대표
한국 여자는 ‘어벤저스’다

헤어ㆍ메이크업 탁연지
뷰티 기업 중 러쉬만큼 동성애,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 편에서 목소리를 내고 금기를 깨는 데 앞장서온 브랜드가 있을까? 한국에 러쉬를 론칭한 이후 17년째 이끌며 유일무이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온 우미령 러쉬 코리아 대표. 그의 첫마디는 남달랐다. “왜 굳이 한국 ‘여자’죠? 그것부터 또 하나의 틀을 만드는 것 아닐까요?” 뷰티 기업이지만 끊임없이 사회 이슈를 공론화하는 이유는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살아내는 하루의 일상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그렇기에 꼭 ‘여성’의 특징으로 규정짓고 싶지 않지만, 한국 여자에게 영화 <어벤저스>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단다. 한 명 한 명이 히어로지만, 완벽하지 않은 구성원이 힘을 합쳐 엄청난 힘을 발휘하죠. 우리나라가 뷰티에서 나아가 삶에서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독특하고 그 힘은 정말 놀라워요.”

글 강옥진 기자 | 사진 라이언 윤Ryan Yoon 김진하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