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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오아시스 같은 풀 그라스가 있는 풍경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아 잡초 취급을 받던 그라스가 점차 정원 곳곳을 수놓고 있다. 정원사 칼 푀르스터가 ‘대지의 머리카락’이라 부른 그라스가 생동감을 지니는 이 계절, 그라스로 연출한 공간 다섯 곳과 대표 그라스 종류 그리고 특징을 알아본다.

오래된 명화 같은 플로리스트의 작업실


창밖으로 평온한 유럽 전원 풍경이 펼쳐질 것만 같은 공간. 한남동 ‘아보리스타’의 작업실 한편을 가득 채운 그라스는 그 어떤 꽃보다 풍성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박혜림 플로리스트는 수직으로 곧게 뻗은 새풀과 잎이 가늘고 긴 그린라이트를 이용해 들판의 우거진 풀과 자유분방한 활기를 표현했다. 갈대의 담황색 이삭은 초록 덤불 속에 또 하나의 색채감을 더해 한결 다채로운 이미지를 완성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36길 30


거룩한 이삭의 향연


강아지풀처럼 보송보송한 이삭이 달린 수크령이 ‘에덴낙원’ 예배당 주변을 감싸고 있다. 이곳을 설계한 최시영 건축가는 흰수크령을 예배당을 보호하는 성벽처럼 총총들이 심어 마치 속세와 경계를 가른 듯 보인다. 줄기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살랑거리는 수크령 군락의 시각적·청각적 효과가 예배당의 검은색 외관과 대비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자아낸다.
주소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로 449-82


도심 속 은밀한 휴식지


창작자들의 멤버십 커뮤니티 ‘코사이어티’에는 비밀스럽게 숨은 정원이 있다. 키 큰 자두나무 세 그루를 중심으로 곳곳에 뿌리 내린 소박하면서 이파리가 풍성한 그라스가 계절의 정취를 한껏 드러낸다. 스타일지음이 디자인한 이 정원은 바깥에서 관조하는 대상이 아닌, 안에서 식물과 어우러지는 공간. 그늘 드리운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봄이면 자두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82-20


아늑한 풍경 속 작품


근사한 교외 저택에 초대받은 기분이 드는 ‘빌라 드 파넬’. 쇼룸과 카페 두 건물 사이에는 세심히 공들여 가꾼 정원이 자리한다. 바람 따라 살랑대는 수크령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입구부터 그린라이트, 러시안세이지, 삼색조팝 등 이파리가 부드럽게 휘는 그라스로 꾸민 산책로, 중앙의 푸른 잔디, 그 뒤로 옅은 산자락이 차례로 펼쳐지는 입체적 조경은 얼라이브어스가 설계했다.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박곡로 192


갈대로 뒤덮인 은신처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네스트 호텔 부지는 호텔을 짓기 전부터 주변이 온통 갈대밭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둥지’라는 뜻의 ‘네스트’로 호텔 이름을 짓고, 이 땅의 본래 주인인 갈대를 외부 조경의 메인 콘셉트로 삼았다. 노지에서 자생한 풀과 갈대를 최대한 살려 조성한 산책로는 보랏빛 꽃망울의 맥문동과 키 낮은 초화류 사이에서 높이 올라간 갈대와 수크령이 입체감을 더한다.
주소 인천시 중구 영종해안남로 19-5



그라스, 넌 대체 누구?
이름 모를 잡초처럼 보이는 그라스 종류는 대부분 벼나 보리처럼 식량으로 쓰는 볏과 식물이거나 잎이 길쭉한 사초과에 해당한다.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만큼 서로 생김새가 흡사한 그라스의 기본 수종을 알아보자.



수크령 폭스트롯
학명 Pennisetum alopecuroides ‘Foxtrot’
특징 그라스 종류 중에서 키가 크고 부드러운 질감 을 찾는다면 주목하자. 높게는 1.5m까지 자라며, 낮게 자라는 사초류와 매치하면 입체감을 더할 수 있고, 갈색 이삭은 단아한 멋을 자아낸다.



수크령 하멜른
학명 Pennisetum alopecuroides ‘Hameln’
특징 계절에 따른 변화가 매력적인 수종. 부드러운 흰색 꽃이삭이 가을이 되면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청초한 분위기를,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쓸쓸한 정취를 담아내기에 적합하다.



새풀 오버댐
학명 Calamagrostis acutiflora ‘Over Dam’
특징 사계절 내내 감상하기 좋다. 6월쯤 이삭이 패는데 겨울에 갈변된 상태에서도 곧은 선을 유지하기 때문. 잎에 무늬가 있어 시원하고 멋스러운 느낌이 나 들녘의 낭만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이다.



납작보리사초
학명 Chasmanthium latifolium
특징 가늘고 긴 줄기 끝에 고개를 숙인 듯이 달리는 귀리 모양의 열매가 특징. 잎이 풍성한 그린라이트, 리아트리스, 은쑥 사이에 놓으면 자연스러운 들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방울새풀
학명 Briza minor L.
특징 차마 손을 대기도 미안할 만큼 작고 세밀한 방울 열매가 맺힌다. 아기자기한 들꽃이나 꿀풀, 러시안세이지 같은 우아한 초화류와 함께 식재하면 가녀린 매력이 빛을 발한다.



몰리니아 하이드
학명 Molinia caerulea ‘Heidebraut’
특징 곧고 강하다. 부드러운 선의 형태미를 지닌 대표적 그라스로, 군락을 이루도록 조성하면 사뭇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특히 바람에 흔들릴 때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글 이승민 기자 | 사진 이창화 기자 | 참고 도서 <벼과·사초과 생태도감>(지오북), <유럽의 주택 정원>(아틀리에 이수) | 도움말 박혜림(아보리스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