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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블루베리 농장 무농약의 공약
일명 ‘파란 영양제’로 불리는 블루베리의 계절이 돌아왔다. 천혜의 자연이 기른 블루베리를 찾기 위해 전라남도 화순군에 위치한 숲속의베리팜을 방문했다.

문형일 대표는 소나무로 우거진 화순군 숲의 토양이 블루베리가 자라는 데 적합한 약산성이라는 점을 활용해 5천 평 규모의 블루베리 농장인 숲속의베리팜을 조성했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블루베리는 대부분 6월 초부터 열매가 검푸르게 익어간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풀 내음으로 농밀해지는 계절. 6월의 초여름에 접어들면 알알이 맺힌 작은 열매도 검푸르게 익기 시작한다. 약 1만 년 전,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부식이나 약용으로 따 먹은 북미의 이 작은 토착 과일은 오늘날 세계 10대 슈퍼푸드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부터는 블랙 푸드 열풍으로 다시 한번 그 효능을 널리 알린 주인공 블루베리 이야기다.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을 풍부하게 함유해 피를 맑게 해주고, 뇌졸중이나 심장 질환의 위험을 줄여주며, 노화를 예방한다고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시력에 좋은 눈 건강식품으로 위상이 높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공군 조종사가 물체를 선명하게 보기 위해 빵에 블루베리를 발라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 이쯤 되면 블루베리는 젊음의 묘약 수준이 아닐까.

머나먼 북미 대륙 출신의 블루베리를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역사는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내 블루베리 생산량은 최근 7년간 500% 이상 급증했다. 짧은 기간 내에 이토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건 초기 농가의 공헌이 크다. 전남 화순군에 위치한 ‘숲속의베리팜’도 그중 하나로 블루베리를 무농약으로 친환경 재배하는 대표 농가로서 입지를 착실하게 쌓아왔다.

10년 전, 일평생 건설을 업으로 삼던 문형일 대표는 건강이 악화되자 사업을 접고 귀농을 결심했다. “제가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가족들이 모두 웃어넘겼죠.” 그가 20년 전 화순군을 방문했을 때 울창한 소나무 숲의 비경에 반해 사둔 땅이 있었다.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청정한 자연을 고이 간직한 이곳에서 심신을 회복하며 새로운 노후를 준비했다. “당시 화순군에서는 블루베리 사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어요. 저도 여러 가지 제도적 지원을 받아 농장을 시작했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농사일이란 게 여간 녹록지 않았다. 이론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농업 기술센터에서 농사에 대한 전문교육을 1천5백 시간 이상 수료하고 블루베리 마스터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2년간 더 공부했다. 전업이던 건설 이력을 바탕으로 스프링쿨러, 급수로 등 제반 시설도 전문적으로 갖췄다. 노년의 불타는 학구열과 열정으로 꾸린 숲속의베리팜 농장은 현재 매년 10톤 이상의 블루베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숲속의베리팜에서는 6월부터 9월까지 수확 시기를 길게 확보하기 위해 총 열두 종의 블루베리를 재배한다. 왼쪽부터 듀크, 스타, 블루크롭, 엘리엇, 드래퍼, 블루리본. 열매 꼭지 부분이 별 모양인 스타를 제외하고 열매만으로 품종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블루베리 국내 토착기 
전 세계 블루베리 품종은 2백여 가지가 넘는다. “우리나라 지형과 기온에 알맞은 품종을 찾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품종의 대부분은 내한성이 강하고 재배하기가 까다롭지 않아 가정에서도 키우기 쉽고, 손이 덜 가는 하이부시Highbush 계열의 블루베리다. 하이부시는 보통 동절기의 싹이 기온 7.2℃ 이하에서 8백 시간 이상 유지되어야 하며, 동절기 최저기온과 저온 일수 등에 따라 다시 북부하이부시, 남부하이부시, 반수고 하이부시로 나뉜다. “우리나라 기후에 잘 맞는 대표적 하이부시 계열의 블루베리 품종으로는 듀크Duke, 블루크롭Bluecrop, 엘리엇Eliot이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부시는 7월이면 수확이 끝나기 때문에 다른 종을 또 찾아야 했죠.” 이렇게 9월까지 늦은 수확이 가능한 래빗아이Rabbit Eye 계열까지 포함해 그는 총 열두 품종의 블루베리를 재배한다. 달콤한 맛, 씁쓰름한 맛, 시큼한 맛…. 품종마다 미세하게 다른 당도와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숲속의베리팜 블루베리의 매력이다.


따자마자 생으로!
블루베리는 햇볕이 잘 들고 물 빠짐이 좋으며 약산성을 띠는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피트모스peat moss다. “블루베리를 재배할 때 피트모스는 필수 자재입니다. 무균토이자 보비력(거름기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땅의 능력)이 좋기 때문이지요.” pH 3.5~4.5(약산성)로 산도가 적합하며 무게에 비해 최대 스무 배까지 물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보수력이 좋은 피트모스를 찾았다면, 그다음 중요한 원칙은 무농약 재배다. 농약과 화학비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익한 유산균·효모균·고초균·광합균 등 미생물을 이용해 재배한다. 열매의 밑동까지 색이 들면 잘 무르익은 것이다. 과피가 벗겨지지 않도록 비틀면서 손으로 수확한다. “농장에서 갓 딴 블루베리는 씻지 않고 바로 먹어도 새콤달콤하니 맛있죠.” 줄기에서 딴 싱싱한 열매를 바로 맛보니 과연 무공해 자연의 맛이 느껴진다. “블루베리 생과는 가능하면 바로 드시는 것이 좋아요. 특히 상온 보관하는 것은 금물이에요.” 상온에서 보관해 자칫 햇빛에 오래 노출될 경우 비타민이 모두 빠져나가기 때문.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청정 지역의 숲속에 자리한 농장의 모습. 화분에 식재한 묘목은 피트모스를 섞은 토양에 적응하도록 4~5년 정도 기른 후 노지에 옮겨 심는다.

농장에서 수확한 블루베리에 효모를 투입해 3주간 발효한 후 다시 2차 숙성시켜 완성한 블루베리 와인.
숲속의베리팜은 2016년도 하반기에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교육농장’ 품질 인증을 받아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절별 유기농 체험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수확한 블루베리를 이용해 즙이나 잼, 와인, 쿠키를 직접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문형일 대표는 손수 발품을 팔아 농장을 방문해 블루베리를 재배해보기를 적극 권한다. “블루베리가 어떻게 자라는지 눈으로 보고 따서 먹어보면 그 즐거움이 더욱 커질 거예요.” 영롱한 보랏빛 열매는 물론 흰 망울을 터뜨린 꽃과 푸른 잎사귀를 보고 느끼는 경험은 마트에서 진열된 패키지를 살 때와는 분명 다른 생생한 희열을 전해줄 것이다.

 

스토리샵 주문
숲속의베리팜 블루베리 생과(5kg, 14만 9천 원, 배송비 무료)는 전화(080-007-1200)와 카카오톡 친구(M플러스멤버십)를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블루베리는 씻지 않은 생과 상태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해야 하며, 15일 내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주문 가능 시간은 매주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이며, 토·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쉽니다.

글 이승민 기자 | 사진 민희기 | 취재 협조 숲속의베리팜(www.munberryfarm.com)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