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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맛있다 각별한 커피 아틀리에
“정성스럽게 음식을 느끼려는 자에게 맛은 도처에 있다.” 황현산 선생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원두 고유의 테루아를 즐길 수 있는 국내외 스페셜티 커피에 향미와 개성을 돋워줄 한식 디저트를 국내 작가의 커피 도구와 함께 소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소한 경험이 모여 삶을 깊이 있고 윤택하게 만든다.

스페셜티 커피와 두루 조화로운 개성약과

노승철 작가의 갈색 도자기 드리퍼는 포터리밈, 쿨 그레이·블루·인디 핑크 컬러 화병은 박휘원 작가 작품으로 에뜨클레이스튜디오, 개성약과가 놓인 접시는 이선철 작가 작품으로 요소갤러리, 커피 가루를 올린 이정미 작가의 인디고블루 찬기는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스페셜티 커피는 어떤 품종으로, 어디서 왔고, 누가 길렀으며, 자랄 때 환경은 어떠했고, 어떻게 볶았으며, 어떤 방식으로 내리는지 등 그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소상히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전문점에서 바리스타와 소통하며 즐기면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명실공히 문화적 음료다. 이럴진대 그저 평이한 디저트를 곁들이기엔 어딘지 아쉽다. 스페셜티 커피의 향미와 개성을 돋워줄 한식 병과 페어링이 각별한 이유다. 정해진 원칙이랄 것은 없지만, 이왕이면 커피와 같은 향미를 내는 음식이 어울린다는 것이 전문가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그도 어렵다면 파이처럼 켜가 살아 있는 개성약과를 곁들여보자. 바삭한 식감과 고소하면서도 단맛이 은은해 어느 커피에나 잘 어울린다.


모멘토브루어스 본연의 맛과 향을 기억하다

박휘원 작가의 화이트 화병들은 에뜨클레이스튜디오, 변두리 작가의 적동 드리퍼는 고마테이블웨어, 류연희 작가의 우드 손잡이 적동 드립포트와 사과정과를 올린 이세용 작가의 화이트 접시는 모두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호두정과를 올린 각진 굽다리 접시는 김별희 작가 작품으로 요소갤러리 판매.
커피를 마시면서 향미를 즐기고 추억에 잠기는 것은 매우 인간적인 행동이다. 이탈리아어로 ‘기억’이란 뜻을 지닌 모멘토momento가 슬로건인 모멘토브루어스(@momento_brewers_)는 호주 멜버른의 유명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마켓레인커피의 한국 공식 총판으로 올 초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쇼룸이다. 마켓레인커피는 생두 회사를 함께 운영하기에 매 시즌 고품질의 신선한 커피를 선보이는 것이 장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커피 맛으로 기억에 남을 커피를 제공하고 싶다”는 이아람 매니저가 추천한 과테말라 원두 ‘산타 클라라’ 역시 가을날 갓 딴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달콤 상큼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핸드 드립으로 아로마의 변화를 느끼는 것도 재미있다. 뜨거울 땐 은은하던 캐머마일티의 향미가 점차 식으면서 사과 껍질의 단내로 나타난다.


“음료와 같은 풍미의 음식을 곁들이면 맛이 배가된다. 늦가을의 빛깔 고운 홍옥은 정과로 만들면 맛과 향, 색감을 오래 두고 즐길 수 있는데, 홍옥 자체에 산미가 있어 과일의 향미가 우수한 스페셜티 커피와 잘 어울린다. 바삭한 식감과 고소하면서 단맛도 살아 있는 호두정과도 견과류 향미의 스페셜티 커피와 즐기기에 좋다.” _ 동병상련(02-391-0077) 박경미 대표


듁스커피 코리아 본질에 집중하고 쉽게 다가가다

화이트와 스카이 블루의 투톤 컵은 일무갤러리, 이선철 작가의 스카이 블루 포인트 도자기 드리퍼는 요소갤러리, 그 아래 이기조 작가의 화이트 도자기 머그는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박휘원 작가의 핑크 저그와 푸른 톤의 그레이 화병은 에뜨클레이스튜디오 판매. 옻칠 드립포트는 민덕영 작가 작품.
진정한 커피 맛을 음미하고 싶다면 귀천을 따지기보다 그 다양성을 즐기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 듁스커피(dukescoffee.co.kr)가 ‘좋은 커피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쉽게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본질을 강조하는 이유다. 2008년 호주 멜버른에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로 시작한 듁스커피는 블렌드를 제외한 모든 원두를 3~6주의 주기로 바꾸는데, 로스팅 후에도 7~10일간 숙성시킨다. “갓 볶은 원두는 오히려 텁텁할 수 있어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김나영 브랜드 매니저는 과테말라 커피 무역의 선구자인 라스 메르세데스Las Mercedes 농장에서 올해 재배한 커피를 핸드 드립으로 손쉽게 즐겨보길 권한다. 커피 열매의 향미를 최대한 살린 내추럴 가공 방식을 거친 원두는 마치 복숭아 맛이 밴 것처럼 깔끔하고 산뜻해 산미가 낯선 사람이 즐기기에도 편안하다.


“전통 한식은 후식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다. 차에 곁들이는 다식이 있었을 뿐이다. 요즘은 스페셜티 커피를 차처럼 마시기도 하므로 꿀로 반죽한 계핏가루를 소로 넣은 율란이나 생강 향과 잣가루의 고소함이 조화로운 강란을 함께 즐기면 서로의 맛을 음미하기에 좋다. 견과류달고나는 추억까지 더해줄 것이니 더할 나위 없다.” _ 한식공간(02-747-8104) 조희숙 셰프


펠트커피 신맛, 단맛, 쓴맛의 균형감을 추구하다

김준수 작가의 우드ㆍ금속ㆍ유리 소재가 조화로운 피처 서버는 아원공방, 지인식 작가의 화이트 저그는 요소갤러리 판매.
스페셜티 커피에도 오해가 있다. 단일 원두로 만든 싱글 오리진이 여러 원두를 배합한 블렌드보다 무조건 좋은 것도, 핸드 드립으로만 추출해야 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커피 마니아가 인정하는 국내 로스터리 카페로 서울 창전동과 광화문에 자리한 펠트커피(feltcoffee.com) 김영현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재료라고 강조한다. “좋은 고기를 스테이크로, 미디엄으로만 먹어야 맛있는 것이 아니다. 스페셜티 커피도 마찬가지다. 추출 방식에 따른 향미의 차이는 있지만, 좋은 원두는 어떻게 마셔도 맛있다.” 원두를 로스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밸런스. 신맛, 단맛, 쓴맛이 조화로운 커피야말로 누구나 꾸준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부터 밀크 베리에이션까지 모든 메뉴에 잘 어울리는 ‘클래식 에스프레소 블렌드’가 대표적인데, 오렌지 같은 달콤한 산미와 밀크 초콜릿, 견과류의 향미가 특징이다.


“쌀에 생강을 넣고 빻아서 가루를 여러 번 내려 종잇장처럼 만들어 구운 생강쌀과자는 스페셜티 커피와의 페어링도 나무랄 데가 없다. 카페라테나 플랫 화이트 등과도 잘 어울리는데, 카카오 함량이 높아 달지 않은 초콜릿을 올려 샌드한 초콜릿 약과와 즐겨도 훌륭하다.” _ 합(www.haap01.com) 신용일 셰프


베르크로스터스 클린업과 단맛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다

조은샘 작가의 아이보리 저그와 깨말이를 올린 화이트 디저트 접시는 김연지 작가 작품으로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그 옆 바닥이 두툼한 화이트 작은 접시는 이준호 작가 작품.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나 로스터리의 공통점은 원두는 다양하되 메뉴의 카테고리를 대폭 줄여 커피 본연의 맛과 경험에 집중하게 한다는 점이다. 부산 전포동에 위치한 베르크로스터스(www.werk.co.kr)도 그렇다. 일관된 맛을 위해 엄격하게 관리하며 스태프 없이 공동대표 네 명이 운영하는 이곳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바로 입안을 깨끗하고 상쾌하게 하는 클린업clean-up과 단맛이다. “싱글 오리진 필터로 즐기면 원두의 개성을 좀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블렌딩도 그에 못지않다. 오히려 생두의 선택과 로스팅 스타일 등 로스터스의 특징을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블렌딩이다.” 송찬희 공동대표가 추천한 베르크로스터리의 블렌딩 커피는 ‘베이비’로,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 클린업이 돋보이며 견과류와 브라운 슈거의 단맛도 있어 밀크 베리에이션과도 잘 어울린다.


“깨를 얇게 밀어서 강정으로 만든 후 돌돌 만 깨말이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지만 소로 들어가는 재료는 마카다미아, 피스타치오, 호두 등 견과류로 식감이 바삭하면서도 부드럽다. 스페셜티 커피의 고소한 향미와도 잘 어울리는데, 경앗가루(팥가루)에 묻힌 개성경단도 커피를 음미한 후 먹으면 단맛이 올라와 의외의 조합을 이룬다.” _ 강정이 넘치는 집(02-563-1400) 황인택 대표


아러바우트 커피의 다양한 맛을 취향껏 즐기다

전 부분의 자연스러운 느낌이 돋보이는 주악을 올린 화이트 접시는 이정미 작가 작품, 매작과를 올린 화이트 굽접시는 이승호 작가 작품으로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도자기와 금속으로 만든 블루 컬러 포인트의 드립 세트는 변두리 작가 작품으로 고마테이블웨어, 100% 구리를 직접 두드려 만든 드리퍼와 빗살 무늬 계량 스푼과 받침 접시는 모두 이보열 작가 작품으로 포터리밈 판매.
“커피를 즐기는 사소한 시간이 치유의 순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맛을 갖추고 고객이 취향껏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추출은 그저 그 맛을 가장 살려주는 방식을 따를 뿐이다.” 서울의 한남동, 명동, 신사동에 지점이 있는 아러바우트(@r.aboutcoffee) 윤성수 대표가 밝힌 원칙은 이 집의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독일의 더반로스터리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로도 유명한데, 더반은 약하게 커피를 볶는 약배전으로 원두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싱글 오리진만 선보이는 로스터리다. 그중에서도 온두라스 원두 ‘로스 오코테스Los Ocotes’는 푸어오버 방식에 최적화된 커피로, 산미와 단맛이 훌륭한 것이 특징이다.


“스페셜티 커피와 함께 맛과 멋을 즐기기에 개성주악은 더없이 좋은 한식 디저트이다. 찹쌀가루·밀가루·막걸리를 넣고 반죽해 발효한 뒤 동그랗게 빚어 튀겨낸 다음, 조청을 넣어 단맛이 깊은 집청 시럽에 담그는데, 바삭한 식감과 집청의 달콤함 그리고 반죽의 쫄깃함이 일품이다. 생강 향을 느낄 수 있는 매작과와의 조화도 무난하다.” _ 김씨부인(02-532-5327) 김명숙 대표


로우키커피 좋은 커피를 나누고 스토리를 전하다

매트한 질감과 오묘한 컬러가 돋보이는 블루 볼과 그레이·블루 화병은 모두 박휘원 작가 작품으로 에뜨클레이스튜디오, 코발트 컬러의 채색이 멋스러운 이정미 작가의 디저트 접시는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최대규 작가의 청자 저그는 요소갤러리 판매.
우연히 마신 커피 한잔이 자신을 깨우고 특별한 순간을 선사했다면, 이 커피는 그저 그런 음료가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궁극의 커피다. 2010년 문을 연 커피점빵의 세컨드 브랜드로 서울 성수동과 남양주시에 자리한 로우키커피(@lowkey_coffee)가 추구하는 바다. 동네 사람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이 원동력이라는 제인 대표는 커피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 중 맛을 감별하는 커핑cupping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생두를 선별할 때나 로스팅 후의 커핑도 중요하지만 손님들과 정기적으로 맛보는 퍼블릭 커핑도 무척 중요하다. 이 과정이 쌓여 좋은 원두를 소개할 수 있다.” 그 결과물인 여러 원두를 시즌에 따라 일관된 맛으로 재현하는 블렌드 중에서도 시그너처인 ‘샴페인 블렌드’는 과일의 풍미와 산미로 시작해 초콜릿처럼 묵직한 맛으로 마무리되는데, 샴페인 잔에 에스프레소로 즐기면 크레마 형태도 잡아주어 안성맞춤.


“아이가 즐겨먹던 건강 간식이기도 한 귤까까는 귤을 소금과 설탕에 재어 가열한 후 하루 정도 두어 깊은 맛이 들게 한다. 새콤달콤한 맛이 유지되어 와인은 물론 스페셜티 커피와도 잘 어울린다. 콩고물을 묻힌 도라지정과는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과 식감이 젤리와 같은데, 맛이 강하지 않아 커피와 궁합이 좋다.” _ 이도가(@eedoga_rosa) 김선미 대표


콩당콩당 능동적으로 커피를 즐기고 체험하다

두텁떡을 올린 흰 접시는 이선철 작가 작품, 잣유과를 올린 흰 통굽접시는 지인식 작가 작품으로 요소갤러리, 박휘원 작가의 핑크·아이보리 화병은 에뜨클레이스튜디오 판매. 흑유 도자기 드립 세트와 컵은 박성욱 작가 작품.
서울 잠실에 위치한 콩당콩당(02-2203-1214)은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커피를 마시고자 하는 이들에게 제격인 카페다. 스페셜티 커피를 포함한 양질의 커피를 그저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체험하며 교육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미각도 경험이 중요하기에 클래스에 공을 들이지만, 카페로서는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을 최우선 덕목으로 여긴다. 선호하는 커피의 농도부터 식사 후라면 메뉴까지 묻는 이유다. 원하는 맛이 있다면 메뉴판에 없는 커피를 권하기도 한다.” 김권 대표가 소통하는 방식은 스페셜티 커피를 올바로 즐기는 가이드라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가 한식 병과와 어울릴 스페셜티 커피로 추천한 것은 단맛이 많고 청량함도 뛰어난 ‘에티오피아 코케 허니Ethiopia Koke Honey 싱글 오리진’이다. 복숭아와 꿀을 연상케 하는 유니크한 산미가 좋아 아이스로 즐겨도 제격이다.


“흔히 떡은 커피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조선 왕실과 사대부의 상징적인 떡인 두텁떡은 소에 유자, 밤, 대추, 호두, 잣 등과 함께 계피가 들어가 커피와 먹으면 그 조화가 일품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잣유과 또한 풍미가 깊어커피와 즐기기에 제격이다.” _ 만나당(02-515-8338) 황지현 대표


소품 협조 고마테이블웨어(032-674-1784), 민덕영 작가(@leaf_2001), 박성욱 작가(031-771-1819), 아원공방(02-735-3482), 에띠클레이스튜디오(0507-1334-0377), 요소갤리리(02-575-4050), 이준호 작가(@joonho_lee_ceramics), 일무갤러리(02-544-5667),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02-541-8484), 포터리밈(02-733-8873)

글 신민주 | 사진 김정한 | 스타일링 민송이·민들레(7doors) | 어시스턴트 심민주, 최승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