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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반칠환과 함께하는 숲 체험 아이야, 궁궐 숲에서 놀자!

서울 사대문 안, 왕이 거닐던 궁궐 숲에서 부모와 아이가 자연과 역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계절마다 아름다운 숲과 다람쥐, 청설모가 뛰어다니는 창경궁은 궁궐 숲 체험에 제격인 장소다.

시 하나, “할아버지 지고 가는 나뭇지게에/ 활짝 핀 진달래가 꽂혔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노랑나비가/ 지게를 따라서 날아갑니다.” _신영승의 ‘지게꾼과 나비’ 중

시 둘, “코스모스 꽃잎에 톱날이 박혀 있네/ 톱질하시던 아버지 모습 아련히 떠오르네.” _반순환의 ‘코스모스’ 중

시 셋,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_유치환의 ‘춘신’ 중


이 세 편의 시 속에 등장하는 ‘진달래와 코스모스와 살구꽃’은 나를 시 세계로 이끈 세 종류 꽃이다. 첫 번째 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던 것이고, 두 번째는 누나가 초등학교 때 백일장에서 장원한 시다. 세 번째는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만난 시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고 10여 년쯤 되었을 때였다. 왜 시인이 되었을까 돌이켜보았더니 저절로 저 시편들이 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어떻게 저 시편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남다른 감수성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남다른 선체험이 있었다는 걸. 유년 시절을 고스란히 인적 드문 숲속 외딴집에서 보냈다. 사람의 언어를 배우기 전에 꽃의 언어를 먼저 배웠을 것이다.

내 이름으로 발표한 시들을 보니, 그것들은 내가 쓴 게 아니었다. 유년 시절 숲이 불러준 것을 받아 적었을 뿐었다. 수많은 시인과 예술가와 철학자가 그러했듯 영감의 원천은 숲이었다. 전쟁을 피해서 숲으로 들어간 부모님은 의도치 않게 ‘유서 깊은 전통 숲 유치원’에서 조기교육을 시킨 셈이었다. 저 시들을 만나기 전에 봄이면 진달래꽃을 먹었고, 가을이면 코스모스 바람개비를 돌렸으며, 자욱한 살구꽃 분홍 구름에 설레곤 했다. 40대의 나는 옛 은사를 찾는 마음으로 숲해설가 양성 기관을 찾았다. 그리고 숲해설가가 되었다.

숲 해설을 하면서 난감하던 경험이 있다. 몇 년 전 한 기관으로부터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숲 놀이’ 제안을 받았을 때였다. 기쁜 마음으로 덥석 승낙했다가 첫 수업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은 초등학생부터 유치원생까지 섞여 있었다. 심지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까지 함께 나왔다. 누구의 눈높이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막막했다. 아이들은 밤새 책상머리에서 준비한 숲 놀이 프로그램대로 고분고분 놀아주지 않았다. 메추라기처럼 사방으로 튀는 아이들을 쫓느라 쩔쩔매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발달 단계가 다른 아이들을 균질적인 집단으로 착각한 대가였다.

첫 수업을 마치고 고민에 빠졌다. 누구의 눈높이에 맞춰야 모든 아이가 집중할 수 있을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수업을 포기할까 생각했을 때 부모들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들 숲 놀이에 보조 교사 노릇을 해줄 거라고 믿었는데 쭈뼛거리던 모습이 이상했다. 대개 30대인 부모들은 꽃잎 빙고 게임에 사용하는 몇 종류 풀꽃 이름도 아는 눈빛이 아니었다. 냉이와 꽃다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말 그대로 ‘생태맹’ 부모들이었다.


시인 반칠환과 숲연구소에서 '숲 놀이'를 체험한 어린이들의 작품. 어느 어린이나 숲에서 구한 재료로 자신만의 숲 감수성을 맘껏 발휘해 작품을 만들어낸다.

빌딩 숲 속 빈틈인 경희궁. 팽나무, 잣나무, 소나무, 벚나무 등 다양한 나무와 짙은 숲 그늘을 만날 수 있다.

창경궁의 연못 춘당지.
부모들의 눈부터 열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가 숲을 알면 아이를 저절로 숲으로 데려갈 것이 아닌가? 수업 참가를 결정하고 수업료를 지불하는 그들이 흥미를 느껴야 수업이 지속될 게 아닌가? 부모를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가시켰다. 봄이면 크래커에 봄꽃을 얹은 카나페를 만들어 먹고, 여름이면 냇가에 갈대잎 배를 띄우고, 가을이면 도토리 구슬치기를 하고, 겨울이면 추억의 비료 부대 눈썰매를 탔다.

아이들은 놀이에 참가하든, 나비를 쫓든, 땅을 파든, 나무에 기어오르든 그대로 두었다. 도시 문명에서 태어났어도 숲의 품에 안기는 데 거리낌 없는 아이들에게서 숲의 유전자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숲의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들려주는 일이 숲해설가의 일이라면, 숲과 직접 소통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필요가 없었다. 자연과 유리된 지 오래된 생태맹 부모들이야말로 통역이 필요했다. 문명이라는 양부에게서 자란 그들은 아이를 기르면서 숲이라는 생부의 품에서 제2의 유년을 맞이하고 있었다. 숲 해설을 하면서 느낀 점 가운데 하나는 어린 시절 숲 체험을 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의 감수성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앞의 세대는 들꽃 한 송이만 봐도 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뒤의 세대에게는 붉은 건 꽃이요, 푸른 건 잎일 뿐이다. 꽃과 나무를 노래한 시를 낭송해도 그들에게는 머릿속에 이미지를 떠올릴 선체험이 없다.

숲은 문명의 바탕이지만 문명은 끊임없이 숲으로부터 벗어나왔다. 맨발로 걷던 인류는 이제 종일 흙을 밟지 않고도 살아간다. 하지만 4차 산업사회에서도 숲의 혜택 없이 인류는 살아갈 수 없다.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을 내어주며, 저마다 다른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생명들이 공존하는 숲은 가장 오래된 놀이터이자 학교이기도 하다. ‘행복이 가득한 집’을 꿈꾸는 30대 부모들과 아파트 숲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제안한다. 엄마랑 아빠랑 아이랑, 행복이 가득한 숲으로!

숲해설가 반칠환 시인이자 동화 작가이며, (사)숲연구소에서 교육을 받고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숲연구소 전문 강사로 출강하며, 유아교육진흥원과 건강가정지원센터, 농업기술센터 등 에서 생태 및 숲밧줄 놀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슴풍뎅이’ 를 비롯해 생태 시를 쓰고 있다.




궁에서 숲 체험
창경궁 숲 체험 4월 13일(토) 오전 10시~11시 30분
경희궁 숲 체험 4월 27일(토) 오전 10시~11시 30분

대상 유치원생·초등학생 자녀를 둔 <행복> 독자
인원 10가족
참가비 부모 1인 1만 2천 원+자녀 1인 1만 원(궁궐 입장료 포함)
준비물 편한 옷과 신발, 모자
신청 <행복이 가득한 집> 홈페이지(www.designhouse.co.kr/classtour) 또는 전화(02-2262-7222)

글 반칠환(시인, 숲 해설가) | 구성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