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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과 섬진강의 농∙어업 문화유산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의 맛
1천2백 년 역사의 하동 야생차 농업이 유엔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것에 이어, 재첩 손틀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야생차와 재첩, 지리산과 섬진강의 자연을 전통 방식 그대로 생산하는 하동의 풍요로운 농ㆍ어업 유산과 문화, 체험 방법을 소개한다.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섬진강 재첩 손틀어업

섬진강에서 재첩을 잡는 어부들. 5월부터 10월 사이, 허리부터 가슴 사이로 물때가 맞는 날만 재첩을 잡을 수 있다.

섬진강 재첩. 속살의 진한 단맛이 특징이다. 씨가 마르지 않도록 지름 1.2cm 미만 새끼 조개는 채취를 금지한다.

손틀어업에 쓰는 거랭이를 들고 이동하는 어부. 사진 출처: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korean.visitkor ea.or.kr)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 모래 속에 재첩이 산다. 껍데기 한 쌍이 여닫히는 이매패류二枚貝類 중 한국인이 유일하게 즐겨 먹는 민물조개.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도가 적절하고 깨끗한 1급수에서만 살기에 지금은 섬진강 유역에서만 대량으로 잡힌다. 소설가 김훈은 재첩을 “가장 낮은 곳에 사는 가장 작은 조개 속에 가장 깊은 맛이 들어 있다”고 표현했다. 우리 선조는 거랭이라는 도구를 만들어 강바닥을 긁어가며 이 작고 맛 좋은 조개를 잡았다. 이를 손틀어업이라 하는데, 지금도 5월에서 10월 사이에 하동포구에서는 어부가 얕은 강 하구에 들어가 거랭이로 강바닥에 숨은 재첩을 잡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018년 11월, 해양수산부는 섬진강 재첩 손틀어업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어업 문화유산 중 하나로 인정받은 것. 하동군은 전통 야생차 농업과 함께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경남발전연구원 채동렬 박사는 문화유산으로서 손틀어업의 가치를 연구해왔다. “거랭이는 기다란 막대 끝에 모래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촘촘하게 구멍 난 쇠갈퀴가 달린 도구입니다. 낙동강 하구, 남강 하구 등에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버린 조개껍데기가 쌓여 만들어진 패총貝塚에 재첩이 있는 걸로 보아 우리 선조는 선사시대부터 재첩을 먹어온 걸로 추정합니다. 처음엔 손으로 잡다가 도구를 만들어 썼겠지요.” 거랭이의 틈 사이로 모래와 새끼 조개가 빠져나가고 남은 지름 1.2~2cm 크기의 재첩을 바구니에 담는다. 손틀어업을 하며 강바닥 모래를 긁으면 가라앉은 영양분이 순환되어 섬진강 생태계에도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 하동군 고전면 전도리의 섬진강재첩체험마을에서는 겨울을 제외한 연중 내내 여행객이 섬진강에서 재첩을 잡을 수 있는 재첩잡이 체험 행사를 개최한다. 매년 여름에 열리는 ‘알프스하동 섬진강문화 재첩축제’에서는 재첩잡이 체험은 물론 모래 속에 숨겨둔 황금 조개를 찾는 이색 이벤트 등 다양한 체험과 행사,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다.


자연과 역사를 우려내는
하동 야생차

맑은 섬진강을 따라 펼쳐진 하동의 산자락에는 1천2백 년 전 심은 차가 야생 형태로 번식해 자라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차 산지다.

김동곤 명인. 쌍계명차박물관과 티 카페에서 하동의 깊은 차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하동 녹차는 유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하동의 화개는 우리나라 녹차의 시배지다. 서기 828년 신라 흥덕왕 때 당나라에 간 사신이 차 종자를 가지고 오자 흥덕왕이 지리산 하동에 그 차를 심게 해 본격적으로 왕실에서 차를 마시는 풍속이 생겨났다. “역사에서 알 수 있듯 하동의 차는 신라시대에 심고 가꿀 때부터 임금에게 바치는 차였습니다. 기록에 보면 조선시대를 거쳐 구한말까지 화개의 좋은 차는 다 조정에 바쳤다고 기록되어 있지요.” 13대에 걸쳐 4백여 년간 화개에서 살아온 한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식품 명인 제28호 김동곤 명인은 선산에 지천으로 피어난 찻잎을 접하며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쌍계사·화엄사 등에서 다도를 즐기는 스님들과 교류해온 그는 차를 만들고 공부하는 것을 업으로 택했다. 우리나라에는 세 곳의 대표 차 산지가 있다. 차 생산량이 가장 많은 보성은 70여 년 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자신들이 사용할 찻잎을 기르기 위해 일본식 개량종 차나무를 대량으로 심어 다원을 조성한 곳이다. 제주의 거대한 녹차밭은 한 화장품 대기업에서 조성해 관리한다. “일본, 중국, 대만 등에도 원하는 품종을 오랫동안 개량해서 집단으로 키우는 차밭이 대부분인 데 반해, 세계적으로 화개처럼 산야에 야생화한 차밭이 넓게 퍼진 곳이 드뭅니다. 야생 형태로 번식했으니 같은 차밭이라도 찻잎 크기와 색깔이 완전히 다르지요. 또한 1천2백 년 동안 수많은 문화적 기록도 남아 있어 2017년에는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에서 하동 녹차를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생산량을 떠나서 그만큼 하동의 녹차는 역사, 문화, 농업면에서 대단한 보전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김동곤 명인은 야생차가 지천으로 자라는 화개골에 쌍계명차박물관과 티 카페를 열어 대를 이어 모아온 보물 같은 차 도구를 무료로 공개하고, 하동 야생차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하동에선 야생차박물관, 모암마을, 용강마을, 정금마을 등에서 제다와 다도 체험을 할 수 있으며, 매년 5월 개최하는 ‘하동야생차 문화축제’는 대한민국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규영, 김민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