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가장 우리다운 의식주
옷을 지어 입고, 밥을 지어 먹고, 집을 지어 산다. ‘짓다’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단어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온전하게 지어야 튼튼한 오늘이, 또 내일이 있으니까. 재단법인 아름지기와 한 지붕 아래서 전통문화를 연구하고, 다채로운 성과를 보여준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이 창성동에 새로운 공간을 지었다.

각종 프로젝트에 전시되었던 한복을 만날 수 있는 옷공방. 디자인, 소재, 기능이 뛰어난 전통 한복을 만들기 위해 국내 한복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고민한 결과물이다.

온지음 맛공방은 한식뿐 아니라 전통 식기도 연구한다.

입구에 한 줄로 늘어선 배흘림기둥이 방문객을 반긴다.
경복궁의 서쪽, 가을을 맞이한다는 뜻의 영추문迎秋門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맞은편에 자리한 흰색 건물을 만나게 된다. 얇고 꼿꼿한 서체로 상호명을 적은 간판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투명하고 넓은 유리창 너머로 풍기는 기운은 무심히 지나던 행인의 발걸음까지 저절로 잡아끈다. 이곳은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의 새로운 보금자리다. 온지음이 다른 전통문화연구소와 다른 점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재단법인 아름지기를 짧게나마 소개할 필요가 있다. 아름지기는 우리 생활의 기본이 되는 의衣·식食·주住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전통문화의 가치를 발굴하고, 현대화에 앞장서는 문화 코디네이터다. 온지음은 2013년 출범한 전통문화 연구 기관으로 아름지기의 손이 되어 전통문화를 연구하고, 창작한다. 의·식·주 세 가지 주제의 공방에서 연구 개발이 진행된다. 각 공방은 역사와 이론을 담당하는 공방장의 지휘 아래 실무 경력이 10년 이상인 방장과 연구원으로 구성했다. 에르메스 코리아의 후원으로 덕수궁 함녕전의 내부 집기를 재현하는 사업을 진행했으며, 전통 건축부터 현대건축까지 우리의 미감과 문화적 특징을 보여준 전시 <해를 가리다>와 종가에서 아파트까지 집집마다 다른 제례 풍경을 전시한 <가가례家家禮> 프로젝트 역시 두 기관의 합작품이다.

세 공방의 대표 작품을 전시한 로비는 온지음이 추구하는 의식주를 느낄 수 있다.

집공방의 공방장 방에 낸 작은 창문이 소담하다.

연구원이 골동품을 직접 사용하면서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꾸민 영감실.

집공방의 작은 마당에는 전통 해 가리개를 재현한 작품과 이건창호와 협업한 창호문이 놓여 있다 .

경상남도 양산에 있는 궁중채화박물관 모형.
누구나 전통을 향유하는 곳
온지음은 평범한 연구소가 아니다.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복원하기도 하지만 현대인의 생활 습관에 알맞은 문화 상품을 개발ㆍ판매해 우리 문화가 일상에 녹아들기를 바라는 단체다. 그렇기에 로비는 일반 방문객이 우리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문을 열고 로비 안으로 들어가면 옷공방에서 지은 옥빛 한복이 두 팔 벌려 방문객을 맞이한다. 옆으로는 집공방이 재현한 고구려시대의 배흘림기둥이 로비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맞은편 진열대에는 세 공방이 만든 문화상품과 도서가 나란히 자리한다. 한편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는데, 카페나 작은 모임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로비에 배치한 가구는 아름지기 디자이너 출신 최윤성이 론칭한 가구 브랜드 핏츠fiits.에서 제작한 것. 작고 소박한 만듦새는 온지음이 추구하는 미학과 잘 어우러진다. 지하 1층은 옛 전통 가옥을 탐구하고 현대의 재료와 기술로 재현하는 집공방. 집공방은 아름지기 사옥을 설계하고, 사라질 뻔한 한옥 마을을 리모델링한 돈화문 박물관 마을 프로젝트를 이끌기도 했다. 이 밖에 실험적 전시에 참여하거나 기존 한옥을 유지, 보수한다. 2층에는 전통 복식사를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의복을 짓는 옷공방이 있다. 최근 칼 라거펠트, 진태옥 디자이너, 임선옥 디자이너와 협업한 작품 50점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AM(Asian Art Museum) 한국관에 전시해 개관 이래 최대 관람객인 4만 5천 명이 찾는 기록을 세웠다. 3층에는 세 공방을 총괄하는 기획실과 자료실이 있다. 자료실 뒤편에는 연구원이 휴식할 수 있도록 꾸민 영감실이 있는데, 골동품을 모아두어 과거의 일상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다. 4층에는 예부터 전해 내려온 고古조리서의 음식을 연구하고 현대적으로 재현해보며 한식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맛공방이 있다. 연구실, 레스토랑, 문화 상품 제조 공간이 있는데, 특히 레스토랑이 반응이 좋다. 사라져가는 조선시대 양반집에서 먹던 ‘반가’ 요리법이나 지역의 제철 식재료를 찾아다니며 연구한 요리를 북악산과 경복궁, 인왕산을 바라보며 맛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조선시대 여성이 혼례복으로 입던 작품이 걸린 옷공방의 작업실.

3층 옥상에는 목재 담장을 설치해 한국적 마당 분위기를 자아냈다.

누마루처럼 바닥을 띄운 회의실 아래 공간은 수납공간이자 조명으로 활용한다.

은조사 소재로 만든 연둣빛 장옷이 창밖의 풍경까지 품는다.
미래를 생각하는 전통문화연구소
“새 공간에 문화 상품 제작을 의뢰하는 고객을 맞이하는 공간이 별도로 생기면서 자칫 수익 사업의 비율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공방은 연구하는 시간, 고객을 만나는 시간, 전시 작품을 만드는 시간을 철저하게 동일한 비율로 나눠 활동하고 있지요. 연구 활동과 상업 활동이 상호작용할수록 전통문화가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미래에도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공방을 총괄하는 홍정현 기획위원장이 온지음의 방향성을 이야기한다. 상업 활동은 전통문화가 현대인의 일상으로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안한 방법 중 하나일 뿐, 온지음의 중심은 연구에 있다. 공간 레노베이션은 원오원 아키텍츠 최욱 소장이 맡았다. 2014년 <소통하는 경계, 문門> 전시를 통해 인연을 맺은 최욱 소장은 온지음의 성격을 잘 이해하는 건 축가. “온지음은 한국의 미를 실천하고 구현하는 교육장입니다. 따라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주인인 건축물이므로 건축은 배경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구에 깊이 몰두할 수 있는 공간. 최욱 소장이 설계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다.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 건물 곳곳에는 빛이 머물도록 설계했다. 차가운 콘크리트와 직선 구조가 오히려 경복궁 풍경과 빛을 끌어들인다. 그 빛 덕에 한국 전통문화의 따뜻한 결이 돋보인다. 기본 골조를 그대로 살려 온지음만의 색을 덫칠한 공간도 눈에 띈다. 특히 집공방은 소극장으로 사용해 층이 나뉜 구조를 그대로 살렸는데, 계단이던 공간에 누마루처럼 높게 바닥을 띄워 회의실로 사용한다. 장인을 기르는 공방 온지음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모양보다 옛 선조의 지혜와 정신이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삼국사기> 중 ‘백제본기’에서 표현한 백제 궁궐 건축미에 대한 평인데, 이 문장을 온지음의 전통문화 기준으로 삼고 전통문화와 정신을 지켜나갈 소속 장인을 양성하는 것이다. 각 공방에는 연구의 방향성을 이끌고 도움을 주는 공방장이 있다. 옷공방의 조효숙 가천대 부총장, 맛공방의 정혜경 호서대 교수, 집공방의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바로 그들.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세 명의 공방장은 전통문화를 계승할 새싹을 발굴하고, 온지음 출범 2년 전부터 방장(팀장을 부르는 호칭)을 교육했다. 각 공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한복을 짓고, 한옥을 설계하는 연구원은 모두 장인이 될 인재다. 그들이 내부 연구를 잘해냈을 때 온지음의 장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온지음이 문을 연 지 5년이 지난 지금, 이전보다 한국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 “처음 문을 연 2013년쯤은 한국의 멋이 다 사라져간다고 할 때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죠. 맛공방에서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해요. 예전에는 졸업생 대부분이 양식을 선택했는데, 이제는 좋은 인재들이 한식을 하고 싶어한다고요. 다른 공방도 마찬가지예요. 한복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양질의 소재를 더 이상 만들지 않던 원단 시장이 활성화되었대요. 그런 소리를 들으면 보람을 느끼지요.” 홍정현 기획위원장은 모든 사람이 좋아하고, 쉽게 향유할 수 있는 전통문화를 꿈꾼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메이드 인 대한민국’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알아보고 사랑하는 문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외형도 중요하지만 정신이 살아 숨 쉰다면 그것이 바로 오리지낼리티잖아요. 사용하면서 ‘우리 것이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는 콘텐츠를 연구해나갈 것입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49 문의 070-4816-6613

글 이세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