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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마주하기 스트레스, 피하지 마세요
스트레스 없는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스트레스받아 죽겠어!”라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뇌과학계에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펼쳐지고 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 아니라, 삶에 이로운 약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제 스트레스를 새롭게 바라볼 때다.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스트레스의 실체는 무엇일까? 흔히 불안ㆍ분노ㆍ위협 등 어떤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이러한 감정을 유발하는 자극을 의미한다. “스트레스란 한마디로 나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수많은 요인을 말하죠. 호르몬 변화, 날씨, 업무, 새로운 상황, 관계 등 삶의 수많은 자극 요소가 스트레스이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또 이러한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유형은 성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매우 상대적이라고 덧붙인다. 마치 좋아하는 이성상이 다른 것처럼 이 사람에게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 저 사람에게는 별일 아닌 듯 느껴질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런데 대부분은 스트레스에 대해 부정적으로, 피하거나 없애야 할 존재로 여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흔한 증상, 즉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해지거나 호흡과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근육이 경직되는 신체의 변화가 유쾌하지 않기 때문일터.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앞서 이야기한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반응이 유쾌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마음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은 아닌지. 지난 2013년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Kelly McGonigol 박사의 TED 강연 ‘스트레스와 친구가 되는 법(How to make stress your friend)’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지금까지 전 세계 6백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그는 스트레스가 해로운 게 아니라 ‘스트레스는 해롭다’는 믿음이 우리 몸에 해롭게 작용한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미국 성인 남녀 3만 명을 대상으로 ‘한 해 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그리고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는지’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한 뒤 그들을 8년 동안 추적했더니, 해롭다고 믿은 사람들만 사망 위험률이 증가했다는 것. 나아가 그는 <스트레스의 힘>을 출간하며, “스트레스는 해롭기만 한 독이 아니라 이로운 약이 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스트레스가 정말 약이 될까?
우선 스트레스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스트레스가 몸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이롭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약이 되지요. 손에서 땀이 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 자체를 ‘괴롭다’ 고 여기는 대신 ‘내 몸이 준비 태세를 하는 중이구나’라고 인지하며 내게 유용한 반응이라고 믿는 순간,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다 분비가 억제되고 혈관이 이완되는 등 몸 상태가 긍정적으로 바뀝니다.” 맥고니걸 박사의 설명. 그는 또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꾼다면 그 결과는 매우 극적이라고 주장한다. 도전이나 시련에 직면하더라도 의욕이 샘솟고, 스트레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탈진하지 않으며, 스트레스 경험이 사회적 고립이 아닌 사회적 관계의 원천으로 바뀌고, 삶에서 고통의 참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사고의 전환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리 없다. 우선 스트레스가 실제로 유익한 면이 있다는 사실부터 기억하자.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권태와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고, 뇌가 아무런 훈련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뇌도 근육과 마찬가지로 쓰지 않으면 퇴화합니다. 그러니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정신 건강을 지켜주고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며, 호기심을 유발해 유쾌한 체험으로 이끈답니다.” <인생학교: 정신>에서 저자 필립파 페리가 밝힌 내용이다.

스트레스의 또 다른 이점은 우리의 수행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변화와 도전은 스트레스를 동반하지만, 삶에서 ‘목표’라는 성취해야 할 동기를 부여하는 요인이기 때문. 돌이켜보면 변화로 인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을 성취하는 과정을 통해 뇌와 마음이 모두 단련되어왔음을, 성장해왔음을 알 수 있다. 또 뇌의 가소성(감정적 경험이 인간의 뇌를 바꾼다는 이론)이 활성화돼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필연적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를 무조건 피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독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상처받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상처를 감내할 줄 모르면 성장할 수 없고, 성장하지 못하면 위축되고 말지요. 그리고 끝없이 위축되기만 하면 이 세상에서 온전한 정신을 지키며
사는 데 빨간불이 켜집니다.” 필립파 페리의 의견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꾼다면 도전이나 시련에 대해 의욕을 갖게 되고 삶의 에너지로 전환해 성장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 경험은 고립 대신 사회적 관계의 원천으로 완전히 바뀔 것이다.”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는 훈련법

감정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어떤 상황을 해석할 때, 어떤 감정이 우선하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하자. 예컨대 화가 나면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런데 이런 증상은 흥분했거나 두려움을 느꼈을 때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즉 ‘화가 난다’고 느끼는 감정이 사실은 두려워하는 것일 수 있다는 뜻. 심리학 교수이자 <승자의 뇌> <스트레스는 나쁜 것이 아닙니까>의 저자인 이안 로버트슨은 동일한 증상을 해석하는 관점의 변화만으로도 스트레스를 긍정적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녀라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순간의 태도가 스트레스 양상을 결정한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위협으로 인식하느냐 도전으로 받아들이느냐는 학습된 경험에 의한 뇌의 신호일 뿐이다. ‘스트레스를 내 삶의 에너지로 바꿀 능력이 내게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해보자. 그리고 나아가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의식적으로 ‘이 도전을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긍정적이고 목적 의식 있는 태도로 대처한다면, 내면적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자극을 활력소로 전환해 내 몸에 이로운 영향을 미치는 방법인 셈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본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을 하면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생성된다. 도파민은 ‘보상과 강화’에 핵심적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은 새로운 악기의 연주법을 마스터하거나, 퓨전 요리 레시피를 따라 해보거나, 운동 기술을 익히거나 하는 것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쾌감을 느낄 때 분비된다. 이렇게 처음 해보는 일을 하면서 경험하는 자극은 이제까지 쓰지 않던 뇌의 영역을 훈련시키고, 결과적으로 뇌의 예비 능력을 향상시킨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키운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한 실험을 했는데, 2008년 시카고 대학교 심리학 교수 시안 베일록은 연산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을 선별해 대중 앞에서 문제를 풀게 했다. 문제를 풀기 전과 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측정했더니, 모든 학생의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졌다. 그런데 사전 조사에서 자신의 연산 실력에 대해 불안해한 학생들은 더 많은 문제를 틀린 반면, 실제 실력은 비슷할지라도 자신의 능력을 믿는, 즉 불안해하지 않은 학생들은 더 나은 결과를 보인 것. 그러니 어떤 과제 앞에서 ‘난 해낼 수 있어’라고 자기암시를 한다면 스트레스를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행복 일기를 쓴다
매일 쓰면 좋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괜찮다. 5분 정도 할애해 일주일을 돌아보며 행복하고 감사하던 순간을 세 가지만 적는 식이다. “아이의 감기가 나았다” “우연히 본 영화가 재미있었다” 등등 소소한 이야기라도 좋다. 행복 일기를 꾸준히 쓰면 그러지 않은 사람에 비해 행복감이 커지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다고 윤대현 교수는 이야기한다. “행복을 일으키는 자극을 주기 때문이지요. 후회나 우울함은 과거에 머무르는 감정이고, 불안함은 미래를 향한 거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현재입니다. 행복 일기는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이기도 하지요.”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
맥고니걸 박사는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 해로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핵심에 공감 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고 조언한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옥시토신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으로 분류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랑의 분자’와 ‘포옹 호르몬’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사회적 접촉으로 촉진되고, 우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누군가를 돕고자 손을 내밀 때 분비되는 것. 공감 능력을 높여주며 타인과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돕는 옥시토신은 스트레스를 제대로 수용하게 해주고, 스트레스 받을 때 나타나는 ‘투쟁-도피 반응’을 ‘배려-친교 반응’으로 전환해준다. 34~93세의 성인 남녀 1천 명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이나 경제적 붕괴 같은 스트레스 요인은 사망 위험률을 30% 증가시켰다. 그러나 똑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평소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데 시간을 보낸 사람은 사망 위험률이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 인간관계가 큰 회복력을 이끌어낸 것이다.

도저히 안 되겠으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한다
스트레스 관리 훈련은 몸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과 비슷하다. 한마디로 뇌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셈인데,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본 에너지가 필요한 법. 그런데 마음이 너무 지쳐 있거나 온갖 부정적 사고로 가득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면 전문가나 약의 도움을 받는 게 현명하다. 일반적으로 행복감을 일으키고 안정감을 느끼는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약으로 주입함으로 써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강옥진 기자 | 일러스트레이션 정하연 | 도움말 윤대현(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참고 도서 <스트레스의 힘> <스트레스는 나쁜 것이 아닙니까>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