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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병종을 위한 헌정 음악회 2백50년 고택에서 즐기는 일상 예술
지난 6월 26일 전북 완주 종남산에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화가 김병종을 오마주한 헌정 음악회로 올 8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퇴임을 앞둔 그를 위해 아원 전해갑 대표가 마련한 행사다. 굵직한 문화 예술계 인사들과 다채로운 볼거리가 함께한 행사는 시서화를 음악과 함께 즐기던 우리 조상의 풍류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흥이 넘쳤다.

김병종 교수의 헌정 음악회가 열린 아원고택&아원 뮤지엄. 20년 전, 태백산맥 끝자락인 종남산이 마주 보이는 언덕에 터를 잡고 2백50년 된 고택을 하나 둘씩 옮겨와 지난해부터 한옥 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1백 년, 2백 년 된 한옥을 박제하고 모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여전히 함께 살며 함께 나이 들어감이 자연스러운 모습임을 경험할 수 있다.

음악회가 끝나고 아원고택에서 펼쳐진 저녁 만찬. 만찬은 서울고메조직위원회에서 준비했다.

아원 뮤지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김병종 화백의 작품. 한지에 먹과 채색을 입힌 작품 ‘닭이 울다’와 기와에 올린 식물 장식이 조화를 이룬다.
녹음이 무르익은 완주 종남산 자락. ‘화가 김병종 헌정 음악회’가 열린 아원은 한옥 세 채와 뮤지엄으로 구성한 전통문화 체험 공간이다. 음악과 예술, 자연을 좋아하는 아원의 전해갑 대표는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전통 가옥인 한옥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십수 년 전 2백50년 된 진주 고택을 옮겨와 자연과 벗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수많은 현대문인과 예술가에게 내어주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김병종 교수는 아원고택을 누구보다 아끼는 분입니다. 고택의 여러 한옥 중에서도 유독 작고 아담한 안채(설화당)를 좋아하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와 작은 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또 앞마루에 앉아 풍광을 바라보곤 하죠. 그래서 그 방을 ‘김병종의 방’이라 부릅니다.” 퇴임을 앞두고 고향 남원에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관 을 짓기까지, 옛집으로 돌아오려는 예술가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싶어 조촐한 잔치를 준비했다는 전 대표는 헌정 음악회와 더불어 김병종 교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초대전도 마련했다. 2010년 1월, <행복>과의 인터뷰에서 “지역의 소리꾼이나 장인이 와서 모임을 하고 새로운 풍류와 문화를 만들어갈 때 진짜 아름다운 집이 완성된다”고 말한 전 대표는 그간 다양한 기획 전시와 음악회를 열었는데, ‘화가 김병종 헌정 음악회’는 모든 노하우가 응축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고택 입구 무뚝뚝한 콘크리트 건물로 지은 아원뮤지엄에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등 강렬한 색감과 문학적 서사가 특징인 김병종 화백의 작품 60여 점을 전시했다. 한국을 비롯해 파리, 뉴욕, 시카고 등에서 35회의 개인전을 연 김 화백은 대영박물관과 로열 온타리오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작품을 소장한 것은 물론 학부 시절 신문사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스물 다섯 권의 저서를 내는 등 미술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이 깊기로 유명하다.

아원 전해갑 대표와 김병종 교수. 무대가 된 입구에는 김병종 교수의 황금빛 작품 ‘청명’을 전시해 공연을 더욱 빛내주었다.

낮은 창으로 종남산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아원 뮤지엄의 다실.
아원 뮤지엄은 미술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담담한 공간과 낮은 가구 배치, 조명을 비롯해 하늘로 열리는 천장이 특징이다. 뮤지엄 안쪽의 계단을 오르면 대나무 숲을 등지고 안채와 사랑채 등 아원고택이 자리하는데, 지난해부터는 더 많은 사람이 고택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옥 스테이를 오픈했다. 가장 최근에 완공한 만휴당은 정읍에서 옮겨온 70년 된 한옥으로 대청 마루에 앉아 눈앞의 종남산을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만휴당 앞마당에는 거대한 수조 정원이 자리하는데(아원 뮤지엄의 천장이기도 하다), 쾌청한 날엔 종남산과 하늘이 오롯이 비쳐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된다. 비가 내리는 날 천장을 열면 뮤지엄의 수조로 빗물이 떨어져 그 또한 하나의 설치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한옥은 음계처럼 끊임없이 리듬을 만들어낸다. 처마에서 시작한 리듬이 추녀 끝에 걸리고 서까래와 대들보를 지나 마루, 디딤돌까지 이어지는데, 아원은 정원 아래로 또 하나의 공간(아원 뮤지엄)이 펼쳐지니 공간 자체가 거대한 오케스트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그곳에서 펼쳐질 음악회가 더욱 기대될 수밖에!

음악회와 시음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 아원 뮤지엄. 군더더기 없이 노출 콘크리트로 담백하게 지은 건물은 어떤 작품이든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콘크리트 건축 너머 한옥 지붕이 펼쳐지는 아원 뮤지엄 입구. 8월 26일까지 김병종 화백의 '생명의 노래-송화분분'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맛과 멋, 전통에 스며든 예술
음악회는 안숙선 명창의 ‘사랑가’ 공연으로 시작했다. 진양조와 중중모리장단에 얹혀 아기자기하게 펼쳐내는 명창의 판소리에는 한 분야에 평생을 헌신한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깊이와 순수, 열정이 담겨 축하 메시지가 되기에 충분했다. 김병종 화백의 강렬한 작품을 배경으로 그랜드피아노가 놓인 작은 무대는 소리 울림이 좋아 오후에 이어진 국악인 유태평양의 소리, 소프라노 박미애와 테너 최덕식의 공연,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연주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소문난 잔치에 맛이 빠질 수 있을까? 서울고메조직위원회 로즈 한 대표는 음악회와 더불어 세계적 바리스타 고노 마사노부의 갈라 쇼와 전통주 명인 박록담 선생이 담근 자두꽃술, 완주의 식자재로 차린 안주상과 밥상을 준비했다. 고노 마사노부는 1925년 세계 최초로 유리 재질의 커피 기구인 사이폰Siphon을 개발한 고노 사이폰 주식회사의 3대 경영자. 이번 행사를 위해 아원고택을 처음 방문한 그는 가비양 양동기 대표와 함께 ‘한옥에서 커피를 빚고 내리다’라는 주제로 커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드립을 시연해 맛과 멋, 예술은 하나라는 메시지를 선사했다.


전통주 명인 박록담 선생이 올봄 자두꽃이 필 무렵에 담근 자두꽃술을 선보였다. 멥쌀과 찹쌀로 떡을 빚어 술을 담그면 향이 더욱 좋다.

오전에 진행한 안숙선 명창의 ‘사랑가’ 공연.

서울대학교 동문으로 자리를 빛낸 소프라노 박미애 교수와 테너 최덕식 교수.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중 ‘그대의 손을 주오’를 들려줬다.

국악인 유태평양의 ‘풍문으로 들었소’ 공연에 이어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연주로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전국 80여 개 군에서 문화 예술 지수 5위를 차지할 만큼 문화적 수준과 관심도가 높은 완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박성일 완주 군수도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 오프닝 때 축하 인사를 전한 송하진 전북도지사.
오후가 되자 송하진 전북도지사를 비롯해 박성일 완주군수, 윤상기 하동군수, 김용택 시인, 디자인하우스 이영혜 대표, 선재 스님, 서울대학교 동료 교수진과 평론가 등 반가운 얼굴이 속속 등장했다. 아원 전해갑 대표, 김병종 교수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오프닝 행사를 찾은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전통을 잇고 기억하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한번 들여다보고 즐길 수 있으면 충분하다”며 문화적 갈증에 목말라하는 지역에 ‘명품 한옥’을 짓고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해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전해갑 대표는 “산속의 작은 미술관이지만, 세계적 작가가 이곳에서 전시하니 이곳 역시 세계적 미술관이 됐다”며 “종남산을 보고 왔는데, 종남산이 아닌 앞에 계신 여러분 모두가 아원을 더욱 빛내준다”고 모두에게 화답했다. 김병종 교수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그를 위해 열어준 잔치지만, 이곳을 찾은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더 의미가 깊은 헌정 음악회. 음악과 미술, 일상에 스며든 예술이야말로 사람들을 진정으로 쉬게 해주고 기쁘게 하며 자극하고 결국에는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전해갑 대표의 믿음처럼 이런 행사가 작은 불씨가 되어 다양한 분야에 진실하게 퍼져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화가 김병종의 전시는 아원 뮤지엄에서 8월 26일까지 진행한다.
주소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송광수만로 516-7 문의 063-241-8195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 | 취재 협조 아원 뮤지엄&호텔(awon.kr), 서울고메조직위원회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