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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작가 김성호 나를 부르는 딱따구리 숲
새는 신화 속에서 천상의 안내자이다. 북유럽 신화 속 물푸레나무 꼭대기에 앉아 세계를 굽어보는 독수리, 지혜의 신 오딘을 따르는 두 마리 까마귀, 홋카이도 아이누족을 보살피는 부엉이, 고구려 벽화의 세발까마귀, 솟대에 앉아 인간의 소원을 전하러 언제라도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던 나무오리 떼. 평생 지상에서 발 뗄 수 없던 인간의 한계와 염원을 투사하던 새들은 아직도 그 상징성을 잃지 않고 있을까? 인간은 이제 새보다 더 멀리 비행하고, 대기권 밖으로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있다. 21세기 어느날 우연히 만난 새 한 마리가 운명을 바꾸었다면 선뜻 이해할 수 있을까? 강원도 숲에서 생태 작가 김성호를 만났다. 실험실에서 식물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는 식물생리학을 전공한 그는 10여년 전부터 현미경 대신 망원경을 들고, 사는 곳에서 500여km 떨어진 숲을 오가며 새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미루나무에 둥지를 짓고 새끼를 돌보는 큰오색딱따구리에게 목수이던 아버지 모습을 보았다는 김성호작가. ‘딱따구리 아빠’로 불리는 그는 딱따구리에 미쳐 보낸 세월을 아름다운 책으로 펴내고, 새들의 말을 통역하며 우리가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할 이유를 전한다.

38선 이북에 자리한 숲은 4월에도 황량해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계곡을 찾았다. 하늘다람쥐가 새끼를 쳐서 양육을 하고, 까막딱따구리가 짝을 애타게 부르는 은사시나무 숲을 바라보는 김성호 교수. 시종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그에겐 배려가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었다.
봄이 오는 4월, 강원도의 어느 숲을 찾았다. 초행이었으나 나는 이미 그 숲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딱따구리 5종을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는 곳. 천연기념물 큰소쩍새와 소쩍새, 하늘 다람쥐와 솔부엉이가 사는 곳. 여름 철새인 호반새와 파랑새까지 날아오는 곳. 오늘 만나기로 한 분이 펴낸 책 속에서 그들은 천상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도착한 숲은 너무나 평범해서 순간 의아했다. 아까시나무 울타리 속으로 은사시나무가 서 있는 숲은 새롭지도, 건강해 보이지도 않았다. 성글게 서 있는 나무들은 늙고, 부러지고, 쓰러져 있었다. 그 숲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봄볕에 까맣게 탄 그는 김성호였다. 1961년 충남 당진 출생,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남대학교 교수 역임.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딱따구리 6종의 번식을 연구하는 그는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까막딱따구리 숲> 등의 책을 펴낸 작가이기도하다. 그가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킨다. “큰오색딱따구리가 둥지를 짓고 있어요. 하루에 1만 2천 번쯤 쫍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올려다보았지만 건축자는 보이지 않고 눈만 시렸다. 바닥에 주저앉아 하늘 목수가 뿌리고 있는 나무 부스러기를 들여다보았다.

“1만 2천 번의 간절함이지요.” 나는 “이게 건축 폐기물이로군요” 하려던 입을 가까스로 틀어막았다. 헛기침으로 목청을 가다듬고 물었다. “숲과의 인연은 얼마나 되었나요?” “10년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전북 남원에 살고 있는 그는 관찰을 위해 물경 500km가 넘는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올해의 관찰 주제는 무언가요?” “까막딱따구리입니다.” “이미 <까막딱따구리 숲>이라는 책을 펴내셨는데요?” “부끄러웠습니다. 고작 2년 관찰하고 낸 책이거든요. 나무나 내가 쓰러지거나 죽는 날까지 보고 또 볼 생각입니다.” 전문가의 감수를 받고 펴낸 책인데도 김성호 교수는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 까막딱따구리의 수명조차도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다고 한다.

딱따구리 둥지를 차지한 소쩍새.

먹이를 물고 있는 큰오색딱따구리 수컷.

교대하는 까막딱따구리 암컷과 수컷. 정수리가 붉은 쪽이 수컷이다. 딱따구리는 암수가 교대로 둥지를 짓고, 알도 교대로 품으며 먹이 또한 교대로 나른다. 사진 제공 김성호
사람, 가축 그리고 천연기념물
“이 숲은 표고 농장을 위해 40여 년 전에 조성했습니다. 나무 심은 어르신이 이곳에 살고 계시지요.” “딱따구리가 선호하는 나무가 있나요?” “모든 나무에 둥지를 틀 수 있지만 은사시나무처럼 무른 나무를 좋아합니다.” 민둥산에 조림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우리 숲의 나무들은 아직 젊다. 줄기가 단단하고 두께가 충분치 못하다. 속성수인 은사시나무는 키와 두께가 빨리 자란다. 사람이 짓는 건축물에는 쓰지 못하는 무른 나무가 딱따구리에게는 최적의 건축재가 된다는 것이다. “딱따구리는 숲의 분해자이기도 합니다. 딱따구리 둥지가 있는 나무는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이 비어서 잘 부러집니다.” 숲 바닥에 부러진 나무둥치가 누워 있었다. 무릎을 꿇고 들여다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텅 빈 속이 목관 악기처럼 깊숙이 뚫려 있었다. 덩치가 큰 까막딱따구리는 1m 이상 파 내려간다고 한다. “새는 둥지 속에서 제 새끼를 품지만, 나무는 새 가족 전체를 품는군요!” 나는 우뚝 서 있는 은사시나무들을 올려다보았다. 딱따구리 둥지가 있는 나무는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이렇게 빈 채 새들을 품고 있을 터였다. 그가 이렇게 덧붙였다.

“소중한 것은 보고 있어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강연을 하러 가면 가장 마지막에 쓰러진 나무를 보여주고 절을 올립니다.” 엎드려 속을 들여다보고 있던 나는 그대로 절을 올렸다. “쓰러진 나무는 그걸로 쓰임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썩어서 딱정벌레 애벌레가 살고 개미들이 알을 슬면 딱따구리 밥상이 됩니다.” 그때 “웍! 웍! 웍!’”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컷 까막딱따구리가 짝을 부르는 소립니다.” 검은 양복에 빨간 베레모를 쓴 멋쟁이 새를 그렇게 보았다. 그가 새소리의 기표와 기의를 두 가지 더 가르쳐준다. “‘딱딱딱~’ 세차게 나무를 두드리는 건 ‘드러밍’이라고 해요. 건강과 능력을 과시하는 거죠. ‘끼링끼링~’ 이렇게 우는 건 외출했다가 ‘나 왔다’고 알리는 것이고요.” 그는 걱정하고 있었다. “이맘때면 암컷이 와야 하는데 아직 오지 않고 있어요.” 까막딱따구리가 낯선 방문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미인을 봐도 도망가는 <장자>의 물고기처럼 새들에겐 잘생긴 사람도 아무짝에 소용없을 터였다. 그가 말했다. “저와 함께 있으면 괜찮습니다.” 지난해, 떨어진 새끼를 올려주느라 바가지차를 타고 둥지 근처로 올라간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깨달은 것이 있단다. 자신이 숨어있던 은신처가 훤히 내려다보이더란다. 새들을 관찰한 것은 자신의 위장술이 아니라, 그들이 허용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새들은 사람을 정확히 알아본다고 한다.

좀 불편한 풍경을 목격했다. 커다란 개 세 마리가 컹컹 짖고 있었다. 목소리 크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거위도 있었다. 두엄을 헤치는 토종닭도 “꼬끼오” 울 것이다. 천연기념물과 어울리지 않는 극성스러운 가축들 아닌가? 내 속을 읽은 듯 그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새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건 사람과 가축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 개들이 무섭게 짖어대는데도?” “그 때문에 삵이나 매 같은 천적이 오지 못해요. 새끼를 키우기에 최적인 거죠.” 상식과 편견이 우지끈 부서졌다. 떠들썩한 개와 거위와 사람들을 천연기념물 새들이 호위무사로 활용하고 있다는 거였다. 숲의 새들을 쫓아오던 천적이 개와 거위 소리에 놀라 돌아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는 것이다. <까막딱따구리 숲>을 보면 이곳은 둥지 경쟁이 치열하다. 딱따구리가 만들어놓은 둥지를 원앙과 소쩍새와 호반새와 파랑새와 하늘다람쥐가 서로 차지하기 위해 산전, 수전, 공중전을 펼친다. 까막딱따구리 한 마리가 평균 일고여덟 개의 집을 만들어놓지만, 다른 동물에게 빼앗겨 아침에 나온 제 집을 저녁에 다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선 ‘조물주위에 건물주’라지만, 이곳에서는 건물주보다 임차인이 힘센 경우가 허다하다. 동고비처럼 작은 새가 리모델링한 임대주택을 원주인이 다시 빼앗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주변이 온통 숲인데도 유독 이곳이 인기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릴 때 밀식하여 전봇대처럼 쭉쭉 뻗은 무른 은사시나무가 최고급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한 나무에 3층짜리 둥지도 있다. 주변 숲의 떡갈나무가 늙어서 구멍이 뚫리고, 버섯이 침투한 서어나무 가슴에 딱정벌레 애벌레들이 득시글거려야 새들의 주택난과 식량난이 해결될 것이다. 일찍 늙은 은사시나무 숲이 조손 가정처럼 아슬아슬하게 생명을 품고 있었다.

위장막을 씌운 600mm 망원렌즈는 새벽 동틀 무렵부터 어스름까지 김성호 교수의 눈을 대신한다. 숲에 들어오면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그는 자신의 조류 관찰이 숲 복원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천상의 안내자가 보내는 메시지
작년까지만 해도 그의 직업은 교수였다. 남원에 있던 서남대학교가 개교해서 폐교할 때까지 27년의 역사를 함께했다. 처음 부임할 때 부풀었던 희망은 곧 걱정으로 바뀌었다. 식물생리학이라는 전공의 특성상 실험실에서 연구를 해야 했지만, 신생 학교의 분석 장비로는 새로운 연구도 할 수 없고 논문도 쓸 수 없었다. “학교는 언제 문 닫을지 몰랐고, 나는 점점 녹슬고 있었습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절박감이 있었습니다.” 산과 들을 헤매고 다녔다. 실험실이 아닌 자연에서 연구 주제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공 바깥은 커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8년 동안 버섯 공부를 한 적이 있어요. 그걸 책으로 쓰려니 달랑 두 꼭지밖에 쓸 수가 없더군요.” 무려 17년 동안 책 한 권 펴내지 못하고 자괴감 속에 지냈다. 2007년이었다. 설날부터 복막염 수술을 받았다. 두 달 반을 병상에 누워 지내다 나와 지리산 자락에 가서 그 새를 만났다. “미루나무에 큰오색딱따구리가 둥지를 짓고 있었어요. ‘내가 할 일은 바로 저거다!’ 깨달았죠.” 그날부터 둥지를 짓고,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는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딱따구리에게서 목수이던 아버지 모습을 보았다. 저렇게 나를 길렀구나! 가슴이 뭉클했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아랑곳 않고 꼬박 50일을 찾아갔다. 하루 평균 열일곱 시간을 관찰하고 일기를 썼다. 전공자들도 파악하지 못한 딱따구리 육아의 전 과정이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라는 책에 담겼다.

안도현 시인이 추천 글을 써주었다.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KBS 뉴스에도 보도가 되고 여러 신문에서 다투어 말했다. “아름답게 미친 사람이 나왔다!” 불안 속에 피우는 꽃을 ‘앙스트블뤼테angstblute’라고 한다. 17년의 불안이 피운 꽃이 개화하는 순간이었다. ‘딱따구리 아빠’라는 별명도 생겼다. “17년 어둠이 무용하지는 않았겠죠? ” “아마 큰오색딱따구리 이야기를 쓸 수 없었을 겁니다. 17년 세월이 한 줄 한 줄을 채워주더군요.” 그 시절의 경험이 없었다면 ‘아빠 새가 오늘도 판다. 내일도 또 판다’고밖에 쓰지 못했을 거란다. 산과 들을 헤집고 다닌 탓에 버섯과 꽃 이야기도 하며 딱따구리가 맺고 있는 관계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 현미경으로 시작해 망원경을 들게 되었지만 그의 삶을 관통하는 것은 관찰이다. 관찰은 엿보기 아닌가? 왜 사람은 제 삶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은밀한 짝짓기까지 엿보는가? 계몽 이성의 호기심은 왜 세상의 신비를 낱낱이 파헤쳐 신화와 전설과 민담을 걷어내는가? 숭배를 지배로 바꾸어놓고야 마는가? 그가 말했다. “나는 생명과학은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과학자가 아니라 생태 작가로 불리기를 바라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의 관찰 일기는 객관의 묘사일 뿐 아니라 ‘그것’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주체가 객체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차이보다 동질성을 부각한다. “제가 관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알아야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장차 자신의 조류 관찰이 숲 복원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은사시나무는 꽃가루 때문에 여기저기서 베어내라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단다. 인터넷 사이트에 은사시나무가 딱따구리의 터전이라는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더니 사람들의 댓글이 달라지더란다. “알레르기 참을게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관찰’과 ‘책 쓰기’, 그리고 ‘강연’을 꼽았다. 그는 생생한 자연 이야기를 전하는 생태 강사로도 이름 높다. 특히 초등학교 학생들이 부르면 어떤 오지라도 달려간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의 관찰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울며, 박수를 친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관찰기의 르네상스가 펼쳐지고 있다. <시튼의 동물기>와 <파브르 곤충기>에 견줄 만한 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박수용의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정부희의 <곤충의 밥상>, 고주환의 <나무가 민중이다>에 이어 그의 책들을 꼽게 되어 기쁘다. 큰오색딱따구리는 아직도 은사시나무속에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무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딱딱딱딱, 딱딱딱-” 나무 신전의 높은 곳에서 천상의 안내자가 보내는 메시지가 해독될 듯 말 듯 아릿하고 뭉클했다.


딱따구리 아빠 김성호가 전하는 새들의 양육법

1 둥지를 짓고, 알을 품고, 먹이를 나르는 번식 과정을 부모 새는 서로 교대하면서 함께 한다. 부부가 약속을 잘 지켜야 새끼가 잘 자란다.
2 알을 품기 전 새들은 가슴 털을 다 뽑는다. 체온을 보다 잘 전하기 위해 털이 아닌 맨살로 알을 품는 것.
3 새끼가 알에서 태어나 둥지를 떠나는 기간은 한 달에 불과하다. 죽을힘을 다해 먹이를 물어 나르던 부모 새는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가 되면 먹이 주기를 끊는다. 계속 먹이를 주면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날지 못하고 추락하기 때문. ‘주지 않는 사랑’이다.

글 반칠환(시인) | 사진 민희기 | 담당 정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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