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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스 정용승&네이버 신유라 디자이너 부부 ‘빼기’를 잘해 완성한 집
데스커의 오피스 가구처럼 장식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본질만 남긴 정용승・신유라 디자이너 부부의 아파트. 최소한의 요소만 담은 그들의 공간은 현대 주거 환경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정용승・신유라 디자이너 부부와 고양이 일출이. 침실은 원목 가구를 들이고 테라스에 정원을 꾸며 무채색 공간에 온기와 생명력을 불어넣었다.오른쪽 마지스의 바게트 테이블과 보컨셉의 디자인 체어로 간결하게 꾸민 다이닝룸.
화려한 색감은 빼라
가구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정용승 디자이너는 퍼시스(www.fursys.com) 그룹에 젊은 감성을 입히고 지금의 명성을 쌓는 데 일조한 인물. 특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데스커의 가구는 공간 활용도와 사용성을 높여 공유 오피스에 적합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가구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집으로 확장돼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꾸미는 데 집중했다. 109㎡(33평) 규모의 아파트는 부부와 고양이 일출이까지 세 식구가 생활하기에 충분한 공간. 부부는 블랙・화이트의 무채색 컬러로 집을 꾸미기로 하고 샐러드보울 디자인 스튜디오(02-3442-0401, www.salad-bowl.co.kr)의 구창민 실장을 찾아갔다. 밤낮없이 바쁘게 일하는 탓에 가장 취향이 비슷한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바닥에는 블랙 컬러의 타일을 깔고 벽과 천장을 매트한 화이트 페인트로 도장하자 스튜디오형 아파트가 완성됐다. 여기에 기능 중심의 가구를 배치하니 라운지 같은 거실, 서재가 딸린 다이닝룸이 생겨났다. 자칫 공간이 단조로워 보이지 않도록 다양한 질감을 활용한 점이 포인트. 올 블랙 컬러로 꾸민 빌트인 주방에서 무늬목 상판으로 제작한 수납장 도어는 은은한 나뭇결로 공간에 깊이감을 더하고, 아일랜드 가구의 묵직한 콘크리트 상판은 분위기를 차분하게 연출해준다.

올 블랙 컬러로 꾸민 주방. 맞춤 제작한 수납장은 도어를 무늬목 상판으로 고르고, 아일랜드 상판을 콘크리트로 제작해 질감에 변화를 주었다.

LC1 체어와 유리 테이블, 무채색의 가구가 조화를 이룬 거실.

서재는 데스커의 심플한 수납 가구와 레어로우의 모듈형 벽 선반을 배치해 깔끔하게 꾸몄다.

거실에는 TV 선반장 대신 벽 선반을 제작해 설치했으며, 사진 포스터 액자를 포인트 요소로 활용했다.

아이코닉한 디자인은 빼라
부부는 수납 가구는 주로 제작하고, 이동식 가구는 보컨셉의 패브릭 소파나 로낭&에르완 부홀렉 형제가 디자인한 마지스의 테이블, 르코르뷔지에의 LC1 체어 등을 배치했다. “주로 형태가 단순하고 캐릭터가 강하지 않은 가구로 골랐어요. 디자인 특색이 강하면 금방 질리기 마련이니까요. 고민이 될 때마다 10년 후를 내다보며 너무 트렌디하거나 캐릭터가 강하다고 생각되면 배제했지요.” 세븐 체어와 PH5 조명등처럼 디자이너라면 혹할 만한 디자인 가구, 조명 등에 끌리기도 했던 유라 씨. 하지만 그 역시 캐릭터가 강하다는 생각에 과감히 포기하고 공통으로 갖고 싶던 르코르뷔지에의 LC1 체어를 구입했다. 간결한 스틸 라인의 가구, 피암의 유리 테이블은 공간에 우아하게 스며들며 감도를 높여준다. 레트로풍의 가리모쿠 K 체어는 톤앤매너가 같은 침실에 배치하니 멋스럽게 어우러졌다. 서재는 데스커의 가구와 레어로우의 모듈형 선반으로 꾸몄는데, 모두 블랙 컬러로 통일하고 커버가 독특한 책은 표지가 보이게 배치하니 생기발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채색이 주는 긴장감을 허물고 싶다면?
취침과 기상 시간이 서로 다른 부부는 침실에 평상형 침대를 짜 넣고 슬로우의 슈퍼 싱글 매트리스를 나란히 배치했다. 침대와 창가에 놓인 수납장까지 안방 가구는 모두 원목 소재로, 자연의 온기를 불어넣으며 무채색이 주는 긴장감을 완화해준다. 창 너머에는 사시사철 푸른 극락조 화단이 눈에 띈다. “구창민 실장의 조언으로 테라스를 컨테이너 삼아 흙을 채우고 잎이 화려한 극락조를 심었어요. 삭막한 도심에서도 정원을 가꿀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지요. 무엇보다 고양이 일출이가 굉장히 좋아해요. 볕이 기분 좋게 들어오면 벤치에 누워 잠을 자거든요.” 집에는 무엇 하나 시선을 잡아끄는 요소가 없다. 유라 씨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손바닥만 한 화면용 시각물을 만들기 위해 온종일 색채와 서체, 캐릭터와 씨름하는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브루클린의 필그림 상점에서 구입한 사진 포스터 액자와 디자인 서적만이 유일한 장식이랄까. “뻔한 이야기지만 편안하고, 오래 머물고 싶은 집을 꾸미려면 ‘타임리스’디자인을 이해해야 합니다. 먼 훗날에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지 질문을 던져본다면 답이 나올 거예요. 유행이나 스타일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대로 과감하게 밀고 나갈 필요도 있답니다.”


지극히 사적인 Q&A

이름과 나이는?
정용승(38세), 신유라(35세).

하는 일은?
(정) 브랜드 디자인을 하며, 기획부터 시각물 제작까지 총괄한다. (신) 네이버 소속. 모바일 기기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디자인한다.

부부의 취향은?
모던 클래식.

집에서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정) 독서. 집 안 어디서든 책을 볼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신) 그냥 쉬거나 요리를 즐겨 한다. 일부러 무언가를 하는 편은 아니다.

좋은 디자인이란?
(정) 기능을 따르는 디자인. 기능을 우선시하면 우리의 생활이 보다 윤택하고 편리해진다.

아끼는 물건 세 가지는?
(정) LC1 체어와 소니 TV, 그리고 슬로우 매트리스. 소니 TV는 직선 디자인을 갖추었고, 기능이 명확해서 마음에 들었다. 슬로우의 매트리스 역시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기에 애착이 가는 물건. 라텍스와 메모리폼을 혼합해 쿠션감이 좋고, 지퍼가 달린 부드러운 감촉의 커버를 씌워 쾌적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영감을 주는 것&즐겨 찾는 인스타그램은?




(정) 책. 특히 매거진을 좋아해서 <월페이퍼>(@wallpaper mag)나 <브루투스>(@brutus mag)가 즐겨 찾기 1순위다. (신) 도쿄 여행. 2~3년 앞선 트렌드를 미리 경험할 수 있기 때문. 또 평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에디터 키아라 바르텔리 노니노(@chiaranonino)의 인스타그램을 즐겨 찾는다.

글 이새미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