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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컬러스 정윤재 대표 당신의 삶은 무슨 색깔인가요?
아름답기만 한 집은 살기 불편한 호텔 같을 수 있고, 실용적이기만 한 집은 어쩐지 심심하다. 편집매장을 운영하며 해외 페어에서 포착한 인테리어 트렌드, 18여 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스타일리스트의 내공과 실전 감각을 더해 ‘잘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일’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에잇컬러스 정윤재 대표. 12월을 맞아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으로 단장한 스위트 홈에 <행복>을 초대했다. 일상을 화보처럼 사는 그의 공간을 통해 당신만의 스타일 감각을 찾아보기를!

서래마을의 작은 빌라 두 층(201호, 301호)을 개조해 사무실과 쇼룸으로 꾸민 에잇컬러스 정윤재 대표. 실제 집처럼 주방, 거실, 침실 등을 구성해 숍 이상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 오른쪽 “쇼룸에 오면 너무 신나요!”라고 말하는 정윤재 대표의 두 딸 세린・세미. 예쁜 키즈 아이템이 가득한 쇼룸에서 인형 놀이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SNS를 통해 들여다본 삶의 모습은 게시물의 숫자만큼이나 다채롭다. 누군가는 적은 살림으로 홀가분한 삶의 미학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애정 어린 소품과 가구에 둘러싸여 사는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물론 어느 것이 틀렸고 어느 것이 맞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 나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자신에게 맞는 색깔을 찾으면 그것이 개성이 되는 시대다. 방배동 사잇길에 혜성처럼 등장해 이름처럼 여덟 가지 매력을 보여준 에잇컬러스(8colors).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오랜 경력을 쌓은 정윤재 대표는 북유럽, 빈티지 등 에잇컬러스의 색깔을 하나로 규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는 에잇컬러스에서 소개하는 하우스닥터라는 브랜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미 북유럽 스타일을 소개하는 편집매장이 자리 잡은 상태라 처음 숍을 오픈할 때 어떤 제품으로 차별화해야 할지 고민이 컸어요. 처음에는 소녀적이고 키치한 아이템에 눈길이 갔죠. 그러다 하우스닥터를 만나면서 에잇컬러스가 추구하는 방향과 잘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모던하면서도 내추럴하고, 때론 거친 빈티지 무드가 혼재된 브랜드라 매치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거든요. 이 스타일도 좋고, 저 스타일도 좋고… 자칫 콘셉트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뭔가 바뀌어가는 것 역시 에잇컬러스의 정체성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도 여전히 변화해가는 과정이고요.”


최근 거실은 그야말로 다목적 공간이다. 누군가를 초대해 파티를 할 수 있고, 재택근무를 위한 사무 공간이나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해보는 취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정 대표는 거실 가구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콤팩트한 디자인, 모듈형 제품을 추천한다. 테이블은 헤이, 모듈 장은 몬타나 제품.

작은 부엌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그린 컬러로 도장하고 아일랜드 조리대를 사선으로 배치한 301호 쇼룸. 밤이 되면 창가의 조명이 은은하게 켜져 아름답다.

조명등, 거울, 액자 등 소품은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조명등은 루이스 폴센, 신발장과 거울은 몬타나 제품.

301호 쇼룸 안쪽 방에는 두 딸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고른 키즈 아이템이 가득하다.

취향은 동사
시인의 꿈을 포기하고 개인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는 약주를 하고 오신 날에는 어김없이 딸들을 불러 모아 시를 외우게 했다. 용돈 받는 재미로 김소월의 시를 읊고 음악을 하는 오빠와 서양화를 전공한 언니 사이에서 감수성 풍부한 소녀로 자란 정윤재 대표는 자연스레 미술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미술 분야에서도 순수 작업보다는 무대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어 연극영화과가 있는 학교를 선택했는데, 막상 공연 무대를 경험해보니 내성적인 성격과 잘 맞지 않더란다. 무대 디자인부터 의상 스타일링, 디스플레이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공간을 바꾸는 일을 재미있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물이 부담스럽게 말을 거는 것도 아니고 손길이 닿을 때마다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이니 스스로 살아 있음을 느꼈다. 공간 스타일링이 천직이라 생각한 정 대표는 가구 유통 기업 한샘의 VMD로 입사해 매장 디스플레이를 맡았다. 소품을 통해 공간 구석구석에 숨결을 불어넣고 종류가 다른 물건을 효과적으로 조합하는 법과 색채 매치 등 타고난 감각에 현업의 노하우가 더해졌다. 개인 작업을 하는 친구들 이상으로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매장에 구현한 공간을 사람들이 구경하고, 영감을 얻는 일이 전시회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언젠가 빈티지 소품을 찾으러 이태원 앤티크 골목에 갔어요. 한 빈티지 숍에서 50대 아주머니 세 분 정도가 둘러앉아 차를 마시는데, 그 모습이 너무 여유로워 보이는 거예요. 좋아하는 이 일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으려면 이런 공간이 필요하겠구나! 언젠가는 소품 숍을 열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죠.” 바라는 것을 이루려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8년간 회사에서 치열하게 일한 뒤 둘째가 생기면서 프리랜스 스타일리스트로 전향한 그에게 편집매장을 열 수 있는 시간적ㆍ경제적 여건이 마련됐다. 서래마을에서 살던 터라 집 근처의 숍을 알아본 끝에 방배동 사잇길에 자리를 잡았다. 사잇길의 오랜 터줏대감 편집매장 루밍과 인테리어 디자인 숍 마르멜로 홈, 패션&키즈 편집매장 아파트먼트 등 좋은 이웃을 만나 시너지가 더해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와 쾌적하지 않은 사무 공간. “2011년 편집매장을 오픈하고, 한참을 바쁘게 지내다 보니 사무 환경을 챙길 겨를이 없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공간을 제안하는 일인데, 정작 우리 공간은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게 늘 마음에 걸렸고, 사무 공간도 집처럼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마침 아이들과 산책하던 골목길에서 눈여겨보던 작은 빌라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플랜 B를 실행에 옮겼죠.”

스물두 평 남짓한 작은 빌라(다세대주택) 두 층 중 201호는 사무실, 301호는 쇼룸으로 사용한다. 쇼룸(070-86543637)은 예약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에잇컬러스의 오주환, 최소진, 정애성, 채유리, 심정이, 정윤재 대표, 김미림, 함주희 씨.
201호 안방은 한쪽에 제품 수납 공간을 마련하고 실제 침실처럼 꾸몄다. 침대는 거스, 모듈 선반장은 몬타나 제품.

선반에 놓인 책과 촛대, 식물 등 소소한 소품 데커레이션은 사는 이의 취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 스타일링 작업에 도움이 되도록 직원들 대상으로 꽃꽂이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화이트 바탕에 그린과 블랙을 매치해 내추럴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를 살렸다.

201호는 진짜 집처럼 편안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바닥에 마루를 깔고 기존 구조 그대로 부엌과 거실을 꾸몄다.

집을 집답게
새 단장한 에잇컬러스 쇼룸은 동네 사람들도 주거 공간인지 상업 공간인지 헷갈릴 만큼 쇼룸이라기보다는 예쁘게 고친 집처럼 보인다. 그에게 스타일링은 때가 되면 식사하고 잠자는 것과 같은 일상이었을 텐데, 그간 숍을 꿈꾸며 머릿속에 담아온 구상이 오죽 많았겠는가. 정 대표가 생각하는 리빙 편집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라기보다 생활을 돌보고 가꾸는, 즐거움을 주는 대상. 라이프스타일 역시 경험의 키워드가 중요한 만큼 집 형태의 쇼룸은 많은 이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이 일을 하면서 제가 소박하고 편안한 공간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요. 인테리어도 다 뜯어서 새롭게 고치는 것보다 기존에 있던 예쁜 구석은 살리는 쪽으로 진행했죠. 그래서 철거하는 데 더 오래 걸렸어요. 철거 먼저 하고 공간의 용도와 디자인을 결정하고, 막상 해봐서 안 되면 또 다시 하고…. 결국 알록달록한 소품이 구현될 공간이니 도화지 상태로 깨끗하게 마감하고, 한 가지씩 컬러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결정했죠. 예컨대 에잇컬러스의 상징이 된 아치의 빨간 커튼은 계절마다 컬러 테마에 맞춰 바꿀 거예요.” 먼저 201호는 정윤재 대표와 에잇컬러스의 직원, 스타일에잇의 스타일리스트가 근무하는 공간이다. 301호는 에잇컬러스 제품을 선보이는 쇼룸으로 역시 집처럼 꾸몄다. 쇼룸 거실에는 모듈 수납장 몬타나가 리듬감 있게 자리해 있고, 작은 부엌에는 아일랜드를 사선으로 배치하고 과감하게 초록색으로 컬러 포인트를 줬다. “트렌드에 맞춰 누군가에게 실질적 리빙 아이템을 제안하는 편집매장은 시의적 이슈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한 쇼룸의 주제는 싱글 라이프예요. 꼭 혼자 사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충분히 감각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타깃으로, 작은 집에서 필요한 가구와 제품을 제안하죠.”

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실제 살면서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타월처럼 일상 필수품일수록 톤 정리가 필요해 모노톤으로 바이어스 마감한 타월을 자체 제작하는 식이다. “타월을 비롯해 액자, 거울, 장난감, 쿠션 등 소품은 얼핏 중요하지 않은 물건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예요. 때론 집주인의 안목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죠.지금까지는 트렌디한 물건을 제안했다면 지금부터는 필요한 제품을 좀 더 예쁘게 개발하려는 노력이랄까요? 그렇다면 스타일리스트는 어떤 집에 살까? 으레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라면 예쁜 가구와 소품을 수없이 보고 사고 싶은 유혹에 빠질 법하다. 제한된 공간에서 새것을 들여놓으려면 헌것을 버릴 수밖에 없을 텐데 그는 가구든, 소품이든 쉽게 버리는 법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새것을 구입할 때는 항상 기존의 것과 잘 어우러지는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평범한 신축 빌라에 적용하기 쉬운 북유럽 스타일로 꾸몄지만, 사실 빈티지를 좋아해요. 북유럽 스타일에 앤티크를 믹스 매치하면 군더더기 없이, 딱 적당한 감성을 불어넣거든요. 소파 맞은편 콘솔 같은 경우 진짜 오랫동안 사용한 빈티지 가구인데, 이런 디테일이 하나쯤 있어야 이 공간이 내 것 같고 숨 쉬는 느낌이 들어요.”

정윤재 대표의 집. 거실은 그레이와 블랙 등 모노톤을 주조색으로 빈티지 장과 소품, 패브릭을 매치해 온기를 불어넣었다.

사무 공간과 쇼룸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데코를 만날 수 있다.

개개인의 변화와 상황을 유연하게 수용하며 함께 발전해나가는 ‘회사’를 꿈꾸는 정윤재 대표.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을 마치고 에잇컬러스 식구들과 와인 파티를 즐겼다. 골목으로 향한 폴딩 도어를 활짝 열면 개방감이 느껴진다.

여자라서 행복해요
에잇컬러스는 편집매장이지만 스타일에잇이라는 브랜드로 기업 스타일링(매장 디스플레이, 광고 스타일링)을 진행한다. 기업 VMD로 근무하며 쌓은 스타일링 노하우에 편집매장 오너의 경험이 더해져 업계에서는 베테랑 팀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무엇보다 프로젝트마다 모이고 해체하는 방식이라 결혼 후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이들이 참여할 수 있다(여성가족부의 2016 경력 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신과 출산, 양육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48.6%다. 올해의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 씨> 역시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며 경험하는 상실감을 표현해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가 스타일링 팀을 따로 꾸린 데는 무엇보다 여자라는 이유로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여자 직원이 대부분이라 육아휴직은 기본, 아이가 있는 직원은 출퇴근도 탄력적이다. 각자의 상황과 성향이 다른데 똑같은 기준을 고집하기보다 각자에게 최선의 포지셔닝을 찾아주는 것이 대표로서의 역할. 지난해부터는 스타일리스트 재교육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기업 스타일링의 경우 실제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일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아 개인 주택의 홈 스타일링 쪽으로 전향하는 방법 등을 모색한다. “이제는 꼭 내가 아니어도 되겠다는 생각, 다 잘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타일리스트를 육성하고, 현장은 좀 더 어린 친구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무엇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죠. 잘못을 되씹으며 후회하는 것보다 바로 플랜 B도 돌아설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하고요.” 뭐든 이름대로 된다고 ‘팔색조’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에잇컬러스. 정 대표의 머릿속에는 이미 ‘8’이라는 숫자로 구상한 플랜이 한가득이다. 우선 8층 건물의 사옥을 짓고 카페 에잇과 키즈 라인인 프티 에잇을 론칭한다(계획!). 스타일리스트를 위한 셰어 오피스를 마련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 또 리빙에도 분명 한류 붐이 일 거라 믿는 그는 도자, 패브릭 등 국내 공예 작가의 작업도 눈여겨본다. 한국 사람의 감성으로 본질에 집중한 제품을 셀렉트해 지금을 사는 코리안 스타일의 의미를 찾고 싶다.

“이 일을 할 때가 가장 즐거우니까, 저에게 일은 취미 생활이나 진배없어요.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여자 직업은 편집매장 대표만 한 게 없다’고요. 저희 딸들도 원한다면 적극 독려할 생각이에요.(웃음)” 사무실과 쇼룸을 집처럼 찾는 아이들은 벌써부터 북유럽 디자인을 구분한다. 첫째 세린(11세)이는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가 핀란드고,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호텔을 찾아뒀을 정도로 원하는 것이 분명하다. 둘째 세미(7세)는 쑥스럽지만 예쁜 공간에서 사진 ‘찍히는’ 일이 즐겁다. 에잇컬러스 식구들은 핼러윈 파티에 이어 크리스마스 파티 계획에 들떠 있다. 크리스마스 파티 콘셉트는 청룡영화제. 각자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주인공처럼 꾸미고 레드 카펫을 깐 계단을 오른다. 올 한 해 수고했다는 의미로 재미있는 시상식도 펼칠 예정이다. 한걸음 한 걸음이 보태져 문득 ‘어디쯤이지?’ 떠올렸을 때 훌쩍 성장해 있는 ‘에잇컬러스’도 수상 예감이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