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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순응하다 조형예술 작가 여덟 팀
아름다운 청송의 산과 강을 배경으로 국내외 대지 미술 작가와 공간 디자이너들이 자연에 순응하는 예술 세계를 펼쳤다. 지역의 자연 재료를 활용해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만든 작품들은 푸르른 숲이 아늑하게 주변을 감싸는 송강생태공원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오래도록 사람들의 삶에 예술을 더할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다(Nothing Moves), 송타오
높이 5m, 너비 8m. 대나무ㆍ철선


갤러리스트이자 작가인 송타오Song Tao는 프랑스 파리의 판테온-소르본 대학에서 플라스틱 아트를 공부한 후 중국으로 돌아와 타오 갤러리를 설립해 중국 현대 작가들의 전시를 다수 열었다. 브랜드 ‘리그’를 설립했고, 작가로서 중국 전통문화 속에서 플라스틱 아트의 활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어떤 작품인가?
산으로 둘러싸인 송강생태공원의 원형 공간이 마치 작은 우주처럼 느껴졌다. 주변에 풍부한 대나무로 원을 만들어서 작품을 완성해보자고 생각했다. 도가사상에서 원은 자연과 우주의 조화를 형상화한 것이니까. 그렇게 만든 원 일곱 개를 수직으로 세운 대나무로 고정했다. 원이 동양이라면 서양을 상징하는 직선을 더해 동서양이 밀접하게 소통하는 지금의 세상을 표현하려 했다. 원이 점점 탄탄해지면서 하늘로 올라가듯 높아지는 모양은 사람이 태어나 점점 성숙해지는 과정을 비유한 것이다.

작품이 무척 철학적이다.
하지만 형태는 무척 단순하다. 아이가 붓을 들면 가장 먼저 그리는 것이 선과 원이다. 그저 나무로 만든 원과 직선의 대조를 즐겨도 좋을 것이다. 단순한 형태에 여백이 많은 이 작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청송의 인상은 어땠나?
초록 산과 푸른 강, 황금 들녘의 색감이 무척 아름다웠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세상 밖의 도원桃園처럼 느껴졌다.


파랑새(Blue Bird), 정소이
높이 6m, 너비 4.5m. 버드나무ㆍ말채 가지ㆍ미러 아크릴ㆍ철제 프레임


디자이너 정소이는 신세계백화점 VMD로 시작해 현재 보머스 디자인을 운영한다. 전국 신세계백화점 공간 연출 등 상업 공간에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지역 전통문화와 결합된 작업을 하고 있다. 자연소재를 활용한 조형물을 상업공간에 적용하려 노력한다.

어떤 작품인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기울어진 새장 안으로 들어가면 미러 아크릴로 만든 새가 하늘을 반사해 파랗게 변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동화 <파랑새>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밖은 나뭇가지로 거칠게 표현했지만 안쪽엔 아늑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푸른 말채 가지를 이용해 꾸몄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
사업을 오래 하면서 늘 머리가 아팠는데, 공기 맑은 청송에서 몸을 움직이며 열심히 일했더니 두통이 싹 나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길 바라나?
봄에는 주변이 온통 꽃밭으로 뒤덮일 것이다. 원래 이곳에 자리한 자연물처럼 보이면 좋겠다. 산에서 돌탑 쌓는 것처럼 청송 시민들과 관광객이 이 곳을 거닐며 소망을 빌고,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뜻밖에 미학(Aesthetics by Chance), 미카엘 한센
높이 8m, 너비 30m. 소나무ㆍ돌ㆍ매화나무


미카엘 한센Mikael Hansen은 대지 미술 작가이자 디자이너다. 대지 미술과 더불어 회화, 조각, 콜라주,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998년부터 덴마크 국립 미술관의 워크숍 디렉터로 활동하며, 함부르크와 파리, 시카고, 런던 등에서 다양한 전시에 참여했다.

어떤 작품인가?
주변 자연경관에서 영감을 받아 지역의 소재를 사용해 만든 장소 특정적(site specific) 작업이다. 주변을 둘러싼 산의 형태처럼 소나무를 원뿔 모양으로 세워서 불에 태우고, 그 밑에 흰색 자갈을 깔았다. 둘레엔 원형으로 매화나무 묘목을 심었다. 봄이 되면 매화나무는 분홍 꽃을 피울 것이다.

큰 나무가 아닌 매화나무 묘목을 심은 까닭은?
매화나무는 삶을 상징하고 가운데 타버린 나무는 죽음을, 흰 자갈과 원형의 전체적 형태는 영원을 상징한다. 어린 매화나무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행복한 삶을 누리면서 가운데 높이 솟은 타버린 나무를 바라보며 죽음을 생각할 것이다. 삶과 죽음은 영원히 이어진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이름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다.

작업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청송 주민은 앞으로 이곳에서 작품과 함께 계속 살아가야 한다. 사람들이 좋아해주기를 바라지만, 그들의 경험을 내가 좌우할 수는 없다. 다만 작품이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자연을 품다, CAGE, 박재우
높이 6m, 너비 20m. 대나무ㆍ철제 프레임


공간 디자이너 박재우는 지음아틀리에와 컬처 디자인 플랫폼 ‘모두’ 대표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잇어워드,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리빙디자인어워드, 한국실내건축가협회 골든스케일디자인어워드 등 다수의 공간 디자인 관련 상을 수상했으며, 가구 브랜드 ‘모두’를 통해 전통을 현대적 감각에 맞도록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어떤 작품인가?
사람들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 어떤 곳일지 고민하다 나무로 엮은 둥지를 떠올렸다. 인류는 처음엔 동굴에서 생활하다가 나무를 엮어서 주거를 해결했다. 원초적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의도했다.

천장이 뚫려 있는데?
이곳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넓게 열린 평지다. 아늑한 느낌을 주기 위해 대나무를 엮어 사방을 막았고, 대신 하늘을 품을 수 있도록 위를 열었다. 그리고 한쪽에 흰 풍선을 띄워서 달이 내려앉은 것처럼 표현했다. 자연 속의 또 다른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청송의 자연과 이 작품은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까?
유난히 해가 빨리 지고, 저녁이면 완전히 깜깜해지는 청송은 도시와는 전혀 다른, 진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자연을 품은 공간 안에서 다들 나름대로 자기만의 시간을 영위하면 좋겠다. 자연과 소통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아낌없이 주는 나무, 최두수
높이 3.5m, 너비 3.5m. 버려진 나무ㆍ철제 프레임


최두수는 미술과 디자인을 넘나드는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다. 최근에는 이완 작가와 함께 복합 문화 공간 인사1길에서 현대미술 작가 1백60명이 참여한 직거래 미술 장터 ‘유니온아트페어 2017’을 기획, 진행했다.

어떤 작품인가?
우리는 항상 나무한테서 뭔가를 얻어서 쓰고 있다. 나무는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존재로 계속 순환한다. 버려진 나무를 모아 가시면류관처럼 원형으로 만들어 이곳 공원에 세웠다. 어쩌면 이곳에 설치한 작품들 중 가장 단순할지도 모르겠다.

공원과 작품이 어떻게 어울리도록 했나?
이곳에 설치한 다른 작품의 규모가 크니까 아담한 작품이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을 사람들이 포토 존처럼 활용하면 좋겠다. 버려진 나무로 만든 아름다운 프레임이랄까. 주인공은 청송의 자연과 이곳을 찾은 사람이면 된다. 내 작품은 프레임 역할로 만족한다.

청송은 어땠나?
이곳에 처음 오는데, 언제고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맑고 깨끗한 하늘에 동네들이 아기자기하고 풍경이 섬세하다. 사과나무가 이렇게 아름다운지도 처음 알았다. 과수원에 가득한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사과가 이리 탐스러울 수 있다니!


버드나무 꽃의 섬(Isle of Willow Florescence), 잔프테 스트루크투렌
높이 9m, 너비 8m. 버드나무ㆍ 철제 프레임


잔프테 스트루크투렌Sanfte Strukturen은 지난 2001년 독일의 건축가와 작가, 환경 운동가 등이 모여 결성한 대지 예술ㆍ자연 건축 그룹이다. 지역 주민과 함께 버드나무와 대나무 등을 활용해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제작한 그들의 작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무와 풀이 자라면서 점차 완전한 형태를 이뤄나간다.

어떤 작품인가?
우리는 보통 사람들에게 그늘을 선사할 수 있는 돔dome 형태의 작품을 만드는데, 이번에는 버드나무로 만든 조형물을 거꾸로 뒤집어 꽃 모양처럼 만들었다. 물 한가운데 작은 섬에 자리해 사람들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위치와 봄이면 주변에 만개할 꽃과의 조화를 고려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작업했다.
지역 주민과 함께 작업해야 작품이 훨씬 보존된다. 작업에 참여한 이들이 애정을 갖고 작품을 돌볼 것이기 때문이다. 청송 주민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즐거웠다. 때로 힘들기도 했지만 무척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이 작품은 어떻게 변화할까?
앙상한 버드나무 가지에 초록 잎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봄에는 꽃을 피울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변화할지는 이 작품을 어떻게 돌보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예술가보다는 농부나 정원사에 더 가깝게 여긴다. 2~3년 후에 이곳에 다시 돌아와 작품을 돌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회귀回歸: 코끼리, 문병탁
높이 2.5m, 너비 3m. 버려진 나무


문병탁 작가는 버려진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환경 미술 설치 작품을 만든다. 2005년 호주 해변 공원의 ‘Floating Land’ 조각 프로젝트, 2010년 모스크바 엠게우베 대학교 자연미술공원 프로젝트, 2013년 공주 쌍신생태공원의 금강 자연미술비엔날레 등 다양한 나라의 자연을 배경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작품인가?
어릴 때 마을 뒤에 자리한 숲을 놀이터 삼아 놀았다. 그곳의 자연이 나를 키우고, 나의 일부가 되었다. 지금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을까? 숲이 사라지는 건 어른들의 책임이다. 버려진 나무로 만든 코끼리 가족을 숲으로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숲이 다가간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버려진 나무로 작업한 이유는?
건물을 짓기 위해, 도로를 만들기 위해 베었거나 수해로 강가에 떠내려온 나무로 작업한다. 곁에서 함께 살던 자연을 우리는 필요하다고 해서 무자비하게 파괴하고는 너무나 쉽게 잊고 묻어버린다. 우리가 누리는 편안함의 이면에 그런 희생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나?
숲의 이야기를 담은 코끼리를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다.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작은 놀이터로, 아이들 마음속에 또 다른 숲의 기억이 자리하면 좋겠다. 자연은 떨어져 있는 대상이 아닌, 우리의 일부다.


소풍처小風處, 강신재
높이 4.8m, 길이 12m. 버드나무ㆍ거울ㆍ철제 프레임


공간 디자이너 강신재는 최희영과 함께 디자인 그룹 보이드 플래닝을 이끌고 있다. 313 아트 프로젝트, 제주 문화 카페 닐모리 동동, 아랍에미리트의 티 숍 ‘ARTTEAS’ 등의 공간에 ‘자연이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스승’이라는 철학을 담았다.

어떤 작품인가?
‘작은 바람이 머무는 처소’라는 뜻으로 소풍처라 이름 붙였다. 근처 버드나무 숲에서 자른 나무로 구조물을 만들고 한쪽에 거울을 붙였다. 불완전한 구조물이 거울에 반사되어 터널처럼 완전해지는 형태를 의도했다.

주변 자연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부드러운 산의 능선처럼 전체 구조물의 선을 직선이 아닌 곡선과 사선으로 처리했다. 한쪽으로 기울어져 들어가는 입구보다 나오는 출구가 작다. 이곳을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며 겸손해질 수 있지 않을까.

거울에 산란하는 빛이 인상적이다.
작품 속을 걸으며 ‘1230 느리게 걷기’라는 부제를 붙였다. 12m 길이의 공간 속을 천천히 걸어보니 30초쯤 걸렸다. 청송에 오니 바쁜 도시와 달리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느낌이 참 좋았다. 산란하는 빛, 흩어지는 바람 등 자연을 느끼며 감사하고, 잠시나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글 정규영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