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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담당 기자가 추천하는 올해의 인문 교양서
올 한 해 서점가엔 유난히 인문 교양서적이 두각을 나타냈다. 혼란스러운 미래의 실마리를 가장 기본인 인문학에서 찾으려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 1년 내내 많은 책을 접하고, 소개하는 언론사 출판 담당 기자들이 올해 나온 인문 교양서 중 놓치지 말아야 할 한 권씩을 추천했다.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지음, 어크로스
<아날로그의 반격>은 아날로그의 매력이 디지털 세상에서 비즈니스적으로도 ‘먹힐’ 수 있다는 관점으로 쓴 책이다. 이를테면 디지털 사진의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자체에 있다. 사람들은 실체로서 사진과 가족 앨범을 보는 경험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 책이 다루는 아날로그 사례는 레코드판, 종이로 대표되는 노트ㆍ명함ㆍ인쇄물, 오프라인 매장, 인력의 관점에서 교사,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하다. 이 책은 아날로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며, 어떤 사람들은 생각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_송현경(내일신문 기자)


<힐빌리의 노래> J. D. 밴스 지음, 흐름출판
이 책의 저자 J. D. 밴스는 미국 5대호 주변에 있는 쇠락한 중공업 지역인 오하이오에서 성장해 예일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에서 난 용’이다. 그는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 계층을 피부색만 같은 상류층 백인과 구분 짓고, 그들의 삶이 혜택받지 못한 도심 흑인의 삶에 더 가깝다고 설파한다. 켄터키 출신의 어머니 밑에서 아버지 없이 자란 밴스는 주정뱅이이던 할아버지와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할머니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끊임없이 대물림되는 백인 노동자 가정의 폭력과 가난을 당사자 입장에서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서술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이유를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한 논픽션. 인종이나 계층 등 추상적 개념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던 미국의 다층적 면모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했다. _박세회 (허프포스트 코리아 뉴스 에디터)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사
책 제목의 ‘호모’는 인간, ‘데우스’는 신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호모 데우스는 인간이 신이 된다는 의미다. 신만 지니고 있는 생명을 창조하고 다루는 능력을 인간이 갖게 된다는 것. 이 책은 신이 된 인간이 앞으로 어떤 세계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인 동시에 질문이다. 기독교 신자에게는 다소 불편한 내용일 수 있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매우 그럴듯하다. “인류의 신화가 혁명적 신기술과 짝을 이룰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질문의 논증 과정이 책의 핵심인데, 정말 흥미진진하면서 동시에 무시무시하다. 난도는 조금 높지만 읽다 보면 넓은 시야는 물론, 새로운 관점에서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_유영훈(조선닷컴 기자)


<드러내지 않기> 피에르 자위 지음, 위고
‘튀어야 산다’는 강박과 ‘튀고 싶다’는 열망이 뒤섞인 액셀러레이터, ‘튀면 죽는다’는 체험 기반 공포와 ‘숨고 싶다’는 욕망이 뒤섞인 브레이크. 그 둘이 종잡을 수 없는 엇박자를 내며 굴러가는 세월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타자의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인지 없이 무언가에 빠져 있는 인간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신과 타인의 욕구에 밀착해서 살아가는 한, 타인의 시선과 기대를 끊임없이 예측하며 사는 한, 세상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끊어냄의 자유로움을 영위하기가 얼마나 어려워진 세상인지 성찰하게 하면서 그 자유로움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방도를 제시했다. 시종 겸허한 문장으로. _손택균(동아일보 기자)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 레이첼 코벳 지음, 뮤진트리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출간한 지 1백 년이 지난 지금도 각종 축사와 주례사에 널리 인용되는 텍스트다. 누구든 꼭 맞는 위안의 문장을 찾을 수 있는 이 편지를 쓰던 시절, 릴케는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조수로 일했다.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의 저자 레이첼 코벳은 릴케의 사려 깊은 편지 중 상당 부분이 로댕의 말을 옮긴 것이라 주장한다. 릴케와 로댕, 두 예술가의 삶과 예술을 씨줄과 날줄 삼아 당대의 사회와 문화상을 직조하는 솜씨가 치밀하고 아름답다. 쓸모없이도 그 자체로 충실한,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책. _정규영(<행복이가득한집> 기자)

정리 정규영 기자 사진 손영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