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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시계 칼럼리스트 김창규 나의 영원한 우상, 랄프 로렌을 떠올리며

학창 시절 밴드 활동을 했을 만큼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김창규 칼럼니스트.

랄프 로렌의 스타일을 사랑하는 김창규 칼럼니스트는 인테리어의 바탕을 심플하게 하고, 고전적 가구와 에스닉한 오브제를 적절히 섞었다. 소파는 빈티지 제품을 구입한 뒤 프레임은 검은색을 칠하고, 패브릭은 회색으로 새롭게 교체했다.

Profile
이름과 나이 김창규, 36세.
어떤 일을 하나요? 전직 패션·시계 전문 잡지 기자. 현재는 ‘김창규 컨텐츠’의 실장으로, 어떠한 대상의 존재 이유를 글과 사진으로 재가공한다.
취미는? 요리와 기타 연주, 서예.
당신의 취향을 소개한다면? 꼰대 또는 아재 취향. 튀는 포인트가 없는 디자인의 질 좋은 옷, 고지식한 구두, 장식적이지 않은 시계, 장인 정신이 담긴 술, 오래된 멋진 물건 등을 좋아한다.
집에서는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업무와 취미 생활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활동을 집에서 하는 편. 심지어 지인과의 술자리도!
집에서 아끼는 물건 세 가지는? 술, 기타, 의류.

고전적 가구와 에스닉한 오브제의 어울림이 낯설지 않은 이 느낌! 랄프 로렌 북의 한 페이지를 펼쳐놓은 듯한 아파트는 김창규ㆍ박선희 부부의 집이다. 집에서 일과 여가를 함께 하는 김창규 씨는 그의 상징과도 같은 클래식한 슈트 차림처럼 집 안 곳곳에 취향과 스타일을 녹여냈다.


슈퍼스타를 향한 동경이 곧 인스피레이션!
김창규ㆍ박선희 부부는 최근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예산 내에서 거실과 주방을 집중적으로 꾸몄다.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공간이자, 집이 곧 일터인 그에게 ‘집 같지 않은 멋진 휴식 공간’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잡지 기자로 활동하며 세트 스타일링을 병행해왔고, 아내의 꽃집 도버 더 플라워 부티크를 오픈할 때 인테리어 디렉팅을 한 경험을 떠올리며 집에 자신의 취향을 입혀나갔다. 클래식한 공간 속 에스닉한 오브제, 신비로운 분위기의 청화백자까지. 반전의 코드가 담긴 이곳은 그야말로 랄프 로렌 공간의 축소판이다. “정통 아메리칸 클래식이 브룩스 브라더스의 느낌이라면, 유럽의 맛이 가미된 아메리칸 클래식이 랄프 로렌이에요. 모피 러그와 사슴뿔 박제 같은 아이템으로 장식한 고전적 공간을 동경해왔지요. 그의 카탈로그에 등장하는 집처럼요.”

주방은 광택이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포인트를 주었다.

그가 가장 아끼는 공간인 미니 바. 오픈 선반은 직접 디자인한 뒤 제작을 맡긴 것이다.

집을 꾸밀 때 영감을 얻은 랄프 로렌 북.

취미와 취향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거실. 오래도록 발품을 판 결과물이다.

“자신이 어떠한 스타일의 종착지를 찾았다면, 그것을 반영한 인테리어를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새로 산 코트보다 당신의 스타일을 더욱 잘 대변해줄 겁니다.”

스타일 좋기로 유명한 브랜드를 수없이 봐왔지만, 랄프 로렌이 으뜸이라 여기는 그는 집을 꾸미는 내내 랄프 로렌 블랙 라벨을 떠올렸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블랙 라벨은 가장 모던한 컬렉션이었어요. 이름 그대로 무채색 위주였죠. 그에 따라 바탕은 심플하게 하되 클래식 가구와 크롬이나 스틸처럼 차가운 금속, 산호초나 돌, 실버 오브제 등으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원하는 소품이나 가구의 컬러가 맞지 않았을 때는 도장을 했다. 자칫 지나치게 남성적으로 보이는 건 아닌지, 집이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을지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남성적 분위기인데도 아내의 취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조명등 불빛으로 온기를 더한다는 점에서 타협할 수 있었다고. 거실을 둘러보면 그가 술과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파악하기까지 3초가 채 안 걸린다. 창가에 놓인 음악 테이블과 선반의 미니바는 그가 가장 공들인 부분. 학창 시절 밴드 활동을 했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고, 소파에 앉아 기타를 치거나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때가 가장 즐거운 시간일만큼 그에게 거실은 의미 있는 공간이다. 메탈릭한 1950년대 미국 스타일의 테이블, 인테리어에 맞춰 새로 산 검은색 기타와 앰프, 사이드 테이블이었지만 바이닐 레코드를 꽂기 편해 용도를 바꿔 사용 중인 피츠의 가구까지. 한 평 남짓한 공간은 그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당신의 스타일이 확고하다면 반드시 집을 꾸며보라
인테리어할 때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꼭 큰돈이 드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서빙고의 ‘미스터민’이라는 숍을 종종 애용해요. 해외에서 구해온 빈티지 가구를 판매하는데,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사장님의 손 기술이지요. 클래식한 소파가 마땅치 않아서 빈티지 제품을 구입한 뒤 리폼을 부탁했는데, 이럴 거면 뭐하러 빈티지를 사느냐는 핀잔도 들었지요.” TV장과 선반장은 직접 설계도를 그려서 을지로에 있는 업체에 제작을 의뢰했다. 도색했을 때의 느낌까지 표현했으니 꽤나 디테일한 주문이었는데도 100% 의도에 맞춰 제작해 왔다고. 가구 제작을 의뢰해본 경험이 열 번도 더 되는데 이제야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은 비결은 온전히 발품을 판 덕이다. 에스닉한 소품은 자라홈이나 고속터미널, 청계천, 을지로 지역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찾아냈다. 심지어 샹들리에는 찾는 데만 두 달, 을지로 가구 거리를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여섯 번이나 다녀본 후에야 마음에 드는 걸 발견했다.

그림을 그리려면 조도가 일반 형광등과 같아야 하는데, 조건에 딱 맞는 제품을 찾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청화백자도 지금의 구도로 맞추기 위해 황학동부터 인천 차이나타운, 온라인마켓까지 둘러 보지 않은 곳이 없다. 청화백자 여섯 개의 조합을 1백만 원 남짓 주고 완성했으니, 이 정도면 발품을 팔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앤티크한 거울은 직접 붓으로 칠해서 연출했고, 주방은 아일랜드 상판과 대리석 식탁의 톤을 맞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타일의 종착지는 인테리어라고 생각해요. 철 지난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사 입는 것처럼 간단히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시대를 관통하는 스타일 리더들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은 사람들입니다. 칼 라거펠트, 톰 포드, 브루스 패스크 같은 트렌드의 창조자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몇십 년째 고수하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잘 뒷받침해주죠. 자신이 어떠한 스타일의 종착지를 찾았다면, 그것을 반영한 인테리어를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새로 산 코트보다 당신의 스타일을 더욱 잘 대변해줄 겁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