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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친환경 에너지 자립 주택단지 노원이지하우스
영국 런던의 베드제드,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주거 단지처럼 지속 가능한 공공주택으로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노원이지하우스. 에너지 제로energy zero의 약자이자, ‘이롭고 지속 가능하다’는 뜻의 이지하우스는 1년 3백65일 내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그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스마트한 주거 단지이다.

정면에서 바라본 노원이지하우스.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전지판을 그래픽적으로 나열했으며, 발코니 밑부분에 컬러 페인트를 칠해 패턴처럼 연출했다.
단지 옆에는 전기 자동차 충전소와 쉼터를 마련했다.

노원이지하우스를 시공하기에 앞서 수많은 자재와 공법을 실험하고자 마련한 목업 주택.
매일 쾌적하고 안락한 실내 환경을 조성해 가족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냉난방비 부담이 없는 집. 이처럼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집은 누구나 바라고 꿈꾸는 곳이다. 수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 준공한 노원구 하계동의 제로에너지주택단지 ‘노원 이지하우스’는 앞서 말한 요건을 모두 갖춘 국내 최초의 친환경 에너지자립 주택단지이다.

노원이지하우스를 이해하려면 서울시에서 발표한 ‘에너지 살림 도시, 서울’(2014) 정책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서울 시내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임으로써 화석연료의 소비량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정책으로, 2023년부터 건축하는 모든 건물에는 제로에너지건축물 기준을 적용한다. 이는 비단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2020년을 기점으로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성과 자립률을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을 한발 앞서 실현한 곳이 바로 노원구청이 주도한 노원이지하우스다. 기획과 설계, 시공은 명지대학교 건축대학의 이명주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한 제로에너지주택연구단이 담당했다. 각 세대가 사용하는 냉방과 난방, 급탕, 조명, 환기 등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충당하는 100% 제로에너지를 구현했다. 단지는 대지 면적 1만 1344㎡에 공동주택 아파트형 3개 동(104세대), 연립주택형 공동주택 1개 동(8세대), 합벽주택형 공동주택 2개 동(4세대), 단독주택형 공동주택 1가구(1세대)까지 총 117세대(연면적 1만7652㎡ ) 로 구성되며 부대시설로 홍보관, 근린생활시설, 경로당, 마을회관 등이 있다.


패시브 설계와 액티브 설계가 만나다
이지하우스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생활하기 위해 건축물을 기밀하게 해주는 패시브Passive 설계 요소 기술을 적용했다. 단열재를 건물 외벽에 붙이고, 좋은 자재를 사용함으로써 실내의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외부의 열이 유입되는 틈새를 차단해 보온병처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준다. 이러한 특수 설계로 몇 분만 환기해도 공간이 금세 쾌적해지고, 미세먼지나 황사 수치가 높은 날에는 별도로 자연 환기를 하지 않아도 필터를 거쳐서 들어오는 신선한 바람이 실내 공간을 깨끗하게 해준다. 내부에 특수 순환형 후드와 열 회수 환기 장치를 설치해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열을 즉각적으로 회수한다.이렇게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부족한 에너지는 단지 내에서 생산한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한다. 지중열을 활용하기위해 고효율 히트 펌프를 사용하는데 이를 액티브Active 공법이라 한다. 제로에너지주택은 패시브 설계 요소 기술과 액티브 설계 기술, 재생 가능 에너지까지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액티브 공법의 일환으로는 건물 옥상과 주동 옆면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지열 히트 펌프를 설치해 땅속 열에너지로 냉수와 온수를 공급한다. 계절에 따라 일조량이 제각기 다르므로 평균 1년을 단위로 측정했을 때 121세대가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통해 생산해 공급한 양의 차가 제로인 집을 제로에너지주택이라 부른다. 날씨가 흐리거나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에는 에너지 공급량이 소비량보다 월등히 부족하기에 한국전력공사에서 전기를 빌려오고, 봄가을의 일조량이 풍부한 날에 전기를 생산해서 돌려주는 등 전력망을 공유하기 때문에 사계절 모두 측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전력공사와 전력망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네트Net제로 에너지주택이라고도 부른다. ‘사람’에서 출발했더니 환경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지구의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이지하우스는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 주택이다.

목업 주택에서는 노원이지하우스에 사용한 각종 자재와 기법을 볼 수 있다. 3중 창호는 우수한 기밀성과 단열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시공사인 KCC 제품이다.

주택 안팎의 온도 차를 상쇄해주는 6단계 단열재로 실내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각 가정에는 열 회수 환기 장치를 설치해 실내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열을 즉각적으로 회수한다.

패시브 설계 요소 기술을 적용해 문을 전면으로 조금 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환기가 가능하다.

공원에는 전기 충전소를 마련해 사전에 등록한 차량이라면 언제든 이용 가능하다.

실내 공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각각의 문은 일정 간격을 띄워 시공했다.

실내의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외부의 열이 유입되지 않도록 단열 성능을 강화한 현관문.

각 가정마다 에너지 사용량과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설치했다.

제로에너지주택의 선진국을 예고하다
패시브하우스의 원조 국가인 독일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선진국에서 이지하우스를 주목하고 있다. 노원이지하우스가 제로에너지 주택을 구현한 것만이 아닌, 에너지 생산량이 전 세대의 에너지 소비 예측량을 월등히 넘어서는 수준이어서 ‘플러스에너지 주택’이 예측되는 상황. 모니터링 후의 검증 결과가 예측한 것과 같다면 노원이지하우스는 세계 최초 플러스에너지 주택단지가 된다. 또 태양열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외부 블라인드가 바람이 일정 풍속을 넘어가면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올라가는 등 고도화된 기술력도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노원이지하우스는 연구와 설계, 시공과 감리를 모두 국내 인력으로 진행했고, 외국산 자재 비용이 전체 공사비의 1.7%밖에 안될 정도로 대부분 국산 자재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기술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휴먼 스케일의 디자인을 갖춘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지하우스를 정면에서 보면 패턴을 입힌 듯 컬러가 반복되는데, 이명주 연구단장이 추구하는 인본주의적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사람 중심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발코니를 만들고, 하단에 컬러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단지를 걷다가 하늘을 볼 때 함께 볼 수 있도록요. 앞동 복도에서도 색상이 보이도록 발코니 하단 부분을 버선코처럼 약간 들어 올렸습니다.” 연구단은 본격적으로 입주하는 11월에는 입주민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 공공주택의 사용매뉴얼을 제공할 계획이며, 지역난방공사와 MOU를 체결해 명지대학교는 지역난방공사에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다양한 건축자재와 공법을 실험하는 장이자 3년간의 운용 노하우가 쌓인 목업 주택은 누구나 제로에너지주택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다.


interview 서 울시 노원구청장 김성환
한국판 프라이부르크를 꿈꾸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환경 도시라 불릴 만큼 정책이 잘 갖춰져 있다. 이달 공사를 마친 친환경 제로에 너지주택단지, 노원이지하우스가 한국판 프라이부르크가 되기를 꿈꾸는 김성환 노원구청장을 만났다.

국내 첫 제로에너지주택단지로서 노원이지하우스가 지닌 의의는 무엇인가?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효율을 높여 5대 연료(냉난방과 급탕, 조명, 환기)에 화석연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아파트로, 주거용으로는 국내 첫 사례다. 국가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사업이고, 우리나라의 건축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로에너지주택에 대해 계획을 세우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무분별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지구는 심각한 온난화에 직면했다. 1년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통상 3백억 톤이 발생한다. 화산 활동 등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5% 정도이고, 그 외에는 인간의 행위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인간도, 지구도 위험하다. 국가에서도 대책을 세워야겠지만, 자치구 차원에서의 노력도 중요하다.

명지대학교 제로에너지주택연구단은 어떻게 꾸리게 되었나?
2013년 6월 국토교통부가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과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한 제로에너지주택단지 모델 개발 및 실증단지 구축 R&D 사업 공모를 실시했다. 이에 서울시, 명지대 산학협력단, KCC 건설, SH 도시연구원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제안서를 제출했고, 우리 구가 당선되어 예산 지원을 받아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공사를 마친 노원이지하우스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는는가?
입주민 스스로 주택을 관리하는 협동조합형으로 운영한다. 환경 미화, 방범 및 각종 운용에 관해 이웃과 상의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등 공동체성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은 서울시에서 이미 시행한 바 있으나, 대부분 30세대 내외의 소규모 세대다. 우리가 이같은 운영 형태를 성공시킨다면 대단지로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노원구는 한 걸음 앞서 친환경 정책을 펼쳐왔다. 대표적 사업은?
소형 태양광 패널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표 신재생에너지 설비다. 서울시 자치구 중 노원구가 가장 많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넝쿨식물을 이용한 녹색 커튼 사업, 도시 농업 활성화를 위한 옥상 텃밭 가꾸기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화학 생활 제품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유용한 미생물인 EM 발효액을 구민에게 보급하기 위해 EM 발효 자동화 설비를 갖춘 ‘노원EM센터’도 건립했다.

글 이새미 기자 사진 박찬우 취재 협조 명지대학교 제로에너지주택연구단, 이영준(노원구청 주택사업과 주무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