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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찍는다 사진가 비바스트 김석준

“젊은 사람들과 일할 기회가 좀처럼 없는 편인데, 뇌리에 박힐 만큼 인상적인 이가 있었어요. 여러 사진가에게 숙제처럼 옷을 찍도록 하는 프로젝트에서 김석준을 만났지요. 옷을 대하는 태도도 단연 돋보였고, 사진 속 옷이 소름 돋도록 드라마틱했어요. 옷에 이야기를 더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요. 분명 다음이 더 기대되는 사진가입니다.” _ 진태옥(패션 디자이너)

의상 협조 블루 컬러 스카프는 토리버치(02-515-4080)
빠른 촬영 속도와 단호한 판단력이 찰나를 포착하는 사진가의 미덕이 된 지 오래. 비바스트 김석준은 고민하고 둘러보며 서두르지 않고 사진을 찍는 감상적이고 여유 있는 사진가다.

진태옥 선생의 추천을 받았는데 어떤 인연이 있었나?
선생님의 전시 룩북을 촬영하면서 처음 뵈었다. 여러 사진작가가 진태옥 선생님의 옷을 각자 해석해서 찍는 프로젝트 촬영이었다. 쟁쟁한 사진가들 사이에서 작업할 기회를 얻었고, 마네킹으로 찍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난 마네킹을 쓰기가 싫더라. 고민하다가 모델로 찍되 이목구비를 가려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나중에 전시 초대장에 내 사진이 사용됐길래 ‘다행히 마음에 드셨구나’ 하고 생각한 정도지 이렇게 추천까지 해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포트폴리오에 상업 사진보다 개인 작업 사진이 훨씬 많다. 오히려 패션 사진 작업이 외도처럼 보일 정도다.
도시 풍경, ‘시티 스케이프’ 연작을 수시로 찍고 있다. 한창 상업 사진을 찍을 때 작업이 정체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스튜디오를 유지하는 게 맞는지, 작업은 잘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생겼다. 그러다 호주로 여행을 떠났다. 3개월을 계획하고 갔는데 1년 정도 머물렀다. 끌려다니며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아 스튜디오도 정리해버렸다. 호주에서 외국 매거진의 패션 화보를 진행해보기도 했고 개인 작업의 기초를 닦았다.

개인 작업은 흑백사진이 주인데, 어떤 것은 대비가 강해 덩어리처럼, 혹은 은하수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색을 담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 같지도 않다. 컬러풀한 패션 화보도 좋더라. 사진의 색, 이슈를 다루는 방식이 용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놀랍게도 호주에 다녀온 후에 자유로운 작업이 늘었다. 어느 정도 내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아마 호주에서의 포트폴리오가 클라이언트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일 텐데, 덕분에 오히려 나다운 색이 그제야 나오더라. 개인 작업도 더 탄력을 받았고. <행복>에도 두 차례 작업한 화보가 실린 기억이 난다. 색감을 강조한 패션 화보였다.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냥 이대로 좋다. 현재에 만족한다.

글 남정화 기자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