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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돈∙김은하 부부, 딸 라희∙라윤 일상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즐거움

건축구조가 독특한 독채 풀빌라를 운영하는 김경돈 씨의 가족과 삽살개 바오, 마루. 

이 가족을 소개합니다 
나이 아빠 김경돈 37세, 엄마 김은하 34세, 딸 라희 6세, 라윤 4세.
사는 곳 경상북도 청도 북지리 마을
이주 시기 2016년 5월.
취미 삽살개 바오ㆍ마루와 산책하기, 정원 가꾸기
특기 목공으로 소가구 만들기, 장르 불문 요리하기.
하는 일 독채 풀빌라 ‘바오마루’ 운영.
주소 경상북도 청도군 매전면 청매로 1375
문의 0507-1453-5500.

펜션은 나무 한 그루를 사이에 두고 집을 두 조각 낸 것처럼 설계해 테라스에 있으면 나무를 마주 볼 수 있다.

김은하 씨는 날마다 침구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실내를 정돈한다.

스킵 플로어 구조로 설계해 주방과 거실, 침실이 층층이 계단으로 연결된다.

답답한 도시를 탈출해 전망 좋은 풀빌라의 호스트로 변신한 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청년 시절에 만난 산장의 오너처럼 펜 션을 운영해보고 싶었던 김경돈 씨는 가족과 함께 산 좋고 공 기 맑은 청도로 옮겨가 그들만의 펜션을 열었습니다. 호스트 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지고 때론 서툴기도 하지만, 게스트에 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가 족의 표정이 청도의 풍경 이상으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미션, 일상생활과 휴양의 접점을 찾아라
건축을 전공한 김경돈 씨는 대기업에서 건축설계 업무를 해왔습니다. 직장 5년 차에 아내 김은하 씨를 만나 결혼하고 첫째 라희가 태어났지만, 야근과 스트레스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안정된 근무 환경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마음 한편에 간직해온 꿈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시절, 오너가 직접 꾸려나가는 지리산의 산장과 일본의 도미토리 숙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 있는 그에게 숙박업은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첫째 아이가 한창 자라는 시기여서 고민이 되긴 했지만 그 고민은 곧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아파트에서 지낼 때 아이에게 수백 번도 넘게 한 말이 ‘뛰면 안 돼!’입니다.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미안한 마음이 클 수밖에요.” 둘째까지 생기자 부부는 본격적으로 이주할 지역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조건은 명료했지요. 펜션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치가 좋아야 하지만, 가족이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사람이 붐비는 관광지는 피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부부는 제주도부터 시작해 춘천, 남해, 밀양까지 좋다는 동네는 모두 답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생활과 휴양이 균형을 이루는 장소를 찾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지요. 청도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부산과 한 시간, 대구와 45분 거리에 있는, 그 일대에서 손꼽는 휴양지입니다. 즉, 청도에서도 도심의 편의성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땅값도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편이어서 주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부부는 운문산과 백운산, 가지산이 첩첩이 어우러진 절경과 마을의 과실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북지리 매전면의 전망 좋은 필지 955㎡를 구입한 뒤 살림집과 독채 펜션 ‘바오마루’를 지었습니다. 경사면을 따라 지은 집과 펜션, 정원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죠.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공놀이도 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한 시간 이상은 꼭 밖에서 놀다 들어올 만큼 야외에서 놀 거리가 많지요. 이따금 마을 행사가 열리면 온 가족이 함께 나가 어울리는데, 그동안 잊고 살아온 것을 하나둘 발견해가는 즐거움이 큽니다.”



자연이 품은 집, 자연을 품은 집
독특하게도 집과 펜션은 뒷마당에서 바라보면 땅에 묻힌 듯 보입니다. 팔을 뻗으면 지붕 꼭대기가 손에 닿을 것만 같지요. 보통 경사면의 필지는 반듯하게 다듬은 뒤 집을 짓지만, 이곳은 경사면을 따라 층층이 단을 분리해 스킵 플로어 하우스를 설계했습니다. 건축설계는 부산의 리을도랑 아틀리에 김성률(www.rieuldorang.com) 대표가 맡았습니다. “제가 직접 지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건축설계 일을 손에서 놓은 지 너무 오래되었고, 한 번뿐인 집 짓기인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근사하게 제대로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습니다. ‘하우스 스타일’이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알게 된 김성률 대표는 신진 건축가이면서도 자신의 건축 색깔이 분명했고, 부산에 사무실이 있어서 커뮤니케이션도 수월했지요. 솜씨 좋은 시공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시공 과정도 매끄러웠고요.” 건축설계의 키워드는 두 가지였습니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줄 독특한 구조, 그리고 자연과의 상생! 스킵 플로어 구조로 인형의 집처럼 층층이 이어지는 재미있는 공간을 완성했고, 중앙의 나무를 감싸는 듯한 설계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마감재는 깔끔하면서도 퀄리티 좋은 초발수 페인트와 유럽산 스토(실리콘 페인트)를 사용했고, 내부 단열재로 습기에 강한 고밀도 유리섬유를 사용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경사면에 맞닿게 지은 점도 단열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펜션은 독채 풀빌라로, 집을 두 조각으로 자른 듯 빌라 앞에 건축 구조물을 세워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 사이에 나무 한 그루를 심어 2층 테라스에 앉으면 나무를 마주 볼 수 있고, 기분 좋게 내리쬐는 햇살도 즐길 수 있지요. 내부도 스킵 플로어 구조로 설계해 손님이 이색 공간을 경험하는 즐거움도 줍니다. 김경돈 씨는 그가 청년 시절에 만난 산장의 오너처럼 새벽 일찍 일어나 수영장을 정돈하고 주말에는 정원을 가꿉니다. 아내 김은하 씨는 매일 침구와 수건을 정갈하게 교체하고, 계절에 따라 데커레이션을 바꾸지요. 집과 출입 동선을 분리하니 이곳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휴식을 즐기려는 이들로 가을까지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

“지금은 펜션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집을 짓는 데 빌린 융자금을 갚고, 가족의 생활비는 또 다른 직장에서 얻고 있어요. 평일에는 제가 대구로 출퇴근을 하지요. 융자금은 수년 내 상환하겠지만 일을 곧장 그만둘 생각은 없어요. 펜션을 관리하면서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한 데다 훗날 가구 공방을 차린다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거든요.” 건축디자인의 연장선으로 가구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는 그는 지금도 집과 펜션에 필요한 소가구를 직접 제작합니다. “아이들이 이곳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유치원에 처음 방문한 날 그런 우려가 말끔히 사라졌어요. 낯선 사람인데도 반갑게 맞아주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끊임 없이 말을 건네는 이곳 아이들 모습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지요. 첫째 라희가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었는데, 이곳에서 지내면서 밝고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아이들이 행복해하니 덩달아 저희도 행복해졌고, 가족 간의 정도 전보다 더 돈독해진 걸 느껴요.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키친 다이닝 공간을 넓게 꾸몄는데, 요즘 이곳에서 아내,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시간이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놓고 곧장 마당으로 달려가요. 집 밖에서 놀 거리가 훨씬 많으니까요. 아이들이 행복해하니 저희도 덩달아 행복합니다.”

침실을 복층 구조로 설계한 뒤 아래쪽을 남편의 서재로 꾸몄다. 창 너머로 울창한 숲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펜션은 폴딩 도어를 열면 실내와 수영장이 곧장 이어지고, 스킵 플로어 구조로 미로처럼 설계해 아이들이 더욱 좋아한다.

김경돈 씨는 살림집 1층을 커다란 주방 겸 다이닝룸으로 꾸미고 주말마다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요리 실력을 발휘한다 . 주방 가구는 모두 이케아 제품으로 그가 손수 조립한 것이다.

취미 생활로 목공을 즐기는 그는 살림집과 펜션에서 쓸 소가구도 직접 제작한다.

아담한 테라스가 딸린 자매의 방. 훗날 벽을 세워 각각의 공간으로 분리할 계획이다.

글 이새미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