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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_ 연희동 차이킴 웨딩 따뜻하고 단아한 한국적 미감
전통 한복 브랜드 차이가 연희동에 ‘차이킴 웨딩’ 쇼룸을 오픈했다. 한국적 선과 정서를 담되, 과감하면서도 섬세하게 우리 옷을 짓는 ‘차이’의 다른 철학이 집약된 공간이다.

‘문’의 연속성을 테마로 한국적 미감을 완성한 차이킴 웨딩(02-336-6696).


초심으로 돌아가다
“한복을 짓다 보니 이불, 방석, 베개, 함 같은 혼수품까지 만들게 되더라고요.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세컨드 브랜드 차이킴을 론칭하면서 자연스럽게 라이프스타일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싶어졌어요. ‘차이킴 웨딩’은 차이의 지난 행보와 앞으로의 방향성이 교차를 이루는 공간이라 할 수 있죠.” 연희동 차이킴 웨딩은 2004년 김영진 대표가 차이라는 이름으로 첫 매장을 연 곳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처음 이곳에 쇼룸을 오픈할 때만 해도 이런 주택가에 누가 한복을 보러 올까 싶었다. 비즈니스보다는 갤러리나 문화 공간으로, 그저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펼치던 그때를 생각하면 그저 즐거운 기억뿐. 힘들 때 본능적으로 고향이 떠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삼청동 차이킴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 유랑 매장을 오픈하고 백화점 입점까지, 사업이 확장될수록 마음은 연희동의 작은 쇼룸으로 향했다. 차이킴 웨딩은 장소도, 시간도, 철학도 ‘초심’ 그대로를 향한 공간이다. “지금까지 차이와 차이킴 공간은 다소 차가웠어요. 그런데 이곳은 따뜻하게 하고 싶더라고요. 이왕 초심으로 돌아가자 했으니 멋 부리지 말자, 또 차이의 본질인 한국적 코드도 잊지 말자고 다짐하니 자연스레 신경옥 선생님의 따뜻하고 모던한 한국적 디자인이 떠오르더라고요.”

옥색 문짝 아트월에 맞춰 그린 톤의 커튼을 매치했다.

바닥재와 문은 화이트 톤으로 도장했다. 지하 공간이라 따뜻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나무 소재를 많이 사용했다.

빈티지 자수 원단을 모아 방석과 쿠션을 제작했다. 한복 드레스는 물론 혼수용 침구, 베개 등도 맞춤 제작할 수 있다. 수틀 조명등은 스타일리스트 서영희의 작품. 쇼룸 곳곳의 아트워크도 그의 솜씨다. 모던하게 해석한 반닫이는 디자이너 정구호의 작품이다. 

“전통을 그대로만 재현하는 건 계승이나 발전이라 볼 수 없어요. 옛 무관의 관복을 모티프로 한 철릭 원피스, 트렌치코트처럼 입는 배냇저고리 등 한복이 지닌 아름다움을 순도 높게 유지하면서, 쉽게 즐기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 역시 디자이너의 역할이지요.좋은 날에는 꼭 한복을 입으면 좋겠어요.”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난간도 없이 뚫려 있어 불안정한 구조였다. 계단 면적을 줄이고 난간을 세운 뒤 문짝 아트워크를 장식했다.


오후가 되면 벽에 창살 그림자가 드리워 서정적 풍경을 만들어준다.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인 오래된 문짝을 모아 진한 나무색으로 도장한 후 가로세로로 배열한 아트워크. 뒤쪽 선반도 고목으로 제작해 시각적 통일감이 느껴진다.

한국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옥색 문짝 아트월. 부분부분 거울을 붙여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전통 문짝의 담박한 아름다움
최근까지 중국집이 있던 건물은 1층 초입부터 복도,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등 공간 곳곳이 낡고 음습한 분위기로 관리가 잘되지 않은 상태였다.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훵하게 뚫려 있어 무엇보다 어수선한 동선을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처음에는 1층에 사람들이 즐겁게 모이는 카페를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다 계획을 수정해 1층은 차이킴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작업과 라이프스타일의 접점을 보여주는 라운지 개념으로, 지하는 차이킴 웨딩 쇼룸으로 꾸미기로 결정했다. 차이킴 웨딩은 말 그대로 웨딩에 관한 모든 것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우리나라 혼례가 서구식 예법으로 바뀌면서 전통 혼례의 의미가 퇴색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김 대표는 차이킴 웨딩을 통해 전통 혼례에 담긴 철학과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 스몰 웨딩을 하더라도 유행이 아닌 자신만의 콘셉트를 갖고 결혼의 참된 의미를 담길 원하는 이들을 위해 한복 드레스는 물론 장신구, 혼수, 함 등 기억에 남을 만한 의식을 치르도록 도와주는 곳이 바로 차이킴 웨딩이다.

전통과 새것을 적절히 버무리며 공간의 따뜻한 감도를 만들어내는 신경옥 디자이너는 ‘문의 연속성’을 테마로 고루하지 않은 디자인을 완성했다. “전통 모티프를 더하되 용도를 뒤트는 것이 중요해요. 옛날 문짝을 모아 지하 쇼룸은 전면 거울 월로, 1층 라운지는 난간 파티션으로 활용했어요. 문짝을 가로세로 아트워크처럼 배열하니 하나만으로도 멋스러운 장식 요소가 되었지요.” 계단을 내려가면 정면으로 마주하는 옥색 문짝 아트월은 뒤편에 조명등을 넣어 첫날밤 신혼 방처럼 은은한 무드를 연출하고, 맞은편 문짝에는 부분적으로 거울을 붙여 쇼룸 기능을 더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문짝 하나가 옥색이었는데, 새로 칠한 그린 컬러에서는 보기 힘든 동양적 감성이 스며 있어 똑같은 색으로 도장해 사용했다. 반면 1층 난간 문짝은 모두 진한 나무색으로 칠해 절제되고 단아한 한국적 미감을 완성했다. 누구의 집에나 적용할 수 있는 쿠션, 도자, 조명등 등을 선보이는 ‘차이킴 메종’을 꿈꾸는 김 대표를 위해 난간 한쪽에 쇼케이스도 마련했다. 이불, 방석 등 정성껏 짓되, 합리적 가격의 혼수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 또한 차이킴 웨딩의 또 다른 목표다.

최근 삼청동이나 서촌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는 젊은이와 외국인 관광객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물론 너무 ‘쉽다’는 부작용도 있지만, 한복을 그렇게라도 알아간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연희동 골목길에 자리한 차이킴 웨딩 역시 누군가의 혼례 날처럼 복작거리길, 또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이 좋은 옷과 좋은 공간을 잔치처럼 즐기길 기대해본다.

Interview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경옥
“전통을 담되, 낯설게 해석하라”





인물 사진 제공 포북 <에프북 Vol.2 신경옥이 사는 법>

지하는 쇼룸이지만 1층은 아직 용도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전체 테마는 어떻게 잡았나?
1층은 언젠가 차이킴 메종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또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뜨개질 등을 배우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평소에는 차이킴 웨딩 손님들의 상담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공간이 여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간단한 부엌과 테이블이 있는 미팅 공간, 수납장 겸 장식장을 구성했다. 1층과 지하의 기능은 서로 다르지만 통일감을 느끼도록 모두 화이트 컬러로 마감하고 ‘문짝’을 공통적 장식 요소로 활용했다.

문짝을 활용하다 보니 공간에 선적인 요소가 많아 자칫 복잡해 보일 수도 있을 텐데?
컬러를 통일하는 것이 방법이다. 지하는 옥색으로, 1층은 진한 나무색으로 무게감을 줘 포근하면서도 단아한 미감을 완성했다. 문짝의 장점은 개방감이다. 문짝 사이에 유리를 끼워도 되고 안 끼워도 된다. 유리를 끼우면 반대편이 비치니 공간감이 생기고, 생략하면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지하 쇼룸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이다. 자칫 한복의 화사한 느낌을 즐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빛이 없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반대로 간접조명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쇼룸의 침대 뒤쪽으로 아트월을 만들고, 벽 전체에 무드 조명 박스를 설치하는 식이다. 서영희 스타일리스트의 수틀 조명등처럼 패브릭을 통해 빛이 부서지는 효과도 기대했다. 바닥은 나무 바닥재를 깔고 그 위에 하얀색 페인트로 도장했는데, 밟을 때마다 삐거덕 소리가 나 따뜻한 감성이 배가된다.

고루하지 않게 한국적 미감을 들이려면?
한식의 편안한 느낌을 살리려면 색을 절제해야 한다. 선반장에 소소한 옛 물건을 한두 개씩 장식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글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