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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의 의미, 계절의 미감을 담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단오놀이
선연한 빛으로 물들어가는 여름 초입, 우리가 놓치지 말고 즐겨야 할 전통 명절이 있다. 바로 음력 5월 5일 수릿날, 단오다. 홀수를 이르는 기수奇數가 겹쳐 생기가 배가된다고 믿어온 이 전통적 길일은 1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기도 하다. 어른과 아이 모두 흥겨웠던 날, 처녀가 그네를 타고 창포 향 흩날리며 총각의 심장을 뛰게 했던 날, 이몽룡이 열여섯의 꽃다운 성춘향에게 첫눈에 반했던 바로 그날. 당시의 설렘, 단오의 의미, 계절의 미감을 담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단옷날만의 보석 같은 아름다움을 만끽하길.

창포와 쑥
단오에는 여인들이 창포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얼굴을 씻었다. 창포 뿌리를 깎아 만든 비녀를 단옷날 머리에 꽂으면 여름 동안 더위를 먹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기도 했다. 6~7월에 꽃을 피우는 창포는 이렇듯 단옷날 의미 깊은 식물이었다. 또 단옷날에는 태양의 기운을 한껏 머금은 쑥을 비롯해 익모초 같은 약초를 뜯어서 말렸다. 쑥물에 목욕을 하거나 쑥을 머리에 꽂기도 하고, 민가에서는 액을 물리치기 위해 약쑥 한 다발을 대문 옆에 세워놓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오리 모양 오브제 두 개는 우일요 제품. 파란색 함은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붓을 올려놓은 붉은색 작은 접시는 세라믹요 제품. 


고운 피부와 머릿결을 위한 천연 화장품
창포로 비단 같은 머릿결과 백옥 같은 피부를 가꾼 단옷날 풍습처럼 순수한 식물성 뷰티 제품으로 하루 종일 밝은 톤과 촉촉함을 머금은 피부로 가꿔볼 것. 리아네이처에서 초여름 단오를 위한 라인을 제안한다. 백자 위에 올려진 왼쪽부터 리아네이처의 모닝미스트, 샴푸올, 크림올, 스노우바 클렌저. 제주에서 채취한 야생 동백 꽃씨 오일로 만든 동백 오일, 남해와 강원 지역 등에서 얻은 참미역과 홍삼, 연꽃 뿌리 추출물 등 100% 식물 성분으로 만들어 생기 있는 피부와 탄력 있고 풍성한 모발로 가꿔준다. 

경대는 대부앤틱 제품. 보자기로 포장한 함은 차이 김영진 소장품. 흰색 용기의 화장품과 옅은 하늘색·보라색 보자기 포장은 모두 리아네이처 제품.


단오빔을 입은 여인
조선시대 후기의 유만공이라는 문인은 단오빔을 가리켜 ‘술의(戌衣)’, 즉 태양신을 상징하는 신성한 의상이라고 했다. 이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단오에 입는 옷을 설, 추석과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여긴 우리 선조들은 화려한 새 옷을 곱게 지어 입었다. 한복 디자이너 차이 김영진이 단오빔으로 제안하는 이 수줍은 분홍빛 한복은 기본 저고리 위에 분홍 덧저고리와 밑단에 꽃무늬를 새긴 치마를 맞춰 입어 움직일 때마다 마치 흐드러진 꽃밭을 거니는 느낌마저 든다. 덧저고리와 치마는 실크 소재이면서도 한복 고유의 선과 고운 색감을 잘 살려 화려한 서양식 드레스보다 세련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전통 앤티크 장과 꽃을 꽂은 도자기 화병, 화병 밑에 놓은 굽 달린 우드 소재 접시, 바닥에 놓은 나무통은 모두 대부앤틱 제품. 파란색 접시와 볼은 모두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앵두나무에 열린 앵두편과 배편, 쑥 머랭, 배꽃을 띄운 앵두오미자화채
단옷날엔 이때가 제철인 앵두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곱게 쑨 단팥으로 나무 기둥과 가지를 치고, 말랑한 한천으로 만든 앵두편과 꿀에 절 여 꽃 모양을 낸 배편, 쑥을 넣어 만든 머랭으로 잎사귀를 빚은 후 견과류를 뿌려 땅처럼 연출해 근사한 앵두나무를 완성했다. 한 폭의 그림 같아 먹기 아까울 정도다. 배편과 잣을 동동 띄운 청량한 앵두화채를 곁들이면 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줄 뿐 아니라 계절의 향기마저 오래도록 감돈다. 

앵두화채 볼을 놓은 파란 원형 접시는 세라믹요 제품, 앵두화채 볼은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첫 번째 천신 과일
초여름 앵두
앵두나무 우물가에 숨겨둔 연정
볼그레 오미자국
달콤한 과즙 동동 띄운 내 입술
괜스레 부끄러움 숨고 싶네.
_한복선, ‘앵두화채’



어란을 올린 취나물 리소토
우리 선조들이 단옷날 만끽했던 아름다운 감성과 자유로운 기분을 식탁 위에 담아보았다. 지인끼리 삼삼오오 모여 작은 파티를 열어도 좋고, 옛 단옷날처럼 선남선녀가 모여도 좋다. 입맛과 기분까지 한껏 돋워줄 메뉴는 제철 나물을 이용해 만든 리소토. 취나물 퓌레와 어란 가루, 생들깨즙으로 맛을 낸 리소토 위에 슬라이스한 어란을 꽃잎처럼 둥글게 올려낸 것으로, 향긋함과 고소한 풍미가 조화를 이룬다.

제호탕 육수에 재운 삼계구이와 고추장매실장아찌 소스
제호탕은 임금에게 진상하던 궁중의 전통 청량음료다. 오매육, 사인, 백단향, 초과 등을 가루 내어 꿀에 재운 후 중탕으로 달여 찬물에 타서 마셨다. 이 전통 제호탕 방식으로 우려낸 육수에 닭을 푹 재운 후 구우면 특유의 잡내가 없어 담백하면서도 독특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단오가 들어 있는 음력 5월이 제철인 매실장아찌로 소스를 만들어 곁들였다.

하늘색 직사각 접시와 원형 접시, 삼계구이를 담은 흰색 정사각 접시는 모두 세라믹요, 각 접시 앞에 놓은 흰색 물잔과 포도 그림이 그려진 원형 접시, 물고기 오브제, 오른쪽의 약재를 담은 2단 합과 컵, 소서는 모두 우일요 제품. 리소토를 담은 움푹한 접시는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그 아래 놓은 안쪽의 파란빛 옻칠과 바깥쪽의 코퍼 소재가 콤비네이션을 이룬 둥근 굽접시 두 개는 함haam, 원형 받침 위에 길쭉한 원통형을 놓은 형태의 화병 세트는 움직임 제품이다.


준치 새
단옷날 즐겨 먹던 준치는 유난히 잔가시가 많은 생선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그 가시를 재료 삼아 만든 새 모형을 한옥 처마 밑에 걸어두곤 했다. 초여름의 희미한 바람결을 타고 흔들리는 준치 새를 보며 자연의 풍류를 만끽한 것이다. 준치 대가리의 뼈와 가시, 눈알을 발라 섬세하게 붙여 만든 투명한 흰색 준치 새는 가회동에 위치한 카페 ‘북스쿡스’의 정영숙 대표가 만든 애장품이다. 반가 음식의 대가인 김숙련 선생에게 사사한 솜씨로 각각 모양이 조금씩 달라 자꾸만 들여다 보게 된다. 앵두 대신 홍고추 말린 것으로 주둥이를 만들었다.

준치 새를 놓은 푸른색 굽접시는 함 제품. 볼은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그녀는 늘 날고 싶었다
행주치마에 슬프더니
앵두 물고 하늘로 나는 새가 되길
실오라기에 잡혀 담을 넘지 못하는 새
날고 싶다
오늘은 눈부신 초록 단옷날
처마 밑 바람에 양기가 펄럭인다.
_한복선, ‘준치 새’ 중에서



백김치로 보쌈한 준치석류어만두와 모시조개 국물
“썩어도 준치”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준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6월 즈음 잡은 것을 최고로 치지만, 현재는 어획량이 적어 자연산을 구하기 힘든 귀한 생선이 되었다. 가시를 잘 발라낸 탱글한 준치살에 쇠고기와 오이채를 넣어 만두소를 만들고 백김치로 석류 모양처럼 감쌌다. 모시조개 우린 국물을 부은 후 당귀 오일을 살짝 떨어뜨리면 한층 더 시원하면서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만두를 담은 흰색 볼과 하늘색 사각 접시, 붉은색 비정형 작은 접시는 모두 세라믹요 제품.


수리취주악 와플에 올린 복숭아 아이스크림
단오에 먹던 대표적 먹거리인 수리취를 이용해 후식을 만들었다. 잎이 작고 둥글며 뒷면이 흰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수리취는 본래 잎을 곱게 찧은 후 멥쌀가루를 넣어 동글납작하게 빚은 수레바퀴 모양의 떡으로 즐기곤 했다. 수리취를 색다르게 활용한 이 후식은 주악 반죽에 수리취 퓌레를 넣어 와플로 만든 것. 아이스크림 재료인 복숭아 또한 단오와 인연이 깊은 여름 제철 과일이다. 복숭아나 살구로 즙을 내어 만든 떡인 도행병이 바로 단오에 먹던 음식이고, 복록을 얻고 귀신과 병을 소멸하라는 의미의 부적인 도부 또한 복숭아나무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주악 와플을 놓은 하늘색 굽접시는 함 제품. 
신기神氣의 불로장생 복숭아
여름내 뜨거운 과수원 햇볕 받고
봉지 속 어머니 배 안에서 솜털 입은 아기로 자란 영물
침묵의 큰 씨엔 미로가 있다.
_한복선, ‘복숭아나무’ 중에서



단오 부채와 여인의 향기
단옷날은 여자가 치장할수록 아름다워 보이는 날이다. 머리에 장식한 화관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은 후 궁궁이를 꽂았던 풍습에서 착안한 것. 궁궁이의 독특한 향으로 액을 물리친다고 여겼는데, 현대엔 이 꽃 장식의 아름다운 향기로 설레는 만남마저 불러올 듯하다. 그 향기를 실어 나를 것 같은 부채는 단오에 선물하던 풍습에서 연유한 것. 단오선이라고 불리는 이 부채는 본래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한 것으로, 더운 여름을 건강하고 시원하게 지내도록 준비를 갖추라는 의미다. 깊은 배려심과 마음까지 청량하게 만드는 풍류 정신을 엿볼 수 있다.그 멋을 따라 이번 단오엔 지인에게 부채를 선물하면 어떨까? 현대적이고 창의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고운 옥색빛의 섬세한 레이스 저고리와 플래퍼 스타일의 원피스는 차이 김영진에서 선보인다. 

백자 잔은 우일요, 찻잔 받침으로 활용한 작은 사이즈의 붉은 굽접시는 세라믹요, 오른쪽에 놓은 꽃무늬 티포트는 우일요, 그 밑에 받친 하늘색 원형 접시와 굽접시는 세라믹요 제품.

요리 이환의(콩두 레스토랑) 스타일링 민송이ㆍ민들레(7 doors) 스타일링 어시스턴트 심민주 플라워 스타일링 김태영ㆍ이슬비(까사스쿨) 민화 한복선 의상 차이 김영진 메이크업 원영미 헤어 신동민 모델 현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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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이정주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