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20년된 복층 아파트 레노베이션 주택 닮은 남다른 아파트
아파트 같지 않아 더욱 눈길이 가는 아파트를 만났다. 막 건축을 마친 2층 주택에 온 듯한 느낌이다. 경기도 분당의 20년 된 복층 아파트는 예쁜 집을 향한 집주인 강유정 씨의 열망과 이상이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선주 씨를 만나 현실화된, 그야말로 레노베이션의 힘이 절실히 느껴지는 공간이다.


아파트인데도 구조적인 건축미가 느껴지는 위층 공간. 아파트 맨 위층 집이라 천장을 최대한 높일 수 있었다고. 마치 박공지붕을 얹은 주택처럼 천장을 모양내 만들었다. 천장 라인을 따라 같은 모양으로 만든 귀여운 창에도 눈길이 가는 인상적인 공간이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 계단의 모양이나 구조를 바꾸진 않았지만 난간을 없애고 체리목으로 되어 있던 계단을 물푸레 나무로 바꾸어 분위기가 전혀 다른 계단으로 레노베이션했다.


개인적으로 요즘엔 아파트에 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물론, 현재 아파트에 살고 있고, 인테리어 기자의 특권으로 그동안 잘 꾸며놓은 아파트도 숱하게 보아왔다. 그러나 저마다 비슷한 구조와 천고, 모양이 똑같은 창문이 있는 아파트는 아무리 변화를 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 살기에도, 취재를 하기에도 재미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아파트가 가진 엄청난 장점을 무시하고 떠날 용기도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와중에 만난 강유정 씨의 집은 인테리어 기자라는 직업을 떠나 아이 키우는 주부의 입장에서도 샘날 만큼 매력적이었다. 미처 생각지 못한 아파트의 변신.
“아파트지만 좀 더 구조가 재미있고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넓게 쓸 수 있는 곳을 찾다 복층 아파트를 만나게 됐어요. 이곳 단지는 맨 위층 집만 복층 구조로 되어 있거든요. 사실, 알아본 집 중에서는 이 집이 가장 상태가 좋지 않았죠. 하지만 처음부터 레노베이션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이 집이 반가웠어요.”

8년 차 주부인 집주인 강유정 씨는 이곳이 처음 마련한 ‘내 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이 집에 느끼는 애정은 더욱 각별할 수밖에. 그동안 그가 머릿속에 그려온 집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워낙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기에 레노베이션을 맡아줄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데도 꽤 많이 고민하고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인터넷과 잡지를 보며 찾은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을 리스트 업하고 그들과 순차적으로 상담을 하고 견적을 의뢰했다. 그렇게 인테리어 디자이너들 일곱 명을 만났고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고른 디자이너가 바로 히틀러스플랜잇의 신선주 씨다.
“히틀러스플랜잇 홈페이지에서 그동안 작업한 집을 봤는데 모두 마음에 쏙 들었어요. 그러나 막연히 너무 비쌀 것 같다는 생각에 연락을 못하고 있었죠. 하지만 먼저 만난 디자이너들에게선 제가 원하는 집의 모습이 좀처럼 나오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결국 히틀러 스플랜잇에 연락을 했죠. 회의를 하고 디자인 시안을 받았는데 비용을 떠나 ‘바로 이거다’ 싶더라고요.”

강유정 씨의 이야기에 신선주 씨는 복층 구조의 아파트라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도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 욕심이 났다고 덧붙였다. 수차례 디자인 회의를 거듭하고 한 달의 공사 기간 동안 함께 고생해서인지 두 사람 사이에서는 어쩐지 끈끈한 동지애 같은 것이 느껴졌다.


집 안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현관. 오래된 아파트라 현관이 전실 없이 좁았는데 계단 끝 선까지 현관을 확장하고 큼직한 중문을 달았다. 

1 네 살배기 아들 민규의 방.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화이트와 그레이 컬러를 메인 컬러로 사용했다. 베란다가 있던 공간은 확장하면서 단을 올리고 평상형 공간을 마련해 아이의 또 다른 놀이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 일곱살 난 딸 예지의 사랑스러운 방. 천고를 높인 덕에 예쁜 다락방이 생겼다.
3, 4 아래층의 부엌과 다이닝 공간은 사이에 있던 중문을 떼어내고 벽을 연장해 분리했다. 깔끔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미니멀하게, 그러나 내추럴하면서도 따뜻하게
체리목 마감재, 3단 몰딩, 장판지, 구식의 천장 조명…. 디자이너 신선주 씨가 보여준 사진 속 레노베이션 이전의 모습은 그야말로 딱 20년 된 아파트답다. 거기에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던 터라 인테리어는커녕 기본적인 관리조차 전혀 안 된 모습이었다. 사진을 보고 집 안을 다시 한 번 둘러보니 ‘환골탈태換骨奪胎’란 말이 절로 떠 올랐다. 아래층 102.4㎡(31평), 위층 66.1㎡(20평)의 공간은 깨끗한 화이트 바탕에 따뜻한 톤의 그레이 컬러를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고 애시목(물푸레 나무) 마감재를 섞어 사용해 전체적으로 심플하면서도 온화한 느낌이다. 거기에 신선주 씨 특유의 군더더기 없이 똑 떨어지는 선과 구조가 돋보인다. 천장 몰딩을 모두 없애고 벽면과 천장 공사를 모두 새로 해 집은 더욱 반듯해 보인다.

‘미니멀하지만 따뜻하고 내추럴한 집’을 원한 강유정 씨의 요구 사항이 고스란히 반영된 집이다. 다시 현관부터 꼼꼼히 집을 살펴보았다. 전실 공간 없이 좁았던 현관은 옆면 계단 끝 부분까지 확장해 중문을 설치했다. 현관과 계단 경계면에도 유리 벽을 설치해 독립적인 공간이 되도록 했다. 중문을 설치했어도 화이트 프레임에 투명 통유리를 끼워 전혀 답답하지 않고 현관에서도, 거실에서도 공간이 더욱 확장되어 보인다. 유리 벽면에 붙여놓은 딸 예지의 귀여운 그림과 아이들 신발을 올려놓은 노란 ‘스트링 포켓’ 선반이 아기 자기한 재미를 더하는 현관이다. 거실에 들어서면 헤링본 형태로 시공한 애시 마루와 같은 재질의 나무 패널을 덧대 마감한 포인트 벽면이 보여 깔끔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나무 벽면은 부엌과 다이닝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설치했던 중문을 떼어내고 벽면을 더 내어 가벽을 만든 것이라는데 공간을 분할하면서도 재질이 같은 바닥면과 자연스레 이어져서인지 집이 더 넓어 보이는 역할을 하는 듯했다. 거실 인테리어는 심플하다. 소파와 테이블, TV, 그리고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강유정 씨가 일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책상만 있을 뿐이다.

“가족들이 주로 모여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은 많은 가구나 소품을 두지 않고 심플하게 연출해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활동적인 두 아이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하고 책이나 장난감을 늘어놓더라도 덜 산만해 보여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TV 테이블도 코너를 활용해 붙박이장으로 만들었답니다.” 신선주 씨는 거실 인테리어를 설명하며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가구 대부분과 커튼을 새로 구입하지 않고 기존에 있던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힘을 빌려 레노베이션을 하면 보통 기존 가구가 영 어울리지 않아 새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새 공간에 너무도 잘 어우러진 가구와 소품, 패브릭을 보자니 집주인과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얼마나 긴밀하게 소통하며 레노베이션을 진행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래층의 부부 침실. 이 방에서 가장 돋보이는 공간은 젠 스타일로 꾸민 기존 베란다 자리다. 단순히 베란다를 확장한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단을 높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창은 반으로 줄여 일반 아파트와는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위층 아이들의 놀이 공간. 방 하나를 없애고 얻은 새로운 공간이다. 높지 않은 수납장을 짜 넣어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이다.


미니멀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아래층 거실. 대부분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를 그대로 매치했는데도 새 공간에 자연스레 잘 어우러진다.


가족 구성원 모두 만족스러운 공간
아래층에는 방이 하나 있는데 이곳은 부부만의 공간으로 꾸몄다. 디자인을 할 때 강유정 씨는 아래층은 어른들 공간으로, 위층은 아이들 공간으로 어느 정도 분리되길 바랐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살림은 무한대로 늘어나고 여기에 아이들 짐이 집 안 곳곳에 쌓이며 어느새 집 안에서는 엄마 아빠의 공간이 사라져 버린다. 강유정 씨도 지난 7년간 이를 경험하며 자신과 남편, 일곱 살 딸 예지와 네 살 아들 민규까지 가족 구성원 각자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집으로 꾸미고 싶었다고 했다. 아래층 부부 침실에서는 젠 스타일이 가미 된 평상형 공간이 가장 돋보인다. 이곳은 베란다 공간을 확장한 것으로 창은 반으로 줄이고 바닥에서 단을 올려 침실에서 독립시키면서 오붓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 공간을 둘러싼 벽면과 바닥 부분에는 수납장을 만들어 실용성 또한 높인 것이 특징이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이 집의 진가가 더욱 빛난다. 아래층도 천장을 가능한 만큼 올렸는데 위층은 천장 위에 여유 공간이 꽤 있어서 가장 높은 곳은 3m가 넘게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아파트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가 한정된 천장 높이 때문이기도 한데 이렇게 천장을 높여 디자인하니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천장을 높이면서 만들어진 구조적인 라인 덕에 건축미마저 느껴진다. 특히 딸 예지 방은 천장을 한껏 올려 다락방까지 만들어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 완성되었다.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 아랫 부분은 수납장을 짜 넣어 수납공간 역시 넉넉히 마련했다. 아들 민규 방도 미니멀하면서도 아이의 개성이 스며들 수 있게 꾸몄다. 아이들 방의 베란다 공간도 아래층 부부 침실과 마찬가지로 바닥을 올려 평상형 공간을 만들어서 아이들의 또 다른 놀이 공간이 되도록 했다. 위층의 거실은 방 하나를 없애 더욱 여유있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도록 했으니 취재를 하면서도 아이를 둔 엄마 입장에서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었다. 거실 양쪽 벽면에는 아이들 손이 닿을 정도의 높지 않은 수납장을 짜 넣어 실용성을 더했고 위층이 아이들의 공간인 만큼 욕실 역시 아이들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배려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공사하는 한 달 동안 레지던스에서 생활했어요. 좀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완성된 집을 보는 순간 너무 행복했어요. 정말 막연히 머릿 속에 그리기만 했던 집이 그대로 현실이 되어 나타났으니까요. 잠깐 겪은 고생마저 행복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너무 좋네요. 이제 예쁘게 마련한 그릇 안을 좀 더 견고히 아름답고 행복하게 채우는 건 저희 가족 몫이겠죠.”
강유정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삼 ‘집’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반영해 꾸민 아름다운 집은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따뜻한 ‘행복’을 전달하는 ‘남다른’ 의미가 담긴 공간임을….

디자인과 시공 히틀러스플랜잇(02-516-1239, www.hitlersplanit.com) 

글 신혜원 | 사진 김덕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