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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 디자인과 건강한 맛, 자연 안에 머물다 비스트로 카페 휘바
뽕나무 자생지이며 딸기밭으로 유명하던 송추유원지에 자작나무 수백여 그루가 자라난다. 나무를 헤치고 들어가 만난 네모반듯한 건물 한 채, 비스트로 카페 휘바다. 자작나무와 휘바휘바를 들으니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고? 바로 그 단어, ‘자일리톨’을 우리나라에 유행시킨 조원장 대표가 북유럽의 감성을 버무려 담아낸 ‘비스트로 카페 휘바’ 속으로 들어가보았다.


노르딕하우스 1층 카페 휘바로 들어가는 입구. 아래로는 갤러리로 꾸민 공간과 인공 연못이 펼쳐진다.

1 로디자인 김동진 교수가 설계한 노르딕하우스. 단순하고 실용적이며 환경친화적인 노르딕 스타일을 반영했다.
2 핀란드를 대표하는 동물 순록을 로고로 사용하는 카페 휘바.
3 노르딕하우스 2층 야외 덱은 조원장 대표가 동경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이름을 따 헤세 라운지라고 부른다.
4 은퇴 후 노르딕하우스에서 인생 2막을 펼친 조원장 대표와 그의 아내 이신자 씨.

5 노르딕하우스 2층에 있는 조원장 대표의 개인 사무실. 북유럽 디자인과 건강 관련한 책으로 가득하다. 
6 카페 휘바에는 북유럽의 먹거리와 핀란드 대사관에서 제공한 관광 브로슈어도 만날 수 있다.

노르딕 스타일을 정의하다 4050세대에게 송추계곡은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낭만적인 명소다. 신촌역에서 경의선 기차를 타고가면 닿을 수 있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유원지. 북한산 자락 아래로 흐르는 깨끗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오디와 딸기를 먹으러 가던 대학생들이 모두 중년으로 접어든 지금, 이곳도 세월을 비껴가지 못해 그 명성을 잃었다. 오래된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계곡을 복 원하는 사업을 내년 초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니 세월의 묵은 때를 벗고 ‘현재’의 옷으로 갈아 입을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그 시작으로 주차장과 진입로 확장 공사가 한창인 요즘, 이보다 한발 앞서 등장한 건물 한 채가 있다. 재개발을 앞둔 송추유원지가 환경친화적이고 좋은 디자인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조원장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지은 이 건물의 이름은 ‘노르딕하우스’다. 세계적 식품 소재 회사 다니스코-쿨토Danisco-Culto 출신으로 우리나라에 자일리톨을 유행시키고 북유럽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기도 한 그가 은퇴를 앞두고 수년간 준비해온 공간이다. 그가 평생을 보아온 북유럽,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진짜 북유럽의 진면목을 이곳에 펼치려고 노력했다. “기능적인 것이 아름답다(Function is beauty)는 북유럽의 디자인을 그대로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대부분 강렬한 패턴과 현란한 컬러로만 북유럽 스타일을 이해하고 있잖아요. 노르딕 스타일의 기본은 실용과 기능인데 말이지요.”

날씨가 추우니 집을 작게 짓고, 자연히 장식보다는 기능에 충실한 효율적인 디자인의 제품이 주를 이루게 된 것. 그래서 노르딕 디자인은 우리네 생활 방식과 잘 맞는지도 모른다. 실용적이면서도 환경친화적일 것. 그가 이 공간을 만들며 매 순간 되뇌인 말이다. 건축을 맡은 김동진 교수와도 1백 번 넘게 만나면서 농장 내의 수목을 베거나 옮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모든 나무의 위치를 GPS로 찍어 한 그루의 나무도 해치지 않으며, 어느 곳에서도 풍경을 자연스레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한 그루의 나무를 베어낸 일을 두고두고 마음에 담고 있는 그다. 통창을 크게 내 자연광을 최대한 안으로 들이고, 건물 바닥의 차가운 물은 팬으로 흘려보내 실내 온도를 낮추는데 사용하며, 건물 옥상에는 태양열 판을 설치해 난방용 에너지로 활용한다.

그렇게 친환경적으로 지은 이 건물 1층은 카페 휘바가, 2층은 헤세 라운지라 부르는 테라스 공간과 조원장 대표의 개인 사무실이 있다. 부지가 총 1만 평인 이곳에는 조 대표 부모님의 농장 ‘송추농원’도 함께 자리한다. 부모님이 정성껏 일군 채소와 과실이 자라나는 땅에 건물을 지으며 아버지와 함께 손도장을 찍어두었다.


최소한의 인테리어로 심플함을 강조한 카페 휘바는 쿠션과 블라인드에 컬러풀한 마리메꼬 패브릭을 사용해 포인트를 주었다.

1 리코타 치즈를 얹은 가지구이에 발사믹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는 1만 6천 원.
2 핀란드 가정식 감자 요리는 1만 6천 원.
3 리코타 치즈 가지구이 피자는 2만 1천 원, 파르메산 치즈 포테이토 피자는 1만 9천 원.
4 북한산 빙수는 1만 2천 원.

갤러리로 꾸민 지하 공간. 지금은 북유럽 풍경을 담은 사진을 전시 중이다.

카페 휘바에 간다면 꼭 해 질 무렵까지 머물러볼 것. 시원한 풍광과 건물 외부 조명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는 분명 있다 식품 회사의 수장으로 ‘헬스 푸드’를 마케팅하는 일을 평생 해왔고, <나는 지금 다이어트 중입니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그이니 이곳을 비스트로 카페로 만들면서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알 만했다. 북유럽의 식문화를 알리면서도 대중에게 친숙한 음식을 찾아 메뉴를 구성하고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추구한다. 건강한 요리도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조원장 대표는 ‘건강한 맛’과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요리’는 엄연히 다르다고 힘주어 말한다.

“레스 슈거less sugar, 레스 소듐less sodium, 레스 팻less fat을 기본 원칙으로 합니다. 기존의 익숙한 메뉴를 최소한의 설탕과 소금, 지방을 사용해 이렇게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카페 휘바의 메뉴를 살펴보면 해산물 요리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소금을 줄이기 위한 것. 해산물과 해산물 육수를 사용해 요리에 소금 간을 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단맛은 주로 과일을 활용하거나 핀란드에서 온 결정과당(fruit sugar)을 사용해 맛을 낸다. 설탕의 과당 성분만 결정화한 결정과당은 설탕보다 감미도는 80% 정도 높으면서 인슐린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당뇨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이곳 메뉴가 더욱 특별한 데는 송추농원의 채소와 과실이 한몫한다. 조원장 대표의 부모님이 오래도록 일군 밭에서 자라는 각종 샐러드 채소와 가지, 감자 등을 사용하니 신선한 데다 농약 걱정도 없다. 비스트로 카페 휘바의 시그너처 메뉴는 오디 크랜베리 에이드와 휘바 베리 스무디. 농장 내 5백 년 된 뽕나무에서 오디를 따 2007년부터 청을 담가 보관하는데, 바로 2007년산 오디청을 담뿍 넣어 만든다. 크랜베리도 역시 송추농원에서 자라며 블루베리는 핀란드산을 사용한다. 요즘 인기가 높은 북한산 빙수는 조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 우유와 연유 대신 물과 우유, 결정과당을 넣어 질척거리지 않고 깔끔한 맛이 난다. 팥을 삶을 때도, 토핑으로 올라가는 티라미수에도 설탕 대신 결정과당을 넣어 달콤함을 죄책감 없이 실컷 맛볼 수 있어 여성에겐 특히 고마운 메뉴다.

홈메이드 리코타 치즈에 농원에서 자라는 가지를 얹은 리코타치즈 가지 구이 피자와 역시 농원에서 자란 감자를 올린 파르메산 치즈 포테이토 피자 등의 피자 메뉴, 파스타, 그라탱 등 친숙한 메뉴 외에도 토스트한 호두 브레드에 훈제 연어와 치즈・채소를 얹은 핀란드 스타일의 연어 카나페, 호두 식빵에 감자와 베이컨을 곁들인 핀란드 가정식 감자 요리 등 노르딕 분위기를 더한 메뉴도 주목할만하다.

조만간 돼지고기의 최대 생산국으로 알려진 덴마크 스타일의 바비큐 전문 레스토랑 ‘씨카’도 선보일 예정이라며 조원장 대표는 한창 공사 중인 건물 한 채를 보여주었다. 농장 숲 속 연못에는 핀란드 스타일의 사우나와 숙박이 가능한 오두막도 지을 예정인데 내년 봄에는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그가 심은 자작나무처럼 조원장 대표가 펼칠 노르딕 스타일도 이곳에서는 쑥쑥 자라난다.

주소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419 문의 031-877-5111

글 박유주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