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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지은 집]평창동 미메시스 아트하우스 출판, 건축, 삶은 하나다
좋은 건축을 지어 사람들과 나누는 일종의 ‘주거 운동’을 펼치고 싶다는 출판사 ‘열린책들’ 대표 홍지웅 씨와 그의 파트너 건축가 김준성 씨. 주변 자연경관은 살리고, 재미난 건축적 요소를 더한 평창동 미메시스 아트하우스가 그들의 세 번째 작품이다. 좋은 책은 사람을 바꾸고, 훌륭한 건축물은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말하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1 건축가 김준성 씨(왼쪽)와 홍지웅 씨(오른쪽)가 미메시스 아트하우스의 건축 형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공간에 서 있다 .


2, 3, 5 건물 전면은 직선의 조합으로, 뒤편에는 곡선의 매력을 한껏 살린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4 미로같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자연과 조우.

평창동 산기슭, 그 초입에 정체불명의 건물이 들어섰다. 어떤 이는 갤러리로, 또 어떤 이는 카페나 사무실 정도로 여기는 이곳은 실제로 갤러리도, 카페도, 사무실도 그리고 주거 공간도 되는 이곳은 출판사 ‘열린책들’ 대표 홍지웅 씨의 건축물이다. 그런데 건축물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전에 먼저 그이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홍지웅 씨는 알려진 대로 건축에 대한 뛰어난 심미안과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이다. 한번 건물을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직성이 풀릴 때까지 아이디어를 내고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며 도안을 수정한다. 때론 자신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그런 과정들이 너무 치열하고 숨 막혀, 건축물 하나를 지을 때마다 10년씩 늙는 것 같단다. 이렇듯 홍지웅 씨가 스스로 노고를 자처하는 것은 건축주로서 일종의 사회적 책임감 때문이다. “건축물을 짓는 행위 자체가 저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책은 개개인의 개체를 변화시키지만, 건축은 사회를 변화시킵니다. 내가 지은 건물을 죽을 때까지 쓴다 해도 길어야 20~30년이지만, 건축물은 그대로 남아 1백 년 동안 유지될 수 있죠. 모든 건축물은 용도와 상관없이 공공성을 띠고 있습니다.”


1,6 거친 바위 언덕의 중정을 중심으로 건축물이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2 평창동 주택가 초입에 새롭게 들어선 미메시스 아트하우스.



3 통창을 내고 벽면에 수납장을 만들어놓은 모던한 인테리어의 주거 유닛. 그중에서 원룸은 출판사 ‘열린책들’의 외국 작가가 방문 시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한다.

자신만의 분명한 건축관을 가졌기에 건축가들에게 홍지웅 씨는 결코 쉽지 않은 건축주일 거다(예상컨대!). 하지만 홍지웅 씨가 건축가 김준성 씨를 만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홍지웅 씨가 여과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면 김준성 씨는 그 아이디어를 현실에 맞게 건축적 언어로 뽑아낸다. 이렇듯 서로에게 시너지를 높여주는 관계 속에서 2004년 서울북인스티튜트(SBI), 2006년 출판사 ‘열린책들’ 파주 사옥이 탄생했다. 평창동 산기슭, 주택가 초입에 자리한 미메시스 아트하우스는 거친 바위 언덕이 있는 370평 규모의 넓은 대지에 들어섰다. 애초에 오래된 주택 한 채를 구입한 홍지웅 씨는 그 집 뒤편 바위 언덕에 매료돼 바로 옆 주택마저 끌어안았다. 홍지웅 씨는 건축가에게 불규칙한 바위 언덕을 살릴 수 있는 건축물을 요구했다. 김준성 씨는 “오히려 집 뒤에 골짜기 같은 바위 언덕이 있다는 게 저로서는 신선했습니다. 기존 지형을 살려 중정을 만들고, 그것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며 건축물이 자연을 에워싼 느낌의 구조를 그려봤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건물 1・2층은 사무실, 3・4층에는 총 여덟 개의 주거 유닛으로 구성된 미메시스 아트하우스는 평창동의 문화 공간 부재를 고려해 추후 갤러리나 카페 그리고 사무실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전체적으로 김준성 씨의 스승이기도 한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건축한 파주의 미메시스 뮤지엄과 일관된 형태로 노출 콘크리트를 적용했고, 평창동의 고고한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구도로 만들었다. 아늑함을 주기 위해 건축물의 파사드는 둥글린 형태의 거푸집 콘크리트로 마감했고, 건물 전면에는 부드러운 느낌을 위해 나뭇결처럼 질감이 있는 송판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주차장 쪽 넓은 문을 제외하고 건물 양쪽으로 입구가 두 개 더 있어, 어느 공간에서든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U’자 형태의 복도에서 반대편을 바라보면, 노출 콘크리트 중간에 창틀 프레임을 뚫어 평창동의 전경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인다. 주거 유닛은 원룸부터 스리룸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데, 똑같은 게 없다. 전면에 통창을 내고 벽면 안으로 수납공간을 숨겨놓는 등 내부 공간도 모던하고 심플하다.


4 손이 많이 닿는 계단 손잡이는 시간이 지나도 겨지거나 변하지 않도록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5 평소 ‘기록 마니아’로 알려진 홍지웅 씨의 다이어리. 순간순간 떠오르는 번뜩이는 건축적인 아이디어를 스케치로 남겨놓는다.




홍지웅 씨는 얼마 전에 파주 사옥을 타 출판사에 넘겼다. 재미난 건축물을 짓고 싶을 뿐 꼭 소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할 때까지 고스란히 감당했던 노고를 생각해보면 겉으로는 특유의 호탕함으로 웃어넘기지만, 실제로는 파주 사옥을 떠나보내며 애지중지 키운 자식 출가시키는 것 같은 가슴앓이를 했을 것이다. 건축은 좋은 책을 ‘자주’ ‘많이’ 내야 하는 출판 일처럼 개인의 소유물보다는 사람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매개체라고 되뇌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였지 싶다.

홍지웅 씨가 말하는 건축가 김준성 씨는 스스로 “나는 내 카피조차 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늘 새로운 건축적 언어를 구사하는 이다. 브라질, 미국, 포르투갈 등지에 거주하며 다양한 세계의 건축을 경험했다. 근대 건축의 거장 알바로 시자를 사사했으며, 현재 건축사무소 hANd의 대표와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황여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