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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아라리농장 원칙주의자의 유정란
2017년 살충제 파동으로 난리가 난 날, 매스컴은 아라리농장의 사육 방식을 주목했다. 1천여 명의 회원은 주문을 취소하는 대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입소문을 타면서 회원은 늘었다. 건강한 먹거리와 동물 복지에 관심이 높은 요즘, 아라리 유정란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 궁금했다.

아라리농장을 지키는 윤진순ㆍ 윤석진 부부. 꽃 가게를 운영한 아내 덕분에 농장은 꽃밭으로 가득하다.

크기도 색도 제각각인 아라리 유정란. 색과 크기를 맞추기 위해 인위적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신선한 달걀의 비밀
“이곳에 왔으면 달걀차를 한 잔 마셔야죠.”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아라리농장에 도착하니 윤석진 대표가 작은 컵을 하나씩 주었다. 따뜻한 차를 예상했지만 날달걀이 들어 있었다. “후룩!” 입안 가득 머금어도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천천히 씹어 음미할 수 있었다. 노른자의 탄력 있는 식감과 고소한 맛은 잘 요리한 수란을 먹는 듯했다. 삼킨 뒤에는 입안에 산뜻한 여운이 남았다. 비결을 묻자 윤석진 대표의 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오늘은 달걀을 드셨으니까요.” 아라리농장이 별도의 유통 채널 없이 박람회에서 회원을 모집해 직접 거래하는 이유다. 유통 채널이 끼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으로 배송해도 달걀이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아라리농장의 슬로건은 ‘오늘 낳은 달걀은 오늘 발송한다’! 달걀 낳는 양에 따라 주문을 맞춰놓고 특수 제작한 박스에 담아 우체국 택배로 보내면 구매자는 산란한 지 스물네 시간 안에 달걀을 받을 수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나 살충제 파동에도 끄떡없다. 달걀을 낳을 때 함께 분비되는 큐티클액이 달걀 껍데기를 거칠거칠하게 코팅해 살모넬라와 같은 외부 균의 침투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큐티클층을 손상하는 물 세척 기기 대신, 달걀 흰자와 마른 수건을 활용해 손수 오물을 닦아낸다.

매일 오후 3시쯤 문 여는 소리가 나면 아라리농장은 닭들의 신나는 날갯짓 소리로 가득 찬다. 쓴맛이 나는 보리 새싹과 단맛이 나는 발아한 철원오대볍씨를 직접 재배해 닭의 모이로 준다. 이곳에서 자란 닭은 새끼 때부터 통현미와 댓잎을 잘게 썬 거친 먹이를 먹고 자라 소화기관이 발달했다.

햇빛과 바람이 키우는 닭
아라리농장은 사육장 한 동과 사료 배합실 한 동, 체험객을 위한 식당이 있다. 사육장은 양계 농가 중 규모가 작은 축에 속하지만, 이곳의 닭이 사는 공간은 여느 농가보다 넉넉하다. 사육장 규모는 450㎡로, 약 1천5백 마리 닭이 산다. 1㎡에 닭 3.3마리가 공간을 공유하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권장하는 동물 복지 기준치보다 세 배가량 밀식도가 낮다. “자연 방목은 하지 않아요. 닭은 비밀스러운 곳을 찾아 알을 낳는 습성이 있거든요. 그렇게 발견한 달걀은 언제 낳은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신선도를 보장하기 어렵지요.” 비닐하우스로 만든 사육장 지붕은 높이가 5m로 높은 편이다. 지붕과 양 측면에는 여닫을 수 있는 창을 설계했는데, 바람이 잘 통해 환기가 잘된다. 또 공간의 표면이 비닐 소재이기 때문에 햇볕이 닭장 구석구석을 소독해주는 효과도 있다. 여유 있는 공간에서 닭들은 땅을 파서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흙 목욕을 한다. 목욕이 끝난 뒤 털에 묻은 흙을 털면 이나 진드기가 함께 떨어져 살충제가 필요 없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닭은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염병에 걸릴 염려가 적다.

동그란 달걀 모양이 뚜렷이 잡힌 흰자와 봉긋이 솟아오른 노른자에서 신선함이 느껴진다.

매일 깻묵, 발효 황토, 미강, 청치, 어분, 해분, 발효 비지, 통현미와 효소, 미생물 배양액 등을 섞어 사료를 만든다.

정호영 셰프가 아라리 유정란으로 만든 달걀 샌드위치.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한 달걀 풍미가 입안에 가득하다. 흰자의 쫀쫀한 조직감 덕분에 체에 내려 뭉친 달걀 소가 흘러내리지 않는다.
정성이 달걀을 만든다
마당으로 나온 닭들이 호시탐탐 기웃거리는 곳이 바로 사료 배합실이다(사육장 안에서 괴롭힘을 당해 살아남기 어려운 닭은 마당에 꺼내 키운다). 윤석진 대표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만든 사료에는 열여섯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미강, 청치, 직접 빻은 깻묵, 발효 비지, 발효 황토, 어분, 패분, 싸레기, 통현미, 숙성볏짚, 왕겨, 고추씨, 미생물 배양액, 효소…. 특이한 점은 옥수수를 혼합하지 않는다는 것. 수입산이 대부분인 옥수수에 방부제와 유전자 변형 성분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고, 오메가-6의 비율이 높아 과다 섭취할 경우 혈관 건강에 좋지 않다. 대신 오메가-3의 비율이 높은 보리 새싹과 산야초를 직접 재배해 먹인다. 그래서인지 맹물에 닭만 넣고 백숙을 끓여도 기름이 많지 않고 담백하다. 지방이 적어 기름이 나오지 않으니 설거지하기도 수월하다. 사료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며, 아내이자 공동대표인 윤진순 씨가 말한다. “하루는 청치 공급에 문제가 생기니까 몇 배 더 비싼 값을 주고 국내산 쌀을 사 와서 먹이더라고요. 저렇게까지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매사에 진실하고 확실하니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마음 편하게 자랑할 수 있어요.” 실제로 윤석진 대표는 직접 곤충을 키워 단백질 사료를 만드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달걀만큼 정직한 결과물도 없다. 그저 평범한 닭에게 마땅히 필요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닭이 건강해지는 사료를 먹일 때 건강한 달걀을 낳는다. 생명을 다루는 먹거리인 만큼 신중을 기해 닭을 키우는 아라리농장에는 수시로 회원들이 찾아온다. 그 역시 회원에게 농장 방문을 권한다. 이는 자신감의 증명일 것이다.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포천으로 나들이 삼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셰프의 한 입 코멘트
달걀 흰자의 재발견

정호영 셰프는 일본 쓰지 조리사 전문학교, 일본요리기술연구소를 졸업하고 2012년 우동 카덴, 이자카야 카덴의 오너 셰프로 활동하고 있다. 일식은 유난히 달걀을 활용한 레시피가 많은 탓에 맛과 건강, 동물 복지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고른 달걀을 사용한다. 그에게 아라리농장의 유정란에 대한 맛 평가와 요리를 의뢰했다.“아라리 유정란은 고소한 노른자 못지않게 흰자 맛이 도드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금을 첨가하지 않고 달걀 프라이를 했는데 감칠맛이 나더군요. 또 입자가 굉장히 치밀하고 조직감이 있어 식감이 남다릅니다. 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달걀 샌드위치를 소개합니다."


셰프의 레시피 달걀 샌드위치

재료(1인분) 달걀 4개, 슬라이스 식빵 2장, 마요네즈 40g, 소금 1g, 후춧가루 약간, 무염 버터 10g

만들기
1 달걀은 12분 동안 완숙으로 삶는다.
2 껍질 벗긴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따로따로 체에 내린다.
3 볼에 ②의 노른자와 흰자, 마요네즈,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섞는다.
4 식빵 한 장에 무염 버터를 바르고 ③을 두툼하게 올려 식빵을 덮는다.
5 가장자리를 잘라낸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스토리샵 주문
아라리농장 유정란(20개 1박스, 2만 원, 배송비 무료)은 전화(080-007-1200)와 카카오톡 친구(M플러스멤버십)를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주문 가능 시간은 매주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이며, 토·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쉽니다.

글 이세진 기자 사진 민희기(인물과 농장), 이우경(요리) | 취재 협조 아라리농장(www.goodegg.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