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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인주수산 고감도 감칠맛 품은 토종 민물 새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삽교호에서 토종 민물 새우를 잡는 인주수산의 조병만 어부. 가을철에 잡은 토종 민물 새우는 살집이 통통하며 바다 새우보다 달고 시원하다. 어획량이 예전만 못하지만, 그가 여전히 민물 새우를 잡는 것은 일평생 먹고 자란 어머니의 얼큰한 새우지짐이처럼 지역 대대로 내려온 맛을 이어나가고 싶어서다.

삽교호에서 갓 잡아 올린 토종 민물 새우 중 각시흰새우는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한 몸통이 특징이다. 시간이 흘러 신선도가 떨어질수록 빨간색을 띠며 죽으면 하얗게 변해버려 인주수산에서는 잡자마자 세 시간 내에 급랭한다.

0.7톤 고깃배를 탄 사나이
제법 서늘해진 새벽 공기를 맞으며 한 시간 반을 달려가는 길이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달리고 나서야 젊은 새우잡이 어부가 산다는 아산시 인주면으로 접어들었 다. 1979년 당진시와 아산시를 잇는 둑, 삽교천 방조제가 완공되어 거대한 인공 호수 삽교호를 품은 마을. 방조제 저편으로 바다와 하늘이 아스라이 맞닿은 이곳은 그야말로 한 점의 그림처럼 호젓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날씨가 제법 추워요. 오늘은 물때가 늦어 아침 8시에 배를 띄우네요. 시간이 없으니 얼른 탑시다.” 정적을 깨며 나타난 조병만 어부가 0.7톤짜리 고깃배를 부두 가까이에 대며 취재진을 재촉했다. 최대 여섯 명까지 탑승 가능하다는 작은 고깃배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삽교호로 들어서자 시큼한 물비린내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조병만 어부는 고등학생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민물고기와 새우를 잡았다. 그의 아버지 조성현 씨는 아산 토박이로 아산시 음봉면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다 28년 전 인주면에 정착해 어업을 배웠다. 8년 전까지 조 대표의 어머니 이임순 씨도 새우잡이를 도왔다고 하니 어업은 온 가족을 책임진 생계나 다름없었다. 새우가 잡히지 않는 철을 대비하기 위해 벼농사도 병행하고 있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배를 타고 나간 지 10여 분 정도 됐을까, 조병만 어부가 삽교호 한가운데에 떠 있는 삼각망을 힘껏 끌어당긴다. 수확량이 기대되기라도 하듯 부산한 손놀림에서 설렘마저 느껴진다. 다섯 번 정도 잡아당기기를 반복하자 흰색 덩어리가 담긴 망이 배 위로 올라온다. 망을 뒤집어 노란 바구니에 탈탈 털자 투명한 무언가가 펄떡거린다. 예부터 아산 지역의 먹거리를 책임져온 토종 민물 새우다. 속살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한 민물 새우가 참게와 붕어, 잉어 등과 뒤섞여 튀어 오르는 모습에 활기와 생명력이 넘쳐흐른다.

“삽교호가 넓어 보여도 어부마다 할당된 구역이 정해져 있습니다. 어촌계 사무실에서 5년 단위로 추첨한 뒤 한 사람당 어업 가능한 범위를 500m까지 허용하죠. 매년 봄가을 새우잡이 철이 되면 하루나 이틀 전에 어망 끄트머리를 호수에 박아 그물을 설치한 뒤 수확하는 일상을 반복합니다. 구역에 따라 새우 어획량이 복불복일 때도 있지요. 물때에 따라서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요.” 그의 말처럼 아산 사람들에게 토종 민물 새우는 익숙한 먹거리였다. 삽교천 방조제가 생기면서 아산 곳곳에 저수지가 생겨났고, 민물 새우를 잡아 국물을 시원하게 우려내거나 김치를 담글 때 넣어서 먹곤 했다. 심각한 환경오염, 토종 민물고기를 잡아먹는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종의 침입으로 최근에는 민물 새우를 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릴 때는 왜 그렇게 새우잡이가 싫었는지 모르겠어요. 점점 자라면서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귀한 먹거리를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판매 수익이 생겨나고 가공품도 인기를 끌면서 이 일에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지요.”


조병만 어부는 하루나 이틀 전 삽교호에 던져놓은 삼각망을 끌어 올려 어획량을 확인한다.

아쉽게도 이날 우리가 확인한 토종 민물 새우는 단 두 종류에 불과했다. 위에 있는 새우가 각시흰새우, 아래 새우는 징거미새우.

토종 민물 새우는 부드러운 속과 달리 껍질은 생각보다 뾰족하고 날카롭다. 그래서인지 조병만 어부의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가득하다.

입말한식가 하미현은 토종 민물 새우를 골라내고, 세척하는 일을 함께 했다. 인주수산은 깨끗하게 세척한 생새우를 1kg 기준 2만 원, 가공한 민물새우튀김은 210g 기준 1만 1천 원에 판매한다.

새뱅이, 각시흰새우, 징거미새우…
“계절이나 환경의 영향으로 잡히는 민물 새우의 종류는 일정치않습니다. 옛날에는 이곳 민물이 죄다 바다였고, 삽교천 방조제가 생기면서 민물로 변한 호수나 저수지에 가 투망으로 건져올리기만 하면 민물 새우가 한가득이었어요. 그만큼 민물 새우가 흔했지만, 학명을 구분 지어 부르진 않았지요. 아산 사람들은 대개 토종 새우를 새뱅이, 징거미새우나 보리새우라고 불렀어요. 먹는 데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고요. 우리가 시장에 가서 ‘징거미새우 주세요’라고 하진 않잖아요. 토종 민물 새우는 지극히 평범한 먹거리 중 하나였어요.” 조병만 어부는 어릴 적부터 형태와 색이 제각기 다른 민물 새우를 보며 자랐다. 산란 전인 5월에는 민물 새우 종류가 더욱 다양하지만, 일반인이 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종류는 극히 일부다.

토종 민물 새우를 연구하는 국립수산과학원 김정년 박사는 “최근 양식에 성공한 큰징거미새우를 제외하고는 민물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새우를 토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말한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십각갑각류(새우와 게류가 속하는 분류군)는 현재까지 4백21종이 보고됐으며, 민물에서 서식하는 새우는 크게 16종으로 구분한다. 흔히 민물 새우 하면 새뱅이(토하)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아쉽게도 이날 잡은 토종 민물 새우는 흰새우류에 속하는 각시흰 새우와 징거미류의 징거미새우가 전부였다. 두 민물 새우 모두 일생을 염분이 있는 하구 또는 하천의 하류 등 민물에서 살아가는 비회유형(육봉형)이다. 낮에는 수심이 얕고 수초나 돌 등이 많은 곳에서 숨어 지내다 밤에 나와 먹이 활동을 한다. 낚시인들 사이에서 히라수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각시흰새우는 살아 있을 때 몸 색깔이 매우 투명하며 죽으면 하얗게 변해버린다. 몸길이는 약 3cm로, 최대 6cm 가까이 자라기도 한다. 아미노산과 무기질이 풍부해 식용으로 먹어도 무리가 없다. 반면 징거미새우는 우리나라 민물 새우 중 몸집이 가장 크다. 최근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해 찾아보기가 힘든 귀
한 종이다. 몸길이가 최대 5~10cm로 자라며 암녹색 또는 암회색을 띤다. 앞으로 쭉 뻗은 집게발이 있어 비교적 눈으로 구분하기 쉬우며, 맛도 좋아 탕이나 구이, 튀김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새우잡이에 사용한 낡은 그물망과 도마 위에 상을 올리고 이 지역에서 즐겨 먹던 무수새우지짐이와 새우볶음을 차렸다.

가공품으로 가능성을 모색하다
사라져가는 음식을 단지 기록하는 것에서 그친다면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현대에 맞는 레시피로 꾸준히 제안해야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토종 식재료를 지키는 것은 물론, 그 맛을 오래도록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주수산은 아산 일대에서 토종 민물 새우 가공을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하는 곳이다. 조병만 어부의 아내이자 두 아이를 키우는 김지현 씨는 생물로만 판매하던 토종 민물 새우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남편과 머리를 맞대며 의논한 결과, 토종 민물 새우를 바삭하게 튀겨 가공품으로 만들어보기로 결정한 것. 몇 년 전부터 즉석 판매 허가를 받아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판매하기 시작했고, 올해 8월 식품 제조 가공 허가를 받아 당진과 천안ㆍ평택ㆍ이천ㆍ청주 등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나가 본격적으로 민물새우튀김을 선보였다.

“토종 민물 새우를 잡으면 세 시간 안에 깨끗하게 씻어야 합니다. 가을에는 선선하지만, 기온이 오르는 봄철이 되면 투명하던 새우 몸이 빨개져요. 세척한 후 영하 18~20℃에서 급랭해야 신선도가 유지되죠. 이를 가공장으로 가져가 한 번 더 세척한 뒤 파우더를 묻혀 기름에 튀겨내요. 산란기를 앞둔 이맘때는 살집이 통통하게 올라 씹는 식감이 좋고 단맛이 배가돼요. 새우같은 갑각류는 아직 HACCP 대상이 아니에요. 2020년도에는 HACCP에 포함된다고 하니 이를 목표로 해봐야죠!” 맛과 식감 모두 뛰어나니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인주수산의 민물새우튀김은 반응이 좋을 수밖에. 조병만 어부 역시 자신이 만들어 납품한 민물새우튀김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을 보고 그 가능성을 확신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민물 새우를 판매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이 지역에서는 흔하디흔한 식재료였지만, 지금은 사서 먹어야 할만큼 귀해졌지요. 2010년 늦여름이었나. 거의 20일 정도 비가 내렸어요. 열흘 동안 매일 수문을 열네 시간씩 개방했는데 산란기를 앞둔 토종 민물 새우가 죄다 바다로 휩쓸려 내려간 게 아니겠어요! 비싼 돈 들여 그물망까지 새로 마련했지만 2014년까지 토종 민물 새우 어획량이 현저히 줄어들었지요. 돌이켜보니 토종 민물 새우가 계속 나오란 법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품종과 수확량을 일정하게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어요. 그 대안으로 토종 민물 새우를 양식해보려고 합니다.” 그는 가족과 함께 느리지만 제대로 배워 인주수산과 토종 민물 새우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생각이다.

참고 논문 ‘한국에 분포하는 민물 십각갑각류의 특성과 보존’(김정년, 국립수산과학원 자원관리과) 

글 김혜민 기자 사진 이경옥 기자 취재 협조 인주수산(010-26299289)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