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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푸르른 유기농 쌈 채소 충청북도 충주 장안농장
‘유기생태순환농법으로 기른 쌈 채소’ ‘대한민국 100대 스타 팜’ ‘2016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6차 산업화 우수 사례 경진 대회 우수상’…. 화려한 수식어만큼이나 입소문이 자자한 장안농장은 건강한 쌈 채소를 생산, 가공, 유통, 판매하며 6차 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유기농업의 교과서라 불리며 22년째 장안농장을 가꾸는 류근모 대표는 쌈 채소를 통해 사람과 자연에게 이로움을 선물한다.

유기생태순환농법으로 쌈 채소를 기르는 류근모 대표. 장안농장에는 총 1백 동의 비닐하우스가 있으며 3백65일 푸릇함을 유지한다.

한국인만큼 쌈을 즐기는 민족이 있을까. 우리는 고기에도 쌈, 횟집에 가서도 쌈을 싸 먹는다. 심지어 쌈밥 전문점도 많다. 대형 마트의 쌈 채소 코너만 둘러봐도 각양각색 채소가 한껏 싱싱함을 뽐낸다. 흔히 쌈이라고 하면 상추부터 떠오르는데, 이 땅에서 상추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맛이 빼어나 원나라 시인 양윤부의 시 ‘원궁사’에도 등장하는데, 그는 “해당화는 꽃이 붉어 좋고 살구는 노래서 보기 좋구나. 더 좋은 것은 고려의 상추로서 마구의 향기보다 그윽하구려”라며 상추의 맛과 향을 극찬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선비가 지켜야 할 작은 예절을 담은 책 <사소절>에서 상추쌈 먹는 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손으로 싸 먹지 말고 밥을 숟가락으로 떠 밥그릇 위에 올려놓고 상추 몇 잎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밥숟갈 위에 올려 싸서 먹은 다음 장을 떠먹으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이야기만 보더라도 우리 민족이 얼마나 쌈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쌈 채소의 대표 격인 상추 하나만 바라보고 인생을 바친 이가 있으니 바로 1백여 가지 쌈 채소를 생산하는 장안농장의 류근모 대표다. 자리 잡는 데만 족히 10년은 걸린다는 유기농업을 뚝심 있게 이뤄낸 프로 농사꾼이요, 상추를 비롯해 다양한 쌈 채소로 새로운 농업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열정 가득한 농부다.

농장 안에 친환경 유기 축사를 짓고, 방목장을 조성해 소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다. 

1백억 원대 매출의 상추 CEO
서울시 우면동에서 꽃과 조경 사업을 하던 그는 부도를 맞으면서 1996년 충북 충주시 신니면으로 귀농했다. 부친이 물려준 땅에서 1천만 원도 채 안 되는 돈을 투자해 오로지 유기농업으로 건강한 채소를 길러보기로 마음먹었다. 10년 후 그는 자신만의 재배 비법으로 1백 동의 비닐하우스를 소유한 농부이자, 매년 1백2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상추 CEO가 되었다. 화확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누구나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상추를 기르고 싶다는 바람이 시작이었다. “처음 이곳으로 귀농했을 때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밤과 고추를 재배했습니다. 한 철 농사짓고 판매하면 그걸로 끝. 밤과 고추 농사로는 수익을 낼 수도 없고, 저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저것 고민하던 중 사시사철 재배할 수 있고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쌈 채소가 떠올랐어요. 그 당시 대형 슈퍼에서 판매하던 일부 채소에서 다량의 농약이 검출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앞으로 누구나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고급 채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죠. 자료를 조사하고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상추 재배에 뛰어들었습니다.” 목표를 세우면 무섭게 파고드는 집념과 열정, 류근모 대표의 장점이 오롯이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류근모 대표는 유기생태순환농법을 적용해 소의 분뇨를 흡수한 우드 칩과 쌀겨, 유효한 균을 섞어 1백20일 동안 숙성시켜 미생물이 풍부한 퇴비를 만든다. 이 퇴비를 땅에 뿌려 각종 쌈 채소를 기른다. 

서른다섯 마리 소와 유기농 퇴비
당시만 해도 화학비료와 농약은 농사를 짓는 데 필수품이었다. 이에 반해 장안농장은 쌈 채소를 재배하면서 1998년 친환경 무농약 농산물 재배 인증을 통과하고 2000년에는 친환경 농산물 가운데 최고 등급인 유기 농산물 인증을 획득했다. 류근모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욱 완벽한 유기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에 몰두했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사람에게 모두 이로운 농사를 지었습니다. 부엌 건너편에 작은 축사를 두어 집에서 소를 키웠어요. 볏짚과 풀, 콩 등을 먹고 자란 소의 분뇨를 밭에다 뿌려 농사짓고 부산물은 또다시 소의 먹이로 사용했지요.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농사를 지은 거예요. 이 원리를 적용한 것이 바로 ‘유기생태순환농법’입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기른 채소를 소에게 먹이고 그 분뇨로 만든 퇴비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을 말하하는데, 장안농장의 핵심이지요.” 류근모 대표는 유기생태순환농법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유기농 퇴비 문제를 해결했다. 값비싼 유기농 퇴비를 구입하는 대신 직접 소를 키워 퇴비를 마련하는 유기축산을 시도한 것. 2004년 친환경 유기 축사를 지어 소 한 마리당 5평의 축사방과 소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너른 운동장을 조성했다. 쌈 채소 중 품질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규격에 맞지 않아 버리는 것을 소의 먹이로 썼다. 축사 안에는 우드 칩을 깔아 소의 분뇨를 흡수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했다. 이 우드 칩을 잘게 부순 뒤 쌀겨와 유효한 균을 섞어 마치 메주를 만들 듯 미생물과 함께 발효시킨다. 이때 발효 온도가 70℃ 가까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생충알, 해로운 미생물이 대부분 죽는 것. 퇴비장에서 굴착기로 10여 차례 뒤집으며 잘 섞어주면서 약 1백20일 숙성시켜 1년에 약 5백 톤에 이르는 유기농 퇴비를 완성한다. 이 퇴비를 땅에 뿌려 미생물 덩어리가 풍부한 토양으로 가꾸는 것이다. 기초 체력이 튼튼한 땅이어서인지 쌈 채소는 영양제를 따로 뿌리지 않아도 무럭무럭 자란다. 류근모 대표는 초창기에는 상추 한 가지만 재배했지만 지금은 깻잎, 로메인, 치커리, 청코스 등의 다양한 쌈채소를 비롯해 허브류까지 포함해 총 1백여 가지가 넘는 채소를 생산한다. 그의 끝없는 노력은 국내 유기농업계에서 처음으로 ISO9001:2000(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제정, 시행하는 품질 경영시스템으로 제품의 생산관리, 포장, 유통 부문에서 기준에 적합해야 인증받을 수 있다)을 획득하는 값진 결과로 돌아왔다.

농장 입구에 있는 유기농 채식 뷔페 류근모와 열명의농부. 류근모 대표가 매일 쓰고 다니는 모자를 아이콘으로 활용했다. 

“현재 장안농장은 3:3:3의 법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전체 농장을 세 구역으로 나눠 30%는 재배를 하고 30%는 재배 준비, 나머지는 휴식을 취합니다. 매년 채소를 재배하면 땅심이 약해지기 때문에 약 4개월 정도 휴식 기간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수확이 끝난 땅에 수수와 보리를 심습니다. 그러면 땅속 흐트러진 영양 체계를 보리와 수수가 다 빨아들여요. 1m가량 자라면 트랙터로 밀어 보리와 수수를 다시 땅속으로 넣어주는데, 열이 서서히 발생하면서 유기물이 풍부해지죠. 이 과정을 거쳐 땅심을 충분히 회복하면 토양도 보송보송해집니다.” 이렇듯 기본에 충실하니 장안농장의 쌈 채소는 유기농 채소가 벌레 먹고 못생겼다는 편견을 깬다. 일반 농가의 쌈 채소에 비해 크기가 크고 싱싱함이 남다르다. 채소 맛이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먹어본 이는 안다. 희한하게도 채소마다 본질의 맛을 낸다. 상추에서는 고소한 상추 맛이, 루콜라에서는 쌉싸래한 맛이 생생하게 난다. “어릴 적 밭에서 따 먹던 상추 맛이 난다”며 찾는 단골 고객도 많다. 장안농장의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매년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전국 1백60여 농가와 협업을 맺어 공동 생산과 판매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것. 이를테면 이런식이다. 브로콜리의 경우 12월부터 3월까지는 제주도, 4월부터 6월까지는 장안농장, 그 후에는 대관령에서 생산하는데, 같은 작물이라도 계절에 따라 협업 농가가 생산해 사시사철 푸르고 건강한 채소를 공급한다. 이렇게 매일 전국에서 약 5톤의 유기농 채소를 농장 근처에 있는 GAP 물류 센터로 모은 후 이마트, 신세계푸드 등 대형 할인 매장과 온라인몰에 납품한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올바른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서 공수해 온 식재료로 건강한 밥상을 차려낸다. 콩고기부터 셀러리 초절이, 현미밥 등 담백한 음식으로 구성해 먹고 나면 속이 편하다.

열 명의 농부와 꾸린 채소 뷔페
2015년 류근모 대표는 1백여 가지 유기농 채소를 맛볼 수 있는 체험형 채식 뷔페 ‘류근모와 열명의농부’를 오픈했다. “유기농 채식 뷔페 하면 대부분 ‘맛없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전문 셰프가 없어도 높은 퀄리티의 맛을 유지할 것, 채소의 다양한 맛을 선보일 것, 최고의 재료를 사용할 것. 채식 뷔페를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중요시한 세 가지 원칙입니다. 식당을 운영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진정한 팜투테이블을 실천해야죠!” 작년에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모자를 활용한 로고 디자인부터 내부 공간을 한층 더 세련되게 꾸몄다. 열명의농부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은 각자의 농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농부가 손수 키운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그는 열 명의 참된 농부를 찾으러 전국을 돌아다녔다. 제주도에서는 유기농업으로 브로콜리 농사를 짓는 송명수와 송동훈 농부를 만났고, 경상남도에서는 유기농 콩을 생산하는 홍문표 농부를, 강원도에서는 유기농 시래기를 생산하는 조규학 농부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이렇게 농부 열 명을 직접 만나가며 설득한 끝에 맛과 품질 모두 만족시키는 식재료를 모아 식탁 위에 올릴 수 있었다. 구수한 시래기된장국부터 콩의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콩고기, 셀러리 초절이, 브로콜리 쌈 등 메뉴가 열 가지가 넘는다. 진정한 팜투 테이블이 실현되는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쌈장의 경우 장안농장과 지자체가 함께 개최한 제1회 쌈장 선수권 대회에서 1등 한 레시피로 만들었다. 평일에는 평균 1백~2백 명이 찾아올 만큼 인기가 높다. 또 식당 입구에는 유기농 빵과 과자, 주스 등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그로서란트도 마련돼 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농선農仙’입니다. 농사는 곧 도를 닦는 것과 같다는 말이에요. 쌈 채소 농사를 지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렵고 배워야 할 것이 무궁무진해요. 생산자와 소비자를 구분하지 않고 바람직한 유기농 식문화를 함께 이뤄나갈 이웃이 되고 싶습니다.”

글 김혜민 기자 사진 이경옥 기자 취재 협조 장안농장(1588-6279)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