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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통해 새 삶을 발견한 심리치료사 알린 번스타인 텃밭에 귀 기울이자 아픔은 꽃을 피웠다
한 여인이 병으로 세 아이를 잃었다. 어린 아기를 품에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다. 너무 아팠다. 도둑맞고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망연자실한 그녀는 어느 날 엉성하게 울타리를 두른 작은 텃밭에 다가간다. 알맞게 익은 채소를수확하고, 가지를 쳐주고, 손으로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며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인다. 그리고 두 발로 선다. 넉넉한 대지의 마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비로소 보다 넓은 엄마의 가슴으로 기억 속의 아이들을 포옹한다. 최근 자신의 삶을 책으로 펴낸 알린 번스타인의 이야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나파 밸리에 사는 그녀와의 이메일인터뷰를 통해 30년 동안 텃밭에서 수확한 생생한 교훈과 내면의 치유과정을 들어본다.
photo01 1968년, 알린 번스타인Arlene Burnstein은 첫 아들을 낳았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는 19일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기에 대한 기억은 야속할 만큼 짧았다. 다시 아이를 갖기위해남편 마이클과 부단히 노력했다. 2년 뒤 드디어 아들 제이슨이 태어났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선천성 심장 기형으로 아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일단 부부는 품에 안긴 연약한 생명에 온정성을 쏟았다. 제이슨이 만 한 살 되었을 때 이제 막시작한 걸음마가 심장에 부담을 주어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죽고 말았다. 아이를 잃은 이들은 캘리포니아 주나파 밸리의 마운트 비더 농장에 은둔했다. 변호사였던 마이클은 사직을 했고, 둘은 포도밭을 일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알린은 여전히 아이가 그리웠다. 다시 임신을 한다는 것이 무서워 입양을 택했다. 3개월된 아기 맥스를 품에 안았다. 그러나 진찰결과 맥스는 자폐아가 될 수 있으니 양육을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권고를 들었다. 사회복지사에게 아이를 다시 안겨준 뒤, 알린은 정신적으로 완전히 탈진했다.
당시 남편 마이클은 시간을 두고 상처를 보듬으려는 알린을 이해하지 못했다. 순간 그동안 억누른 감정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대화가 조금도 통화지않는 남편과 산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끔찍해졌다. 무엇보다 알린은 자신이 자식을 품을수 없는 운명이라는 절망감에 가슴이 아팠다. 제이슨을 키우며 잠시나마 경험한 생동감과 생명력이 영영 사라진 것 같아 슬펐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제이슨을 잃은 지 4년쯤 지난 어느 날, 알린은 넋이나간 듯 집을 빠져나와 낯 익은 길을 걷고 있었다. 농장을 한참 걷다 보면 토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말뚝과 철망으로 엉성하게 울타리를 두른 자그마한 텃밭이 나온다. 고작 6㎡나될까. 알린의 채소밭이다. 거대한 포도원 가운데 그녀만을 위해 허락된 작은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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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알린은 미처 거둬들이지 못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채소를 살폈다. 양파 한줄기, 파슬리 두어 포기, 당근과 셀러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문득 야채 수프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따끈한 수프 한 숟가락은 얼어붙은 영혼을 녹이는 듯했다. ‘채소밭이 내게 영혼의 양식이 되어주다니!’그 순간 그녀는 한가지 약속을 했다. ‘딱히 목적이 없더라도 규칙적으로 채소밭을 찾겠다. 가서 가만히 있겠다. 묵묵히 지켜보며 세심히 돌보겠다. 메모를 해두겠다. 그게 어떤 내용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과거의 농사 일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는 사실뿐. 지금은 그게 뭔지 몰라도 상관없다.’알린의 텃밭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1. 자신의 조그만 텃밭을 일구고 있는 알린 번스타인. 그녀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손에 흙을 묻히고 싶어 이곳을 찾는다.
2. 왼쪽. 캘리포니아 주 마운트 비더의 포도 농장. 5천여 평에 이르는 이곳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기간이면 번스타인 부부의 친구들이 각지에서 모여든다. 오른쪽. 텃밭으로 가는 길에 세운 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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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이 수액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덧가지처럼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죄책감은 내마음과 영혼에서 에너지를 고갈시켰다. 이 감정을 잡초처럼 뽑아버릴 수는 없을까? 그러나 깊이 뿌리내려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감정이 솟아난부분을 찾아내 끈기있게 보듬어주어야 한다.”(84쪽)
대학에서는 미술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일찌감치 변호사 남편과 결혼해 나파 밸리로 왔으니 농사 경험이 없었을 텐데, 텃밭 일엔 어떻게 적응했나요?처음에는 암담했습니다. 물을 더주어야 하는 모종도 있고, 토질을 부드럽게 하기위해 퇴비를 더 뿌려야 하는곳도 있거든요. ‘아, 무엇부터 시작하지?’돌연 불안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오도카니 땅만 바라보았습니다. 흙이 저를 안심시키더군요. ‘침착하게 귀를 기울이면 돼요. 미리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어요. 저절로 일의 순서가 생겨날 테니까’라고 말이에요. 그러자 저는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라임나무에서 토마토로, 그리고 울타리 옆에 심은 호박과 근처의 딸기, 콩등으로 차례로 옮겨 다니며 손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모든 채소가 각자에게 제일잘맞는 보금자리를 알고 있기라도 하듯 저를 그 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자연이 제 텃밭작업의 스승이었던 셈이지요.
 
photo01 초기에는 일을 하다 잠시 손을 놓을라치면 어딘가로 떠나는 몽상에 빠지곤하셨다고요. 그러나 막상 밖으로 나가 포도 넝쿨을 묶는 데 정신을 집중하자 차츰‘리듬’이 생겨났다고 쓰셨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이 리듬이란 명상 상태와 비슷합니다. 처음 경험한 것은 텃밭을 일군 지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당시저는 네팔로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곳에서라면 삶이 더 이상 공허하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문득 부엌 창밖을 내다봤습니다. 여전히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고 하늘은 파랗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자리를 박차고 나가 포도 넝쿨을 묶기 시작했습니다. 제 생명이 뿜어나가는대로 뻗은 포도나무 가지를 부드럽게 달래어 구부린 다음 끈으로 묶는 사이 호흡은 가볍고 일정해졌습니다. 등 뒤로 따사로운 햇살이 느껴지고 발밑을 떠받치고 있는 대지도 더 없이 든든하더군요. 충만한 평온이 찾아온 것입니다.
텃밭 작업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이 리듬 감각을 느낄 수 있나요? 그렇지요. 첫 경험 이후 리듬 감각은 종종 찾아옵니다. 특히 진심으로 깊이 몰두해 시간이 멈췄다고 느낄 때 그러하지요. 친구와 산책을 할때, 바닷가에 가만히 앉아있을 때, 혹은 식사 준비를 하며 야채를 다질때나 다림질을 할 때도 평온한 리듬감이 생겨요. 리듬감에 이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의식하거나 몰아붙이면 안됩니다. 천천히, 존재 전체를 그 순간에 내맡겨야 합니다.
 
1. 왼쪽 몇 년 전 번스타인 부부는 포도밭을 팔고 올리브 밭을 일구었다. 수확한 올리브로 이곳 농장에서 직접 올리브 오일을 생산한다. 오른쪽 잘 익은 포도송이는 칼을 살짝 대기만 해도 가지에서 떨어진다.
2. 자그마한 알린의 텃밭은 30여 년 동안 풍성함을 더해갔다. 몇 년 전에는 텃밭 근처에 ‘텃밭 오두막’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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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슬픔이나 두려움, 죄책감 같은 감정은 쉽사리 잘라낼 수 없으니 그 감정이 솟아난 부분을 찾아내어 보듬어주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 하셨지요.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일단 분노나 슬픔같은원치않은 감정이 찾아들 때, ‘아, 이러면 안되지’라는 식으로 나를 강제하지 마세요. 그저‘아, 내가 화를 내고 있구나’‘이놈의 질투 또 시작되었네’하는 식으로 담담하게 바라보세요. 바꾸려 하지 말고요. 재미있는 건 이런 불청객 같은 감정이 그냥 존재하게 내버려두면, 저절로 수그러든다는 점이지요. 그러니 잠시 머물다 가도록 놓아두세요.
“사과 묘목은 자라서 꽃을 피웠지만 단 한번도 열매를 맺지 않았다. 우리는 낙담하고는 이내 포기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달콤한 사과가 풍성하게 열렸다. 그 중 가지에서 저절로 떨어진 사과는 천상의 맛이었다.”(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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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에서 저절로 떨어진 사과가 지금껏 먹어본 사과 중 가장 맛있었다는 글귀에 눈길이 갑니다. 그 순간 당신은 무엇을 느꼈습니까? 제가 맛본 그 사과는 그 순간 충만하게 존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무는 사과가 떨어졌다고 슬퍼하지 않고 사과 역시 아쉬워하지 않았겠지요. 그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원래 무언가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믿었기에 수확하고 남은 채소가 땅에 남겨둔 마지막 파편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믿고 떠나보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탄생과 사그라짐, 양지와 음지, 만남과 이별은 한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그러자 텅빈 땅이 더이상 저를 불안하게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유혹적이었지요. 저는 텅빈 땅의 힘을 믿게 되었어요. 대지는 그 자체로 생동하며 앞으로 무엇이든 틔워낼 가능성을 품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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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잃은 후 죽음에 대한 관점도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죽음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아이를 잃기 전까지 죽음을 지켜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죽었을 때, 뭐랄까, 도둑맞고 사기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차츰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생명의 반의어가 아닌, ‘댄스파트너’같은 존재임을 깨달았습니다. 제깨달음은 붓다의 이야기 속 여인에 빗대어 설명할 수있습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비통에 잠겨 붓다를 찾아왔습니다. 붓다는“누군가 죽은 적이 한번도 없는 집을 찾아가 겨자씨를 받아오면 아이를 되살려주겠다”고약속합니다. 물론 그런 집은 세상 어디에도 없지요. 그리고 그어머니는 깨달음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저 역시 아이의 죽음이 제게만 주어진 특별한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 왼쪽 당장이라도 꿈틀거리며 앞으로 다가설 듯한 자세를 취한 뱀 조형물. 알린이 흙으로 만든 작품이다. 오른쪽 호박
2. 왼쪽 가운데 오른쪽 텃밭에서 나는 농작물. 각각 마늘, 이탈리아산 보랏빛 아티초크, 로마네스코 브로콜리.
3. 젊은 시절의 번스타인 부부. 포도원에 테이블을 마련해 점심 식사를 즐기고 있다.
 
photo01 한국 속담에‘부모는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정말 아름다운 문구이군요. 서양에는 비슷한 속담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곧장 이해가 되는군요. 부모님의 죽음은 자연의 순리에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자식의 죽음은 용납되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이제는 생을 못다 산 아이들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삶을 보다 더 충만하고 생동감있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부부간이라도 완벽한 공유는 없다. 대신 둘 사이에 놓인 널찍한 공간을 사랑할 줄 알면 평행선을 그리며 멋지게 살수있다. …나는 전정가위로 마이클이 제일 좋아하는 노란색과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 꽃을 잘랐다. 또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우주의 모든 스펙트럼을 진지하게 수긍하는 의미에서 뜰에 핀 모든 색깔의 꽃을 잘라 꽃다발에 끼운다.”(105쪽)
자녀를 잃고 나서 부부 관계가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과 남편 마이클은 극단적인 행복에서 좌절까지 함께 경험하며 지금껏 서로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비결이 무엇입니까? 미국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를 잃은 부부의 약75%가 5년 내에 이혼했다는군요. 주 원인은 슬픔을 어떻게 견디며 살아가겠느냐는, 일종의 고정관념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슬픔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그리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독립 공간을 지켜준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저도 마이클과의 사이에 놓인 건널 수 없는 강을 인정하고 나자, 각자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 유쾌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속으로 외쳤지요. ‘우리의 첫번째 결혼은 죽었어. 난 곧 당신을 내 두 번째 남편으로 맞이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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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이 남편과 단둘이 멋진 가족을 이루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가족’을 어떻게 정의하십니까?결혼할 때만 해도 정상적인 가족에는 부부와 아이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지 못한제모습에 더욱 괴로워했던 것같습니다. 하지만 차츰‘피가아닌 영혼을 나눈 가족’에 눈뜨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진심으로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오는 사람이 바로 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사랑의 모습은 우정이나 동료애로 나타나기도하고요.
“해마다 나는 텃밭에서 심오한 진리를 발견하며, 똑같은 가르침을 매번 새로이 가슴에 새긴다. 자연이 과거를 산산조각 내어 만든 자양분인 퇴비는 텃밭의 흙을 다시 비옥하고 풍요로운 옥토로 만든다. 언젠가 우리의 아픔도 성숙의 꽃을 피울 것이다.”(118쪽)
 
1. 번스타인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의 거실 풍경.
2. 왼쪽 해가 뜰 무렵의 텃밭. 이곳 나파 밸리는 기후가 좋아 1년내내 농작물이 자란다. 그래서 사철 내내 각양각색의 수확물을 맛볼 수 있다. 오른쪽 알린이 빚은‘풍요의 여신상’. 그녀는 텃밭 곳곳에 자신의 작품을 세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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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당신처럼 텃밭을 일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도시의 삶을 등지고 흙을 밟을 수는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도시 사람들에게는 무엇이‘자기만의 텃밭’이 될 수 있을까요?
첫째, 작은 화분에 식물을 심는 건 어떨까요. 아파트에 살더라도 베란다 창틀이나 부엌에서 작은 허브화분 쯤은 키울 수있겠지요. 두꺼비가 들려준 이야기인데요, “네가 사랑으로키운 것이 곧 너를 성장시킬 거야!”라고 하네요. 둘째는 텃밭처럼 정성을 쏟을 수 있는 특정 대상이나 공간을 만드는 겁니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창가 옆 책상에서 늘 일기를 쓴다든지, 또는 나만의‘명상의자’를 마련해서 가벼운 명상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장소로 활용해보세요. 자기만의 방을 가지는 순간 여러분의 인생에서 진정한‘경작’이 시작될 겁니다.
텃밭을 일구어냈듯, 남은 생애에 이루고 싶은‘당신만의 방’이 있습니까?저는 삶의 매순간이 축복의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순간에는 스스로 생명을 틔울수있는 가능성이 내포됐거든요. 집중하고 싶은 분야를 꼽으라면 흙으로 도자기를 빚는 일을 들겠습니다. 촉촉하고 풍요로운 대지의 선물인 진흙을 어루만지는 작업은 텃밭을 보살피는 일의 연장입니다. 저는 여생을 예술가로 살면서 작품에서‘아름다움’을 틔워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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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기 알린 번스타인은 이메일로 인터뷰 답신을 보내주며“어제 막3주간의 파리, 모로코, 런던 여행에서 돌아왔어요”라고 했습니다. 60대 중반의 번스타인 부부는 매년 몇주씩 세계를 여행한답니다. 평소에는 올리브 농원을 돌보며 지내고요.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는 알린은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텃밭에서 발견한 깨달음과 명상법에 관한 워크숍을 운영합니다. 틈틈이 그림을 그리거나 도자기를 빚기도 합니다. 텃밭의 친구들은 작품의 훌륭한 모티프가 됩니다. 참, 직접 찍은 텃밭 사진을 보내준 알린에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알린, 당신의 사진은 볼수록 편안하고 따뜻합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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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01 알린 번스타인은 텃밭을 김매며 있는 그대로 관조하는 방법을 배우고, 남편과 함께 가지치기를 하며 부부간에 서로 지켜주어야 할 공간이 있음을 깨닫고,깊이 뿌리내린 포도넝쿨을 보며 영혼 깊이 침투한 슬픔을 잘라내지 않고 보듬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정원이 있는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앞으로 정원 가꾸기가 색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도심 한 가운데에 살고있는 독자라면 텃밭을 대신할 자기만의 공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요. 또 경험하고 깨달은 점을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적은 그녀의‘텃밭 일기’를 읽다 보면 어쩐지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린이 텃밭에서 수확한 교훈은 그만큼 생생하고 따뜻하며 영양가가 높습니다. 힘들어하는 친구, 혹은 나 자신에게 권해보면 어떨까요. <텃밭에서 발견한 충만한 삶>(디자인하우스, 8천9백 원)
 
1. 왼쪽 각종 모종이 자라고 있는 알린의 텃밭. 그녀는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수집한 희귀한 채소와 꽃나무 씨앗을 심기도 한다. 오른쪽 얼마 전 모로코 농장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이곳을 지나자 아낙네들은 알린에게 애호박 따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함께 일하자고 권했단다.
 
나도연 기자 doriver@design.co.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