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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초밥왕 한석원 총주방장이 선택한 보성특수농산의 금쌀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면에 들어서자 바다를 메운 간척지 위로 황금 들판이 펼쳐진다. 고개를 숙인 벼 포기 사이로 콤바인이 지나가며 올해 첫 추수를 알린다. 매년 쌀 소비량이 급격히 감소하지만, “레드오션에도 최고는 존재하지요!”라고 말하는 보성특수농산의 정병찬 대표. 순금을 나노 크기로 분쇄해 만든 금 용액으로 키운 금쌀은 그의 자부심이자 미래 농업을 위한 경쟁력이다.

일식당 스시조를 세계적 요리 안내서인 <자갓 서베이> 맛 부문 1위로 끌어올린 한석원 총주방장(왼쪽)과 대를 이어 유기농 금쌀을 키우는 보성특수농산의 정병찬 대표.
상생을 위해 시작한 쌀농사
음식의 진정한 맛은 좋은 식재료에 달려 있다. 이 땅의 미식을 책임지는 수많은 셰프가 세계적 탐험가 못지않게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진귀한 식재료를 찾는 일에 몰두하는 것도 이때문일 터. 특급 호텔 역시 앞장서서 제철마다 새로운 식재료를 찾아 나선다. 몇 달 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의 일식당 스시조에서 ‘아는 사람만 먹는 귀한 금쌀’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1985년에 문을 열고 30년간 스시의 명가로 명성을 날린 스시조가 재배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공들인 금쌀이라니. 추수철을 기다려 한석원 총주방장을 따라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면에 있는 보성특수농산으로 향했다.

고흥반도 북서쪽에 위치한 득량만 일대의 갯벌을 메워 만든 간척 평야가 펼쳐진 땅. 거대한 방조제를 병풍처럼 두르고 아스라한 지평선이 이어지는 보성군 득량면은 예부터 맛과 품질이 모두 좋기로 이름난 쌀을 생산해온 지역이다. ‘식량을 얻는 바다’라는 뜻을 지닌 득량得粮만에는 1937년 보성군과 고흥군을 잇는 4.5km의 방조제가 건설되었다. 각종 미생물과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에 방조제를 쌓고 바닷물의 유입을 막아 드넓은 평야를 조성한 덕에 사람들은 이곳으로 몰려들어 군락을 형성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주변을 에워싼 산도 없어 연중 내내 일조량이 풍부하고, 간척지에 물을 끌어오기 위해 건설한 보성강발전소 덕에 일찍이 관개수로를 설치할 수 있어 쌀농사를 짓기에 천혜의 환경을 갖춘 셈이었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수확한 벼를 현미로 도정한 후 색채 선별 작업을 거친다. 황토색 현미와 푸른색이 돌며 덜 익은 현미를 꼼꼼하게 구분한다. 
“지금 정미소가 있는 자리는 포클레인이 드나들던 건설 현장이었어요. 건설 회사를 운영하셨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이 근처 간척지를 메웠습니다. 1997년도에 간척 공사가 마무리되자 30여 년 동안 발 붙이고 산 이 땅이 아버지께는 제2의 고향이 되었지요.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일감을 잃어버리자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간척지를 분양받아 함께 농사를 지었어요. 보성특수농산은 그렇게 시작했어요.”

정병찬 대표가 아버지를 이어 보성특수농산을 이끌어온 지도 14년째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품질좋은 쌀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연 순환 농법으로 농사를 지은 결과다.

“아버지께서는 쌀을 수확하고 남은 볏짚으로 소를 키운 다음 배설물로 퇴비를 만들었어요. 이를 다시 논에 뿌려 저절로 순환이 될 수 있도록 했지요. 지금은 소를 키우지 않고 벼의 겉껍질인 왕겨와 현미를 백미로 만들 때 생기는 부산물인 미강으로 친환경 퇴비를 만들어 논에 뿌려요.”

유기농 인증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건 고작 15년 전. 이곳은 오래전부터 자연 순환 농법으로 농사를 지었기에 늦은 감이 있지만, 보성특수농산의 쌀은 2006년에 무농약 인증을, 2007년에는 유기농 인증을 차례로 받았다. 약 30만 평에 이르는 드넓은 평야에서 매년 1톤에 이르는 친환경 쌀을 생산하며 남녀노소 모두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그중에서도 정 대표가 특별히 애정을 쏟아 재배하는 쌀이 있으니 금 시비(나노 단위로 분쇄한 금을 물에 타서 만든 용액)를 뿌려 키우는 귀한 금쌀이다.

저장고는 5℃를 유지하며 습도에 민감한 쌀이 15~17% 수분만 함유하도록 돕는다. 
금 시비와 일본식 정미소가 차별화 포인트
손톱만 한 순금도 10만 원이 넘는 마당에 금으로 만든 용액을 논밭에 뿌린다고 하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얼마나 대단한 금쌀이기에 2kg에 2만 9천 원이나 할까?’라는 의문을 품고 논두렁으로 들어가니,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벼가 죄다 잡풀 속으로 숨어버린 탓이다. 자세히 보아야만 이것이 벼고, 저것이 풀이라는 것을 겨우 구분할 수 있었다.

“30만 평 중 7천 평에 농사짓는 금쌀은 유기 농법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잡풀이 무성해요. 따로 농약을 사용하지도 않고 자연 그대로 놔두죠. 2011년 현대백화점에서 금쌀을 한번 키워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좋은 쌀을 생산할 수 있는 농지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별화한 쌀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금을 나노 크기로 분쇄하는 원천 기술을 보유한 에스엠나노텍과 손잡고 금쌀 재배에 뛰어들었지요. 재배 과정도 만만치 않게 까다로워요.”

정병찬 대표는 매년 4월 20일에서 5월 10일 사이 모내기를 시작한다. 수확하기 전까지 붉은 빛깔을 띠는 금 시비를 논에다 충분히 뿌려야 한다. 초록 풀 속에서 벼 이삭이 올라오기 전에 한번, 출수기(벼 줄기의 마지막 잎에서 이삭이 나오는 시기) 전후에 한 번씩 총 세 번을 뿌리면 벼의 뿌리가 금 시비를 흡수한다. 간척 평야 위에서 자라 가뜩이나 영양 성분이 풍부한 데다 금성분까지 함유하니 이토록 귀한 쌀이 탄생하는 것이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버티며 보성특수농산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일본식 정미소. 
보성특수농산의 쌀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일본식 미곡 처리 시스템에 있다. 일찍이 일본을 오가며 사업가로서 면모를 제대로 발휘한 그의 아버지는 그 당시 국내에서 볼 수 없던 일본식 미곡 처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선진 기술력을 갖춘 일본식 미곡 처리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도정하지 않은 상태인 벼의 세척, 건조, 가공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것. 20년 역사를 말해주기라도 하듯 빛바랜 정미소 1층에는 저온 창고가, 2층에는 가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대개 정미소는 단층 건물입니다. 저온 창고와 가공장이 각기 다른 건물에 분리된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지게차로 쌀을 옮기다 보면 상온에 노출되면서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어요. 반면 우리는 정미소와 저온 창고가 한 건물에 있어요.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저온 창고에 저장된 쌀을 승강기를 통해 2층 가공장으로 바로 올려 보낼 수 있지요.”

이곳은 콤바인으로 수확한 벼를 세척해 건조한 후 저온 창고에 보관한다. 주문과 동시에 벼를 승강기에 태워 가공장으로 보내 현미와 백미로 도정한다.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하기 위해 그의 아버지가 장인 정신을 강조했다면, 그는 여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덧입혔다. 처음 금쌀을 출시할 때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과 협업해 패키지를 만들기도했고, 직거래 방식을 접고 새로운 유통망을 확보해나갔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이마트를 통해 소비자를 만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나가는 데 주력한 것. 정병찬 대표의 쌀은 80kg 기준 1백만 원을 훌쩍 넘지만 두꺼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한석원 총주방장은 갓 도정한 햅쌀로 꽁치구이덮밥과 참치, 도미, 오징어 등을 사용해 초밥을 만들었다. 
씹을수록 달고 차진 맛
“요리하는 데 테크닉과 조리 도구, 레시피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식재료만 한 열쇠가 있을까요. 좋은 식재료로 정성을 다해 요리하는 순간 게임 오버예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의 한석원 총주방장은 좋은 식재료를 발굴하는 것도 요리사의 몫이라고 말한다. 산지에 가서 식재료를 두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에게 금쌀은 탐나는 식재료였음이 분명하다.

“초밥 맛을 결정짓는 요인의 60~70%가 쌀입니다. 스시조만을 위한 특별한 쌀을 사용하고 싶어 10여 종의 시판 쌀로 밥을 지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했어요. 그 결과 금쌀이 가장 반응이 좋았지요. 보성특수농산의 금쌀은 입자 형태를 잘 유지하면서 씹을수록 차진 맛이 훌륭해요. 시판 쌀에 비해 몇 배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5월부터 스시조만을 위한 금쌀을 재배하기로 계약했어요. 한 달에 두번씩 도정 후 15일 내로 공급받은 쌀을 사용하면서 신선도와 맛을 유지해나갈 계획이에요.”

금쌀의 핵심인 금을 나노 크기로 분쇄해 만든 금 시비. 
한석원 총주방장은 무르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적당한 식감을 금쌀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참치와 도미, 장어, 오징어를 사용해 초밥을 선보이며 입안에서 생선살과 밥이 분리되면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뛰어나고 덧붙였다.

“갓 지은 금쌀은 반찬 없이 맨밥으로 먹어도 참 맛있어요.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탱글탱글한 밥알을 씹다 보면 다디단 맛이 느껴지지요. 지금 제철인 꽁치를 바싹 구워 쌀밥 위에 올려 덮밥으로 즐겨도 좋습니다.”

정병찬 대표 역시 한석원 총주방장 못지않게 금쌀의 맛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제가 존경하는 멘토가 해주신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돼지 앞다릿살이 1kg에 1만 원인데, 이를 소시지로 만들면 10만 원, 요리로 만들면 1백만 원이래요. 저는 지금 원물만 생산하지 가공까지 나아가진 못했어요. 가공품을 개발하고 레스토랑과 협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병찬 대표의 바람처럼 정성껏 재배한 금쌀의 가치가 건강하고 좋은 식재료를 갈망하는 이에게 가 닿길 바란다.

요리 한석원(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스시조 총주방장, 02-317-0373) 취재 협조 보성특수농산(061-853-3116)

글 김혜민 기자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