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캐나다 몬트리올의 파하우스 숲속 비밀의 집
넓은 통유리로 사방의 숲을 실내로 끌어들인 이 집은 건축가 장 베르빌이 설계한 파하우스Fahouse다. 몬트리올 동부에 있는 파하우스는 아이들이 자연을 마음껏 누리고 상상력과 호기심을 기를 수 있도록 건축가와 집주인 부부가 함께 고민하며 디자인했다.

숲속 오두막처럼 지은 파하우스. 4면의 디자인이 달라서 보는 방향에 따라 집의 모습도 달라진다.
생애 단 한 번, 집을 지을 기회가 찾아온다면 당신은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 꿈꾸는 집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대부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집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젊은 건축가 장 베르빌Jean Verville은 울창한 숲이 펼쳐진 캐나다 몬트리올 동부 지역에 구조가 독특한 파하우스Fahouse를 쌓아 올렸다. 아이들이 날마다 숲으로 탐험을 떠나고, 부부는 일상에서 힐링을 누릴 수 있도록 구조와 디자인을 ‘자연과의 만남’에 초점을 맞춘 집이다.


바람의 통로가 되어주는 야외 테라스는 힐링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연의 숨결을 들이다
수백, 수천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솔송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숲 속, 통나무 오두막이 있음 직한 자리에는 그래픽적 형태의 주택 한 채가 비밀스럽게 들어섰다. 나무 높이에 맞춰 집은 3층 규모, 176㎡ 크기로 지었다. 집은 빛과 구조재를 적절히 활용해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숲과 조화를 이루고, 사면을 다르게 디자인해 보는 방향에 따라 색다른 표정을 즐길 수 있다. 앞마당에서 보면 커다란 박공지붕 집 같지만 몇 걸음 걷다 보면 그 뒤로 작은 집이 하나의 덩어리로 이어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폭이 좁고 길며, 앞뒤로 대지의 편차가 있는 필지를 자연스럽게 살렸기 때문. 뒷마당에서 보면 크고 작은 박공지붕 두 개가 겹쳐 있어 전형적인 집 형태에서 탈피했음을 보여준다.

1 캔틸레버 구조로 설계해 1층에 지붕이 있는 테라스를 꾸몄다. 통창이 있어 울창한 솔송나무 숲을 집 안에서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2 통창을 열면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거실과 야외 테라스가 이어진다.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오두막에서 시작한 파하우스. 장베르빌과 부부는 아이들을 위한 선물처럼 신비로운 집을 설계 했다. 첫 번째 선물은 ‘지붕이 있는 테라스’. 뒷마당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캔틸레버cantilever(한쪽 끝은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치지 않은 상태의 보) 구조가 만들어낸 지붕 있는 테라스가 나온다. 맑고 상쾌한 공기가 3백65일 넘나드는 바람의 통로로, 아이들이 마음껏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다. 계단과 테라스 옆에는 야생 정원이 나란히 이어져 테라스를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꾸며준다. 1층 응접실로 향하는 통창문은 집과 숲을 이어주는 ‘비밀의 문’. 부부의 두 번째 선물이다. 숲의 표정을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통창,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천창까지 집 안 곳곳에는 유리창을 배치했는데, 이는 건축물과 대지의 경계를 허물고 신비의 숲이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해준다. 세 번째 선물은 ‘계단’.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아이들이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을 즐겁게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1층은 주방과 거실이 있는 가족실로 조성했다. 마감재로 쓴 미송 합판과 크림 화이트 컬러가 집 안에 온기를 더해준다.
나뭇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미송 합판은 집 안에 온기를 더한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플레이룸으로 꾸민 아이들 방이 나오고, 방향을 꺾어 세 계단을 더 오르면 부부의 공간이 이어진다. 계단은 파하우스의 중심축으로, 계단 좌우 공간에 단 차이를 두었다. 대지의 편차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벌집 모양의 독특한 구조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 되어준다. 아이와 함께 있는 듯하면서도 독립적으로마련한 부부의 공간은 쌍둥이처럼 구조와 마감이 똑같은 욕실과 침실이 나란히 이어진다. 벽부터 천장까지 미송 합판을 덮어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 이곳은 분주한 하루에 마침표를 찍어줄 힐링 공간이다.

순간순간이 즐거운 파하우스
파하우스의 아이들은 하루가 짧다. 아침에 눈뜨면 밖으로 나가 나무들한테 인사를 하고, 1층부터 3층 다락방을 오르내리며 그들만의 세상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 부족할 만큼 즐거운 집이지만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즐겨찾는 공간은 플레이룸, 자신들의 방이다.

벙커 침대 겸 공중 의자를 놓아 놀이방처럼 꾸민 아이들 방.
몰래 숨어 다니기 좋은 비밀 통로가 있고, 걸터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공중 의자가 있기 때문. 벙커 침대 역할도 수행하는 공중 의자는 계단과 똑같은 원목으로 제작해 인테리어에 통일감을 주었다.

 3층 다락방 풍경. 천장 지지대를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 설치해 빛이 켜켜이 들어온다. 고래 몸속에 들어간다면 꼭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3층 다락방은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공간. 지붕을 받치는 나무 구조재를 똑같은 간격으로 세우고 맞은편으로 창을 냈는데, 빛이 켜켜이 들어오며 마치 고래 몸속에 은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테리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면 그것만큼 지루한 일도 없을 터. 크림 화이트 컬러와 미송 합판으로 마감한 파하우스에는 반전 매력을 지닌 공간들이 있다. 1층 공동 욕실과 현관 입구다. 욕실은 흰 타일에 블랙 메지를 넣고 심플한 블랙 수전을 설치해 그래픽적 느낌을 더했다.

장 베르빌은 현관 코너에 벽과 천장, 바닥, 가구까지 온통 빨갛게 칠해 포인트를 주었다.
반면 현관 입구는 천장과 벽, 바닥과 캐비닛까지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였는데, 평소 컬러의 기운을 중요하게 여기는 장 베르빌의 의견이 데코 요소로 반영된 부분이다.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집이 반전 포인트를 둠으로써 가장 매력적인 공간으로 완성됐다.

디자인과 시공 장 베르빌 아키텍츠Jean Verville Architects(www.jeanverville.com)

글 이새미 기자 사진 막심 브루이에Maxime Brouillet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