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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자연도 행복한 6차 산업의 산실 전라북도 고창 상하농원
붉은 황토가 대지를 뒤덮고 그 옆으로 서해 바다가 넘실대는 땅,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땅이 비옥해 자연의 산물이 풍요로운 이곳에 농촌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상하농원이 있다. 지역 농민과 함께 재배해 가공, 유통, 소비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6차산업을 통해 모두에게 이로운 자연을 선물한다.

(왼쪽부터) 햄 공방에서 일하는 한슬기 직원, 유범석 목장지기, 상하키친의 김형천 셰프, 빵 공방의 박성태 공방장, 빅마마라 불리며 장맛이 좋은 된장을 담그는 발효 공방의 이숙경 직원, 과일 공방의 이재술 공방장.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며 텃밭과 공방을 알뜰살뜰하게 보살피는 농원 식구들이다.
자연은 늘 정직하다. 농부가 땅에 씨를 뿌리고 정성 들인 만큼 결실로 내주며,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묵묵히 제 길을 갈 뿐이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무위자연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 애쓰지 말고 자연의 순리대로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바르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8년이라는 오랜 준비 끝에 문을 연 상하농원은 자연과 사람이 공생할 수 있는 건강한 농촌을 꿈꾼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고창군, 매일유업이 함께 투자해 ‘짓다 놀다 먹다’를 주제로 조성한 친환경 농원으로, 6차산업의 산실이다. 6차산업이란 농ㆍ축ㆍ수산업(1차산업), 제조업(2차산업), 서비스업(3차산업)이 복합된 산업구조로, 농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농가 소득ㆍ일자리 증대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농산물의 생산부터 가공, 서비스, 유통까지 모든 활동이 한곳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상하농원은 고창군 내 재배 계약을 맺은 농가와 농원에서 농부가 생산한 곡식, 채소, 과일, 우유 등을 공방과 레스토랑으로 보내 가공식품이나 음식으로 만든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이곳을 방문하는 이라면 누구나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니 농촌에서 자연과 교감하기에 더없이 좋다.

첫 대문인 농원회관을 지나면 약 3만 평에 이르는 농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말끔하고 이국적인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건물, 메밀 파종을 마친 밭과 모내기가 한창인 싱그러운 초록빛 논, 상추와 토마토 등을 심은 텃밭, 소가 뛰노는 목장. ‘여기가 진짜 농촌 맞아?’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예상을 비껴나간 풍경에 잠시 넋을 잃고야 만다. 설치미술가 김범이 아트 디렉터로 참여해 모든 건물을 완공했는데, 상하농원이 추구하는 친환경 콘셉트에 맞게 벽돌 한 장, 조명등 하나까지 세심하게 고려했다. 그래서인지 첫인상은 마치 유럽의 와이너리에 온 듯하다. 소시지와 햄, 빵, 된장,잼을 만드는 네 개 공방과 레스토랑인 상하키친, 한식당인 농원식당, 공방에서 만든 먹거리를 판매하는 농원상회, 체험 교실, 유기농 목장, 새끼 돼지와 양ㆍ염소 등이 있는 동물 농장이 자리한다. 너른 공간이지만 온 가족이 함께 슬렁슬렁 걸어 다니며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자연을 즐기다 보면 지겨울 틈 없이 금세 한나절이 지나간다.

1 드넓은 초지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한가로이 노니는 젖소들. 그중 흑갈빛이 도는 영국산 젖소 저지는 말썽꾸러기라 부를 정도로 활동량이 많다. 2 원유를 착유하는 모습. 착유하기 전에는 소가 놀랄 수 있으니 몸에 손을 갖다 대어 ‘만진다’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착유한 원유는 공장으로 가져가 살균 과정을 거친다. 3 젖소를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 청결함은 필수다. 목장지기들은 매일 아침 쇠똥을 치워 축사 안을 깨끗하게 유지한다.

지역 농부와 손잡다
상하농원은 ‘상생의 가치’를 바탕으로 지역공동체, 농부와 함께 이로운 먹거리를 짓는다. 이러한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8년 전부터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는 상하목장을 시작했는데, 이는 지금의 상하농원을 있게 만든 일등 공신이나 다름없다.

“처음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고창군 내 42개 낙농가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실제로 우유를 출시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자 12개 낙농가만 남더군요. 일반 농가를 비롯해 낙농가가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려면 준비만 3년이 걸려요. 농약과 화학비료로 변질된 땅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거죠. 항생제도 사용하면 안 되고 유기농 풀을 최소 6개월 이상 먹여야 해요. 원유 생산량도 줄고, 소가 시름시름 앓으니 못 하겠다고 포기한 낙농가가 대부분이었지요. 상하목장이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12개 낙농가의 수익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어요. 그 가치를 알아주는 이가 생겨나자 농부들은 유기 낙농업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고, 지금은 17개 낙농가로 확대되었습니다.”

상하농원의 박재범 대표이사는 상하목장처럼 좋은 선례를 바탕으로 뜻이 맞는 농가와 재배 계약을 맺고 이상적인 1차산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복분자와 수박, 땅콩, 고구마 등 고창을 대표하는 4대 작물을 비롯해 다양한 농산물이 상하농원을 통해 판매될 수 있도록 돕는다. 상하농원 안에도 유기농 목장과 텃밭을 마련해 우유와 갖가지 채소 등을 생산한다.

5백 평에 이르는 유기농 목장에는 얼룩무늬 젖소인 홀스타인과 영국 품종으로 알려진 젖소 저지 등 약 30마리의 소가 있다. 여느 목장과 달리 축사가 넓고 천장도 높으며, 생각보다 냄새가 나지 않아 주위를 둘러보니 쇠똥 하나없이 말끔하다. 깨끗한 축사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목장지기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삽을 들고 치운 결과다. 게다가 소들이 너른 초지를 마음껏 거닐며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은 새삼 경이롭기까지 하다. 유기농 우유를 얻기 위해 목장이 지켜야 할 조건은 꽤 까다롭다. 목장은 젖소 한 마리당 916㎡(약 2백77평) 이상의 초지와 17.3㎡(약 5.2평) 이상의 축사 그리고 34.6㎡(약 10.4평) 이상의 방목장을 확보해야 한다. 젖소에게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과 유기농 목초와 사료만 제공해야 하는 것도 필수다.

빵 공방에서 매일 굽는 식빵과 머핀, 잼 공방에서 만든 딸기 잼. 공방에서 만든 가공품을 판매하는 농원상회에서는 유기농 우유와 동물 복지 유정란도 판매한다.
“소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사료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비율로 먹일 것인지 관리하는 것도 제가 하는 일입니다. 매일 아침 7시와 오후 4시 하루 두 번 착유를 하는데, 원유 속에 응어리가 있는지, 피가 섞여 나오진 않는지 꼼꼼하게 검사해요. 모은 원유는 인근 공장으로 보내 유해 세균과 미생물을 걸러내는 살균 작업을 거치지요.”

유범석 목장지기는 매일 소들의 건강 상태를 철저하게 확인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원유는 하루 평균 약 30톤에 이르며, 농원상회에서 판매하거나 빵 공방, 카페 젤라토에서 사용한다. 계절별로 작물을 기르는 텃밭은 젊은 농부 세 명이 책임진다. 친환경으로 일군 밭에는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곧 수확을 앞둔 스위트콘이 줄지어 서 있다. 한편에는 로즈메리, 라벤더, 바질, 스피아민트, 타임 등 각종 허브류가 가득하다. 우렁이가 살아 숨쉬는 논에는 모내기를 끝내 푸릇푸릇한 모종이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 모든 작물이 자아내는 다채로운 채도의 초록빛이 생경하고 싱그러운 기분까지 느끼게 한다. 농원 식당 2층에는 온실을 따로 마련해 적근대, 로메인 상추, 청경채 등을 직접 키운다. 이윤기 농부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 약재나 유기농 퇴비를 뿌려 텃밭을 관리한다.

“이곳 농부들은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농가의 농산물과 가공품을 농원회관에 위치한 파머스 마켓에 입점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일부 상품은 상하농원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도 하고요. 현재 상하농원은 고창 내 49개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있어요. 수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 농산물을 홍보해 농가에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예요.”


1 햄 공방에 들어가기 전 마스크와 가운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HACCP 인증을 받은 돼지고기를 염지한 후 양장이나 돈장에 채워 햄과 소시지를 만든다. 2 과일 공방에서는 황동 솥에 고창산 블루베리, 딸기 등을 잔뜩 넣어 잼으로 만든다. 딸기 잼, 블루베리 잼, 딸기와 블루베리를 섞어서 만든 믹스베리 잼, 밀크 잼, 과일 잼 등이 있다. 3 농원식당 2층에 마련한 온실. 상추, 적근대 등을 심고 퇴비를 주어 기른다. 식사 시간마다 갓 딴 채소를 깨끗하게 씻어 쌈 채소로 낸다. 4 햄 공방에서 생산한 클래식 비엔나와 화이트 비엔나, 스모크 프랑크, 스파이스 프랑크. 특히 스파이스 프랑크는 고춧가루가 들어 있어 매콤하다. 

2차 가공품으로 함께 상생의 길을 찾다
오래전부터 지자체를 비롯한 여러 농가에서 6차산업을 육성하려고 노력했지만, 지속 가능한 6차산업으로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1차와 2차 그리고 3차산업이 서로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야 하는데, 실상은 생산(1차)에 단편적 체험(3차)을 제공하는 것에서 그칠 때가 많다. 상하농원은 계약 재배를 통해 믿을 만한농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농가에 생산을 맡긴다. 그 대신 농산물의 가공과 체험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6차산업이 원활해지는 역할을 자처하는 것. 삼각 지붕이 멋스러운 건물마다 공방을 두어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솜씨 좋은 공방장과 직원들은 고창 지역 내에서 공수해 온 이로운 농산물을 활용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든다. 들어서는 순간 달콤한 냄새가 코끝에 확 밀려드는 과일 공방에서 이재술 공방장은 고창군에서 생산한 딸기와 블루베리, 복분자 등으로 잼과 과일청을 만든다.

“과거 유럽에서 제조하는 방식을 응용해 황동 솥에 과일을 넣고 뭉근하게 끓여 잼을 만듭니다. 단시간 내에 끓여 과일의 풍미를 그대로 살릴 수 있어요. 시판 잼은 신맛을 내기 위해 펙틴과 레몬 농축액을 넣어 만드는 반면, 이곳 과일 공방에서는 보존료와 향료를 넣지 않고 직접 짠 레몬즙을 넣어요. 상하목장에서 생산한 저온 살균 우유로 밀크 잼도 만듭니다.”

햄 공방에서는 HACCP 인증을 받은 고창산 돼지고기와 고창군 해리면에서 생산한 천일염으로 비엔나소시지 3종과 프랑크 2종, 햄 2종, 베이컨 등을 만든다. 일주일에 약 100kg 정도 생산하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관광객들은 만드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맛과 건강함에 자신 있다는 거죠. 비엔나는 유기농 양장으로, 프랑크 종류는 유기농 돈장으로 만들고, 소시지마다 제각기 육즙과 씹는 식감이 달라요. 완제품은 세균 검사와 엑스레이 검출기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한 후 판매합니다.”

햄 공방의 한슬기 직원은 위생 관리에 철저하게 신경 쓴다고 말한다. 모자와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몸에 알코올을 뿌려 소독한 뒤 공방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햄을 만들 수 있다. 빵 공방에서는 상하목장의 63℃ 저온 살균 우유와 평사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무항생제 사료를 먹고 건강하게 자란 닭이 낳은 동물 복지 유정란을 사용해 갖가지 빵을 굽는다. 박성태 공방장은 매일 아침 9시부터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식빵부터 바게트, 체리 머핀, 치즈 케이크 등을 만든다고. 당일 생산과 판매를 원칙으로 만들어 모든 빵이 신선하고 맛도 좋다. 발효 공방은 가장 한국적인 미가 돋보이는 건물에 자리한다. 발효 공방의 이숙경 직원은 상하농원에서도 손맛 좋기로 유명하다. 그는 비옥한 황토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콩과 천일염을 사용해 전통 재래 방식으로 된장을 담그는 일을 돕고 있다. 항아리에 발효시켜 1년산, 2년산, 3년산으로 구분해 판매한다. 발효 공방은 앞으로 막걸리와 손두부, 치즈도 선보일 예정이다. 공방에서 정성껏 만들어 건강함이 깃든 먹거리는 모두 농원상회에서 구입해 맛볼 수 있다.


1, 2 행잉 식물이 걸려 있어 싱그러운 분위기의 카페 젤라토. 신선한 우유와 상큼한 블루베리, 녹차로 만든 아이스크림부터 커피 등을 즐길 수 있다. 3 상하키친에서 선보이는 딸기 에이드와 토마토 파스타, 샐러드, 피자. 모든 재료는 상하농원이나 고창군 내 농가에서 생산한 것을 사용한다. 
4 농원상회에서는 천일염과 흑미, 쌀도 판매한다. 5 아이들은 동물 농장에서 이제 막 태어난 송아지나 양에게 먹이를 주고 만지며 자연과 교감한다. 

진정한 힐링 테마 농원으로 거듭나다 
쉼이 필요한 어른과 유기농법을 모르는 아이라도 이곳에 오면 자연이 주는 이로움에 취해버리고 만다. 상하농원은 건강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부와 생산자, 더 나아가 자연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동물 농장에서는 귀여운 새끼 돼지와 송아지, 양, 염소 등을 직접 만져보고 먹이를 줄 수 있다.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먹거리를 직접 만드는 체험도 마련했는데, 순돈육으로 수제 소시지 만들기, 상하목장 우유로 아이스크림과 밀크빵, 치즈 만들기를 진행한다. 자연이 내준 먹거리가 지천에 널려 있고 이를 활용한 레스토랑이 있으니 배가 슬슬 고파와도 걱정 없다. 상하키친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으로, 김형천 셰프가 책임진다. 

“식재료는 대부분 텃밭과 온실, 공방에서 생산한 것을 사용하고 부족한 농산물은 고창군 내에서 조달받아 사용합니다. 샐러드를 만들 때도 직접 기른 식재료를 활용하니 신선함의 차원이 달라요. 토마토 파스타 역시 캔 제품 대신 고창산 방울토마토를 직접 갈아서 만듭니다.” 

햄 공방에서 생산한 소시지를 그릴에 구워 만든 소시지 플레이트와 프랑크 피자도 인기가 높다.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해 온 가족이 함께 먹기 좋은 메뉴다. 진정한 팜투테이블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한식당인 농원식당은 발효 공방에서 만든 된장과 온실에서 재배한 채소를 밥상에 올린다. 카페 젤라토는 또 어떤가. 저온 살균 우유와 블루베리, 복분자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맛볼수 있다. 2017년에는 뷔페 레스토랑인 농부의 식탁과 부티크 호텔, 게르마늄 함량이 높은 지하수로 목욕할 수 있는 스파 공간까지 갖출 예정. 누구에게나 열려 있려 자연, 동물들의 따뜻한 온기, 건강하게 나고 자란 식재료로 만든 이로운 먹거리···. 상하농원에서는 이 모든 것을 온전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 


상하농원 주소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길 11-23 제품 구입 문의 1522-3698, www.sanghafarm.co.kr 취재 협조 상하농원(1522-3698) 

글 김혜민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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